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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음악, 좁아지는 아시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시아 음악 신(scene)의 탄생을 부추겼다.

UpdatedOn Decembe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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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힙스터는 자신을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걸 경멸한다’는 농담이 있다. 어느새 마케팅 용어로 쓰이게 된 힙스터라는 표현이 남들과는 다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이에게 더는 ‘힙’하지 않은 것이다. 힙스터라는 표현은 부정할 수 있어도 힙스터 시장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일고 있는 시티팝 열풍이 대표적이다. 아무도 저성장 시대, 1980년대 일본 버블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이 30년 만에 다시 유행해 K-팝에서 재현되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거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저성장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겪지 못한 노스탤지어를 그리는 형태로 시티팝을 소비할 수도 있고, 패션, 디자인,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80년대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시티팝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음악 중 하나라는 점이다. 시티팝도 일부 음원은 유튜브에 존재한다. 그 덕분에 1년 전 업로드된 마리야 다케우치의 ‘Plastic Love’는 현재 2천2백만이라는 재생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 시티팝 음반은 음악가의 의지 또는 여러 이유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원을 제공하지 않는다. 여기에 바이닐 레코드 시장까지 커지며 시티팝 바이닐 레코드는 근 몇 년 사이 가장 시장 가격이 오른 품목이 됐다.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 들을 수 없는 음악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 힙스터 아이템인가? 남들과 다른 음악을 듣고자 하는 힙스터가 최근 관심을 보이는 음악은 아시아 음악이다. 홍콩 영화나, 제이팝 열풍 정도를 제외하고 아시아는 서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각자 쓰는 언어는 영어보다 멀고 국경을 맞대고 있지도 않다. 정치 상황도 다르고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서구권 문화를 받아들인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고 공통된 문화라 부를 만한 것도 없다. 근데 왜 갑자기 우리는 서로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금까지 탄생한 거의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그만큼 개인이 소비하는 음악 취향도 다양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비슷한 음악을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 즐겨 듣는 음악을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하는 개인화 AI 서비스는 이를 부추겼다. 여기에 음악 유통의 국경도 허물어졌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동시에 같은 음악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처럼 국가와 관계없이 같은 걸 좋아하는 이들에게 전에 없던 동시대 감각이 생겨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달은 반대급부로, 위에서 언급한 바이닐 레코드 시장과 공연 및 페스티벌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 지금 한국이 내한 공연 불모지였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이제 전 세계의 동시대 음악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듣고 좋아하는 음악은 바이닐 레코드를 사거나 공연장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아시아 음악 신이 탄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럽의 음악가는 음반을 발매한 후 유럽 투어 공연을 돌며 굿즈 판매를 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 수입을 얻는다. 미국 음악가는 전미 투어를 돈다. 한국, 대만, 홍콩, 태국의 음악가는? 어쩌면 아시아 음악가가 아시아 투어를 도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음반 시장이 붕괴한 지금 자국 시장에서만 성과를 거두기엔 한계가 있다. 지금 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음악가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영어로 노래를 부르거나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들었던, 또는 유행하는 영미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 교류할 여지가 전보다 넓어진 것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고 소셜 미디어로 알리고 SNS로 소통하고 서로의 나라에서 공연하며 팬덤을 늘린다. 어쩌면 이는 아시아의 음악가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

리치 브라이언(Rich Brian), 조지(Joji) 등이 소속된 범아시아 레이블 ‘88라이징(88rising)’은 차이나 머니를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힙합 중심의 미국 문화를 아시아식으로 재해석한 영상을 소개해 열풍을 일으켰다. 이들의 컴필레이션에서 ‘하이어 브러더스(Higher Brothers)’와 함께 부르기도 한 태국의 품 비푸릿(Phum Viphurit)은 ‘Lover Boy’의 히트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만 수차례 공연했다. 대만의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는 ‘진지 키코(Jinji Kikko)’와 함께 한국에 알려진 후 수차례 공연하고 한국의 노퓨쳐프로덕션(nofuture PRODUCTION)이 신곡 ‘Slow’와 ‘Oriental’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아티스트를 위한 페이지를 통해 영기획에서 발매한 룸306(Room306)의 음원을 가장 많이 들은 도시는 타이베이, 싱가포르,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등 모두 아시아 도시였다.

아시아는 분명 좁아지고 있다. 그게 힙스터의 남들과 구별 짓기 위한 취향이든, 아시아 음악가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든. 아시아에서 아시아 음악을 소비하는, 아시아 음악 신(scene)이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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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하박국(‘영기획’ ‘기술인간’ 대표)
ILLUSTRATOR HeyHoney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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