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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남성 패션 신을 바꾸어놓을 주요한 변화들.

UpdatedOn December 23, 2016

 

1 하이더 아커만의 벨루티

하이더 아커만을 알게 된 건 틸다 스윈턴이 한 잡지에서 입은 새틴 드레스 때문이다. 분명 이브닝 드레스인데 중동의 색이 짙게 느껴지고, 어떻게 보면 또 한복 같은 독특함이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 그를 직접 인터뷰했을 땐 황홀했다.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단어를 사용해 말하던 그는 디자이너라기보단 차라리 예술가에 가까웠다. 하이더 아커만의 독보적인 매력은 모두에게 통한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내로라하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석일 때마다 가장 유력한 후임으로 지목되었다. 그러던 그가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지난 9월 1일, 벨루티가 그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것. 의외의 소식이다.

디올이나 샤넬 같은 굵직한 여성 브랜드를 책임지지 않을까 했던 그가 역사와 전통 있는 남성복 브랜드에 둥지를 틀다니! 4대를 이어온 슈 메이커, 벨루티는 2012 F/W 시즌부터 남성복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Z 제냐를 이끌던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를 디렉터로 임명해 지금껏 고급스럽고 웨어러블한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근래에 다소 정체된 느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깔끔하고 고상하긴 했지만 특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벨루티에 ‘하이 패션’ 이미지를 더하는 것, 하이더 아커만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일 테다. 2017년 1월, 하이더 아커만의 첫 번째 벨루티 컬렉션이 공개된다. 그는 어떤 답을 준비했을까?

2 스텔라 매카트니의 남성복

골수 여성팬이 많은 스텔라 매카트니가 드디어 남성복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초 남성복 컬렉션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그녀는 지난 11월 10일 그 결과물을 소개했다. 프레젠테이션은 1960년대 비틀스가 음악 작업을 한 런던의 애비로드 뮤직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컬렉션은 젊고 영국적이다. 전통적인 영국이라기보단 스트리트풍이다. 큰 레터링 장식 머플러(마치 축구 응원단을 연상시킨다), 리본 장식을 더한 니트 트레이닝 세트, 빨간 양말과 슬리퍼의 매치 등이 그 증거. 아버지 폴 매카트니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양 가슴에 새 자수 장식을 넣은 실크 셔츠나 히피풍 데님 티셔츠는 비틀스의 이미지와 겹친다. 결코 베이식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이 잘 팔릴 것 같다. 아이템은 내년 1월 매장에 비치된다. 그녀의 출사표는 남성복의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3 라프 시몬스의 캘빈클라인 컬렉션

라프 시몬스와 캘빈클라인 컬렉션, 사실 가장 기대되는 조합이다. 라프 시몬스는 현존하는 디자이너 중 가장 혁신적이고 뛰어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캘빈클라인은 미니멀리즘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간, 명성에 비해 내실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어쨌든 둘의 조합은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것이다. 캘빈클라인에겐 둘도 없는 기회가 될 것이고. 컬렉션은 다가오는 1월에 베일을 벋는다. 디올이란 거대한 하우스 브랜드에서의 경험이 라프 시몬스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어서 그가 창조한 캘빈클라인 컬렉션을 보고 싶다. 아, 그의 이름을 딴 라프 시몬스 컬렉션 역시 변화를 겪는다. 2017 F/W 시즌부터 뉴욕에서 쇼를 열 예정이기 때문.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은 뉴욕 남성 패션위크의 주가가 올랐다. 그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대단하다.

4 알레산드로 사르토리의 에르메네질도 제냐

Z 제냐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벨루티로 떠났던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금의환향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인 스테파노 필라티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 그러니 그와 브랜드의 궁합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궁금한 건 스테파노 필라티가 틀어놓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방향성을 어떻게 세련되게 바꿔놓을까 하는 것이다. 스테파노 필라티의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새롭고 우아한 동시에 어려웠다. 쉽게 말해 제냐를 입던 남자에겐 다소 난해한 옷이었다. 반면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안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지난 벨루티 컬렉션들이 바로 그 증거다. 그렇다면 그는 또다시 브랜드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강조할까? 2017 F/W 컬렉션이 공개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이다.

5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

에디 슬리먼의 후임은 모두 피하고 싶은 자리였을지 모른다. 전임자의 색이 워낙 뚜렷했던 데다 현실적인 성과마저 대단했으니. 용감하게 총대를 멘 이는 안토니 바카렐로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그의 첫 생 로랑 컬렉션은 2017 S/S 시즌 여성 런웨이였다. 이 무대를 위해 본인 브랜드의 런웨이는 포기했다. 1982년 이브 생 로랑 컬렉션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세련되면서도 섹시한 생 로랑의 여성상을 선보였다. 특히 넉넉한 청바지와 섹시한 커팅의 블랙 톱을 매치한 차림이 돋보였다. 남성 룩은 딱 한 벌 등장했다. 검은색 시스루 셔츠에 검은색 팬츠를 매치한, 조금은 평이한 차림. 하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여성 컬렉션에서 보여준 감각이라면 곧 공개될 남성 컬렉션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 격동의 시즌
    새로운 조합이 몰린 2017 F/W 시즌, 알레산드로 사르토리의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시작으로 하이더 아커만의 벨루티,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 라프 시몬스의 캘빈클라인 컬렉션이 차차 공개된다. 이들의 결과물은 구찌와 베트멍에 몰린 남성 패션계의 관심을 환기하기에 충분한 파급력이 있기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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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안주현
PHOTOGRAPHY 아이맥스트리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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