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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디자인

On January 20, 2007

우리가 망가뜨린 지구를 구하는 일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제껏 친환경 자동차를 두고 벌어지는 토론은 대부분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카 디자이너 임범석이 말하는 친환경 자동차를 위한 디자인.<br><br>[2007년 2월호]

Words 임범석(카 디자이너) Editor 정석헌

한때 모두에게 어색했던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마침내 21세기에 이르러 모든 지구인에게 해당하는 단어가 되었다. 더 이상 이 단어는 과학자들이나 환경론자들만이 사용하던 정치적·과학적 용어가 아니다. 이제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 중의 이슈가 되었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천연자원의 남용은 지구에서 사는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이 슬픈 21세기의 전 세계적 현상에서, 자동차는 다른 악당들과 함께 가장 강력한 공범 중 한 명이다.
자동차는 이산화탄소를 풀풀 내뿜고 다닌다. 이산화탄소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이다. 자동차가 비난받는 또 다른 환경 요인은 자원 낭비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만 봐도 왜 21세기 대부분의 환경론자들에게 자동차가 환경을 파괴하는 골칫덩어리인지를 능히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가 그렇게 나쁜가?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는 19세기 후반에 있었던 몇몇 환경적인 문제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고안되었다. 자동차는 우리가 말똥에 묻혀버리는 것에서 구원했다! 19세기에 이르러, 전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는 이미 도로가 잘 정비되었고, 기찻길도 건설돼 있었다. 매일 아침 수백, 수천 명의 시민들이 말이 끄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근했고, 교통 혼잡 같은 도시 문제들은 이미 일상적인 현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1890년에 이미 전기가 사용되기 시작한 후에도 2만2천 마리의 말과 노새가 여전히 뉴욕 시와 브루클린 내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20세기 말 뉴욕에는 적어도 10만 마리 이상의 말이 돌아다녔다. 매 순간 뉴욕에서는 수만 마리의 말이 사람들과 화물을 실어 나르곤 했다. 그리고 말이 어디에나 있었다는 증거가 도처에 깔리게 되었다. 산더미처럼 길가에 쌓여 있는 말의 배설물은 파리 떼를 불러모았다. 말을 묶기 위해 세운 수많은 말뚝 때문에 잘 닦인 도로가 움푹 패였고, 말에게 주는 사료는 배설물 냄새와 섞여 악취를 풍기곤 했다. 끔찍한 광경이다. 잘 차려입은 19세기 도시의 주민들은 출근할 때마다 길 위에 있는 말똥을 밟지 않기 위해 걸음걸이는 물론 패션에도 신경 써야 했다. 그러나 정말 말똥이 단지 패션의 문제가 아니고 환경 문제였을까? 20세기 초의 위생 전문가에 따르면, 그것은 대중의 건강과 직결되는 진짜 큰 위협이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정상적인 도시의 말은 하루에 7~15kg의 배설물을 만들어낸다. 평균 10kg 정도로 계산하면 5만 마리의 말은 결과적으로 5백32톤의 배설물을 매일 길거리로 내보내며 50억 마리의 파리를 발생시켰다. 파리는 말라리아의 치료법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 사람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는 큰 위협이었다.
말똥 이야기만으로, ‘말이 끌지 않는 교통수단 - 자동차’가 20세기 초에 얼마나 환영받았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적어도 그냥 눈으로 보기에 자동차들은 아무것도 배설하지 않으니까. 자동차들은 구시대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위대한 발명품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21세기 초에 이르러 자동차는 20세기의 말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되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이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전기, 태양열, 바이오 디젤 등. 그것들은 모두 자신의 성능을 입증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세기의 문명화가 말똥 문제를 극복한 것처럼, 우리는 머지않아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완벽하게 제거할 것이다. 어떤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든 - 어쩌면 물로 가는 자동차? - 받아들여지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불행하게도, 자동차가 그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의 피해는 기술적 도전만으로는 멈출 수 없다.
바로 디자인이 문제인데, 낭비되는 디자인이 너무 많다. 디자이너로서 이것은 큰 딜레마다. 몇 년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것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주된 업무니까. 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 이전의 디자인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고, 그 쓰레기를 담을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단지 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오래된 디자인은 버릴 수 있도록? 정말 모든 사람이 4년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원하는 걸까? 혹은 새로운 디자인이라는 것이, 사실은 사람들이 새 차를 원하도록 하는 마케팅 기술에 불과한 게 아닐까? 디자인은 재활용이 될 수 있을까? 디자인의 재활용은 레트로 디자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이라는 게 매번 새롭게 디자인하지 않고도 업데이트되고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일까? 어려운 문제다. 블루와 그린이 ‘청정’ 컬러로 부상하는 것이나 연료 압축이나 엔진의 종류, 구동방식에 따라 계기반이나 실렉트 레버의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문제다.
내게는 10년째 입고 있는 가죽 재킷이 한 벌 있다. 반면, 나는 10년 사이 4대의 차를 가졌다. 나는 아직도 이 재킷을 좋아하는데, 아주 심플하고 깔끔한 검은색으로 여전히 스타일리시하다. 또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멋있어지고 있다. 이 가죽 재킷은 청바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 그리고 청바지는 사람들이 말의 배설물을 없애려고 노력하던 시절부터 우리와 함께해왔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자동차 디자인이 여전히 멋져 보일지, 혹은 더 나아 보일지 의문이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디자이너들에게도 다음 세기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이제 스스로 젊어지는 자동차,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자동차를 디자인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 아이디어를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우리가 망가뜨린 지구를 구하는 일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제껏 친환경 자동차를 두고 벌어지는 토론은 대부분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카 디자이너 임범석이 말하는 친환경 자동차를 위한 디자인.<br><br>[2007년 2월호]

Credit Info

Words
임범석(카 디자이너)
Editor
정석헌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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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임범석(카 디자이너)
Editor
정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