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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리가 돌아왔어

왜 세월은 그녀만 비켜간 걸까? 두 편의 영화와 함께 돌아온 남규리를 만났다. 영롱한 까만 눈동자와 인형 같은 미모는 여전히 눈부셨다.

UpdatedOn July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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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스커트는 YCH, 오렌지색 레이스업 힐은 지미추, 흰색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언가를 성취하면 그래 너는 성공할 줄 알았어라고 말하죠. 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이에요. 남들이 그 길은 아니라고 만류해도 도전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도전을 통해 얻는 게 많거든요.”

레이스 소재의 롱 원피스는 바네사 브루노,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이스 소재의 롱 원피스는 바네사 브루노,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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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경계선 위를 걷는 여자. 남규리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머릿속에 그려진 것은 뉴욕 세계무역센터 사이를 외줄타기로 횡단한 공중 곡예사 프티였다. 떨어지면 영원히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은 무모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하지만 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그녀는 영화 <데자뷰>로 컴백했다. 4년 만에 출연한 영화다. 영화는 극장에 오래 걸리지 않았고, 반응도 황량했다. 하지만 출연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어깨에 힘을 빼자 연기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며 자신의 성장을 드러냈다.

<데자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시나리오가 좋고, 캐릭터도 개연성이 있어서 선택했어요. 저는 그동안 수동적이고 보호받는 역할을 주로 했어요. <데자뷰>의 신지민은 주체적인 인물인데, 약을 먹고 수동적으로 변해요. 연약해졌다가 점차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강해져서 결말까지 달려가는 인물이에요.

캐릭터의 주체적인 면이 규리 씨의 본래 모습과 비슷한가요?
네. 사람들이 원하는 저의 모습과 제가 좋아하는 모습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왔어요. 갈림길에서 항상 제 의지대로 선택했어요.

선택하고 후회한 적은 없나요?
많죠. 데뷔 시절을 돌이켜보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 있었어요. 연습생을 8년 정도 했을 때 제가 가수로 데뷔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러고 한 달 뒤에 데뷔했어요. 갑작스럽게요.

연습생을 언제부터 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요.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일찍 데뷔하지 못한 것은 제 나름의 소신 때문이었어요. 솔로가 아니면 노래 잘하는 그룹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소신을 지키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더 많이 부딪치며 살았다는 뜻이고, 안주하지 않은 삶이니까요. 누가 제 편에서 제 삶을 돌아봐주겠어요. 이번 영화가 잘됐으면 좋았겠지만, 제 연기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소신을 지키는 건 힘들어요. 고집으로 비칠 수도 있거든요.
고집만 부렸으면 이미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았을까요? 실패하면 사람들은 제 선택이 잘못됐다고들 말해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언가를 성취하면 그래 너는 성공할 줄 알았어라고 말하죠. 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이에요. 남들이 그 길은 아니라고 만류해도 도전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도전을 통해 얻는 게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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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티셔츠는 포저, 흰색 팬츠는 H&M 제품.

 

“제 자신한테 이기는 것도 힘들거든요.”

때로는 신념을 지키는 일이 고독한 투쟁으로 변하기도 하죠. 외로움은 어떻게 견디나요?
어제는 3시간을 걸었어요. 무작정 걸어요. 혼잣말을 하고, 생각도 하고, 딸기 우유도 사 먹죠. 견디고 극복하는 건 아니에요. 혼자라고 생각될 때는 저를 냉정하게 보는 시간이 생겨요. 주체성을 찾는 순간이죠.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아니에요. 힘든 시간을 견디고, 다시 힘을 내는 거죠. 괜찮아지지는 않아요.

많이 걸으면 속이 시원해져요?
네. 걷다 보면 기승전결이 생겨요. 워낙 많이 걷고, 사색하는 편이에요.

클라이맥스는 언제쯤이에요?
딸기 우유를 사 먹을 때? 어제 흰 우유를 먹고 싶었는데 없어서 딸기 우유를 마셨어요. 어제는 힘들기보다는 메마른 느낌이었어요. 그럴 때 있잖아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을 때.

우울할 때는 게임이 약이에요.
오락실 좋아해요. 게임 하면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철권 잘한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게임 하면 파이터 정신이 넘쳐서 끊은 지 좀 됐어요. 제 자신한테 이기는 것도 힘들거든요. 철권을 한창 했을 때는 무엇이든 이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생각이 많을 때는 책을 읽어요.

