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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의 '쇼미더머니'

<8마일>과 <쇼미더머니> 사이에는 분명 재현과 실재의 간극이 발생한다. 이 사이를 봉합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UpdatedOn May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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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민인 래빗. 열악한 현실에서도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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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쇼미더머니 6〉가 시작될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결국 한국 대중문화 속 ‘마이너리티’였던 힙합을 완전한 트렌드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덕분에 ‘힙합 무식자’였던 에디터마저 최신 트랙을 들으며 고개를 까닥거릴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힙합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물론, 장르 히스토리까지 서당개마냥 읊을 수 있다.

후반부 랩 배틀 장면.

후반부 랩 배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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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은 성공 이후 돈, 여자, 명예를 보장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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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일>은 디트로이트의 황폐함을 잘 그렸다.

<8마일>은 디트로이트의 황폐함을 잘 그렸다.

<8마일>은 디트로이트의 황폐함을 잘 그렸다.

방송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려는 지면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방송 얘기를 꺼낸 이유는 <8마일>이라는 케케묵은 힙합 영화의 재개봉 소식이 근래 힙합 트렌드와 적절히 맞물리기 때문이다.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작품들을 종종 재개봉하는 요즘, 5월 초 스크린에 걸릴 <8마일>은 극장에서 다시 볼 만한 영화다. 굳이 에미넴 팬이 아니더라도, 만일 힙합에 눈곱만큼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꽤 구미가 당길 작품이란 말이다. 


<요람을 흔드는 손> 등으로 친숙한 커티스 핸슨 감독이 당시 힙합 신을 주름잡던 백인 래퍼 에미넴을 끌어들여 적잖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게 바로 <8마일>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2003년 개봉 당시에는 영화 속에 담긴 힙합 스트리트 컬처가 재현의 판타지로만 다가왔다. 어쩌면 그래서 시쳇말로 ‘간지’나 보였고, 뇌리에 더욱 깊이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극 중에 나오는 랩 배틀, 길거리에서 펼치는 사이퍼 등이 더욱 그랬다. 그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양 신기하고 멋스러워 보였으니까.

하지만 <쇼미더머니>의 시즌이 거듭될수록 일개 대중인 나조차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네 문화 속에서도 충분이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확신하게 됐고, 이제는 그것에 익숙해졌다. 이 즈음 다시 <8마일>을 보노라니 당시의 판타지는 온데간데없고, 힙합 언더그라운드의 일상적인 재현으로 비쳤다. 역설적으로 재개봉하는 이 영화가 더욱 새로웠다. 바꾸어 말하면, 아는 것들이 나오니 반갑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속칭 ‘가사를 절었다’라는 표현이 이야기 초반 에미넴이 마이크를 들고 한마디도 뱉지 못하던 장면과 오버랩되며 쉽게 이해됐으니 말이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이지만 몇 년 전에 에미넴의 내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수많은 히트곡을, 심지어 랩을 ‘떼창’하는 열정적인 관객을 보며 힙합은 소수 문화가 아닌 대중의 것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런 현상이 있는 시절이기에 이 영화의 재개봉이 다시 한번 반갑다. 지금 들어도 멋스러운 사운드트랙까지 다시 한번 재생하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그렇다. 


사실 <8마일>은 걸작이라 칭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참 많은 작품이다. 에미넴의 극 중 래빗 역의 연기는 배우 아닌 래퍼의 조잘거림에 가깝고, 한 인물의 자존적 이야기라 하기에는 서사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마일>은 힙합 문화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현재까지 영향력이 큰 에미넴을 중심에 세워 상당한 흥행력을 과시했고, 지금도 힙합 팬들에게 ‘힙합 영화는 <8마일>!’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참, 커티스 핸슨 감독이 작년 9월 즈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영면을 <8마일>에 붙여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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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주영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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