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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Moonshine

On January 25, 2018 0

돌려 말하지 않는다. 시장 논리 따위에 굴복하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표현한다. 그래서 거칠다. 김심야와 손대현의 믹스테이프 〈Moo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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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현이 입은 셔츠는 와코마리아, 팬츠는 노앙 제품. 
김심야가 입은 가죽 재킷과 바지는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김 심야가 속한 XXX는 EP 〈KYOMI〉를 발매하고 나서 하입비스트, 애플뮤직 비츠원 라디오, BBC 1 라디오 등에서 주목한 아티스트가 됐다. 그리고 메총키츠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했다. ‘디. 샌더스’로 알려진 손대현은 켄드릭 라마와 스쿨보이 큐 등이 속한 ‘TDE’와 이센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이 있는 레이블 ‘BANA’의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뻔한 소개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검증된’ 래퍼와 프로듀서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검증된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뤄 믹스테이프 〈Moonshine〉을 발매했다. 수록곡은 우리가 불쾌하다고 느낄 수 있는 한국 음악 시장과 날것 그대로의 현실, 이면의 진실을 필터링 없는 단어로 표현한다. 요즘같이 SNS 가상 공간에서 보기 좋게 꾸민 콘텐츠만 소비하는 시대에, 어쩌면 이 날것의 믹스테이프는 반겨줄 사람 많지 않은 외로운 투쟁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부조리하고 끔찍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러므로 ‘웰컴 투 문샤인’이다.

 

김심야와 손대현’이니까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믹스테이프에 자주 등장하는 ‘진짜 음악’이란 뭘까?
김심야 나도 그게 궁금하다. 하하. 개인적으로 사람마다 맞는 음악이 있다고 본다. 그걸 드러내는 게 진짜가 아닐까? 사람들은 대개 그런 걸 찾기보다는 음악에서 ‘어떤 척’을 한다. 특히 힙합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장르인데, 필요에 따라 이거 했다 저거 하는 걸 보면 진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아이돌을 높게 본다. 아이돌은 절차가 확실하지 않나? 아이돌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연습생이 되어 노력해서 데뷔한다. 그들이 어떤 음악을 하든 말이 되는 거다.
손대현 어떤 식으로든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과 유행을 타지 않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음악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서 힙합은 보증수표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상품화하기 쉬운 장르인데, 〈Moonshine〉은 첫 곡 ‘문샤인’부터 ‘어차피 잘 안 팔릴 거 난 다음 거 하러 또 가야 되지’라고 말한다. 즉, 돈 때문에 만든 게 아니라는 건데, 후반부에 실린 ‘머니 플로우스’에서는 ‘돈에 관하여 말이 안 통하던 내 자신과 이제 말로 다툴 일은 없어 내가 뭐래도 money flows’라고 한다. 돈에 관한 양가적인 태도 아닌가?
김심야 솔직히 말해서 국내 래퍼가 그리 큰돈을 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발라드 가수가 한 곡 대박 내서 버는 돈이 월등히 많으니까. 이왕 힙합 시작한 거 조용필만큼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진짜 내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 래퍼들은 대부분 행사가 주요 수입원인데, 보고 있으면 혼란스럽다. 혼란 그 자체를 말한 거다. 예전에는 앨범 하나 대박 나면 평생 먹고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아직 한국 힙합 신에는 ‘음악성’과 ‘돈’이 공존할 수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진짜 자기 것으로만 채운 음악보다는 시장 논리에 어느 정도 타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돈이 되니까. 반면 〈Moonshine〉은 전반적으로 ‘진짜 나’와 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자기모순을 담았다. 즉, 김심야가 보는 현실과 혼란 그 자체, 자기모순을 그대로 담은 것. 하지만 요즘 대중은 이런한 진실을 들춰내는 걸 즐기지 않는다.
김심야 내가 느끼기에 한국의 ‘컨셔스(Conscious)’ 래퍼, 그러니까 의식 있는 래퍼 중 가사처럼 사는 사람은 나 포함해서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음악 시장과 현실 그 자체를 들춰내는 건 내가 제일 잘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금수저’로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음악을 했을 거다. 현실적인 문제가 따르다 보니, 한쪽에 자존심을 세워둔 채 일정 부분을 시장에 내주는 방식으로 타협하게 되더라. 그게 지금의 음악이다. 음악을 하다 보면 타협하지 않는 게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 그래도 최대한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내가 진실이라 믿는 얘기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심정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능한 한 밀어붙여보는 거다. ‘아웃트로’에 이런 가사가 있다. ‘내가 설 곳이 줄고 징그러운 걸 낸다면 그만한 명분을 가지고 올게’ 미리 방석 까는 게 아니다. 그 정도로 ‘진짜 음악’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든 시장임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 음악 신의 이러한 사정에 대해 손대현도 익히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굳이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이 엄마의 고향이라는 건 알고 있다.

손대현 한국의 힙합은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미약하게나마 한국 음악 신의 방향을 잡아주고 싶다. 미국에서 해오던 음악을 한국식으로 바꾸지 않고, 하던 그대로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발매 전, 〈Moonshine〉을 사랑 믹스테이프라고 설명했던데, 로맨틱한 사랑 얘기는 하나도 없다. 현실과 돈, 음악 시장에 대한 비판과 ‘빡침’만 가득하다. 물론 이런 걸 사랑이라 할 수도 있다. 한국 음악 신에 대한 애증이랄까.

김심야 직접 겪거나 진심으로 느끼는 걸 쓸 때만 좋은 곡이 나오고. 무언가를 의도해서 가사를 쓰면 대부분 망하더라. 연애를 안 하는데 사랑 믹스테이프를 만들려고 하니까 안 돼서 중도 포기한 거다. 당시 가장 하고 싶은 얘기를 썼다.

