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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EU 2018

On December 20, 2018 0

올 한 해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떠올렸다.

 1  디자이너들의 파격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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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크리스토퍼 베일리에서 리카르도 티시
지난 8월 버버리의 새로운 모노그램 사진이 SNS를 뒤덮었다. 모노그램은 2층 시내 버스, 대규모 건물, 길거리의 낡은 벽, 대형 풍선까지 세계 각 도시에 게릴라처럼 등장했고, 모노그램을 포착한 사진들은 순식간에 퍼졌다. 덕분에 리카르도 티시의 새로운 버버리 컬렉션에 대한 관심도는 수직 상승. 사실 17년간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였던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후임으로 리카르도 티시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는데, 의외로 그의 행보는 시작부터 공격적이었다.

아직까지 정식 컬렉션을 선보이기 전임에도 리카르도 티시는 단기간에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클래식했던 버버리 로고는 굵고 우직하게 바꾸었고, 새로운 모노그램를 공개한 것을 비롯해 9월엔 비 클래식(B-Classic):2019 프리 스프링 서머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렉션 직후 일정한 기간을 두고 제품들을 순차적으로 발매하는 ‘드롭 시스템’도 새롭게 시행하기 시작했다. 12월엔 자신에게 디자이너의 꿈을 심어준 반항적인 펑크 문화의 상징,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협업 컬렉션을 출시한다. 무엇보다 버버리의 움직임이 젊고 에너제틱해졌다.

 

  • 디올 맨
    크리스 반 아쉐에서 킴 존스

    11년 동안 디올 옴므를 이끌어온 크리스 반 아쉐가 떠나고, 킴 존스가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가 되면서 디올의 공기는 확연히 바뀌었다. 날렵하고 카리스마 넘쳤던 ‘디올 옴므’는 화사하고 우아한 ‘디올 맨’이 되었다. 첫 번째 디올 맨 컬렉션은 눈부시게 화창했다. 칼 라거펠트, 케이트 모스, 벨라 하디드, 카우스, 킴 카다시안, 에이셉 라키 등 유명 인사인 그의 친구들이 참석했고, 모두 디올 맨을 입은 카우스의 컴패니언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역시 그의 친구이자 일본 레이블 엠부쉬(AMBUSH)의 공동 설립자인 윤(YOON)이 디올 맨 액세서리 디자이너로서 디올의 시그너처 아이콘들을 모티브로 주얼리를 선보였고, 1017 ALYX 95M의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스는 새로운 메탈 버클을 디자인했다. 성대한 파티 같았던 컬렉션 후기는 킴 존스의 개인 SNS 계정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 루이 비통
    킴 존스에서 버질 아블로

    지난 6월 2019 S/S 루이 비통 컬렉션은 프런트 로부터 스웨그가 남달랐다.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와 리한나가 자리했고, 래퍼 키드 커디(Kid Cudi)는 직접 모델로 나섰다. 피날레에서 카니예 웨스트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꽤나 화제가 되었다.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의 새로운 남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선보이는 첫 번째 컬렉션이었다.

    그의 절친 카니예 웨스트의 눈물을 통해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는지 여실히 전해졌다. 버질 아블로는 LVMH 그룹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디렉터. 2018년은 버질 아블로의 해다. 루이 비통 최고경영자 마이클 버크 회장은 “지난 2006년 펜디에서 함께 작업한 이후 버질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타고난 창의성과 과감한 접근 방식으로 그는 패션 세계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서 중요한 인물로 거듭났다”고 했다.

© PAOLO ROVERSI

© PAOLO ROVERSI

© PAOLO ROVERSI

벨루티
하이더 아커만에서 크리스 반 아쉐

개인적으로 하이더 아커만의 벨루티를 높이 평가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적당히 방탕한 고유의 껄렁함이 매력적이었다. 그가 너무 빨리 벨루티를 떠나는 게 아쉬웠지만, 그 뒤를 이을 새 아티스틱 디렉터가 크리스 반 아쉐라니, 찰떡같이 완벽한 조합. 그는 지난 4월 벨루티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되었고, 우선 로고를 정비했다. M/M 파리 팀과 함께, 1895년 알레산드로 벨루티가 탄생시킨 알레산드로 슈즈의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앤티크 슈트리에 새겨져 있던 과거의 벨루티 로고를 새롭게 다듬었다. 그리고 6월엔 하얗고 마른 모델이 알레산드로 슈즈를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을 제이미 혹스워스가 촬영한 캠페인으로 각 도시의 거리를 도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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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
피비 필로에서 에디 슬리먼

