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AGENDA MORE+

전설의 그 형님

‘전설’이라고 하면 대개 과거의 영광을 의미한다. 그런데 스팅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나 보다. ‘더 폴리스’ 시절의 에너지 그대로, 록 스피릿으로 무장한 형님이 돌아왔다.

UpdatedOn December 14, 2016

  

처음 뭣도 모르고 스팅 형님의 내한 공연에 갔던 기억이 난다. 2010년경이었는데 당시 잘해보고 싶은 친구가 공연 세트리스트까지 보내주면서 굳이 보러 가자고 하기에 형님에 대한 큰 감흥 없이 무작정 공연장에 착석했다. 속으로는 ‘에미넴도 빨리 한국에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공연 시작 전까지 나에게 스팅은 그저 ‘옛날 뮤지션’이었다. 학창 시절 스팅이 몸담은 ‘더 폴리스(The Police)’의 노래들로 영어를 배운 기억 때문인지 까마득한 시절에 활동한 아저씨 같았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자, 이 형님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English Man In New York’ ‘Every Breath You Take’ 등을 부르는 동안 나는 점점 더 경건한 자세로 스팅에 대한 ‘리스펙트’를 보냈다. 1978년에 더 폴리스로 데뷔했다는데,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흐트러짐 없이, 그것도 굉장히 멋지게 자신의 무대를 완성해나간다는 건 ‘전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로부터 6년이 또 훌쩍 지난 2016년 겨울, 전설의 그 형님이 돌아왔다. 12번째 정규 앨범 <57TH & 9TH>’를 들고서. 그가 스튜디오로 매일 걸어가던 뉴욕 맨해튼의 교차로 번호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한다. ‘9·11 피해자를 위한 모금 활동 공연’ ‘엘튼 존 에이즈 재단’의 후원자로 활동하는 등 사회운동가로서도 부지런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새 앨범에 담았다.

“탐색과 여행, 길, 모르는 무언가의 이끌림에서 주제를 탐구해 만들었다”는 스팅의 설명처럼 앨범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리드미컬한 기타가 곡 전반을 이끌어 나가는 ‘I Can’t Stop Thinking About You’, 심장을 울리는 힘 있는 사운드의 ‘50,000’ 등은 우리가 스팅에게 기대하는 영국 신사의 록 스피릿을 제대로 충족시켜준다. 유럽 난민 문제에 대한 스팅의 시각을 알 수 있는 록 발라드 ‘Inshallah’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 40년 가까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전설의 저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스팅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내 아이디어는 항상 나 자신은 물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내 음반을 듣는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새 앨범을 설명했다. 잘난 척이 절대 아니다. 그의 새 앨범을 들어보면 다들 놀랄 거다. 너무도 변함없는 그의 멋에, 그리고 너무도 다채로운 그의 사운드에 말이다.

 

형님의 귀환

이번 겨울엔 유독 형님들의 귀환이 잦다.

 데이비드 보위 <Legacy(The Very Best Of)>

데이비드 보위가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 발매되는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그의 변화무쌍하고 놀라운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1971년 앨범 의 오리지널 프로듀서인 켄 스콧(Ken Scott)이 새롭게 믹스한 ‘Life On Mars?’를 들을 수 있다.

 본 조비 <This House Is Not For Sale>

데뷔 이후 30여 년, 로큰롤의 멋이 넘쳐흐르는 밴드 본 조비가 14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현재진행형 밴드가 되기 위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온몸으로 부딪쳐 깨지고 다듬은 끝에 완성한 노래들이다. 본 조비가 다시 그들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아시스 <Be Here Now>

브릿 팝의 전설, 오아시스가 자신들이 왜 전설이 됐는지를 다시금 보여준다. 는 오아시스가 천하를 호령하던 시절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리마스터링 앨범이다. 노엘 갤러거의 믹스로 재탄생한 ‘D’You Know What I Mean?’도 들을 수 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2016년 12월호

MOST POPULAR

  • 1
    Thinner
  • 2
    UNFAMILIAR SUIT
  • 3
    Dingle Dangle
  • 4
    Earth Day
  • 5
    가구 보러 왔습니다

RELATED STORIES

  • LIFE

    HAND IN HAND

    새카만 밤, 그의 곁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물건 둘.

  • INTERVIEW

    스튜디오 픽트는 호기심을 만든다

    스튜디오 픽트에겐 호기심이 주된 재료다. 할머니댁에서 보던 자개장, 이미 현대 생활과 멀어진 바로 그 ‘자개’를 해체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공예를 탐구하고 실험적인 과정을 거쳐 현대적인 오브제를 만들고자 하는 두 작가의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 INTERVIEW

    윤라희는 경계를 넘는다

    색색의 아크릴로 만든, 용도를 알지 못할 물건들. 윤라희는 조각도 설치도 도자도 그 무엇도 아닌 것들을 공예의 범주 밖에 있는 산업적인 재료로 완성한다.

  • FASHION

    EARLY SPRING

    어쩌다 하루는 벌써 봄 같기도 해서, 조금 이르게 봄옷을 꺼냈다.

  • INTERVIEW

    윤상혁은 충돌을 빚는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정교하다. 손이 가는 대로 흙을 빚는 것 같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상반된 두 가지 심성이 충돌해 윤상혁의 작품이 된다.

MORE FROM ARENA

  • AGENDA

    블랙핑크는 왜 미국에서 통할까

    미국에서도 ‘뚜두뚜두’가 울려 퍼진다. 방탄소년단이 지나간 자리에 블랙핑크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 INTERVIEW

    다니엘 헤니,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배우 다니엘 헤니의 로맨틱함이 담긴 <아레나> 디지털 커버 미리보기

  • INTERVIEW

    뮤지션 세븐틴

    세븐틴은 지난 9월 정규 3집 앨범 를 발표했다. 물론 미니 앨범과 싱글도 꾸준히 선보여왔다. 데뷔 4년 차를 맞은 세븐틴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현재의 자신들을 솔직하게 앨범에 담아냈다. 는 초동 70만 장 판매를 돌파했다.

  • ARTICLE

    온전히 나의 것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서 이제는 맞춤 시대가 왔다. 완전하게 나만의 것을 가질 수 있는 다섯 브랜드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 LIFE

    사진은 영원하고

    칸디다 회퍼는 공간을 찍는다. 주로 아무도 없는 공공장소를 찍는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러나 인간이 없는 장소. 인위적인 조명도 과장된 구도도 없는 그의 사진은 고요하고 평등하다. 관람객의 시선은 천천히 머물며 그 속에 부재하는 인간을, 공간에 새겨진 잠재의식 같은 역사를 읽는다. 회퍼는 사진을 “보는 이의 시선에 시간을 부여하는 정지된 매체”이자 “더 많은 것을 들여다보게 하기 위해 시선을 늦추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오래도록 셔터를 누를 때, 그가 찍는 것은 공간이 아닌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인 칸디다 회퍼에게 공간과 시간, 부재와 현존, 그리고 사진이라는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편지를 보냈고, 그에 대한 회신은 다음과 같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