김심야는 늘 산업 구조에 순응하지 않고 충돌하는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 그런데 얼마 전 다른 데서 이런 얘기를 했더라. “편하게 월세 받고 살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도 꾼다. 가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음악은 하는 것보다 듣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지친 건가?
김심야 XXX의 1집과 이번에 발매한 〈Moonshine〉 둘 다 어느 정도 그런 충돌이 담겨 있다. 〈Moonshine〉 작업이 끝난 뒤, 이제는 소재가 고갈된 상태라는 것과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판단이 섰다. 이 시장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도 싫고 듣기도 싫어졌다. 질렸고 이제 더 말해봤자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힘을 좀 풀고 있다. 그리고 현실의 속내를 들추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를 ‘셀링 포인트’로 잡은 것처럼 보이는 게 싫다. 그런 얘기 말고도 할 게 많다.

니체가 ‘괴물하고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Moonshine〉을 들으면서 곱씹은 문장이다. 감정이 넘치는 건 한순간이니까.
김심야 나 스스로 느끼기에도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긴장감을 풀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 모두가 좋아할 만한 곡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래도 곡을 만들 때 김심야를 염두했겠지? 어떤 부분에 신경 썼나?
손대현 심야의 가사가 한국어라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심야의 래핑을 집중해서 듣는다. 전반적인 무드는 알고 있다. 심야가 평소에 내가 만든 비트 중 마음에 들어 한 것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곡을 작업했다.

둘이 음악적인 부분은 잘 맞는 거 같나?
손대현 잘 맞는다. 심야는 흐르듯이 진행되는 ‘스무스’한 랩부터 거친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구사할 줄 안다. 그리고 내가 다른 래퍼를 많이 만나봤는데, 인간쓰레기가 정말 많다. 심야는 겸손하다. 또 음악 외적인 걸로 자신을 치장하려 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도 안 한다. 모든 걸 음악으로 보여주려 한다. 요즘 이런 래퍼가 몇이나 있을까?
김심야 대현이 형 비트는 완전 미국산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우리 회사 프로듀서들은 작업실에 있으면 곡 하나씩은 꼭 만든다. 이런 게 너무 좋다. 하루에 한 곡 만드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내가 대현이 형 곡에 작업하고 있으면 형은 그사이에 두세 곡을 더 만든다.

‘BANA’ 레이블 이외의 아티스트와 작업할 생각은 없나? 김심야는 딱 한 번, 디스 이즈 매너와 작업한 적 있다.
손대현 내가 ‘BANA’ 프로듀서고 아이재이아 라샤드, 이센스, 김심야와 작업했다는 이유로 내 곡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이들은 기피하고 싶다. 음악적으로 느낌이 오는 사람과 작업하고 싶다.
김심야 한국 래퍼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관심이 없을 뿐이다. 지금 활동하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 음악 시장이 한 회사 같고 래퍼들이 모두 직원처럼 보인다. 작은 회사에서 아웅다웅하는 거다. 동료 직원한테 배워서는 대리나 부장 직함 달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러다 보니 나도 피처링 받고 싶을 때는 좀 난감하다. 잘 모르고 이름을 알더라도 친분이 없거든. 그나마 〈쇼미더머니〉 를 보며 국내 힙합을 가장 많이 듣는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손대현 미국으로 가서 엄마와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이다. 계속 음악을 만들 거고, 솔로 앨범을 준비할 거다. 국내외 다양한 래퍼, 뮤지션이 함께한 앨범으로.
김심야 이제 김심야 EP를 준비할 때다. 이번에는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얘기를 해볼까 한다.


이달의 신보

  • 톰 요크 〈Tomorrow’s Modern Boxes〉

    토렌트에 무료로 배포됐던 톰 요크의 솔로 2집 앨범 〈Tomorrow’s Modern Boxes〉가 공식 스트리밍과 앨범으로 재발매됐다. 그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톰 요크가 2016년 새로운 음반사 엑셀 레코드와 계약하며 입장을 바꾼 것. 톰 요크의 음악은 ‘톰 요크’적이다. 몽환적이고 우주적이고 동물적이다. 올겨울 이 앨범을 들으며 겨울잠 같은 시간을 보내자.

  • 디피알 라이브 〈HER〉

    디피알 라이브의 음악은 어떤 무드에서든 과하지 않게 들린다. 자이언티, 딘, 로꼬, 크러쉬의 음악도 그랬던 것 같다. ‘귀르가즘’이란 표현이 절로 나온다. 랩 스킬도 뛰어난데, ‘그루브’가 남달라 거슬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랩뿐 아니라 음악적 감각과 트렌드에 대한 촉까지 뛰어난 뮤지션. 그가 새 앨범 〈HER〉을 발매했다.

지바노프 〈KARMA〉

지난달, 바로 이 지면에 인터뷰이로 등장했던 R&B의 신성 지바노프가 드디어 새 싱글 〈KARMA〉를 발매했다. 이번 싱글은 6개의 수록곡에 ‘두 남녀의 만남에서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인의 만남이 그렇듯 밝고 화사한 톤부터 무겁고 어두운 톤까지 다채로운 분위기로 채웠다. 지바노프의 실제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6가지 서사를 따라가며 들어보는 것도 큰 재미다.

돌려 말하지 않는다. 시장 논리 따위에 굴복하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표현한다. 그래서 거칠다. 김심야와 손대현의 믹스테이프 〈Moo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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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김윤식
STYLIST
김예진
HAIR&MAKE-UP
채현석

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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