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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 좋지 아니한가

가수 채연이 <아레나>와의 인터뷰 현장에 들고 온 건 변함없는 웃음과 네 번째 앨범에 대한 소식이었다. `섹시 찬란`할 것 같은 그녀의 인생은 타고난 체력과 일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찬란함만을 거름망에 거른 듯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2003년 `위험한 연출`로 데뷔하고 네 번째 신보를 발표하는,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가수 채연과의 인터뷰. <br><br>[2007년 4월호]

UpdatedOn March 20, 2007

Photography 이재호 Editor 성범수 HAIR&MAKE-UP 원조연 STYLIST 강현숙 retoucher 심효정

‘누구?’라는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채연의 당황한 표정을 원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어떤 흔들림도 포착되지 않았다. 재미가 없으면 꼬리를 내려야 하는 법. 에디터는 한 수 접고 계획했던 ‘무릎팍 도사’식 인터뷰를 포기해야 했다. 촬영에 대한 콘셉트, 오늘 입을 옷에 대한 꼼꼼한 고찰과 4집 안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위해 메이크업을 받는 시간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그녀였다. 귀여운 얼굴을 섹시함의 대명사로 탈바꿈한 것만 봐도 채연이 어떻게 정상에 올라서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누구?
….

어, 미안, 농담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글쎄, 음…. 뭐, 날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냥 나를 보는 사람이 내가 참 편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건 없다.

평상시에도 그렇게 웃고 다니나?
방송에서의 모습이 좀 더 밝을 순 있다. 카메라는 참 이상하다. 오버를 해야 평범해 보인다. 평상시에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처럼 그렇게 활달하진 않다.

이번 4집 앨범에 대해 홍보할 시간을 주겠다.
4집 앨범엔 특별한 장르가 없다. 댄스라는 타이틀을 부여했을 뿐 여러 장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보면 알 거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너무 좋다.

데뷔하고 처음으로 장기 휴식을 가진 것 같은데, 덕분에 앨범이 좀 더 탄탄해졌나?
이번 앨범을 위해 좀 많이 생각했다. 3집까진 그냥 내달리기만 했다. 타이틀도 타이틀이지만 하나로 두 가지 기쁨, 아니 그 이상의 만족을 주려고 노력했다.

섹시하다는 걸 표출하기 위해 어떤 수고를 하는가?
노력하는 편이다. 데뷔하기 전에는 나한테 섹시함이라는 게 있는지 전혀 몰랐다. 늘 편한 옷에 오히려 힙합 스타일의 큰 옷들만 입고 다녔다. 뇌쇄적인 눈빛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1집을 준비하면서 굉장히 노력했다. 2·3집 때는 그래도 1집의 노력 덕분에 몸에 좀 익어선지 편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나한테도 섹시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이렇게 했을 때 남들이 섹시하다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좋기도 하고, 나름대로 섹시한 모습을 연구하기도 하고. 나는 노력하는 편이다. 섹시해지려고.

섹시하다는 것엔 여자와 남자의 기준이 다를 듯하다. 당신 머릿속에서 그린 섹시함을 표현해도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남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인가?
음악을 만들어주는 김창완 프로듀서와 얘기를 많이 한다. 그분이 남자다 보니, 음악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그분의 말에 귀 기울이는 편이다.

섹시 가수 이효리, 아이비, 서인영 등과 비교할 때 본인이 지닌 장점과 단점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그럼 묻지 않겠다.
아니다. 말하겠다. 사실, 난 그녀들의 존재에 감사한다. 이번엔 비슷한 시기에 몰려 나오긴 했지만, 여가수들이 별로 없는 데다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 혼자 톱 가수라면, 물론 내가 톱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혼자서 자만심에 빠져 게을러질 수 있다. 내가 이 사람보다 이건 더 잘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더 좋다.

일본에서 활동했다. 인기가 별로 없었나?
그때는 가수라기보다는 버라이어티쇼의 방송인 같은 느낌이었다. ‘가수를 발굴하자’는 주제로 진행된 프로그램의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같이 활동한 분들은 굉장히 유명한 일본 개그맨들이었다. 난 신인이었지만, 그분들 덕분에 좋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한국인은 나 혼자였고,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에서 갔기에 모든 게 낯설었다. 외로웠고, 또 그런 거 있지 않나. 나만 한국 사람이다 보니 애국심에 타올라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일본과 우리나라 가요 시스템을 비교한다면?
큰 차이는 없다. 일본에서 내가 느낀 것은 뮤지션에 대한 동경이 있다는 거다. 뮤지션이라고 하면 좀 더 ‘우와’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 분위기는 뮤지션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면에서 일본과는 좀 다르다.

