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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셜 힙스터 무비

마이크 밀스의 감각적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지난 세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빙자한 21세기 힙스터 무비다.

UpdatedOn September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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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바바라 셰어 하우스의 식탁에 둘러앉은 주요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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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패닝과 그레타 거윅.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형식으로 삶을 개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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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패닝과 그레타 거윅.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형식으로 삶을 개척한다.

이렇게 잠정적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문화적 향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바이닐 레코드를 소비하고, 스케이트보드는 다시 유스컬처의 아이콘이 되었고, 당시 철학적 사유를 근거로 피어났던 페미니즘이 실천적 행위로 대두하고 있는 시대가 바로 현재이지 않던가.

감독은 1979년 미국 산타바바라를 배경으로 경제 대공황을 겪은 1920년대 출생 어머니의 시대 적응기와 1970년대 후반의 정치, 문화적 격동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15세 사춘기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다. 그들 주변에 두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을 배치하여 오밀조밀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영화는 캐릭터별 내레이션을 통해 그들이 어떤 배경을 가진 인물인지를 설명하고, 또 각각에 맞는 음악 장르를 배분하고, 패션 스타일을 부여한다. 그럼으로 인해 <우리의 20세기>는 내로라하는 현대 힙스터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가장 먼저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밀스 감독은 영화음악가 로저 닐의 오리지널 스코어 이외에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팝, 록 음악으로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제일 먼저 당시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펑크 록이다. 특히 토킹 헤즈의 곡은 영화 전반의 내러티브에 굉장히 깊숙하게 관여한다. 여기에 하드코어 펑크 록 밴드 블랙 플랙은 그 정반대편에 서 있는 또 다른 남성성의 핵심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여기에 어머니 시대를 대변하는 루이 암스트롱, 베니 굿맨, 프레드 아스테어 등의 올드 넘버 역시 세대 간의 소통 근거로 사용된다.

음악과 더불어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책이다. 아마도 지금 세기가 아닌 전 세기만 하더라도 책은 내 앞에 있는 인물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으니까. 그래서 50대인 어머니는 리처드 애덤과 앨빈 토플러를 읽는다. 하이틴 소녀는 M. 스콧 펙의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사진을 찍는 한 여성은 수전 손택의 책을 읽고, 그녀로부터 소년은 페미니즘 서적들을 인계받는다. 이런 책의 구절 등은 밀스 감독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화 내에 삽입되고, 관객에게 전달된다.

20세기 전체를 관통한 어머니 역을 아네트 베닝이 맡았다.

20세기 전체를 관통한 어머니 역을 아네트 베닝이 맡았다.

20세기 전체를 관통한 어머니 역을 아네트 베닝이 맡았다.

이 영화를 ‘힙스터’ 영화라 표현하는 건 바로 음악과 책의 결합에 기인한다. 교묘하게도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청춘의 혼돈과 방황은 현대 청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당시 문화가 현재의 힙스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마이크 밀스가 창조해낸 약 40년 전의 산타바바라는 현대 도시 속에서 피어나는 리바이벌 붐과 흡사하다. 단지 음악 장르가 펑크에서 테크노, 모던 록, 포크 등으로 변화되었고, 읽는 책의 종류가 바뀌었을 뿐이다. 현대의 우리는 1990년대 리바이벌을 넘어, 1970~80년대 레트로를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런 착각은 어쩌면 마이크 밀스의 놀랍고 감각적인 영화 구성 능력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역시 20세기 아트 필름이 사용했던 문자 텍스트, 자료 사진, 콘텍스트의 인용 등과 같은 다양한 영화 외적 장치를 이미지와 사운드로 끌어들이면서 20세기를 논한다. 이로써 영화는 마치 유튜브에서 단편적 이미지를 소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언뜻 커머셜 필름을 접하는 듯 비친다. 여기에 유스컬처를 이끌고 있는 패션 스타일과 흡사해 보이는 의상들로 인해 영화는 더욱 감각적 이미지들의 총합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이 영화는 분명 현대에 힙스터라 불리는 이들에 의해 열광적으로 소비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고도의 속임수를 과도하게 사용한, 그래서 깊숙한 통찰의 시선보다는 시각과 청각으로 소비되어버리는 ‘힙’한 척하는 영화에 불과해 보이기도 한다. 신선하기는 하지만 너무도 익숙한 것들의 버무림. 진지한 사유보다는 솜사탕과 같은 달콤함이 더 강한 작품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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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주영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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