무슨 책을 읽어요?
일찍 일어나요. 잡생각이 많아질 때는 우선 책을 찾죠. 시집을 읽고, 여러 권을 읽기보다 한 권을 반복해서 읽는 편이에요. 머리에 담길 때 까지 읽는데, 요즘 들어 생긴 습관이에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영화 연출 경험이 있어요. <속삭임>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잠깐 소속사가 없던 시기에 만든 단편 영화예요. 스마트폰으로 만든 영화를 출품하는 영화제의 친한 감독님이 권하셔서 참여했어요. 그전부터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었어요. 장소를 헌팅하고, 촬영 살림을 직접 꾸렸죠. 시나리오를 시각화하는 작업이 어렵더군요.

<데자뷰>에 이어서 <질투의 역사>가 가을에 개봉해요. 어떻게 영화 두 편을 연달아 촬영하게 됐나요?
여자 배우가 영화 주연을 맡을 기회가 흔치 않아요. <데자뷰>는 성공 여부를 떠나 도전해보고 싶었죠. <질투의 역사>는 추천을 받았어요. <데자뷰> 촬영 8일째였어요. 촬영감독님과 조명감독님이 현장에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질투의 역사> 감독님에게 추천하셨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주셨고, <데자뷰> 촬영 끝난 지 3주 만에 <질투의 역사> 촬영에 들어갔어요.

소속사 없이 활동하기 어렵지 않나요?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마음이 동할 때까지 기다리려고요. 회사를 만나는 것은 연애하는 것과 비슷해요. 대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고, 가치관도 잘 맞아야 하죠. 서로를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해요.

신중한 편인가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저 자신을 너무 믿었나 봐요. 인생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중하고 싶어요.

 

핑크색 새틴 수트는 인스턴트 펑크, 흰색 브래지어는 H&M, 벨트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핑크색 새틴 수트는 인스턴트 펑크, 흰색 브래지어는 H&M, 벨트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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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터드 컬러의 실크 슬립 톱은 토리버치, 아이보리색 실크 팬츠는 로우클래식, 오렌지색 레이스업 힐은 지미추,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머스터드 컬러의 실크 슬립 톱은 토리버치, 아이보리색 실크 팬츠는 로우클래식, 오렌지색 레이스업 힐은 지미추,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머스터드 컬러의 실크 슬립 톱은 토리버치, 아이보리색 실크 팬츠는 로우클래식, 오렌지색 레이스업 힐은 지미추,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규리 씨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 자신이요. 무엇보다 지칠까 봐 무서워요. 체력을 관리해야겠다 싶어요. 홍보 기간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다시 저를 채우는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무엇으로 채우나요?
하나에 푹 빠져요. 영화에 몰두하거나 부족한 연기를 배우거나 악기를 배우기도 해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영화에서 영감이나 위로, 연기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나요?
음, 자비에 돌란 감독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는 감정을 쫓는 카메라 시선에서 시각적인 도움을 얻었어요. <오만과 편견>이나 <사요나라 이츠카> 같은 멜로도 좋아해요.

30대 중반이에요. 그리고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요. 20대 때와는 커리어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 같아요.
<데자뷰>와 <질투의 역사> 두 편의 영화는 물 흐르듯 만나게 됐어요. 앞으로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갈 생각이에요. 영화에서는 실험적인 역할을 시도하고, 드라마에서는 조금 더 대중이 저에게 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죠. 그동안 실제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했어요.

엄청 동안이에요.
그게 장애물이 많이 됐어요. 캐스팅됐다가 상대 배우 나이대가 높아져서 취소된 경우가 있어요. 전 연기에 도움이 된다면 영화든 연극이든 하기로 결심했어요. 어떻게 좋은 작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겠어요. 좋은 것만 해서 좋은 성과를 이룬 배우는 흔치 않아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중요해요.

도전은 용기가 필요한데, 용감한 것 같아요.
사실 <데자뷰> 출연은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잘 안 된 점은 가슴 아프지만, 더 큰 실패를 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역량을 쌓는 시작이라 생각해요. 이 작품을 안 했다면 성장하지 못하고 시간만 버렸을 거예요. 이미지 소모하는 활동보다는 연기로 부딪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옳아요. 연기는 제 본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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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하나
HAIR 이에녹
MAKE-UP 오가영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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