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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하고 풍요로운

유려한 SUV는 형용모순일지 모른다. 하지만 모순이 전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산업에는 수많은 욕구가 반영되니까.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는 그렇게 탄생했다. SUV인데도 유려하다. GLC 쿠페에 풍요로운 출력을 더하면 메르세데스-AMG GLC 43 4매틱 쿠페가 된다. 유려한 선에 풍요로움까지 담겼다.

UpdatedOn May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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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을 향해 달렸다. 더 정확히 말하면, 태백 바람의 언덕을 향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몇 년 전이었다. 우연히 취재차 가본 그곳은 장관이었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다니,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황량한 구릉에 풍력발전기가 띄엄띄엄 세워져 있었다. 알고 보니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곳이었다. 녹색 배추는 이미 수확하고 한참 지난 후였다. 당시 칼바람에 온기가 묻어나던 계절이었지만, 그곳은 지대가 높아 차고 매서웠다. 계절과 풍광이 충돌하는 느낌이 묘했다. 서부는 아니지만,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그 척박한 느낌을 담고 싶었다. 메르세데스-AMG GLC 43 4매틱 쿠페(이하 ‘AMG GLC 43 쿠페’)의 배기음을 들어서일까. 척박한 땅으로 호기롭게 달려가라고 종용하는 듯했다. 강렬한 풍광 속으로 들어가라고. 배기음에 등 떠밀려 동쪽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태백은 강원도 중에서도 독특한 지역이다.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휴가지로서 명성도 적다. 과거에는 탄광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옛 산업의 화석 같은 정취만 남았다. 여행지로서, 솔직히 매력적이진 않다. 정선부터 태백까지, 지명에서 풍기는 거리감도 좀 있다. 찾아보면 볼거리야 있겠지만, 굳이 첫손에 꼽진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 미지의 지역 같은 설렘이 있다. 낯선 곳에 가려면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해서 박력 있는 자동차를 타고 가고 싶었나. 박력 하면 AMG를 빼놓을 수 없으니까. GLC 쿠페라는 매끈한 차에 출력까지 보강한 모델이니까. SUV라는 장르에 멋과 출력까지 채웠으니 떠나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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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만 어울릴 줄 알았는데.

도심에만 어울릴 줄 알았는데.

  • 도심에만 어울릴 줄 알았는데.도심에만 어울릴 줄 알았는데.
  • 한적한 도로가 사이드미러에 담길 때 여유가 차오른다.한적한 도로가 사이드미러에 담길 때 여유가 차오른다.
  • 쿠페처럼 날렵해도 실용성을 놓치지 않았다.쿠페처럼 날렵해도 실용성을 놓치지 않았다.
  • 반짝거리는 걸 보는 흐뭇함.반짝거리는 걸 보는 흐뭇함.
  • 3.0 V6 트윈 터보에 불만을 느낄 사람이 있을까?3.0 V6 트윈 터보에 불만을 느낄 사람이 있을까?

짙은 회색 AMG GLC 43 쿠페를 마주하자, 묵직한 쇳덩어리가 연상됐다. 단, 매끈하게 세공한 쇳덩어리. GLC 쿠페는 유려한 SUV로 숱한 남자를 사로잡았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여자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벤츠 SUV를 후보에 올려놓지 않은 SUV 마니아에게도 GLC 쿠페는 남달랐다. 여전히 SUV는 각이 생명이라고 생각해도, GLC 쿠페의 양감에 매료됐다. 불룩하다가 뒤로 갈수록 잘록하게 빠져나가는 선에 생동감을 느꼈으니까. 쿠페형 SUV가 태동한 이래로 드디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다른 브랜드도 아닌 메르세데스-벤츠여서 더 놀랐는지도 모르겠다. 벤츠는 당시 SUV 라인업으로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GLC 쿠페는 선언에 걸맞은 행동이었다. 그 시기에 맞물려 벤츠 SUV를 바라보는 사람도 늘었다. SUV 전성시대라는 시대 요구를 받아들여 벤츠답게 풀어냈다. 마침 벤츠의 화려함이 만개하던 때이기도 했다. 시너지가 강렬했다. GLC 쿠페는 그 일련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물 중 절정이었다. 디자인에 관해선 어떤 정점을 찍었다. 

