통합 검색

INTERVIEW MORE+

이재인을 바라보는 방법

아직 어리다며 웃어 보이지도,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배우 이재인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UpdatedOn April 19, 2019

/upload/arena/article/201904/thumb/41746-363729-sample.jpg

하얀색 드레스와 덧입은 데님 스커트는 모두 렉토 제품.

 

영화 <사바하>에서 불행한 운명을 살아가는 소녀 ‘금화’, 악령과 짐승과 사람의 경계가 불분명한 쌍둥이 언니 ‘그것’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재인의 나이는 금화와 같은 열여섯이다. 작은 체구와 맑은 얼굴이 아니었다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이 배우를 영화 밖에서 만났다. 솔직히 그를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 앞에 있는 사람은 작고 예쁜 열여섯 소녀가 아니라 배우 이재인임을. 촬영을 마치고 그에게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어떤 얘기를 제일 많이 들어요?
최근에 영화 <사바하> 홍보하려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는데요. 거기에 올린 점프샷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되게 잘 찍었다고, 어떻게 찍은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점프 사진 촬영에 재미들려서 열심히 찍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서까지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네.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포스터에 나오는 주인공 중 한 명인데,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영화 <사바하>는 어떤 과정을 통해 캐스팅된 건가요?
처음에는 동생인 금화 역할로만 오디션을 봤어요. 1차 오디션 때 금화의 내레이션을 했는데, 제가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극의 배경이 강원도인데, 제가 강원도 원주 사람이거든요.


오디션을 보고 나서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글쎄요. 오디션은 볼 때마다 결과를 모르겠어요. 그냥 보고 나오면 잊어버려요. 계속 기다리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요. 안 되면 저만 힘드니까요. ‘안 되더라도 다른 길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쿨하네요.
아니에요. 사실 마음속으로는 힘들어요. 근데 잊어버리지 않으면 저만 더 힘들어지잖아요.

/upload/arena/article/201904/thumb/41746-363730-sample.jpg

보랏빛 팬츠는 코스, 파란색 구두는 레이첼 콕스, 하얀색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역이 확정되었을 때 연기할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어요? 혹시 삭발을 하는 것도 알고 있었나요?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시작했어요. 워낙 어려운 캐릭터다 보니 제가 잘 알고 있어야 표현이 가능했거든요. 겨울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가을 내내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삭발은… 오디션 볼 때 혹시 삭발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긴 했어요.
 

하겠다고 했어요?
일단 할 수 있다고 했죠. 뭐 나중 일이니까요.(웃음) 또 좋은 캐릭터인데 삭발 때문에 기회를 놓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금화 역할로만 캐스팅됐는데, 언니인 그것 역할까지 1인 2역을 하겠다고 직접 제안도 했다면서요?
네. 금화를 연기할 때 언니인 그것의 마음을 알아야 했고, 그것을 연기할 때는 금화의 마음도 아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두 자매가 상호 작용을 잘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1인 2역을 하겠다고 말했어요.
 

금화와 그것을 연기하기 위해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금화는 언니인 그것에 대한 애증, 그리고 신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그러면서 감정 기복이 심한 사춘기를 겪는 모습도 드러내려고 했어요. 감정보다 보이는 것에 더 집중했어요. 모습이나 동작, 소리 연습을 많이 했어요.
 

<사바하>는 몇 살 때 찍은 거예요?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찍었어요.
 

영화 속에서 금화는 중학교 3학년으로 나오는데요, 금화보다 어렸을 때 찍은 거네요.
중학생은 한 학 년 올라갈 때마다 감정이나 생각이 정말 많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3학년은 어떨까에 대해서 엄청 고민하면서 연기했어요. 하교 장면이 있는데요, 굉장히 짧은 신인데 엄청 신경을 썼어요.
 

지금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 보니까 어때요? 제 나이에 맞게 잘 표현한 것 같나요?
교복 치마가 불편해서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은 거 보면 3학년을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감정적으로 저는 사춘기가 빨리 와서 오히려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바하> 촬영할 때가 사춘기의 정점이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더 표현이 잘된 것 같아요.

/upload/arena/article/201904/thumb/41746-363731-sample.jpg

체크 패턴 수트와 회색 셔츠는 모두 스튜디오 톰보이, 겨자색 슈즈는 레이첼 콕스 제품.

 


 “평범한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해요. 주변인을 관찰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거든요. 
 주인공으로 제일 많이 등장시키는 건 동생이에요.” 



사춘기가 지난 중학교 3학년의 생활은 어때요? 오늘도 학교를 마치고 오느라 늦은 저녁부터 밤까지 촬영을 했어요. 심지어 원주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서울까지 먼 거리를 와야 하는데도 마지막 수업까지 다 들었다면서요.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무리해서 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 생활도 경험을 해봐야 연기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공부도 필요하고요. 역사를 잘 배워두면 나중에 사극 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수학을 열심히 배워두면 나중에 수학자 역할을 잘해낼 수도 있으니까요.  

 

연기와 학교 다니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재미있어요?

