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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이 다할 때까지

올해 김명민은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를 선보였고, 가을에는 또 다른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그의 체력은 아직 짱짱하다.

UpdatedOn September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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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셔츠는 우영미, 파란색 팬츠는 캘빈 클라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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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의 필모그래피를 훑는 일은 나무위키를 보거나 유튜브에 접속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배역의 폭이 꽤 넓어서다. 한 배우가 수십 가지 독립적인 캐릭터를 구현한 경우는 흔치 않다. 그가 만든 캐릭터들은 저마다 생명을 가졌다. 입체적이다. 어딘가에 살아서 관객으로 극장을 찾을 것만 같다. 그는 이번에는 한국형 크리처 무비에 출연했다. 영화 제목은 <물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괴물을 찾는 수색대장 역을 맡았다. 우리는 약간의 <물괴> 이야기와 그만의 처절한 연기관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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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맨온더분 제품.


 “거창한 건 아니다. 내가 앞으로 몇 작품이나 더 하겠나?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을 뿐이다.” 


흰색 마 소재 셔츠는 코모도, 검은색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마 소재 셔츠는 코모도, 검은색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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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괴>는 한국형 크리처 무비라고 들었다. 한국 영화에서는 낯설지만 전혀 새로운 장르는 아니다. 스릴러를 강조한 <차우>가 있었고, <7광구>와 <괴물>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한국형 크리처 무비 <물괴>의 특징은 무엇인가?
<물괴>는 조선 시대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했다. 실록에 남은 한 줄의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국스러운 블록버스터 크리처 무비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관객이 더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실록에 바탕을 두었기에 조금 더 설득력 있는 크리처 무비라고 생각한다. 또… 그 시대에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 연산군의 애완동물이 괴물이 됐다는 소리는 난생처음 듣지 않나?

상상해본 적도 없다.
그렇지. 그래서 더 호기심이 유발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역사와 연관 지어 소개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한다.(웃음)

괴물이 등장하는 장르라 스릴러만 연상했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정치 드라마와 액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액션은 있지만 정치 드라마는 아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정치색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관객이 보기 편안한 오락 영화에 더 가깝다.

국내에서 크리처 무비가 드문데, 원인은 상품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 때문일 것이다.
크리처 무비의 주인공은 괴물이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영화는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그렇다고 몇 년 동안 CG만 만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드라마가 없어도 안 된다. 그렇다면 제작사 입장에서 크리처 무비가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한 값어치가 있느냐? 그런 부분을 따지다 보면 기획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물괴>도 CG 작업이 추가됐다. 아마 개봉 전까지 계속 작업해야 할 거다. CG는 많이 만질수록 좋아지니까.

CG 촬영 영상을 보면, 배우들이 초록색 공간에서 초록색 인형을 보고 몰입하는 부분이 굉장해 보였다. 그 귀여운 인형을 보고 겁먹은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최대한 실제 크기에 가까운 모형을 만든다. 액션하는 분이 직접 탈을 쓰고 실제처럼 연기를 하면, 나를 비롯한 출연진들이 모두 동일한 곳에 시선을 맞춰야 한다. 사전에 충분한 리허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배우 간의 합이 가장 중요하다. 배우가 서로 감정을 교류하기보다, 특정 공간에서 모두 같은 감정을 공유해야 한다. 누구 하나 튀지 않아야 하고, 멈출 때 같이 멈추고, 호흡을 내뱉을 때도 같이 뱉어야 한다. 함께 공포를 느끼고, 풀어지고, 또 달리다가 멈추고. 이런 작업의 반복이었다.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했다.

<물괴>의 배경이 조선 시대이고, 가상의 괴물과 싸운다. <조선명탐정>의 김민이 <연가시> 사태를 겪는 모습이 상상됐다.
수색대장 역을 맡았는데, 초반에는 약간 허술한 면이 보이는 캐릭터였다. 그 점이 <조선명탐정>과 겹친다고 느꼈다. 또 김인권 배우가 출연하니 오달수 배우를 연상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캐릭터를 조금 더 무겁게 잡았다. 김민과 겹치지 않게 설정했다.

회색 수트는 라르디니, 흰색 이너는 헨리코튼 제품.

회색 수트는 라르디니, 흰색 이너는 헨리코튼 제품.

회색 수트는 라르디니, 흰색 이너는 헨리코튼 제품.