출시한 지 몇 년 된 자동차의 외관을 넋 놓고 바라보긴 쉽지 않다. AMG 엠블럼에 담긴 설렘이 강렬하다고 해도, AMG답게 몇몇 파츠로 무장했다고 해도 전체 실루엣이 바뀌진 않는다. AMG에 앞서 GLC 쿠페의 매력이 짙다는 증거다. 이미 충만한데 AMG로 매콤한 양념도 가했다.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모델.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SUV라는 설명보다 앞선 덕목이다. 어떤 충만함에서부터 여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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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칸타라로 쥐는 부분을 덮었다. 세심하다.

알칸타라로 쥐는 부분을 덮었다. 세심하다.

광주원주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탔다. 동쪽으로 갈수록 도로를 넓게 쓸 수 있었다. 신경 쓸 요소가 줄어들면 자동차에 더 집중하게 된다. 가속페달로 연주하고, 하체의 움직임에 리듬을 타는 순간. 실내로 유입되는 AMG 합창단의 소리도 흥을 돋운다. 굴곡 없이 쭉 뻗은 도로만큼 AMG를 즐길 완벽한 조건이 어디 있을까. AMG GLC 43 쿠페를 본격적으로 즐길 장이 마련됐다.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막을 열었다. 와락, 덮쳐오는 활기가 실내를 휘감았다. 흐음, 하는 낮은 탄식이 절로 터졌다. 속도계 바늘은 빠르게 오른쪽으로 내달렸다. 그에 맞춰 알칸타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느긋하게 달릴 때 부드럽던 촉감이 내달릴 땐 착, 밀착됐다. 림이 두툼해 더욱 안정감이 있었다. 이 정도로 뭘 그리 놀라느냐는 듯이, AMG GLC 43 쿠페는 흔들림 없이 다만 내 어깨를 시트에 지그시 눌렀다. 속도계를 보고 발을 뗐지만, 끝까지 가고픈 욕망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지막지한 출력에 휩쓸리게 하진 않았다.

태백 바람의 언덕

강원도 태백 매봉산 정상에 있는 풍력발전단지. 그 밑에는 고랭지 배추고도가 있어 초록 언덕을 펼쳐 보인다. 물론 배추가 산비탈에 빼곡하게 자랄 때만. 초록색으로 덮이지 않아도 언덕 자체가 장관이다. 길이 좁고 비탈이 급해 겨울에는 차량 통행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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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해치백처럼 보일 정도로 날렵하다.

멀리서 보면 해치백처럼 보일 정도로 날렵하다.

  • 멀리서 보면 해치백처럼 보일 정도로 날렵하다.멀리서 보면 해치백처럼 보일 정도로 날렵하다.
  • 각종 카메라로 덩치를 더욱 가볍게 놀리게 한다.각종 카메라로 덩치를 더욱 가볍게 놀리게 한다.
  • 만항재에선 여유롭게.만항재에선 여유롭게.
  • 태백 명물 대신 낙점된 막국수와 수육.태백 명물 대신 낙점된 막국수와 수육.
  • 보는 각도에 따라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람의 언덕.보는 각도에 따라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람의 언덕.
  • 외관만큼 실내도 유려하다. SUV인데도.외관만큼 실내도 유려하다. SUV인데도.
  • 실내를 산뜻하게 해주는 밝은 금속 재질들.실내를 산뜻하게 해주는 밝은 금속 재질들.
  • 붉은색 벨트가 AMG라고 주장한다.붉은색 벨트가 AMG라고 주장한다.

풍성한 출력을 손쉽게 빼 쓰는 즐거움이 더 컸다. AMG GLC 43 쿠페는 이름에서 보듯 43이니까. AMG의 꼭짓점인 63과는 심적 부담이 적었다. 기존 GLC 쿠페를 더욱 민첩하게 놀리고 싶은 욕구를 과하지 않게 충족시켰다. 출력은 다다익선이라지만, V6 3.0 트윈 터보 엔진이 아쉬울 리 없다. 367마력이 쏟아지면 뒷목부터 꼬리뼈 언저리까지 짜릿한 전기가 통했다. 마침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에선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곡 ‘Let It Go’가 흘러나왔다. ‘Let It Go’ 후렴구에 맞춰 가속페달을 밟아서 그랬을까. 고음에 맞춰 엔진 회전수 바늘도 빠르게 치솟았다. 그때 느낀 통쾌함이라니. 동쪽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그 속으로 박력 있게 내달렸다. 크게 웃었다.