셀린느는 피비 필로였다. 수많은 여자들이 셀린느를 동경했고, 그녀는 우상이었다. 피비 필로의 팬들은 그녀가 가고 에디 슬리먼이 온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왔고, 일단 로고부터 바꾸었다. 셀린느 스펠링의 E자 위에 프랑스 악센트를 지웠다. 새 로고 위에 다시 악센트를 그려 넣은, 에디 슬리먼을 거부하는 움직임들이 SNS에서 돌았다. 무엇보다 에디 슬리먼을 계기로 셀린느에서 처음으로 남성복을 선보인다는 건 굉장히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모두 기대했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역시나, 예상하고 걱정한 대로 그의 첫 셀린느 남성 컬렉션은 아주 명백하게 셀린느보다 에디 슬리먼에 가까웠다. ‘자가복제설’로 에디 슬리먼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반대로 비난하는 여론이 팽팽히 부딪혔다. SNS는 소리 없이 시끄러웠다. 온라인 중고 시장에선 ‘에디 슬리먼 효과’로 셀린느의 주가가 수직 상승하기도 했다. 피비 필로의 셀린느에 대한 값어치였다. 디자이너가 바뀌었다고 하여 이렇게까지 난리인 적이 또 있었나? 어쨌든 에디 슬리먼이 대단한 이슈 메이커인 것만은 사실. 그럼에도 셀린느는 여전히 신성시되는 브랜드로 건재할 거다. 이제 에디 슬리먼의 팬들이 나설 차례.


 2  런웨이와 스트리트를 평정한 어글리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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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캘빈 클라인 205W39NYC의 카를로스 10. 2 발렌시아가의 트랙 스니커즈. 3 베르사체의 체인 스니커즈. 4 발렌티노의 히어로 트라이브.

1 캘빈 클라인 205W39NYC의 카를로스 10. 2 발렌시아가의 트랙 스니커즈. 3 베르사체의 체인 스니커즈. 4 발렌티노의 히어로 트라이브.

지난해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가 몰고 온 투박한 아웃솔과 묵직한 자태의 운동화, 일명 어글리 슈즈 열풍이 올해 방점을 찍었다. 운동화 하나 끝내주게 잘 만드는 발렌시아가는 기세를 몰아 2018 F/W 컬렉션에서 트레킹화가 연상되는 새로운 모델 ‘트랙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콧대 높은 브랜드가 모두 가담할 줄은 몰랐다.

크리스 반 아쉐가 디올 옴므에서 마지막까지 활약한 결과물 청키 러너, 브랜드의 체인 모티브를 밑창에 활용해 운동화조차 관능적으로 만든 베르사체의 체인 스니커즈,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돌며 팝업 스토어를 통해 인기를 얻은 발렌티노의 히어로 트라이브, 새로운 프린트를 덧입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구찌의 롸이톤과 플래시 트랙, 여성 컬렉션에 등장했지만 남성의 취향을 여지없이 관통한 루이 비통의 LV 아치 라이트, 극도의 간결함을 추구하는 캘빈 클라인 205W39NYC까지 합세한 카를로스 10, 불규칙한 마감 처리로 어글리 스니커즈의 정점을 찍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퓨전 로톱 그리고 아식스를 단숨에 힙한 브랜드로 만든 키코 코스타디노브의 아식스 시리즈까지.

이름만 들어도 형태가 번뜩 떠오르는 운동화의 활약이 대단했다. 이러한 열풍은 트레킹 전문 브랜드 살로몬, 호카 오네 오네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푸마, 휠라 등 대중적으로 이어져 그야말로 어글리 스니커즈의 춘추전국시대였다. 


