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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YANGYANG SHOP

마음과 바다, 그리고 양양

On July 10, 2018 0

서핑이 여름철 물놀이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이런 뜨거운 마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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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P 1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포인트 브레이크 서프 하우스

강원도 양양을 수차례 다녔기에 모르는 바다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있었다. 죽도에서 조금 벗어난 동산리는 마을 어귀부터 바다와 같은 평온이 넘친다. 주황색 지붕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는 작고 귀여운 어촌 마을. 마침 해변을 바라보니 빨간 서프보드를 든 남자와 노란 서프보드를 든 여자가 바닷속으로 총총 걸어 들어간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속 한 장면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곳에 포인트 브레이크 서프 하우스(@pointbreak_surfhouse)가 있다. 하국근 대표는 오랫동안 호주에서 살다 왔다. 알다시피 호주는 서퍼들의 천국. 그 천국 같은 곳에서 서핑을 밥 먹듯이 했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좋아하는 서핑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퍼들은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들어오지 않을 때도 지상에서 파도 타는 연습을 하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하국근 대표는 스케이트보드를 서프보드처럼 만들어 탄생한 랜드 서핑 브랜드 ‘스무스 스타(Smooth Star)’를 한국에 소개한다. 직접 호주 CEO에게 삼고초려해 따낸, 아시아 유일의 총판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브라질의 필리테 톨레도와 프랑스의 조안 디파이 같은 최고의 서퍼들이 프로 모델 제작에 참여하면서 ‘언제 한국에 들어오나’ 기다린 이들이 많다고. 이왕 공간을 연 김에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했고, 또 그 김에 숙박 고객에 한해 소수 정예의 서핑 강습도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폭풍 속으로>라고 알려진 영화 <포인트 브레이크(Point Break)>를 너무 좋아해 고민 없이 서프 숍 이름으로 지었다고. 뒷문을 열면 바다가 펼쳐지는 영화 같은 풍경, 조용한 해변의 공기에 홀딱 반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SHOP 2  레진 깎는 삼촌
엉클스톤

이 동네 사람들은 그를 ‘석민 삼촌’이라고 부른다. 엉클스톤(@uncle__stone)의 김석민은 동산리 포인트 브레이크 하우스 바로 뒷집에 작업실을 꾸렸다. 서프보드를 만드는 PU 레진을 이용해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있다. 벌써 4년째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양양에서는 파도를 타며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을 스스로 해내야 할 때가 있다. 거친 파도나, 다른 서퍼들과 부딪쳐 서프보드에 흠집이 나거나 하면 대부분 자가 수리를 한다. 그 역시 레진을 굳혀 ‘딩’ 수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레진으로 뭔가를 만들게 됐다고. 주로 물고기 꼬리 모양이나, 서프보드 싱글핀 모양, 돛 모양 펜던트로, 바다와 서핑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다. 혼자 레진으로 뭘 만든다고 하니까 주변의 전문 셰이퍼들이 남는 레진 덩어리를 줘서 업사이클링 제품도 제작하기 시작했다. 목걸이나 키링, 팔찌 같은 아기자기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 서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처음엔 지인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선물받은 지인의 친구들이 ‘판매할 수는 없냐’며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다고. 레진을 굳히고 샌딩하고, 단면을 자르는 작업 등에 적게는 이틀, 많게는 사흘 정도 소요된다. 모든 과정은 ‘석민 삼촌’이 방망이를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묵묵히 혼자 해낸다. 아직까지 레진 공예는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레진으로 만드는 액세서리는 그만큼 드문 까닭에 해외에서 구입 문의를 받기도 한다. 양양 동호해변에 위치한 서프 클럽 젯시티에서 인스트럭터로도 일하고, 파도가 없는 날은 레진을 이용해 목걸이를 만든다. 바다와 서핑을 사랑하는 마음을 한 땀 한 땀 담았다. 햇살에 반짝거리는 레진 목걸이가 어찌나 예쁜지, 생전 목걸이라곤 하지 않던 포토그래퍼도 촬영을 하다 말고 가격을 물었다. 그리고 결국 하늘색 싱글핀을 목에 걸었다. 

 

 SHOP 3  센스 있는 여자들의 서핑 숍
이본느비 서프 숍

자칫 실례를 범할 뻔했다. 멋쟁이 모자를 쓴 김희연 대표에게 “혹시 대표님 계세요?”라고 물으려다 ‘에디터 생활 짬에서 나온 바이브’가 발동해 가까스로 말을 삼켰다. 보통 서핑 숍에는 서핑 고수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수염 많고 타투도 많은 사장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혹시나 했는데 완전 잘못 짚었다. 이본느비 서프 숍(@yvonnebsurfshop)은 뭔가 다르다. 김희연 대표의 설명대로 이곳은 ‘센스 있는 여자들의 서프 숍’이다. 요즘처럼 젠더 이슈로 민감한 때에 자꾸 남녀를 유별하게 가르는 이유가 있다. 양양 죽도에서 여자 사장이 운영하는 유일한 숍이기 때문이다. 처음 서핑에 입문한 곳이기에 꼭 죽도에서 오픈하고 싶었다고. 김희연 대표는 서핑 숍이자 게스트 하우스, 펜션을 겸하는 이곳에 스스로 다년간 서핑을 하면서 필요했던 것들을 최대한 반영했다. 이를테면 바다가 한적한 새벽 시간에 입수하는 서퍼들을 위해 바나나를 무료로 제공한다든지, 여자 숙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준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서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1층은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로 만들었다. 꼭 서핑을 하지 않더라도 김희연 대표가 직접 구워내는 스콘과 티라미수, 맛있게 내려주는 커피만 먹고 가도 충분하다. 둘러보다가 마음에 들면 그때 서핑을 배워도 늦지 않다.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해 진정한 서퍼로 거듭날 수도 있는 거니까. 