AMG GLC 43 쿠페는 전투적이지 않다. 앞서 말했듯 보다 풍요로운 출력을 만끽하는 수준으로 성격을 규정했다. 그래서일까. 하체가 지극히 부드러웠다. 쿠페형 SUV이기에 보다 역동성을 추구할지 알았다. 하지만 출력에 비해 하체를 야들야들하게 설정했다. 조금만 속도를 붙이면 말캉거리는 하체가 너울거렸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당연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도 하체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놓아야 출력에 걸맞게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딱히 불만은 없었다. 주행 모드는 물론, 서스펜션만 따로 조절할 수도 있으니까. 서스펜션 선호도에 따라 설정하면 그만이다. 그만큼 폭넓은 취향을 품었다고 할 수도 있다. 벤츠가 그동안 상대한 주요 고객층을 생각하면 설정에 수긍하게 된다. 각종 주행 모드와 서스펜션을 단계별로 조절하며 AMG GLC 43 쿠페와 친해졌다. 조금씩 성격을 알아가며 함께 즐길 영역을 가늠했다. 그사이, 고속도로를 나와 태백으로 가는 국도에 들어섰다. 적당히 굽은 도로가 지루함을 덜었다. 태백으로 가기 전에 만항재를 들르기로 했다. 해발 1,330m 도로를 달릴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까. 만항재는 정선과 태백, 영월의 경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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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빨려들어갈 듯한 역동성이 외관에 담겼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높은 만큼 극적인 굽잇길이 펼쳐졌다. 3월 말인데도 도로변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겨우내 눈꽃이 피는 곳다웠다. 해서 랠리처럼 굽잇길을 올라가진 않았다. 한적한 도로를 훑는 느낌으로 정상을 향했다. 아무리 AMG라고 해도 SUV로 굽잇길을 밀어붙이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AMG GLC 43 쿠페는 나긋나긋한 하체가 기본이니까. 창문을 열어놓고 배기음을 음미하며, 탁 트인 시야를 즐겼다. AMG 엠블럼 단 SUV만의 드라이브법이랄까.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즐길 요소는 충분했다. 타지 않고 보기만 해도 즐길 요소가 있는 것처럼. 

태백 바람의 언덕으로 가기 전에 식당을 찾았다. 막국숫집이 눈에 띄어 무작정 멈췄다. 딱 지방 맛집 같은 분위기를 품었다. 촌집 막국수라는 상호도 흥취에 일조했다. 태백은 물닭갈비와 한우 연탄구이가 유명하다. 하지만 딱 배고플 때 나타난 막국숫집을 이길 순 없었다. 햇살이 따사로워 나른했기에 물막국수 한 사발에 기운이 차올랐다. 물론 수육과 부침개의 도움도 컸지만. 개운한 한 끼를 먹고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태백 바람의 언덕은, 이름처럼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몇 년 전 취재한 위치는 못 찾았다. 황량한 벌판은 자취를 감추고 언덕의 끝만 품을 내어줬다. 상실감이 있었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몇 년 전 기억은 다시 새로운 기억으로 덧씌워질 테니까. 풍력발전기 아래에서 비일상적 바람에 휘둘린 기억이라 할지라도. 바람의 언덕에선 오래 머물지 못했다. 버티고 경치를 구경하기엔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금세 자동차 안으로 피신했다. 중요한 점은 그 자동차가 AMG GLC 43 쿠페라는 거다. 일단 운전석에 앉으면 시동 버튼을 눌러 깨우고 싶어지니까. 깨우면 AMG 합창단의 노래에 맞춰 어딘가로 달려가고 싶어지니까. 어떤 자동차는 목적지보다 가는 것 자체를 즐기게 한다. AMG GLC 43 쿠페는 그런 자동차다. 지극히 당연한 수순으로, 금세 바람의 언덕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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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기성율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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