 3  숫자로 정리한 2018 이슈

  • 10 + Off White
    버질 아블로는 탁월하고 명민한 엔터테이너다. 그의 활약 중 하나는 다양한 브랜드들과의 지칠 줄 모르는 협업. 지난해 나이키와의 대규모 캡슐 컬렉션인 더 텐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 그는 올 한 해도 한계 없는 협업을 펼쳤다. 나이키와 컨버스는 물론, 바이레도, 리모와, 이케아까지 일말의 희망을 안고 여지없이 응모에 줄 설 수밖에 없던 협업들을 모두 세어보니 총 10개 브랜드. 이 정도 규모라면 각 컬렉션의 제품들을 모아 방 하나쯤은 거뜬하게 꾸밀 수 있지 않을까.

  • © ADRIEN DIRAND

    © ADRIEN DIRAND

    © ADRIEN DIRAND

    70,000 +Dior Men
    킴 존스는 모두를 놀라게 하는 방법만 안다. 도무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디올에서 선보인 첫 컬렉션에 모두 주목했고 다들 감탄을 내뱉었다. 킴 존스는 카우스로 잘 알려진 브라이언 도넬리와 함께 디올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탐구했다. 원형 막사처럼 꾸민 쇼장 가운데에는 웅장한 카우스의 컴패니언이 세워졌다. 컴패니언은 브랜드 창시자 크리스찬 디올의 오마주. 그가 평소 좋아하던 디올 정원의 작약과 장미로 컴패니언을 장식했다. 총 7만 송이의 꽃을 사용해 만들었다면 그 위용이 어느 정도 상상 갈까.

100 + Solid Homme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은 솔리드 옴므가 지난 2019 S/S 헤라 서울 패션위크의 오프닝 쇼로 기념비적인 ‘SOLID/BEYOND 30’ 컬렉션을 선보였다. 야외에서 펼쳐진 이번 컬렉션은 지난 시즌에 이어 반전과 평화를 조명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베트남의 무캉차이에서 영감받은 구조물 사이로 1백 명의 모델이 런웨이를 누비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1백 가지 룩을 통해 단단하고 대중적인 솔리드 옴므의 세월과 현재를 감상했다. 시대가 바뀌었고, 패션 흐름은 규칙 없이 흐른다. 솔리드 옴므는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킨다.


 4  올 한 해 활약이 돋보였던 남자들의 말

  • 마크 괴링

     

     “내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이게 바로 독일인이 프런트 로에서 패션을 대하는 방식.” 
    <032C> 홈페이지에 포스팅한 포토 다이어리 중 자크 뮈스 첫 남성 데뷔 쇼를 본 날의 일부

    베를린 기반의 <032C> 매거진의 패션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마크 괴링(Marc Goehring). 버즈 커트와 요란하고 괴짜 같은 선글라스가 시그너처 스타일이다. MCM의 2018 F/W 캠페인의 전반적인 스타일링을 담당하기도 했다.

     

  • 마사유키 이노

     

     “아마도 내 옷이 가장 재밌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LVMH 프라이스 수상 후 인터뷰 중 

    마사유키 이노(Masayuki Ino)는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 더블렛(Doublet)의 디자이너로 마크 제이콥스, 칼 라거펠트, 조너선 앤더슨, 클레어 웨이트 켈러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LVMH 프라이즈의 2018년 우승을 거머쥐었다.

     

  • 다카히로 기노시타

     

     “스트리트 스타일을 찍는 <뽀빠이>의 특집 기사에서, 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던 브랜드가 바로 유니클로였다. 이런 흥미로운 점 때문에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에 합류하게 됐다.” 
    유니클로로 새 시작을 하는 소감을 밝히며

    <뽀빠이> 매거진의 편집장 다카히로 기노시타(Takahiro Kinoshita)는 나이가 무색한 일본의 패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유니클로 집행위원으로 임명돼 브랜드의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맡을 예정이라고.

     

  • 수민

     

     “모델 일 중 가장 재미있던 경험은 첫 시즌에서 10개의 쇼를 섰고 팀 워커와 작업했던 것.” 
    모델스닷컴 ‘이 주의 모델’ 인터뷰 중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한국 모델 중 묘한 표정이 뇌리에 박히는 YG케이플러스 소속의 수민(Xu)은 2019 S/S 시즌 총 21개의 컬렉션 무대에서 모델스닷컴의 런웨이 부문 1위에 선정됐다.

