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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맛

On May 25, 2018 0

와인이야? 샴페인이야?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묻는다. 이 검붉은 술의 이름은 듀체스 드 부르고뉴. 벨기에에서 온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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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체스 드 부르고뉴
산뜻한 산미, 입안을 압도하는 풍부한 체리 향을 지닌 플랑드르 레드 에일. 벨기에의 페어해게 브루어리에서 생산한다.

벨기에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양조해온 나라일 것이다. 독일에 인접해 독일의 맥주 기술을 습득한 상태에서, ‘맥주 순수령’과 같은 국가적 규제가 없었던 덕이다. 벨기에 맥주 업계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번창했다. 갖가지 발효 방식을 원하는 대로 사용했고, 오렌지 껍질을 첨가하는 등 흥미로운 양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벨기에 내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무려 1천5백여 종. 이 중 대부분이 크래프트 혹은 특산 맥주다. 야생 효모로만 발효하는 자연 발효 맥주 ‘람빅’은 브뤼셀과 인근 지역에서 만들고, 서부의 플랑드르 지방 전역에서는 ‘올드 브라운’ 맥주를 빚는다. 수많은 맥주들이 개성적인 스타일로 특별한 인기를 누리며 소비되어온 것이다.

겉만 봐서는 샴페인인가, 와인인가 싶은 술. ‘듀체스 드 부르고뉴’는 앞서 언급한 플랑드르 지방, 웨스트 플랑드르의 비크터라는 동네에서 탄생했다. 네덜란드어를 구사하는 이 지역의 대표 맥주 스타일은 플랑드르 사워 에일. 야생 박테리아와 효모로 양조하는 자연 발효 맥주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는 플랑드르 사워 에일이면서도 갈색과 붉은색이 절묘하게 섞인 색깔 탓에 플랑드르 레드 에일로 불린다. 이게 맥주라니. 처음 마실 땐 적잖이 놀랄 것이다. 보드라운 생크림을 한 스푼 얹은 케이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한 모금 마셔보면 그 몽글거리는 모습과 달리 깜짝 놀랄 정도로 신맛이 입안으로 쏟아지니까. 새콤한 포도 껍질을 잘근잘근 씹을 때 느껴지는 진액의 맛처럼 톡 쏘면서도 슬쩍 떫은, 드라이한 산미다. 높은 산도가 혀의 곳곳을 자극하는 가운데, 오밀조밀한 탄산 입자가 입안 전체에 부드럽게 감긴다. 맥아의 풍미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산미와 청량감은 품위가 대단하여 우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의 양조법은 실제로 와인의 그것과 비슷하다. 전통적인 양조법에 따라 1차 발효와 2차 발효를 마친 뒤, 오크 배럴에서 18개월간 장기 숙성을 거치는데 여기에 8개월 동안 숙성시킨 맥주를 섬세하게 블렌딩한다. 이 특별한 숙성 과정으로 듀체스 드 부르고뉴 특유의 신선하고도 높은 산미가 탄생하는 것이다. 시큼털털한 맥주라니, 아무에게나 추천할 수 없는 맛임에는 분명하지만 마니아들은 듀체스 드 부르고뉴의 우아한 신맛을 오래 숙성된 맥주 특유의 잘 빚어진 맛으로 즐긴다. 맥주 전문 사이트 레이트 비어에서는 97점, BA(Beer Advocate, 비어 애드버케이트)에서는 91점의 평점을 받았다.

와인이야? 샴페인이야?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묻는다. 이 검붉은 술의 이름은 듀체스 드 부르고뉴. 벨기에에서 온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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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경진
PHOTOGRAPHY
기성율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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