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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은 반전을 빚는다

손대면 바스락 부서질 것 같은 형상의 세라믹. 도예가 박종진은 흙과 종이라는 속성이 다른 두 재료를 이용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줬다.

UpdatedOn February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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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jongjinpark_ceramics
겹겹이 쌓인 층 사이에 담긴 것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위태로운 감정들이 발견되었고, 다시 보았을 때는 쓸어 내버린 잡념들이 있었다. 거친 표면과 종이의 흔적 그리고 굵은 두께와 무게감은 잡념을 숨기기 좋아 보였다.
표면에 유약 대신 경화가 빠르고 내구성이 강한 에폭시를 바르는 작업을 한다. 소재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

표면에 유약 대신 경화가 빠르고 내구성이 강한 에폭시를 바르는 작업을 한다. 소재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

표면에 유약 대신 경화가 빠르고 내구성이 강한 에폭시를 바르는 작업을 한다. 소재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

박종진 작업의 매력은 겹겹이 쌓인 층에서 발견되는 시간의 흔적이다.

박종진 작업의 매력은 겹겹이 쌓인 층에서 발견되는 시간의 흔적이다.

박종진 작업의 매력은 겹겹이 쌓인 층에서 발견되는 시간의 흔적이다.

1. 카디프 해안에서
손으로 만드는 완벽한 형태. 백자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종진은 대학원에서 백자를 만들었다. 백자에 색을 칠하고 나뉜 조각을 결합하는 작업들이었다. 완결성을 강조하는 백자의 세계에서 박종진의 시도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백자의 완결성은 그가 유학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더 이상 흥미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그는 도자기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에 빠졌다. 영국 카디프 지방의 해안가를 거닐 던 중 파도에 깎여 드러난 절벽 지층을 보았다. 절벽에 드러난 시간의 적층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재료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연구에 활용했다. 기존 작업에 사용하고 남은 키친 타월을 재활용하기로 마음먹고 한 겹씩 쌓기 시작했다. 쌓아 올린 키친 타월의 형상은 해안가에서 본 지층을 연상시켰다. 겹겹이 쌓인 키친 타월은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었다. 그 형태를 흙으로 옮기는 시도를 감행했다. 키친 타월에 한 장씩 흙물을 발라 쌓고, 가마에 구워 키친 타월만 태운 다음 테두리와 부분부분 깎아 형태를 완성했다. 보이는 것은 쌓인 종이의 형태 그대로이지만 물성은 단단한 도자기인 반전이 이루어졌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재료의 대비. 그 새로운 시도는 영국에서 먼저 반응을 보였다.

2. 도 닦는 마음으로
작품 하나에 약 1천 장의 키친 타월이 사용된다. 1천 번 흙물을 바르고 1천 장의 종이를 쌓는다. 1천 번의 반복 작업을 마친 다음에야 가마에 굽고 그다음 단계를 시도할 수 있다. 흙물을 바르는 동안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팟캐스트 듣거나 넷플릭스 틀어놔요. 그냥 틀어놓는 거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참을 칠한 것 같은데 시간을 보면 겨우 30분 지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30분이 지나면 작업에 집중하게 된다.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3시간 정도 붓질하면 천 장을 쌓는다고 한다. 흙물을 바르는 것이 수도승의 작업이라면 힘들고 즐거운 작업은 가공이라고 한다. 구운 도자기를 깎아낼 때는 형태를 잡아가는 재미는 있지만 소음이 크고 분진이 심해 주변에 민폐가 될까 걱정된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은 가마에서 발견된다. 흙물 사이의 종이가 불에 타다 형태가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것 역시 작업 과정의 히스토리로 여긴다. 완결된 완벽한 형태를 지향하는 백자와 달리 박종진의 도자기 작업은 불에 굽고, 가공과 채색하는 과정 모두 도자기의 역사가 된다. 평탄한 역사보단 드라마틱한 시간이 가치를 갖는 법. 예상할 수 없는 우발성의 매력을 알아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형태가 무너진 작품들의 인기가 좋다.

작업 초기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결합하기도 했다.

작업 초기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결합하기도 했다.

작업 초기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결합하기도 했다.

단단하게 굳은 종잇조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도자기라는 반전 매력.

단단하게 굳은 종잇조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도자기라는 반전 매력.

단단하게 굳은 종잇조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도자기라는 반전 매력.

베란다를 전시장으로 꾸몄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가 재미있다.

베란다를 전시장으로 꾸몄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가 재미있다.

베란다를 전시장으로 꾸몄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가 재미있다.

단단한 세라믹을 갈고 파내는 공구와 각종 비트 그리고 작업복.

단단한 세라믹을 갈고 파내는 공구와 각종 비트 그리고 작업복.

단단한 세라믹을 갈고 파내는 공구와 각종 비트 그리고 작업복.

3. 보존된 시간
박종진의 작업은 실패가 없다. 아니, 실패가 존재할 수 없다. 작업물을 가마에서 구우면 온전한 형태를 보존할 수 있지만, 우연한 계기로 형태가 무너지며 새롭게 만들어진다. 우발성을 바탕으로 태어난 존재는 그것만으로 가치를 지닌다. 박종진은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존재 친화적인 작업이라 설명했다. 가마에서 나온 작업물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 형태에 맞춰 작업을 이루어나가는 방식이다. 기존 백자와 같은 도자기 작업이 완벽한 형태를 향한 여정이었다면, 현재의 작업은 예상할 수 없는 모험인 것이다. 그로 인해 결과물은 다채롭고, 작업은 흥미로워진다. 도자기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과거에는 전통을 잇는 경건함으로 도자기를 빚었다면 지금은 자유롭고 즐거운 태도로 도자기를 대한다.

4. 그 또한 장인
장인 정신은 무엇일까? 박종진은 자신을 내 작업의 마스터가 되는 것, 내 작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업과 호흡하고, 재료를 다루는 기술을 체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작업을 처음 시도하면 작업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방법을 여러 번 시도하면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 작업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직감할 수 있다고 한다. 체득된 경험을 통해 빚은 결과물이 공예품이다. 젊은 작가라 할지라도 시간과 공력을 들인다면 그 또한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긴 시간을 할애했느냐가 아닌 자신의 작업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히 이해됐다면 그때는 장인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CRAFTSMANSHIP 시리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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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주는 물건을 탐구한다

양유완은 비정형을 만든다

윤상혁은 충돌을 빚는다

윤라희는 경계를 넘는다

스튜디오 픽트는 호기심을 만든다

김옥은 옻칠을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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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선익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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