     

  • 에드워드 에닌풀

     

     “나에게 다양성은 단지 피부색이 아니라 관점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잡지의 언어 일부여야 하고. 그게 바로 요즘 사회다.”  
    미국 <보그>와의 인터뷰 중

    영국 <보그>의 편집장으로 1주년을 맞이하는 에드워드 에닌풀(Edward Enninful)은 1916년 창간한 영국 <보그> 역사상 첫 번째 남자 편집장이다.

     

  • 커비 장 레이먼드

     

     “나는 파이어 모스가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어떻게 상업이 회화로 치환되는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CFDA와의 인터뷰 중

    파이어 모스를 이끄는 커비 장 레이먼드(Kerby Jean-Raymond)는 뉴욕 컬렉션에서 인종차별을 심도 있게 풀어낸 컬렉션으로 주목받았다. 올 한 해는 CFDA 어워드에서 우승했고, 어셔의 무대 의상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현재 가장 촉망받는 디자이너다.

     

  • 에디 슬리먼

     

     “셀린느에서는 디올과 생 로랑이 가진 역사의 무게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더 쉽게, 자유롭게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셀린느 데뷔 쇼를 앞두고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 중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셀린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로고, 남성 컬렉션 론칭, 그야말로 ‘뉴 셀린느’를 재정립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피날레 인사에 등장하던 그의 모습은 올해의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 엘리어스 리아디

     

     “PAQ는 기본적으로 <톱 기어>와 같다. 단지 차 대신 옷이 주제라는 것뿐.” 
    <가디언> 인터뷰 중

    엘리어스 리아디(Elias Riadi)가 세 친구와 함께 만든 패션 유튜브 채널 ‘PAQ’는 매주 목요일 스트리트 패션의 다양한 볼거리와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한다. 현재 구독자 수는 약 46만 명이 넘었다.

     


 5  날로 커져가는 서울과 한국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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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리와 도쿄에 이어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메종 키츠네 카페. 2 ‘제주러브랜드’에서 화보를 진행한 <리-에디션> 매거진의 화보 속 한 장면. 3 석촌호수 위에서 여유로운 연휴를 즐기고 있는 컴패니언.

1 파리와 도쿄에 이어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메종 키츠네 카페. 2 ‘제주러브랜드’에서 화보를 진행한 <리-에디션> 매거진의 화보 속 한 장면. 3 석촌호수 위에서 여유로운 연휴를 즐기고 있는 컴패니언.

올 상반기만 해도 반가운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축하하고자 방문한 겐조의 듀오 디자이너 캐럴 림과 움베르토 레온을 시작으로 매치스패션닷컴과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을 론칭한 찰스 제프리가 한국 땅을 밟았다. 하반기는 더욱 쉴 새 없었다. ‘드디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메종 키츠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와 메종 키츠네 카페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했다. 특히 파리, 도쿄에 이어 서울의 카페는 전 세계 3번째로 문을 열었다.

이를 축하하기 메종 키츠네의 디자이너 길다 로에크와 마사야 구로키가 빠지지 않고 방한했다. 디자이너 톰 브라운은 리미티드 에디션 ‘톰 브라운 골프 컬렉션’을 선보이며 10 꼬르소 꼬모 청담에서 프리뷰 파티를 성대하게 열기도 했다. 쟁쟁한 이벤트 사이에서도 9월에 공개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XXX 컬렉션’ 론칭 행사는 곱씹어 기념할 만하다. 전 세계 최초 공개 도시로 서울을 택했고 각별히 한국 한정판까지 선보였다.

모두가 ‘왜 하필 서울이야?’라는 의문에 브랜드의 수장인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아레나>와의 인터뷰에서 ‘열린 마음으로 트렌드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있고, 스타일리시한 젊은 친구들이 가득한 곳’이라고 답하며 서울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카우스의 글로벌 공공 미술 프로젝트 ‘카우스: 홀리데이’는 잠실 석촌호수에서 시작했다. 오사카에서 부산까지 비행기 타고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해 포카칩 과자와 회, 씨앗호떡 등 ‘먹방’을 찍고 ‘혼자 여행 갈래’라는 기사를 담은 <뽀빠이> 매거진의 11월호, 제주도에 있는 성인 테마파크 ‘제주러브랜드’에서 한국 모델들과 화끈한 화보를 찍은 <리-에디션> 매거진까지. 이토록 ‘코리아 이슈’로 풍성했던 2018년이었다.  