일본에 다시 진출할 의향은 없나?
가고 싶지만, 일본에서 작정하고 활동을 하려면 하루 이틀 갔다 온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의 위치를 놓치고 싶지도 않다. 좀 더 일하다가 가도 되겠다 싶을 때 천천히 가고 싶다.

당신은 김종국의 그루피였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능력 있고, 끼 있다고 해서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하고, 시대 흐름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너는 연예인이 될 수 있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연예인의 겉모습을 보면 화려해 보이고 재밌을 것 같고, 늘 행복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부딪히는 것들이 많다. 보통 사회 활동보다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공인으로서의 삶이 부러울 수도 있지만, 직접 겪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거다.

연예인이 되면 돈을 많이 벌긴 하겠지만, 개인 생활이 없다는 건 생각만 해도 싫다.
예를 들면, 엄마랑 목욕탕에 가는 것도 꺼려진다. 엄마가 혼잣말로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난 언제 딸 데리고 가서 맘놓고 때밀어보냐”라고 말이다.

목욕탕에 당당하게 가라.
괜히 신경 쓰여 못 가겠다. 그게 참 엄마한테 미안하다.

채연은 그래도 성공했다. 능력, 끼, 재능, 운 중 어떤 게 가장 많이 두드러져 작용한 것 같나?
난 운이 좋았다.

겸손한 건가, 아니면 어떤 운을 말하는 건가?
인복이 많았다.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가수가 되기 위해 많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은 없다.

노래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는 건 없나?
뭐, 연기. 연기는 지금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니다. 큰 욕심은 없다. 시간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잘하고 싶다.

쉴 땐 뭐하나? 음반 작업 때문이라지만, 쉬는 내내 음반 작업만 했을 것 같진 않다. 궁금하다.
여행도 하고 싶었는데,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조급증이 생겼나?
마음이 좀 급해서, 오히려 쉬는 동안 매니저한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넌 좀 쉬어야 한다고 했다. 반강제적인 휴식이었다고 할까.

가수는 뭘까?
지금까지 활동하며 느낀 것은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으면 그만큼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를 위해 음악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뭔가 아쉽다. 많은 사람에게 음악을 들려주려면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에 출연해 가수 같지 않은 모습도 보여주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할 때마다 꼭 나오는, 가장 싫은 질문이 있다면?
라이벌이 누구냐는 것과 몸매 비결에 관한 질문이 싫다. 몸매 비결은 안 먹고 운동하는 게 최고인데,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순 없지 않나. 늘 좋게 포장해야 하니까, 그게 참 난감하다.

라이벌이 누군지 왜 말하지 않는가?
아무래도 그분을 좋아하는 팬들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이 ‘윈윈’하면 좋은 거니까.

뜬금없는 질문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기행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
텔레비전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공연 전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공연 전엔 정말 긴장된다. 가사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지부터 시작해 목소리, 표정 등 수만 가지 걱정이 떠오른다. 그래서 과묵해지거나 표정이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브리트니는 공연 몇 초 전에도 굉장히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무대 위에 올라가면 자신감 있는 태도로 정말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더라. 그녀의 그런 자신감이 좋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잘 모르겠다. 지금 행동에 대한 뭔가 계산적인 게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잘 통제하는 편인가?
특별한 방법은 없다. 겉으로는 굉장히 활동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어떤 종족에 자신 있나?
저그를 한다. 사람들이 나랑 닮은 거 한다고 그러는데.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린다. 게임하다 보면 서너 시간 금방 가니까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도 금세 잊게 된다.

아까 보니 아이팟에 저장된 음악을 들으면서 손가락으로 뭔가를 계산하더라.
아, 그건 4집 안무를 좀 보완할 게 있어서 그랬다.

안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나?
그렇다. 전직 댄서는 아니지만 이런 부분은 이렇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하는 편이다.

나, 춤 좀 잘 추고 싶다.
클럽에 자주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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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이재호
Editor 성범수
HAIR&MAKE-UP 원조연
STYLIST 강현숙
retoucher 심효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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