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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빌론의 모험

On November 15, 2018

인생은 길고 음악도 길다. 13곡을 꽉 채운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베이빌론의 음악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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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코트·팬츠 모두 김서룡, 스니커즈 베르사체 제품.

 

요즘 가요 중에 ‘힙’하다고 평가받는 곡에는 ‘베이빌론’의 이름이 꼭 들어간다. 지금 들어도 신나고 여름에 들으면 더 신나는 지코의 ‘Boys And Girls’ 도입 부분의 그 청량하고 경쾌한 보컬 피처링으로 홈런을 날린 이래, 베이빌론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딘, 크러쉬, 자이언티 등과 함께 대한민국의 신흥 R&B 장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얼마 전엔 <복면가왕>에서 ‘비싼무늬 토기’ 가면을 쓰고 노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최근 베이빌론은 디지털 싱글만 내도 충분한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은 <CAELO>. 라틴어로 ‘천국, 천상’이란 뜻이라고 했다. 그는 앨범에 수록된 13곡 하나하나를 정성껏 설명했다. 어느 하나 그냥 흘려듣기 미안할 정도로 진심을 담아 자신이 만들고 부른 노래를 이야기했다. 가감 없이 들어도, 이 앨범은 꽤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음원 차트에선 이 앨범을 찾아볼 수가 없다. 즐겨찾기에 <CAELO> 앨범을 추가하면서 생각했다. 차트 밖의 음악들이 절대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리 인생도, 음악도 길고 기니까.

만약 나에게 <CAELO> 앨범을 홍보하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화려한 피처링을 언급할 것 같다.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나플라부터 넉살, 슈퍼비, 더콰이엇과 버벌진트까지 보인다.
내 첫 정규 앨범인 데다, 총 13곡이 들어가는 구성이다. 물론 나 혼자 이끌어가는 곡들도 있지만, 내 목소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앨범 전체 구성이 내가 원하는 방향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Karma’란 곡에는 넉살, 더콰이엇, 버벌진트, 테이크원, 비와이가 참여했다. 래퍼 다섯 명이 함께하는 곡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서 시도해보고 싶었다. 일종의 실험이었다. 보컬리스트와 래퍼 다섯 명이 조화를 이루는 건 어떤 느낌일지 나도 궁금했다.

사실 나는 음원 차트 상위권의 곡들을 별로 즐겨 듣진 않는다. 내 취향이 아니라서다. 하지만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이 아닐지라도 차트에 있는 곡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을 거다. 대중의 취향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물론이다. 요즘에 어떤 음악이 트렌드인지, 어떤 멜로디나 가사에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늘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영향을 받았다. 지코와 함께 불렀던 ‘Boys And Girls’가 차트 1위 하면서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좋은 노래를 선보여야겠다는 부담감, 중압감이 생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하면 음악을 만드는 내 자신이 힘들겠구나’ 싶어서 진득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

방금 이야기한 ‘Boys And Girls’가 어떻게 보면 대중이 베이빌론에게 원하는 모습일 수 있다. 밝고, 경쾌하고, 청량한 느낌.
맞다. 그 곡이 가장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내 캐릭터를 그렇게 기억해준다.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 내 안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그런 맥락에서 <복면가왕>에도 출연한 걸까? 어떤 경험이었나?
나에게는 진짜 너무나 새로운 포맷의 라이브 방송이었다. 일단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해야 하니까 호흡이 정말 힘들었다. 복면 쓰고 털옷 입고, 무대 조명도 엄청 강해서 가만히만 있어도 땀범벅이 됐다. 녹화 시간이 거의 13시간 가까이 되니까, 컨디션 관리를 세심하게 하지 않으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내 잠재력을 더 끌어올려야 했다.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지.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나는 한 곡 부르고 떨어질 줄 알았다. 1라운드에서 이미쉘 씨를 만났는데, 너무 잘하는 거다. 이분이 리허설 때는 굉장히 살살 부르길래 실력을 미처 확인 못했는데, 본 방송이 시작되니까 진짜 잘하는 거다. ‘아, 오늘 1라운드에서 떨어지겠구나’ 생각되면서 회사 이사님과 매니저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하하.

왜?
왜냐면 이 방송은 비밀 보장이 엄청 중요해서, 합주할 때 매니저들도 가면을 써야 한다. 서로 누구 매니저인지 알아보면 안 되니까. 그렇게 다 같이 고생하면서 준비한 방송인데, 나 때문에 허무하게 일찍 집에 가면 얼마나 미안하겠나.

인터뷰에서 늘 MMM 크루를 언급하던데 어떻게 만난 친구들인가?
라스트 나잇 형을 우연히 소개받고 친해졌는데, 1년 반 동안 음악 얘기는 안 하고 먹으러 다니기만 했다.(웃음) 그러다 성격이 참 잘 맞고 재밌어서, 같이 음악 작업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 팔로알토 형에게 피처링을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다. 전혀 친분이 없는 사이였는데도 ‘이 곡을 듣고 맘에 들면 피처링을 해주시고, 아니면 냉정하게 거절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답장이 왔고, 팔로알토 형이 피처링을 도와주면서 나중에 형의 곡 ‘Good times’ 브리지 부분을 녹음했는데, 그걸 듣고 개코 형이 연락해왔다. 개코 형과 작업한 곡을 듣고 빈지노 형이 연락해왔다. 또 그 곡을 듣고 지코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런 식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와, 진짜 베이빌론의 음악 모험을 듣는 기분이다. 우연이 꼬리를 물고 지금의 베이빌론이 됐네. 그만큼 모두가 찾던 목소리라는 얘기도 되겠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잘했지?
확신은 없었다. 팔로알토 형 앨범에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 목소리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줘서 ‘좀 더 연구하고 연습하자’ 결심했지.

얼마 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걸 봤다.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멋들어지게 부르던데. 그런 음악들을 듣고 자란 건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접했다. 집에 늘 유재하, 김현식, 양희은 선배님의 노래가 흘렀다. 어린 마음에도 ‘이 노래 정말 슬프다. 그런데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불렀던 것처럼 가요사에 획을 그은 선배님들 곡을 모아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어보고도 싶다. 난 아직 하고 싶은 게 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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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로 입은 검은색 패딩 톱 울리치, 노란색 패딩 점퍼 타미 진스, 조거 팬츠 캘빈 클라인 진, 스니커즈 나이키 제품.

 

 “내 안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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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로 입은 니트 톱 베르사체, 조거 팬츠 캘빈 클라인 진, 가죽 재킷 포저, 목걸이 에디터 소장품.


인생은 길고 음악도 길다. 13곡을 꽉 채운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베이빌론의 음악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Credit Info

FEATURE EDITOR
서동현
FASHION EDITOR
노지영
PHOTOGRAPHY
이유
HAIR&MAKE-UP
장해인
ASSISTANT
정진호

2018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FEATURE EDITOR
서동현
FASHION EDITOR
노지영
PHOTOGRAPHY
이유
HAIR&MAKE-UP
장해인
ASSISTANT
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