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WATCH MORE+

뒷모습의 갈리아노

2018 F/W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첫 번째 남성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치른 존 갈리아노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그가 보낸 포트레이트는 단 한 장. 유달리 무덤덤한 뒷모습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UpdatedOn September 17, 2018

/upload/arena/article/201809/thumb/39717-332622-sample.jpg
/upload/arena/article/201809/thumb/39717-331903-sample.jpg

투명한 PVC 소재를 덧댄 나일론 소재의 흰색 오버사이즈 파카·흰색 염소 가죽 팬츠·흰색 타비 부츠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새로운 세대의 남성이 어떻게 옷을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나만의 제안을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첫 번째 메종 마르지엘라 남성 컬렉션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메종 마르지엘라 남성 컬렉션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메종 마르지엘라 오트 쿠튀르 컬렉션인 아티즈널 컬렉션에서 발달한 기술적인 해석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나의 테크닉을 발전시켜 남성복에 적용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단이라고 할 수 있다.

플록 가공, PVC 소재, 줄어든 듯한 염소 가죽 재킷, 데콜티크(décortiqué) 기법을 적용한 아란 니트 소재, 트렌치 소재와 니트 소재의 패치워크 등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하고, 패턴을 해체하거나 새롭게 조합하기를 반복하는 방식이 아주 터프하다. 기술력과 노련함을 과시하는 듯 거칠고 강렬하던데.
남성 컬렉션에서 내가 사용한 소재들은 전통적인 남성복과 오트 쿠튀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난 소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곤 한다. 의상의 코어 구조만 남기는 투명한 소재의 사용과 데콜티크와 같은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의상의 정통성에 대해 더 깊이 분석하려고 노력했고, 효과적으로 옷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리버스 드레싱(Reverse Dressing)과 같은 아이디어는 내가 이전부터 작업해오던 개념이다. 비율 조절을 통해 재킷을 최소화해 셔츠로 만드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머리가 그대로 비치는 트래퍼 해트와 같은 PVC 소재의 활용이 가장 눈에 띈다.
편안한 화려함(Relaxed Glamour)을 표현하는 데 환영적이고 변형적인 요소로서 투명한 소재를 연구했다. 고광택성, 투명한 특성을 다른 소재를 필터링하는 용도로 활용하여 새로운 느낌을 구현해냈다.

전통적인 남성복의 실루엣, 테일러링 패턴의 해체와 조합의 반복, 바이어스 커팅된 남성복 수트 등 혁신적인 시도가 가득하다. 마치 해체주의 작품 같기도 하다.
난 드레스메이커로서, 재단과 부피감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한다. 항상 나의 의도는 새로운 접근으로 옷차림을 제안하거나,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티즈널 컬렉션에서 발전시킨 아주 복잡한 테크닉은 레디투웨어 컬렉션인 데필레에 영향을 준다.

당신의 첫 메종 마르지엘라 남성 컬렉션은 그간 진행했던 여성 컬렉션과 무엇이 같고 다른가?
메종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은 같은 언어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아티즈널 컬렉션을 통해 발전된 아이디어는 시즌을 거듭하며 발전해 나간다. 아티즈널 컬렉션, 여성과 남성 데필레 컬렉션은 의상의 수, 구조, 그리고 테크닉이 서로 융합되어 있다.

여성 컬렉션과 오트 쿠튀르만 담당하던 중 갑작스럽게 남성 컬렉션을 진행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단순히 남성복이라는 관점보다, 아티즈널 컬렉션을 통해 메종 마르지엘라를 위한 새로운 언어의 첫 번째 챕터를 발전시키고 확립하고 싶었다. 또 현재 남성복 시장에서 느끼는 새로운 에너지에 매료되기도 했다. 새로운 세대의 남성이 어떻게 옷을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나만의 제안을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현재 패션계 전반에 스니커즈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하다. 대부분 브랜드에서 투박하고 ‘못생긴’ 시그너처 스니커즈를 선보인다. 2018 F/W 메종 마르지엘라 컬렉션에서도 새로운 스니커즈인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SMS sneakers)가 눈에 띄었다.
인지했을 수도 있지만,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는 많은 클래식 코드에서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매력을 제안하고자 하는 우리의 지속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한 스니커즈다.

