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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CJ ENM의 레이블 전략은 어디로 향하나

On September 21, 2018

<프로듀스> 시리즈를 거치며 자체 레이블을 만들고 기존 소속사들을 인수해온 CJ ENM에게서는 이제 콘텐츠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로서의 야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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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난 7월 21일, 방탄소년단(BTS)의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이 합작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CJ ENM이 전체의 52%, 빅히트가 48%를 투자하는 총 70억원 규모의 회사다. 어떤 회사가 될지, 목적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운영을 시작하는지 그 무엇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또 세계에서 지금 가장 핫한 K-팝 스타 콘텐츠를 보유한 빅히트와 CJ ENM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술렁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놀랍긴 하지만 사실 새로운 움직임은 아니다. 빅히트의 경우와 방법이 다를 뿐 CJ ENM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다른 기획사를 인수, 합병하거나 전략적인 제휴를 맺는 식으로 덩치를 불려왔다. 이른바 ‘레이블 체제’로 간다는 선언이다. CJ ENM이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름이 있다.

유튜브에서 CJ ENM이 유통하는 콘텐츠를 검색하면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이 뜬다. 한국 연습생과 일본 AKB48 사단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Mnet의 <프로듀스 48>에 출연한 걸 그룹 프로미스나인의 장규리, 지난해 방송된 <아이돌학교> 출신 연습생인 배은영과 조유리, 이시안의 소속사도 스톤뮤직이다. 말하자면 CJ ENM의 음악 사업 관련 브랜드가 스톤뮤직인 셈인데, 스톤뮤직 산하에 ‘파트너’라 불리는 아주 많은 레이블이 있다.

다이나믹 듀오의 아메바컬처, 박재범과 사이먼 도미닉이 이끄는 AOMG, 팔로알토의 하이라이트레코즈, 도끼의 일리네어 레코즈, 빅스와 구구단 등이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프로듀스 101> 시즌 1 출신의 솔로 가수 청하가 소속된 MNH엔터테인먼트, 오마이걸이 있는 WM엔터테인먼트 등 스톤뮤직 홈페이지 기준 총 22개다. 여기에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과 윤지성의 소속사 MMO(무려 Mnet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인 ‘Music Makes One’의 약자다) 엔터테인먼트 역시 CJ ENM의 계열사고, 최근에는 CJ ENM이 뉴이스트와 세븐틴, 프리스틴의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계획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너무 복잡한가? 어떤 회사나 어떤 아티스트가 CJ ENM에 소속돼 있는지 전부 외울 필요는 없다. 기억할 것은 딱 하나, CJ ENM이 음악 사업에서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회사와 스타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CJ ENM이 음악 산업 안에서 주로 해온 일은 플랫폼 역할이었다. 방송을 통해 스타를 발굴하고, 다른 기획사에서 만든 콘텐츠를 유통했다. <슈퍼스타K> 출신의 로이킴과 박보람을 영입한 것처럼 아티스트의 제작이나 매니지먼트도 맡았지만 비중으로 따지자면 미미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콘텐츠는 스타고, 직접 스타를 만들거나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사업에도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예로 들자면 그 빈틈은 이렇다. 누군가를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장 서사를 통해 스타로 만든다. 그렇게 탄생한 스타로 수익을 창출한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라도 한다면 수익은 더더욱 막대해진다. 이 과정에서 CJ ENM이 얻어온 것은 어디까지나 플랫폼으로서의 이익이었다. 워너원의 강다니엘과 윤지성처럼 수익의 원천인 스타가 CJ에 소속된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니까 CJ ENM의 변화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은 명확하다. 제작 노하우가 쌓인 다른 회사의 힘을 빌려서라도 스타를 직접 만들거나, 최소한 그 스타들이 창출하는 수익에 지분이라도 갖겠다는 얘기다.

어떤 방향이든 규모가 작은 기획사로서도 레이블로 들어갈 수 있다면 딱히 손해 볼 건 없다. 몇 년 전 엔터테인먼트 회사 간의 인수와 합병이 한창 활발해지기 시작했을 때, 한 기획사 관계자는 말했다. “가령 이런 거예요. 메이저 기획사들의 가장 큰 장점이 각종 플랫폼을 활용하는 능력이거든요. 해외 담당자를 국가별로 둘 수도 있고, 아주 사소하게는 SNS 담당자들을 따로 둬서 플랫폼적인 접근을 더 용이하게 만들어줘요.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 기획사의 산하 레이블로 들어가면 작은 기획사는 콘텐츠 제작에만 역량을 쏟을 수 있는 거죠.” 방탄소년단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K-팝 산업은 점점 더 넓은 세계를 무대로 삼고 있으며, 작은 규모로는 인력 수급이나 시스템상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해나가는 데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작은 회사들은 큰 회사가 보유한 유통과 홍보 시스템이, 큰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스타라는 카드가 필요한 만큼 서로 윈-윈이다. 심지어 CJ ENM은 최근 오쇼핑과 합병하며 미디어와 커머스를 공격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했다. CJ ENM이 프로그램을 만들면, 오쇼핑은 광고를 넣어 돈을 번다. 거기에 꼭 필요한 게 스타다. 음악 산업에 한정된 전략은 아니지만, 현재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과 영향력이 가장 큰 것이 음악임은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미래에 중요한 고객이 될 10대 팬들을 기반으로 삼는 K-팝 아이돌 산업이야말로 선점해야 할 판인 것이다.

수익의 원천 콘텐츠인 스타(특히 아이돌)와 미디어를 결합해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보겠다는 꿈은 CJ ENM만 꾸는 것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SM C&C와 올해 초 인수한 키이스트를 통해 이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작 중이고, JYP엔터테인먼트는 JYP픽쳐스를 통해 웹드라마 등을 만들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또한 영상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음원 사이트 멜론과 영상 유통 플랫폼 원더케이(1theK)를 보유한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은 CJ ENM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카카오M에는 배우 중심의 엔터테인먼트사뿐만 아니라 아이유,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가 소속된 플랜에이, 몬스타엑스와 케이윌, 소유 등이 있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문화인 등이 속해 있다. 모두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누가 가장 먼저 그 그림을 완성하게 될까? 아직은 무엇도 섣불리 예상할 수 없지만, 적어도 SM과 YG, JYP가 ‘3대 기획사’로 불리던 시절 다음의 챕터로 넘어갔다는 건 알겠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거치며 자체 레이블을 만들고 기존 소속사들을 인수해온 CJ ENM에게서는 이제 콘텐츠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로서의 야심이 보인다.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WORDS
황효진(칼럼니스트)
ILLUSTRATOR
Hey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