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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로 간 론다 로우지

한때 여성 격투기의 흥행을 이끌었던 론다 로우지가 WWE 로열 럼블에 출연했다. 프로 레슬러 행보를 밝힌 격투기 스타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UpdatedOn March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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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민수의 액션비화
    성민수는 한의사이자 격투기와 프로 레슬링 해설위원이다. 성민수의 ‘액션비화’에서는 화려한 링이 아닌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슈퍼스타들의 민낯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본 격투기 단체 프라이드(PRIDE), K-1은 1997년부터 우리나라에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들은 겉보기만 화려했을 뿐, 철저하게 일본 방송사가 주는 방영권료와 대한민국 방송사가 주는 수입에 의지하는 단체였다. 시간이 흘러 대한민국에서 인기가 한풀 꺾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쿠자 스캔들로 인해 일본 공중파에서도 밀려났다. 두 단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정도로 경영 자체가 엉망이었다.

격투기 단체는 UFC가 카지노 재벌 퍼티타 형제에게 넘어간 이후 흑자 반전을 이루고 경영상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이들의 성공은 규제 변화라는 호재도 작용했지만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의 영리한 운영과 스타 마케팅, 퍼티타 형제의 간섭이 많지 않았다는 점 덕분이었다. 스타를 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열망이 크다는 점을 이용하여 조르주 생 피에르, 브록 레스너 같은 이들을 절묘하게 밀었고 앤더슨 실바도 결국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며, 최근 타이틀 방어전을 피하는 코너 맥그리거의 가치 상승을 도와주고 있다.

여성 격투기가 성장에 도움이 된 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한때 미국 2위 단체였던 ‘스트라이크포스(Strikeforce)’는 UFC와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여성 격투기를 먼저 도입했다. 하지만 단체가 UFC에 매각되었고, UFC에서는 여성 챔피언을 마케팅의 중심 중 하나로 활용했다.

그 마케팅의 정점에 있던 스타가 론다 로우지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프로 레슬링 팬이었던지라 팬들의 이목을 끄는 발언을 잘 알았다. 로우지는 스타성을 겸비한 올림픽 메달리스트였고 조기 은퇴한 엘리트 체육인이란 이점을 바탕으로 코너 맥그리거, 조르주 생 피에르, 브록 레스너처럼 흥행을 이끄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로우지가 파죽지세로 12연승까지 이어가고 거침없는 발언까지 더하면서 그녀의 경기 티켓을 구매하는 팬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홀리 홈에게 무너졌다. 이후 아만다 누네스에게는 기존과 비슷한 패턴의 경기 운영을 고수하다 1라운드 1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TKO로 밀려버렸다. 로우지 정도의 스타라면 패배 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발언 등을 통해 스타성을 회복할 수도 있었으나 제대로 인터뷰도 하지 않은 채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급기야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프로 레슬링 단체 WWE와 계약까지 해버렸다.

WWE는 과거부터 론다 로우지에 관심이 있었다. ‘더 락’과 더불어 레슬매니아에도 출연했지만 몇 가지 문제들은 분명 있어 보인다. 1998년 WWE는 마이크 타이슨을 레슬매니아 14에 영입해 흥행했던 과거를 떠올렸겠지만, 대중이 체감하는 인기는 2018년 론다 로우지와 1998년 마이크 타이슨이 동등하지 않았다.

WWE 기존 여성 선수들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상황으로 인식해 반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은퇴한 여성 선수 몇몇도 이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프로 레슬링이 승부를 사전에 합의하고 진행하긴 하나 경기 중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고, 팬들에게 보여주는 기량이란 다른 차원이기에 만약 새로운 분야를 습득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면서 기존 선수와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면 여성 리그 자체를 망치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흥행에서 엄청난 결과를 담보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 옛 스타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기에는 격투기 팬의 유입도 쉽지 않고 프로 레슬링 팬들의 감동도 대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프로 레슬링은 대형 스타들을 대거 영입해 다양한 효과를 보여준 바 있다. 무하마드 알리, 조 프레이저, 마이크 타이슨 같은 복싱 스타들이 있었고 샤킬 오닐, 칼 말론, 데니스 로드맨 같은 NBA 스타들도 있었으며 미식축구 선수, 메이저리거들도 참여했다. 1980년대 인기 가수 신디 로퍼도 레슬매니아1에서 챔피언 웬디 리처 매니저로 등장해서 시선을 끌었지만 엄청난 흥행 파괴력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론다 로우지가 기량 발전도 없이 격투기에서 도피하기 위해 온 곳이라 생각한다면 WWE로서는 제대로 된 투자가 아닐 것이다. 반면 UFC 승리 후 프로 레슬러 로우디 파이퍼의 사망을 애도한다면서 보였던 열정과 팬심을 경기력 발전까지 이어간다면 UFC 출신 프로 레슬러 맷 리들처럼 성공적인 전환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론다 로우지 본인이 원하던 할리우드 스타가 되기 위해 WWE에 발을 담근 것이라면, 중간 과정으로는 나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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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성민수(프로 레슬링 칼럼니스트)
ILLUSTRATION 유승보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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