 6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한 패션 브랜드들

패션계는 꾸준히 환경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패션 산업의 중심이 되는 하우스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건 모피 반대 캠페인 ‘퍼-프리(Fur-free)’다. 구찌는 2018년부터, 베르사체는 2019년부터 모든 컬렉션에서 모피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구찌의 최고경영자 마르코 비차리(Marco Bizzarri)는 모피 사용 중단 선언을 하면서 ‘모피가 아직도 현대적인 스타일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외에도 최근 퍼-프리에 동참할 것을 밝힌 브랜드를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버버리, 장 폴 고티에, 존 갈리아노, 훌라, 마이클 코어스, 그리고 최근 발표한 코치까지. 올해 또는 내년 컬렉션부터 이 브랜드들의 런웨이에서 모피는 사라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영국패션위원회(BFC)가 런던 패션위크의 공식 스케줄에 참여하는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모피 사용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환경을 대하는 패션계의 바람직한 태도가 앞으로도 널리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7  1990년대에 응답한 리에디션 열풍

2018년도 트렌드 전반에 깊숙이 스민 1990년대를 향한 노스탤지어는 자연스레 리에디션(복각)으로 이어졌다. 보기만 해도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아이템과 브랜드의 반가운 컴백 소식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일례는 폴로 랄프 로렌의 스노우 비치 컬렉션이다. 1993년에 선보인 모습을 그대로 살린 이 컬렉션은 동시대적인 트렌드를 가미해 원색 캡슐과 블랙 & 화이트 캡슐 2가지로 돌아왔다.

이를 손에 넣기 위해 오리지널 모델 출시 당시에 태어났을 법한 파릇한 세대가 매장 앞에 줄을 서며 품절까지 기록한 모범적인 사례. 한동안 잊혔던 브랜드 페리 엘리스 아메리카는 매치스패션닷컴과 손잡고 재기에 성공했다. 나일론 소재의 트랙 수트, 워싱 데님 팬츠 등 옛 감성 그대로의 아이템을 필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여전히 건재한 타미 힐피거 진스도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1985년도에 출시한 검을 든 사자가 월계수에 둘러싸인 로고, 타미 크레스트를 꺼내 들고 ‘타미 진스 크레스트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1990년대 러너들이 즐겨 신던 휠라의 보비어소러스가 실루엣을 유려하게 다듬어 ‘보비어소러스 99’ 이름으로 재기했고, 리바이스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리바이스 실버탭’을 다시 선보이며 열풍에 동참했다.


 8  더 많이, 더 크게, 더 다양하게 변신한 로고 플레이

올 한 해 브랜드의 개성을 완벽히 담은 브랜드 로고는 디자이너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됐다. 상반기는 각 메종의 취향이 유독 돋보이는 시즌이었다. 글자마다 무지개색을 덧입힌 버버리, 연한 분홍색 반소매 티셔츠에 새하얀 브랜드 로고 존재감을 드러낸 베르사체, 로고를 간결하게 재해석한 발렌티노의 ‘VLTN’이 그 예. 하반기에는 로고를 다채롭게 다뤘는데, 손가락 ‘V’ 제스처와 알파벳 ‘L’을 더해 재치 있는 ‘Peace and Love’ 로고를 선보인 킴 존스의 마지막 루이 비통, 1990년대 추억의 로고를 부활시킨 프라다의 이네아 로사가 대표적이다.

활약상으로 따지면 펜디를 빼놓고 로고 플레이를 논할 수 없다. 인스타그램 작가 헤이 라일리(@hey_reilly)와 함께 만든 ‘펜디 마니아’ 로고는 누가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휠라와 협업했다’는 오보가 날 정도로 화제가 돼 로고 플레이의 화력을 증명했다. 로고의 활약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공개된 킴 존스의 디올 맨에서는 여성 컬렉션에서만 활용했던 디올의 오블리크 로고 패턴을 시스루 톱과 시니커즈 등에 새겼다. 자신의 옷과 브랜드를 과감히 드러낼 줄 아는 당돌한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으로 큼직한 로고 시대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올 한 해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떠올렸다.

Credit Info

EDITOR
최태경, 김장군, 이상
PHOTOGRAPHY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이맥스트리

2018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최태경, 김장군, 이상
PHOTOGRAPHY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이맥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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