예전의 존 갈리아노 컬렉션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버라이어티한 쇼를 선보여왔다. 지치지 않나? 대체 그 많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나?
나는 창작을 좋아하며 점진적으로 작업에 임한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피라미드식 구조를 지녔다. 아티즈널 컬렉션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는 다음 컬렉션에 반영되고, 그 영향력을 점차 확장해 나간다. 이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아이디어는 매일 겪는 일상에서 뉴스, 그 외 개인적인 경험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는 이들의 역사적인 코드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마틴 마르지엘라는 내가 원하는 것을 취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전개하라고 말해주었다.”

(왼쪽 위부터) 비브람 솔로 된 스틸토 캡 디자인의 흰색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흰색 타비 부츠·파란색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크레페 검 솔에 방수 기능의 코듀라 나일론 소재로 이뤄진 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왼쪽 위부터) 비브람 솔로 된 스틸토 캡 디자인의 흰색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흰색 타비 부츠·파란색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크레페 검 솔에 방수 기능의 코듀라 나일론 소재로 이뤄진 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왼쪽 위부터) 비브람 솔로 된 스틸토 캡 디자인의 흰색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흰색 타비 부츠·파란색 시큐리티 마르지엘라 스니커즈·크레페 검 솔에 방수 기능의 코듀라 나일론 소재로 이뤄진 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마틴 메종 마르지엘라의 헤리티지가 존 갈리아노의 메종 마르지엘라 컬렉션에 영향을 미치나?
나는 이들의 역사적인 코드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마틴 마르지엘라는 내가 원하는 것을 취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전개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들의 유산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메종 마르지엘라에 합류하고 마틴 마르지엘라와 얘기를 나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아틀리에, 화이트 코트와 같은 그의 오트 쿠튀르 코드는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리고 이 요소들이 그의 해체주의와 복원주의에 대한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굉장히 관심이 갔다. 드레스메이커로서 그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왜 피날레에 등장하지 않나?
어느 정도 익명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규정 때문이다.

당신의 컬렉션은 여전히 기괴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존 갈리아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대체 뭐가 다를까? 스스로는 알고 있나? 존 갈리아노와 존 갈리아노 같은 스타일의 차이점?
사람은 타인에게 영감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패션업계에 진정성을 기여하며 내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독창성은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패션업계 유통 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SNS를 통해 컬렉션을 생중계하고, 매장 방문보다 온라인을 통해 쇼핑하는 게 더 익숙한 세상이다. 이런 시스템엔 적응하고 있나?
2018 A/W 아티즈널 여성 컬렉션이 노매딕 글래머 (nomadic glamour)의 의미를 통해 이 질문을 다뤘다. 디지털 시대에 전자기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 유목민이 된 것이다. 나는 패션 시스템과 디지털 시대를 포함해 대체적으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인간으로서 직접적인 교류가 필요하며 이미지로 보이는 매력보다는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온라인으로 옷을 구입해본 적은 있나?
가끔씩 구입한다.

(왼쪽부터) 구스다운 나일론 패딩 점퍼가 부착된 데콜티크 기법의 인조 시어링 재킷·검은색 저지 소재 수트·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트렌치코트를 데콜티크 기법으로 재단한 아란 니트 소재 카디건 코트·파란색 글램 슬램 백·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왼쪽부터) 구스다운 나일론 패딩 점퍼가 부착된 데콜티크 기법의 인조 시어링 재킷·검은색 저지 소재 수트·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트렌치코트를 데콜티크 기법으로 재단한 아란 니트 소재 카디건 코트·파란색 글램 슬램 백·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왼쪽부터) 구스다운 나일론 패딩 점퍼가 부착된 데콜티크 기법의 인조 시어링 재킷·검은색 저지 소재 수트·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트렌치코트를 데콜티크 기법으로 재단한 아란 니트 소재 카디건 코트·파란색 글램 슬램 백·패딩 슬리퍼 모두 가격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당신의 컬렉션에선 여전히 동양 문화권의 요소가 눈에 띈다.
당신이 언급했던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긍정적인 발전 중 하나가 바로 글로벌 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동양의 도시와 문화, 트렌드와 현상을 다른 대륙의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반대로 서양 문화가 동양에서도 쉽게 접근 가능하고), 국경을 초월해 연결되는 창의적인 글로벌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는 각각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기도 하지만, 함께 공유하다 보면 이내 곧 친숙해지기도 한다.