 

 SHOP 4  인구 해변으로 와요
서프스업

서프스업(@surf5up),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곳이다. 서핑 신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던 시절, 동산해변 쪽에 있던 서프스업의 간판이 기억난다. 그리고 압구정동에서 커피랑 맥주랑 맛있는 것 팔던 서프스업. 그곳도 몇 번 간 적이 있다. 김성호 대표와 정재용은 서핑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문화 행사를 하려고 서울에 오픈했다. 정작 주말이 되면 다들 파도 찾아 바다로 떠나기 바빠 참여율이 저조했다고. 그래서 다시 인구해변으로 왔다. 이전 기념 오프닝 행사는 전시로 대신했다. 다음에는 서핑 애니메이션이나 서핑 영상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새롭게 단장한 서프스업은 훨씬 넓어졌다. 서울 서프스업의 카페 메뉴도 함께 가져왔고, 밤이 되면 펍으로도 운영한다. 서핑을 하러 온 사람, 바닷가 분위기를 즐기러 온 사람 모두를 한 공간에서 만족시킬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서핑 브랜드 중에서 지역별로 ‘핫’한 것들을 선별해 판매도 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공간 곳곳에 놓인 서프 아트다. ‘노웨이브 포비아(nowavephobia)’로 알려진 김윤덕 작가의 작품들이다. 서퍼에게 파도가 없다는 건 공포 그 자체임을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작품이 마음에 쏙 들 거다. 인구에서 재장전한 서프스업은 올해 사계절 내내 오픈할 계획이다. 겨울 서핑 즐기는 사람들의 민원을 적극 반영했다. 벌써 햇수로 7번째 만나는 양양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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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P 5  행복의 파도를 찾아서
슈러스

직장인의 딜레마가 있다. 평일 내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역꾸역 하고 있다는 보상 심리로 뭔가를 소비하거나, 취미 생활에 몰두한다. 그런데 소비지향적 취미 생활을 지속하려면 월급이라는 합법적인 마약을 끊을 수가 없다. 이 굴레를 과감히 벗어난 슈러스(@schurrers)의 장용진 대표는 주말 서퍼였다. 평일엔 해외 무역 전문가로 지내고 주말이면 파도를 찾아 떠났다. 하지만 서핑이란 파도가 좋아야 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전제 조건이 있다. 시간과 돈이 있어도 파도가 없으면 할 수 없다. 파도가 없는 날엔 서핑 역사를 공부하고 장비 연구에 몰두하다, 전공을 살려 해외 서프보드를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작년 9월, 직장을 그만두고 죽도 해변가에 ‘슈러스’라는 서프보드 및 관련 제품 매장 겸 칵테일 바를 차렸다. 그는 새터데이스 뉴욕이 새터데이스 서프였던 시절, 서프보드와 술을 진열한 복합 공간에 흥미를 가졌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맛있는 칵테일 레시피도 알아둔 터라, 공간 구상은 어렵지 않았다. 슈러스에서 선보이는 맥타비쉬(McTavish) 서프보드는 옛날 방식 그대로 2대에 걸쳐 생산하고 있다. 50년 넘는 경력의 레전드 셰이퍼가 만든다. 장용진 대표는 서프보드 메커니즘 역사 중심에 있는 셰이퍼의 작품에 응당 지불해야 할 대가라고 생각한다. 매장 한편에 수영복과 비치웨어 등을 진열했는데, 호주 브랜드 리듬(Rhythm) 제품이다. 국내엔 잘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인데, 옛날 방식의 서핑을 지지하는 철학을 고수해 들여왔다고. 잘 만들어진 보드, 얼른 걸치고 해변을 걷고 싶은 비치웨어, 맛있는 술과 멋진 음악. 그리고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 죽도에서 장용진 대표는 행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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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M 6  윈터 서프, 전설의 시작
38 프로덕션

패딩 입고 난로를 쬐어도 추운 겨울, 가슴 뜨거운 서퍼들이 고드름을 뚫고 서핑을 한다. 김동기, 김성은 대표는 38 기사문 바다에서 만나 이 장광을 영상에 담기로 결의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38 프로덕션(@38productions_official) 이다. <윈터서프 1>의 반향은 엄청 났다. 해외 유수의 서핑 매거진에서 이 영상을 소개하는 바람에 더욱 유명해졌다. 눈발을 헤치고 꽤나 멋지게 라이딩하는 한국 서퍼들의 모습은 감탄, 그 자체였다. 이후 두 사람은 <윈터 서프 2> 제작에 들어갔다.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두 사람은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대신, 크라우드 펀당을 선택했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고, 그 비용으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핑의 열정에 관한 다큐멘터리 <윈터 서프 2>는 조준희, 브랜든, 임수정, 임수현, 김진원 이렇게 다섯 명의 서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왜 서핑에 빠지게 됐고, 어떻게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얼마 전 펀딩에 참여해준 이들을 초대해 시사회를 열었다. 판때기로 파도를 타는 게 뭐라고, 다섯 명의 서퍼들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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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이 여름철 물놀이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이런 뜨거운 마음들이 있었다.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김린용
ASSISTANT
김현욱

2018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김린용
ASSISTANT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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