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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는 거침없어

On March 18, 2019

이렇게 솔직해도 돼? 돌이켜보니 하연수는 이전에도 솔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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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패턴 코트는 블루마린, 흰색 셔츠는 골든구스 디럭스브랜드, 검은색 부츠는 렉켄, 귀걸이는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개봉 뒤 하연수를 만났다. 영화에서 하연수는 유호정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꿈 많은 가수 지망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늘 인터뷰에서는 영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보다 궁금한 것들이 많았으니까. 하연수와 <아레나>는 두 번째 만남이다. 3년 전 인터뷰했을 때 그녀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 있었고, 생활력이 강한 활기찬 신인 배우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덧없이 사라지는 청춘, 30대에 대한 부담 등 씩씩하던 배우는 20대 후반의 성장통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아름다운 외모, 사랑스러운 행동, 매력적인 작업들, 미적 감각, 63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등 세상의 축복을 다 받은 것 같은 그녀가 낮은 자존감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다시 만난 하연수는 20대 후반의 터널을 지나 갓 서른을 맞이했다. 하지만 워낙 동안이라 기시감이 느껴졌다. 세월을 나 혼자 맞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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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죠. 데뷔 초에 <아레나>와 인터뷰를 했어요. 그리고 3년이 지났죠.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자주 여행을 갔어요. 또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성찰도 했어요. 걷는 것부터 누군가를 만나는 것, 어딘가를 가는 것. 삶을 이루는 요소들을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물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20대 후반의 성장통이었을까요?
스물아홉 끝자락에는 안 좋은 일들이 생겼어요. 별것 하지도 않았는데요. 그래서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직까지 일궈놓은 것도 없는데 갑자기 서른이 된다는 게 불안했죠. 나이 앞자리가 달라지니 책임감이 커진다고 할까요? 30대가 되니 엄마가 나이 들고 작아 보여요. 엄마를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않겠어요? 어쨌든 아프기도 하고, 신나는 때도, 상처받을 때도 있어요. 일어설 힘이 나는 일도 생기고요. 서른이란 걱정했던 것보다 행복한 나이 같아요.

20대 후반에도 그렇지만 나이 들어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아요. 배우나 예술가라면 그 불안은 더 클 테고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물론 여전하죠. 있어 보이게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에요. 이 일은 불안정해요. 선택받길 기다려야 하니까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일 없어 굶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생각도 해요. 내 집 마련을 한다면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요. 일이 없는 기간에는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죠. 미래 대비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나름 현실주의자면서 예술가 성향이에요. 사진과 그림은 돈보다는 자기만족 때문에 해요. 작업을 끝낸 뒤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가 있어요. 이런 작업들이 제 미래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좋은 자양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살아갈 힘이 없는 성격이에요.

세상에 무의미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작업이든 결국엔 몸에 흔적이 남아요.
그렇죠. 하지만 가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일 때가 있어요.

어떤 점에서요?
작년까지만 해도 종종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요리든 공부든 능숙하지 않은 일을 똑 부러지게 못 해냈을 때요. 저는 완벽주의자면서 귀차니스트예요. 안 좋은 점이 공생하는 상태죠.

완벽한 귀차니스트가 되면 되잖아요.
그런가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연기 외에도 꾸준히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진이든 그림이든 다양한 작업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어요.
사진이나 그림을 하면 제가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자취가 세상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런 점이 자존감을 높여줘요. 그래서 사진과 그림을 정말 좋아해요. 힘을 얻어요.

자존감이 낮다고 느끼나요?
되게 낮아요. 바닥을 기는 정도로 자존감이 전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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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니트는 앤아더스토리즈, 주름 패턴이 독특한 스커트는 DKNY, 검은색 힐은 바이 비엘, 금색 링 귀걸이는 고이우, 검은색 브라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좋은 자양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살아갈 힘이 없는 성격이에요.” 


예쁘고, 재능도 많죠. 직업도 연예인이고요. 무엇이 그렇게 움츠러들게 했나요?
아마 제 자신이겠죠? 올해는 다른 것 같아요. 믿고 싶지는 않은데, 삼재가 끝나서 그런가 좋은 연초를 보내고 있어요. 전시 기회도 얻었고, 오늘 <아레나> 화보를 촬영한 것도 그렇고요. 세상에 제가 이런 사람이라고 아주 조그맣게 선 하나 긋는 느낌이에요.

