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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미래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달 2일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단속에 나섰다. 인류와 플라스틱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UpdatedOn September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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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발행된 <라이프>지에서는 미국의 한 가족이 하늘에서 눈처럼 내리는 플라스틱 상품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사진이 실렸다. 일회용 플라스틱 덕에 ‘쓰고 버리는 편리한 생활’이 시작된 것을 예찬하는 사진이다. 오늘날 플라스틱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었던 합성수지 기술의 발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합성고무를 발전시켜 단기간에 유럽을 점령해 나가던 독일을 제압하기 위해 미국은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 폴리에틸렌, PVC와 같은 플라스틱 합성수지 소재들을 개발해 전쟁에 응용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 에니악(ENIAC)과 더불어 나치를 물리치는 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이 신소재는 지구촌 문명의 거의 모든 분야에 은총을 내리기 시작한다. 이 기적의 소재 덕에 비행기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싣고 하늘을 날았고,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운송기기를 경량화해 연료를 아끼고 환경오염을 줄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달에 갈 수 있었고, 의료 산업에 큰 변혁을 맞이했다.

듀퐁의 화학자였던 얼 C. 터퍼는 1948년에 전쟁에서 레이더 케이블로 사용된 플라스틱으로 음식 저장 용기를 만들어 매우 저렴한 데다 잘 깨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내세워 대성공을 거두었다. 플라스틱은 기존의 제조 기술과 비용적인 한계가 있었던 다른 소재들과 달리 오늘날의 코딩처럼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대부분 실현시킬 수 있는 꿈의 소재였다. 점착성이 좋고 매우 얇은 랩의 형태가 되면 음식의 유통기한을 늘려주고, 천처럼 부드러우면서 질겨지면 자동차의 에어백이 되고, 고강도의 두꺼운 덩어리가 되면 헬멧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20세기 초 풍부한 에너지를 우리에게 공급해주던 물질인 석유를 이용하여 폴리머 사슬로 연결하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즉 PET가 만들어져 가난한 이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여 인명을 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존 소재를 대체하여 동물 보호에도 기여했다. 19세기 무렵 당구공은 상아로 만들었는데, 코끼리 수가 줄면서 점점 상아가 귀해지고 값이 오르자 뉴욕의 한 당구용품 회사에서는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제안하는 사람에게 1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그 결과 초창기 플라스틱 소재인 셀룰로이드로 당구공을 만들면서 당구는 귀족만 누리는 전유물이 아닌 술집에서도 노동자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바뀌었고, 야생 동물을 멸종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플라스틱은 환경과 사람을 위하는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순간에 플라스틱은 존재한다. 이제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리고 끊임없이 필요하고, 소비하고, 생산된다. 초기 2백10만 톤이었던 생산량이 1993년에는 1억4천7백만 톤으로 늘어났다가 2015년에는 4억7백만 톤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사실상 이제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중 절반이 지난 15년 동안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장을 보고 상품을 비닐에 넣어 나오는 순간, 전 세계에서 8천6백49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다. 매년 모든 지구상의 사람들이 각자 일회용 플라스틱을 136kg 소비하고 버리는데, 4억7백만 톤이 넘게 생산되는 플라스틱 중 거의 절반은 일회용이다. 대부분 구매 후 하루가 채 안 되어서 버리는 포장재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 개의 비닐봉지가 소비된다. 분당 거의 2백만 개씩 소비하는 셈인데, 비닐봉지의 실제 사용 수명은 평균 15분이다. 우리는 장을 본 후 음식과 채소에 붙은 포장재를 뜯어내고 깨끗이 분리수거하여 쓰레기를 버렸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은 그럼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가 집에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집 안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정리한 순간, 1천3백5톤의 플라스틱은 바다에 들어간다. 플라스틱이 구성 분자로 완전히 자연 분해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대략 4백50년이 걸린다는 의견부터 절대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으로 인하여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해양 동물이 생명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바다는 인류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26억 명의 사람들 대부분이 단백질 공급을 바다에서 얻는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지구 온난화만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상점에서 비닐봉지 값을 따로 받거나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제재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 아직 우리에게 보이는 바다는 깨끗하고 광활하고 아름답기만 할 뿐이다. 플라스틱은 우리가 알고 있는 덩어리보다 더 작게 쪼개져 바다에 부유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명명된 이 작은 조각들은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다. 3mm 크기의 물벼룩과 새우의 몸속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바다와 해안에는 이러한 조각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퍼져 있다.

일례로 하와이주 빅아일랜드섬의 일부 해변은 자그마치 모래의 15%가 사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플라스틱의 존재를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여 섭취하고 멸치류는 해조류로 뒤덮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는다. 붉은발슴새는 해양 동물 중 체중 대비 가장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먹는다. 그리고 어미는 새끼에게 자신이 섭취한 플라스틱 먹이를 되새김질하여 나누어준다. 시드니에서 600km 떨어진 세계문화유산지 로드 하우섬에서 죽은 작은슴새의 뱃속에서는 2백34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 새 몸무게의 15%에 해당되는 양이다. 이런 동물들은 하루 종일 섭취하여 배를 채웠는데, 영양이 없으니 기운은 빠지고 이상하게 배는 계속 고프니 영양실조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것이다.

먹이사슬의 끝은 결국 인간이다. 많은 조사기관들이 지금까지 1백14종의 어종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하였는데, 이 중 절반은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간다고 한다. 혹자는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섭취한다 한들 내장에 가득하기 때문에 살만 발라 먹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mm에서 1000억 분의 1크기밖에 되지 않는 ‘나노 플라스틱’이 동물 근육질에 흡수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사람이 실제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결론지었지만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플라스틱이 확실한 효과를 내도록 많은 연구를 했지만 플라스틱 제품의 수명이 다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서는 별로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를 이전으로 정화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리고 일회용품의 소비는 피할 수 없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더라도 플라스틱과 비닐이 없는 상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생선은 스티로폼과 랩에 곱상하게 싸여 있고, 과일과 채소는 비닐 주머니에 담백하게 들어 있다. 음료는 페트병에, 종이 박스로 포장된 과자들은 폴리스티렌으로 진공 포장되어 있다. 우리는 시장 시스템이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망가뜨린 바닷속 생태계를 고쳐내진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류에게 지구를 파괴하거나 훼손할 권리는 없다. 우리는 이 놀라운 물질에 대한 접근법을 전부 다시 생각해야 한다.

2014년 이후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케냐는 위반자에게 무거운 벌금과 징역을 부과하고 있으며, 하와이와 르완다도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2020년까지 플라스틱 접시와 컵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역시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같은 과자인데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한 장의 비닐 포장을 쓰지만, 한국은 3중으로 포장되어 나온다. 국내 대형마트들도 환경부와 ‘일회용품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었지만 몇 달째 바뀐 것은 없다. 마트에 비치된 원통형 속 비닐은 따로 소각하거나 재활용을 하지 않으면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다.

모든 건 개인, 그리고 우리로부터 시작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딘가에 버렸다고 우리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내 구역만 아니면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어도 바다는 모든 사람의 뒤뜰이거나 주거 공간이다. 이것을 우리가 지구를 온전히 미래 세대에 남겨줄 중요한 정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마션’, 화성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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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WORDS 김한규('르시뜨피존' 대표)
ILLUSTRATOR HeyHoney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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