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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Hot Issue

올 한 해를 들썩이게 한 패션계 핫 이슈 10.

UpdatedOn December 16, 2016

  • 안티패션

    단순히 복고풍이나 클래식한 것과는 다르다. 이제 완전히 한물갔다고 여긴 것들, 비웃을 만한 촌스러운 패션들이 이번 시즌 가장 쿨하고 트렌디한 것으로 재조명되었다. 그 선두엔 베트멍과 고샤 루브친스키가 있다. DHL 로고가 과감하게 박힌 티셔츠나, 카파, 필라 등 아버지 옷장 구석에 있어야 할 1990년대 풍의 집업 점퍼 등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고릿적 옷들이 지금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트렌드 최전선에 올라섰다. 고급스러움을 지양하는 스타일에 반해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굳이 이들의 옷이 아니더라도, 엇비슷한 느낌의 1990년대 풍 혹은 그 이전의 촌스러운 스타일을 거리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X-세대가 거리를 점령했던 바로 그 시절처럼.

  • 베트멍

    베트멍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Official Fake Collection’에 대한 구입 정보가 게재됐다. 얼마 전 매치스패션닷컴과 함께 서울 팝업 스토어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컬렉션에 대한 얘기다. 베트멍이 왜 머나먼 서울에서 조금 더 정확히는 찾아가기도 힘든 남양주 어느 창고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을까? 올 한 해 베트멍의 인기는 대단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브랜드는 씨엘, 지드래곤 등 패션 아이콘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데 분더샵 혹은 직구를 통해 구입하기도 했겠지만, 아마도 가품이 대부분일 거다. 베트멍의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전혀 생각도 못한 시장인 한국에서, 그것도 가품도 마다않고(오히려 없어서 못 산다)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을 알게 되었다.

    그는 ‘진짜 가짜'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매치스닷컴과 함께 선보인 공식적인 가짜 ‘Official Fake Collection’이 그것. 베트멍의 팝업 스토어 소식에 인스타그램은 들썩였다.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급작스럽게 발표했음에도 오픈 전부터 어마어마한 줄이 이어졌다. 단 5개만으로 구입 개수도 제한해 판매하는 상황에서도 남양주 창고를 가득 채운 ‘진짜 가짜’는 금세 동이 났다. 그러니까 결국 이날 베트멍의 ‘팬’들이 열광했던 건 진짜였을까, 가짜였을까? 뎀나 바잘리아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 도메스틱 브랜드의 진화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수준과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느낀다. 감도 높은 디자인과, 탄탄한 기술력, 그리고 놀 줄 아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재기 발랄한 영상이나, 프로젝트 등을 쉼 없이 선보인다. 어느새 10주년을 맞이한 국내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브라운브레스와 비엘씨 브랜드는 올 한 해만 해도 ICNY, 디즈니, 해브어굿타임 등등 무수히 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국내 스트리트 신의 핵심으로 우뚝 선 디스이즈네버댓 역시 마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매출 고공 행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구찌 슬리퍼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 수장으로 자리한 후 처음 선보이는 컬렉션은 초유의 관심사였다. 특히 구찌의 시그너처인 호스빗 로퍼의 슬리퍼 형태에, 모피 안감이 바닥에 닿을 만큼 수북하게 삐져 나오는 슈즈는 다수 패션 잡지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주목해야 할 아이템으로 꼽았다. 물론 그건 패션 에디터들의 시선이었고, 종종 이런 판단이 무너질 때가 있다. 특히 이렇게 현실성 없는 아이템을 그저 아름다움에만 현혹되어 칭송할 때 그렇다. 그 풍성한 모피가 땅에 질질 끌려 다닐 것을 생각하면, 일상생활에서 실용성은 없어 보였다.

    당시 누구보다 빠르게 그 슬리퍼를 신고 공식 석상에 나타난 패션 에디터가 있었다. 우리끼리도 ‘와, 저걸 평소에 신고 다니는 사람이 있네?’라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역공을 당했다. 이 현실성 부족한 털북숭이 슬리퍼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올 한 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얼마나 잘 팔렸냐면, 인터넷에 널리고 널린 3만원대 초저가 가품들도 ‘주문 대란’ ‘재입고’ 등등의 수식어가 붙을 만큼.