모든 브랜드들이 ‘밀레니얼 세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 시대를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다. 이런 흐름이 당신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나는 밀레니얼 세대와 제너레이션 Z(generation Z)에 열광하며,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1년을 보내는 인턴 사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세상을 보는 시선과 삶을 접근하는 방식은 옛날 사고방식과는 너무나 다르고, 또 전염성이 있다. 나는 그들의 자유로움과 개성,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선천적인 다양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은 무엇인가?
물론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모든 것의 근원이며, 이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꿈’ 그 자체다. 그런 당신은 어떤 ‘꿈’을 그리고 있을까?

내 꿈의 많은 부분은 당신이 언급했던 밀레니얼 정신과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세상에선 쉽지 않겠지만, 이후의 새로운 세대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꿔주길 바란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최태경
PHOTOGRAPHY 레스
MODEL 김태민, 정현재, 김재식
ASSISTANT 최종근

2018년 09월호

MOST POPULAR

  • 1
    비투비, 그리고 비트
  • 2
    좋은 이웃과 더 나은 디자인
  • 3
    NEW FORMALITY
  • 4
    NEW MARK
  • 5
    이 여름이 가기 전, 신상 숙소 4

RELATED STORIES

  • WATCH

    슬기로운 시계 생활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시계 편집매장 세 곳.

  • WATCH

    커피와 시계

    커피 한잔 할래요?

  • WATCH

    VERY BEST

    해안의 매력을 담고 있으면서, 도시와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스몰 세컨즈’ 컬렉션.

  • WATCH

    THE TIME KEEPER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오메가는 이번 올림픽 역시 공식 타임키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며 환희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번 여름 올림픽과 함께한 오메가의 활약상.

  • WATCH

    책과 여름시계

    형형색색 채집된 풍경에 얹어놓은 여름의 시간.

MORE FROM ARENA

  • FEATURE

    적막만이 흐른다

    취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다뤄야 할까. 대대적인 봉쇄령에도 사람들은 일상을 지속한다. 베란다에서 글을 쓰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저항과 논쟁을 이어가고, TV 쇼에 문자 투표를 한다. 팬데믹 시대에도 라이프스타일은 지속된다. 세계 12개 도시의 기자들이 팬데믹 시대의 삶을 전해왔다. <모노클> <뉴욕타임스> <아이콘>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그넘> 기자들이 전해온 21세기 가장 암울한 순간의 민낯과 희망의 기록이다. 지금 세계는 이렇다.

  • FASHION

    素材斑欄 소재반란

    신소재부터 고기능성 소재까지. 단단하게 두르고 나온 하반기 쟁쟁한 라인업들.

  • FEATURE

    아재 느낌 유튜버 3

    마치 아버지를 보는 듯한,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은 ‘아재 감성’ 유튜버를 소개한다.

  • REPORTS

    서울에 살아요

    서울에 사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동네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블로그에 나오는 그런 뻔한 곳 말고, 지금의 서울을 구성하는 아주 사적이고 일상적인 모습들이 도착했다. 해장국 한 그릇 때려 먹고 아이스크림 빨면서 동네 벤치에 걸터 앉아 하릴없이 내려다본 서울 풍경이다.

  • INTERVIEW

    레이든의 세계

    DJ 레이든은 물결치는 K-팝 파도에 EDM을 버무리고 현란한 EDM에 복고풍 음색을 더한다. 그게 곧 레이든이 창조한 세계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