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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년

On September 12, 2018

정진운의 10년 전과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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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수트는 김서룡, 캐멀 컬러 니트는 제이리움, 스카프는 인스턴트펑크, 아이보리 스니커즈는 컨버스 제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와, 알아봐주니 고맙네. 10kg 정도 뺐다. 출연 중인 드라마(<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 너무 부하게 나오면 안 되니까. 사실 그동안은 벌크업된 내 모습을 좋아했다. 맞는 옷이 없다고 스타일리스트가 투덜대면, 그 모습에 희열을 느끼곤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살을 빼고 나니 좋은 점이 더 많다. 날렵해 보이기도 하고, 예쁜 옷도 많이 입을 수 있고. 사실 이번 화보도 살 뺀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 찍겠다고 했다.

다이어트 비법이 있다면?
일단 공장에서 가공된 음식은 일절 안 먹었다. 밥도 도정하지 않은 현미만 지어 먹었다. 논밭에서 나온 것들, 그러니까 고구마, 감자, 호박 같은 채소를 삼시 세끼 배불리 먹었다. 단백질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는 흰살 생선 위주로 섭취했고. 사실 공장에서 생산한 닭 가슴살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당연 운동도 열심히 했다. 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초보자에게 크로스핏은 ‘비추’다. 잘못하면 관절 다 나가거든. 그보단 서킷 트레이닝이 훨씬 좋다. 턱걸이하고 어깨 운동하고, 바로 이어서
케틀벨 운동하는 정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몸을 만들 수 있다. 단, 올바른 자세로 운동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말하고 보니 헬스 트레이너가 된 기분이다. 하하.

그럼 이제 연예인 정진운 얘기를 해보자. 올해가 데뷔 10주년이더라. 감회가 남달랐을 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렇지 않았다. ‘아, 나 10년 됐구나’ 이 정도? 아직 나를 찾아주는 데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10년 전에 함께 활동하다 잊힌 친구들도 많으니까. 게다가 나는 한 번 바닥을 친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한 번 떨어졌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에이, 지나친 겸손이다. 정진운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교통사고 후 1년 반 정도 재활을 했다. 그 후로 방송이 거의 안 들어왔다. 돈이 없어서 빚도 졌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봤는데, 눈에 욕심이 가득 찬 내가 서 있더라. 그때 다짐했다. 가리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해야겠다고. 지금은 그저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요즘은 바쁜 게 너무 좋다. 하루 스케줄이 두 개, 세 개 겹친 날이 제일 행복하다.

10년 전과 지금을 생각해보면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여유가 많이 생겼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항상 불안하고 초조했다. 2AM의 인기가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금세 다 잃어버릴 거 같고. ‘죽어도 못 보내’로 활동할 때가 특히 심했다. 그때 함께 일했던 회사 식구들을 지금도 가끔 만나는데, 내가 엄청 신경질적이었다고 하더라. 아마 너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런 불안함과 초조한 마음을 내려놓은 계기가 있었나?
2AM이 점점 1위에서 멀어지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도 엄청 힘들었다.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다했다고 생각했거든. 멤버 형들도 비슷했을 거다. 그러다 형들이랑 “우리만의 음악을 해보자, 좀 더 트렌디한 거 해보자” 이런 얘기가 나왔다. 순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다. 나 음악 하는 사람이었는데, 내 꿈은 록 스타인데, 내가 왜 돈과 명성에 집착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 나는 한 번쯤 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리는 사람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정진운은 데뷔 초부터 록 스타가 될 거라고 했다. 그러기엔 드라마나 예능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록 스타는 나 혼자 다 해먹는 거다. 밴드도 정말 멋있게 하고, 연기도 엄청 잘하고, 예능도 한 번 나갈 때마다 다 뒤집어놓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보위를 정말 존경하는데, 데이비드 보위는 최고의 록 스타였지만, 연기도 하고, 무대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나. 그런 록 스타가 되고 싶다. 후배에게 존경받는 스타.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이제 겨우 10년을 한 거다.

혹시 2AM 시절이 그립지는 않나?
아니 전혀. 눈치 안 보고 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2AM 형들과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음악 성향은 다들 조금씩 다르다. 2AM 시절에 내가 쓴 곡이 앨범에 수록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디렉팅을 하다가 스트레스성 위염이 왔다. 내가 막내이다 보니 “형, 이렇게 불러주세요” 하는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 우리는 오히려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더 돈독해졌다. (조)권이 형은 입대 전날까지 자주 봤고, (이)창민이 형과는 주로 술을 마신다. 먼저 군대에 간 (임)슬옹 형과도 자주 전화하고.
언젠간 2AM으로 다시 꼭 뭉칠 거다. 그땐 서로 만든 음악을 같이 불러보자고 약속했다. 물론 나까지 군대에 다녀온 후가 되겠지만.

 

“아직 나를 찾아주는 데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게다가 나는 한 번 바닥을 친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한 번 떨어졌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2AM과 정진운 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트 순위? 하하. 사실 처음엔 좀 놀랐다. 50위 안에도 못 들어갈 줄은 몰랐거든. ‘와, 이렇게 멋있는데, 50위도 못한다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문제더라. 나는 어떤 가수의 앨범을 사도 타이틀 곡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대중적인 성향이 아니다. ‘순위에 없는 게 당연하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 하는데!’ 아마 다음 달에 발표할 노래도 차트에서는 볼 수 없을 거다. (윤)종신이 형이 처음 들어보더니 “굉장히 콘셉추얼하구나?” 하셨거든. 하하.

어떤 음악이기에?
신나는 신스 팝이다. 멕시코 등 남미 여행을 하면서 느낀 활동적이고 컬러풀한 느낌을 많이 담았다. 음악에 대한 영감을 여행 중에 많이 찾는 편인가 보다. 그런 편이다. 그 나라의 자연환경이나 건축물, 미술, 음식, 술 이런 것에서 불현듯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 또 사람들에게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나라마다 사람들 특성이 조금씩 다르지 않나.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의 시야로 들어가서 생각하다 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꽤 많이 생긴다. ‘저 사람은 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런 생각하는 것도 재밌고. 

그럼 나는 지금 정진운을 어떻게 보고 있을 것 같나?
음…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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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니트는 H&M, 흰색 팬츠는 누마레, 목걸이는 에이징CCC,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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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SEPTEMBER 191 카디건은 제이리움, 녹색 모자는 브라운햇, 갈색 벨트는 에이징CCC, 녹색 팬츠는 코스, 갈색 로퍼는 유니페어,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진운의 10년 전과 10년 후.

Credit Info

GUEST EDITOR
이승률
PHOTOGRAPHY
오태진
STYLIST
이민규
HAIR&MAKE-UP
이현정

2018년 09월호

이달의 목차
GUEST EDITOR
이승률
PHOTOGRAPHY
오태진
STYLIST
이민규
HAIR&MAKE-UP
이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