형식을 벗어난 컬렉션

올 한 해 해외 컬렉션은 급변하는 현실을 반영해 정형화된 진행 방식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변수들로 가득했다. 파리, 밀라노를 고수하던 유수의 패션 하우스들도 본고장을 떠났다. 생 로랑은 화끈하게 LA로 날아가 팔라디움에서 컬렉션을 진행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컬렉션을 진행한 것은 구찌 2017 리조트 트루즈 컬렉션이 사상 최초였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현장 직구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톰 포드와 버버리는 기존의 컬렉션 시즌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적기에 패션쇼를 진행했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컬렉션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 쇼가 끝난 직후부터 바로 옷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변화의 바람은 이미 급물살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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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잔

스카잔을 빼놓고 올 한 해 트렌드를 논할 순 없을 거다. 생 로랑, 발렌티노, 루이 비통 컬렉션 등에서 화려한 자수와 프린트의 실크 소재 스카잔이 줄기차게 등장했다. 런웨이뿐만 아니라 자라, H&M 등 SPA 브랜드에서도 이 화려한 재킷을 너나 할 것 없이 출시했다. 거리에서도 무심하게 스카잔을 걸치고, 껄렁하게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번외 얘기지만, 국내에선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스카잔을 입은 영향도 조금은 있을 거 같다. 퇴물 깡패 역할로 전혀 패셔너블한 차림도 아니었고, 트렌드를 의식한 콘셉트라고 볼 수도 없었지만, 이 화려한 재킷에 대한 인지도를 한껏 올려놓은 것은 확실하니까.
 

  • 힙합 열풍

    올 한 해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를 하나만 꼽자면, 단연 ‘힙합’이 아닐까. 국내에선 <쇼미더머니>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패션계 전반에 힙합 트렌드가 강세다. 그 중심엔 카니예 웨스트가 있다. 그가 직접 전개하는 컬렉션 이지(YEEZY)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 시즌째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아디다스와 함께 선보이는 브랜드 이지부스트는 아무나 구입할 수 없는 수준. 어차피 출시와 동시에 품절, 곧장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에 공식적인 가격은 전혀 중요하지도 않다. 그리고 얼마 전 리한나도 푸마와 함께 컬렉션을 선보이며 후발 주자로 나섰다.

  • 짐 스타일

    지금 바로 뛰러 나가도 될 법한 운동복 차림이 체육관이 아닌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단순히 스타일링 개념이 아니라, 이왕이면 멋진 옷차림으로 잘 차려입고, 제대로 운동하고자 하는 건강한 삶의 방식에서 파생된 현상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데상트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따라 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 앱을 보강했고, H&M, 유니클로 등 브랜드에서는 전문적인 트레이닝 웨어를 선보였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이런 건강한 차림새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 지드래곤과 유아인의 브랜드

    그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선보인 건 전혀 뜻밖의 일이 아니다. 명실공히 둘은 지금 가장 모시기 힘든 아이코닉한 남자니까. 무엇을 걸치고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 그들이 직접 만든 브랜드라니.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과 유아인이 이끄는 아티스트 그룹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새로운 아트 레이블 ‘씨씨알티 에어로스페이스’가 얼마 전, 비슷한 시기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드래곤의 또 다른 이름. 정형화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입고 쓰고 걸치는 것을 자유롭게 만들어낸다. 브랜드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나 이벤트도 없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스마이너스원의 첫 번째 라인업 출시를 암시하는 메시지 ‘2016.10.01 12:00PM’만 전달했다.

    그리고 지드래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세계적 패션 아이콘인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품절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유아인의 씨씨알티 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비범하다. 마찬가지로 천편일률적인 브랜드는 지양한다. 아티스트 그룹의 정체성을 내세워 뉴 미디어, 미술, 사진, 그래픽, 퍼포먼스, 음악 등 다양한 아트워크와 패션 컬렉션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컬렉션을 전개할 예정이다.

  • 한국 모델들의 세계 진출

    해외 컬렉션 시즌이 되면, 국내에서 남자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눈에 띄는 모델들은 대부분 해외 컬렉션을 위해 밀라노, 파리, 런던, 뉴욕으로 떠났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그만큼 세계 패션 시장에서 모델들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것. 동양인에 보수적인 몇몇 쇼를 제외하곤 한국 모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국내 잡지에 얼굴을 자주 비춘 모델은 물론이고, 특정 에이전시 없이 혼자 일하며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활동한 모델들까지 활동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졌다.

    빅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 룩북, 홈페이지 메인 등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해외에서 자리 잡고 모델스닷컴에 오른 박성진은 보테가 베네타 패션쇼에만 서는 것을 조건으로 섭외되기도 한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 컬렉션 기간이 되면, 국내에서 모델들의 출국 일정을 체크했는데, 이제 몇몇 모델들은 해외 활동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그들이 언제 국내 들어오는지, 입국 스케줄을 체크해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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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최태경
ILLUSTRATION 이자경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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