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The World News

라라랜드행 심야버스

샌프란시스코에서 잠들었는데 로스앤젤레스에서 깼다. 움직이는 호텔 ‘캐빈’ 버스가 좁힌 두 도시 간의 거리.

UpdatedOn January 25, 2019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1/thumb/41173-353262-sample.jpg

 


미국 서부를 여행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두 도시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다. 캘리포니아주에 속하는 도시지만, 거리는 서울과 부산보다 훨씬 멀다. 차로 8시간이나 걸리는 아주 먼 거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두 도시를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미국 전체 크기에 견주면, 꽤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생활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주말을 이용해 친구나 가족을 보러 가볍게 오가는 경우도 흔하다. 연애로 비교한다면 롱디로 쳐주지도 않는다. 여러 명이 함께라면 차를 몰고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 여행할 때는 아무래도 버스나 비행기가 제격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LA에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바로 심야버스 ‘캐빈(cabin)’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입소문이 자자한 이 버스 역시 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이 버스는 어떤 곳에서든 밤 11시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7시에 도착한다. 가격은 84달러부터 시작한다.

이층버스의 각 층에는 커튼으로 여닫는 개인 침대칸이 있다. 일본의 캡슐 호텔과 비슷한데, 블랙 앤 화이트와 나뭇결을 살린 인테리어 역시 일본에서 영감을 받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각 캐빈은 방음벽으로 설계되어 소음을 최소화했고,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물론 하얀 베개와 이불로 호텔처럼 안락한 느낌을 더했다. 웰컴 키트에는 생수, 클렌징 티슈, 이어플러그와 함께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워터도 준비되어 있다. 작정하고 잠을 잘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갖췄다. 샤워를 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화장실에서 가벼운 세안과 양치는 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깨워주기까지 하니, 마음 놓고 자기만 하면 된다. 전기 콘센트는 물론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되어, 예민한 사람이라면 1층 라운지나 개인 캐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공되는 캐머마일 티를 마시며, 창문을 통해 밤의 고속도로를 바라보며 달리는 경험도 매력을 더할 거다.

LA에 도착할 때쯤 해가 뜨면, 승무원은 샌프란시스코의 로컬 카페 이쿼터(Equator)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여유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최종 목적지인 샌타모니카에 도착한다. 여전히 8시간은 길지만,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다면 그야말로 눈을 감았다 뜰 만큼이다. 마지막으로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듯 버스에서 내리면, 새로운 도시에서의 낯선 하루가 시작된다. 캐빈은 출시 후에도 편안함을 연구했고, 달리는 도로에서 받을 수 있는 충격을 90%까지 감소하도록 설계한 ‘캐빈 클라우드’를 곧 선보인다. 침대는 역시 과학이니까. 구름처럼 편해진다고 이름 붙인 걸 보니 계획에도 없는 라라랜드 여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PHOTOGRAPHY 이종헌(여행 칼럼니스트)

2019년 01월호

MOST POPULAR

  • 1
    NEW THING's
  • 2
    괴짜 자동차
  • 3
    가자! 촌캉스
  • 4
    New kids On The Block
  • 5
    RE-NEW SNEANKERS

RELATED STORIES

  • LIFE

    HAND IN HAND

    새카만 밤, 그의 곁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물건 둘.

  • INTERVIEW

    스튜디오 픽트는 호기심을 만든다

    스튜디오 픽트에겐 호기심이 주된 재료다. 할머니댁에서 보던 자개장, 이미 현대 생활과 멀어진 바로 그 ‘자개’를 해체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공예를 탐구하고 실험적인 과정을 거쳐 현대적인 오브제를 만들고자 하는 두 작가의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 INTERVIEW

    윤라희는 경계를 넘는다

    색색의 아크릴로 만든, 용도를 알지 못할 물건들. 윤라희는 조각도 설치도 도자도 그 무엇도 아닌 것들을 공예의 범주 밖에 있는 산업적인 재료로 완성한다.

  • FASHION

    EARLY SPRING

    어쩌다 하루는 벌써 봄 같기도 해서, 조금 이르게 봄옷을 꺼냈다.

  • INTERVIEW

    윤상혁은 충돌을 빚는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정교하다. 손이 가는 대로 흙을 빚는 것 같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상반된 두 가지 심성이 충돌해 윤상혁의 작품이 된다.

MORE FROM ARENA

  • CAR

    세단보다는 투어러

    BMW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는 떠나고 싶게 만든다. 평일 오후 벌어진 일탈의 순간을 기록한다.

  • FASHION

    10 Pieces For New Spring

    단번에 눈길을 끈 새 시즌 키 아이템 10.

  • LIFE

    ‘주식’하고 있나요?

    요즘 어느 자리에 가도 ‘주식’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올해 막 주식 시장에 뛰어든 ‘주린이’로서 틱톡으로 ‘금융’ 분야의 노하우를 전하는 ‘금융팔로미’에게 조언을 구했다.

  • INTERVIEW

    김우빈이 된 남자

    우리가 만난 김우빈은 ‘김우빈 모드’의 김현중이다. 싸움짱 고등학생부터 디스토피아의 산소를 나르는 택배기사까지. 그 이면을 들춰보니 우리가 아직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 FASHION

    브랜딩 이상의 브랜딩

    서울에 온 PSG 브랜딩 디렉터 파비앙 알레그레를 만났다. 멋이나 부리는 사람일 거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들은 미래를 향해 일하고 있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