어렵네요. 학교 생활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재미있고, 연기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둘 다 못 놓는 것 같아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연기를 했다고 들었어요. 그때부터 연기에 재미를 느낀 건가요? 

유치원 때 부모님이 ‘해볼래?’라고 해서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세트장도 신기하고 카메라에 찍히는 것도 좋았어요. 보람도 느꼈고요. 그래서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보는 것도 찍는 것도 모두 좋아요. 

 

그런데 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 거예요?
영화관 가는 걸 진짜 좋아하는데요. 팝콘 냄새도 좋긴 한데, 깜깜한 곳에서 다른 걱정 없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아무 생각이나 걱정 없이 영화 속에 빠져든 느낌이 좋아요.


수없이 반복해서 본 영화가 있을까요? 제일 많이 본 영화요.
<물랑루즈>랑 <중경삼림>이요. 사랑 이야기인 것도 좋고, 화면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연출도 좋아해요. 아, <암살>도 많이 봤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10번쯤 본 것 같아요.


작품을 보는 눈이 범상치 않네요. 갑자기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하네요. 요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일단 귀찮음이 80% 정도. 영화 찍을 때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평소에는 마음 편하게 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걱정이 조금 있어요. 5% 정도. 그런데 나머지는 다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니까 괜찮아요. 요즘 행복해요. <사바하>로 무대 인사를 다녔는데 관객들이 제 플래카드도 만들어왔더라고요. 얼떨떨하면서 좋았어요. 팬이 생긴 건 처음인데, 너무 기분이 이상해요. 팬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벌써 시간이 꽤 흘렀네요. 이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가면 밤 12시가 넘을 텐데, 피곤하지는 않아요? 평소에 일찍 잠드는 편이에요?
이거 비밀인데, 엄마 아빠는 모르시지만 저 사실 엄청 늦게 자요. 자기 전에 일기도 쓰고, 글 쓰고, 내일 할 일 적고 하다 보면 새벽이에요. 사실 낮보다는 밤에 뭘 하는 걸 더 좋아해요. 그림도 밤에 더 잘 그려지고, 요즘에 대본도 쓰는데 주로 밤에 작업해요.
 

대본도 써요?
단편이긴 한데요, 완성한 건 서너 개 정도 돼요.
 

어떤 이야기를 써요?
평범한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해요. 주변인을 관찰하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거든요. 주인공으로 제일 많이 등장시키는 건 동생이에요. 일종의 저의 뮤즈예요. 동생은 왜 자꾸 자신을 주인공으로 쓰냐고 불평을 하는데, 동생 얘기가 제일 재미있어요.
 

진짜 영화로 만들어봐도 좋겠네요.
올해 목표예요. 친구들 모아서 조금씩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고 있는데요 완성한 게 없어요. 짧아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완성해보고 싶어요. 이런 것도 시도해보면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모든 경험을 연기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네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는 누군가에게 마냥 좋아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 스스로 만족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싫증이 날 때까지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아마 그렇겠죠.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PHOTOGRAPHY 레스
STYLIST 배보영
HAIR & MAKE-UP 김지혜

2019년 04월호

MOST POPULAR

  • 1
    라도, 지창욱 2024 새로운 캠페인 영상 및 화보 공개
  • 2
    서울의 나무
  • 3
    루이 비통 X 송중기
  • 4
    그래프로 보는 서울의 나무
  • 5
    파스타 파스타

RELATED STORIES

  • INTERVIEW

    문수진, “내가 듣고 부르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싱어송라이터 문수진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라도, 지창욱 2024 새로운 캠페인 영상 및 화보 공개

    지창욱과 함께한 라도 캡틴 쿡 하이테크 세라믹 스켈레톤 캠페인이 공개됐다.

  • INTERVIEW

    <아레나> 5월호 커버를 장식한 배우 송중기

    단단한 눈빛이 돋보이는 송중기의 <아레나> 5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일 뿐

    4개 국어 능력자, 싱어송라이터, 인스타 음악 강자… 스텔라장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인다는 사실이다.

  • INTERVIEW

    우리가 기다리던 소수빈

    데뷔 8년 차 소수빈은 지난해 <싱어게인3>으로 처음 TV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 보고 있는 사진 역시 그의 첫 번째 단독 화보다. 하지만 소수빈은 이미 우리가 기다리던 스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MORE FROM ARENA

  • LIFE

    음악이 도는 공간

    요즘 다시 뜨겁게 돌기 시작한 LP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4곳.

  • FASHION

    남들과는 다른 셋업

    데칼코마니로 마주한 남다른 매치.

  • INTERVIEW

    COME TO ME

    고요하고 어스름한 새벽을 닮은 아이엠. 그의 색과 이야기는 점점 진해질 것이다.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사람이니까. 아름답고도 처연한 아이엠의 시간.

  • FASHION

    팜 엔젤스의 수장, ‘프란체스코 라가찌’를 만나다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프란체스코 라가찌’에게 브랜드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 FASHION

    OVER THE SHOULDER

    어깨너머로 바라본 너.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