다작 배우이기도 하다. 작품을 많이 하면 할수록 겹치는 캐릭터가 생길 것 같다.
한 번 성공한 캐릭터를 다시 소모하려는 분들이 있다. 비슷한 캐릭터로 섭외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는 그런 건 일절 안 한다. 조금이라도 겹친다면 안 하려고 한다. 겹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기존 영화와 현재 영화의 캐릭터를 모두 죽이게 된다. 만일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끝나면 김민과 비슷한 캐릭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재한 상태에서 기존 캐릭터를 빌려와 연기한다는 것은 그 캐릭터를 배신하는 것 같다. 답습하는 입장에서도 심심하다. 뭔가… 날로 먹는 느낌이랄까?

쉬운 길을 마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평생 몇 작품을 할지 모르겠지만 안일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어렵고 힘든 작업이나 해볼 만한 작업 또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편이다.

배우에게 작품 선택은 어려운 일이다. 캐릭터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흥행 여부도 판단해야 하지 않나?
흥행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신인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치면 돈을 좇다 보면 아무것도 안 온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배우로서 최선의 작업을 지속하면 명예가 생기고 그다음 부가 따라온다. 개똥철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만의 가치관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갖춰야 할 자세인 것 같다.
그냥 내가 가는 길이 만족스럽다. 어려운 역할을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크다.

배우로서 느낀 가장 큰 성취감과 재미는 무엇인가?
힘들게 고생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는다. ‘연기는 쉽게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갈구하고 갈망하며 늙어 죽기 전까지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조합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가진 것이 있고, 그것만 쓰다 보면 언젠가는 소진하고 나태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 생각되는 것에 도전하고 성공할 때 얻는 것들도 있다. 대본을 받으면 그렇다. 고생하는 신이 나오고,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신도 나온다. 캐릭터가 너무 변화무쌍하거나 한 신 안에서 감정 기복이 심한 경우가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을 연기하는 것은 힘들지만 도전하고 싶다.

모험 정신이 느껴진다.
그렇게까지 거창한 건 아니다. 내가 앞으로 몇 작품이나 더 하겠나?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을 뿐이다.

2018년에 드라마 한 편, <물괴>를 포함하면 영화 두 편이 개봉된다. 매년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한다.
예전에는 작품 하나에 ‘올인’했다. 한 작품 준비 기간만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반년 이상 걸렸다. 그러다 작품이 연기되면 1년을 쉬게 되더라. 그래서 작전을 바꿨다. 다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비 기간을 최소화해서 활동하고 있다.

1년에 두세 편을 촬영하려면 보통 체력으로는 안 될 것 같다. 더군다나 어려운 역할만 고집하니까.
쉬는 동안 체력을 비축한다. 준비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잡으니 매년 두 작품 정도 촬영하게 되더라. 그리고 체력은 아직도 짱짱하다.

몸도 짱짱하더라. 촬영 전에 티셔츠 입은 모습 보고 놀랐다.
운동을 한 10년 했다. 쉴 때마다 단련하고 있는데, 이제는 늙어서 옛날 같지 않다. 하하.

촬영장에 일찍 나오는 걸로 유명하더라. 성실함의 아이콘인가?
성실하다기보다 내 할 도리를 하는 거다. 일찍 가서 현장의 공기를 맡고, 촬영장 세팅하는 모습도 지켜본다. 그러면서 서서히 준비하는 게 편하다. 스태프와 농담하고, 감독님과 대화도 하고, 꼭 작품에 대한 얘기가 아니더라도 대화를 하면서 워밍업한다. 그래야 옷 입고 분장했을 때 편하다.

댓글 중에 ‘힘든 작품만 고집한다’는 글이 있더라.
그런 건 아닌데, 이상하게 힘든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

왜 그럴까?
모르겠다. 한때 개고생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은 적이 있었다. 다들 기피하는 배역이 있을 거다. 그런데 나는 대본이 나쁘지 않고, 캐릭터가 괜찮고, 짜임새가 좋으면 무조건 한다. 고생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과 비중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물괴>는 고생스럽지 않았나? 수색대장 역을 맡아 액션 신이 많았을 텐데….
어떤 장르든 간에 드라마가 탄탄해야 한다. 드라마는 작품의 본질이다. 드라마가 살아야 CG나 액션도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분리된 액션은 싫어한다. 다행히 무술감독님도 드라마를 이해하고, 배우의 감정에 맞는 무술을 짜준다.

마지막 질문이다. <물괴>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
9월부터 또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체력이 대단하다.
소처럼 기력이 다할 때까지 해야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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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이정규
STYLIST 하경미, 이연희
HAIR 송우리(재클린)
MAKE-UP 신재은(재클린)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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