행복해지는 길은 찾았어요?
절치부심이요. 절치부심한 자세로 끊임없이 제가 뭘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인내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살아보자 마음먹으니 행복한 것 같아요. 살다 보면 꼰대 기질이 생길 수도 있고, 저만의 기준이 생기잖아요. 이런 게 좋고,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행동할 거야. 그런 것들을 지키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어요. 제 마인드가 긍정적인 쪽으로 변모한 것 같아요.

사진과 그림이 고민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도움이 돼요. 연기는 현장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그림이나 사진은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사진과 그림은 제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끔 도와줘요.

프로젝트라고 할까요? 사진 작업을 특정한 주제로 진행하기도 하나요?
처음에는 나이 있으신 분들을 찍었어요. 그냥 찍어도 그 사람의 세월이 보인다고 할까요? 하루는 알음알음으로 할머니를 촬영했어요. 프랑스 분이세요. 손만 찍었는데, 그 손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분을 깊이 알지는 않지만 그분이 살아오신 세월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감정이 충만해졌어요. 요즘에는 더 다양한 것들을 찍고 있어요. 최근에는 러시아에 흥미가 생겨서 여러 번 현지에 가서 진득하게 찍고 왔어요. 그 나라에 흥미를 가지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찍어보는 것도 하나의 목표예요.

그림도 주제를 정하고 작업하나요?
요즘 민화 학원을 다녀요. 우리나라 전통 그림인데, 제 스타일대로 그릴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어요. ‘송하맹호도’를 그리는 게 목표예요. 크고 얇은 붓으로 호랑이 털을 섬세하게 그려야 해요. 끊임없이 붓질을 해야 하죠. 동양화는 털을 그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마르면 그 위에 입체감과 질감도 부여해야죠. 6개월 동안 털만 그리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전시하는 게 목표예요.

민화는 도예처럼 정형화된 완벽한 형태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 같아요. 붓으로 끊임없이 털만 그리는 건 마음을 비우는 일이고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머리가 비워지진 않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긴 해요.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연기 활동은 어떤 도움이 되었어요?
그림이나 사진과는 달라요. 항상 미완성인 상태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것 같아요. 저의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직업이라 자신을 더 냉정하게 바라보게 되고요.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그걸 채우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하게 돼요.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면 환생해도 저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하겠다고 느껴져서 의욕이 꺾일 때도 있고, 무기력해지기도 해요. 연기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른 살이 되면서 책임감도 늘었다고 했어요. 무엇에 대한 책임감인가요?
엄마 부양하는 것도 그렇고 제 자신에 대한 책임도 있고요. 그리든 찍든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책임감도 생겼고요. 책임감은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을 때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줘요.

문제나 어려움을 겪을 때 회피하지는 않나요? 도망치는 나만의 방법은 없어요?
그림을 그리다 잘 안 풀리면 사진을 찍으러 가요. 사진이 잘 안 풀리면 다시 그림을 그려요. 그러고 있으면 갑자기 스케줄이 생기고, 연기할 시기가 와요. 연기를 하면서 기진맥진해요. 그럼 다시 그림을 그려요. 연기, 그림, 사진은 제 돌파구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하게 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그게 행복해지는 길이겠죠?
좋아하는 것을 외면하면 불행할 것 같아요. 이번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내용도 그래요. 엄마가 딸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저희 엄마도 저 때문에 포기한 것이 많았겠다는 생각에 저는 그러고 싶지 않은 거예요. 비혼주의자도 아이를 안 낳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제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식을 행복하게 해주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많이 써요. 하연수 씨도 크리에이터죠. 뻔한 소리지만 궁금해요. 영감을 어디서 받아요?
평소에 사진집을 보거나, 영화, 음악, 만화책 등에서 영감을 얻어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제 주변에 있는 것들은 모두 영감 덩어리예요. 좋은 환경에 있는 것 같아요.

탐나는 환경이네요. 그럼 다음 작품은 언제쯤 나올까요?
올해 안에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르죠. 하늘이 알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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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색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 금색 링 귀걸이는 고이우, 신발은 슈츠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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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셔츠는 듀이듀이, 스커트는 레페토, 귀걸이는 해수엘, 앞코가 뾰족한 구두는 슈츠 제품.

이렇게 솔직해도 돼? 돌이켜보니 하연수는 이전에도 솔직했다.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레스
STYLIST
이민규
HAIR
김민선(알루)
MAKE-UP
이수지(알루)

2019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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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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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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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알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