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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힘을 믿다

조현진은 건축가다. 의뢰받아 건물이나 집을 짓는다.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을 담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다. 사람보다 건물이 앞설 때가 많으니까. 조현진은 사람과 소통해 합당한 공간을 짓는다. 그런 공간이 늘어갈수록 도시는 생명력을 얻는다.

UpdatedOn October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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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건축가

건축사무소 조앤파트너스 대표다. 성수동의 셰어 오피스 인생공간과 제주도 서귀포시의 미도하우스를 지었다. 기존 건물의 특징을 살리며 공간을 다시 짜는 건축을 주로 해왔다.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협소 주택인 잭슨빌딩도 조앤파트너스의 솜씨. 그는 단지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구상한다. 공간은 삶의 가장 작은 단위이기에.

이곳을 리모델링하며 인생공간을 새로 건축했다. 요즘 도시 재생 차원에서 건물을 보존하면서 건축하는 경향이 늘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일 때 어쨌든 건설로 큰 나라잖나. 정책적으로 도시 계획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한국 건축은 아파트 아니면 다세대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다 똑같이 생겼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에서 젊은 건축가들이 등장해 작업한다고 해도 빈 땅은 이제 거의 없다. 결국 기존의 집들을 허물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빨간 벽돌집을 만났다. 이걸 허물자니, 그러면 50년 뒤에 새로 등장한 젊은 건축가들이 이것도 그 시대의 산물이니까 또 부숴야 할까? 그러면 서울은 역사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거다. 계속 새로 만들면 아예 스토리가 없는 도시가 되는 건데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를 찾아서 바꿔보자고 생각해 이런 건물을 지었다.

건축주의 가치관과 건축가의 창의력이 조합된 건축물은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이라도 복원하며 개발하는 사례가 늘어나 다행이다.

이곳을 신축하면 훨씬 더 싸게, 빨리 지을 수 있었는데 건축주와 의기투합해 고치는 작업으로 바꿨다. 잭슨빌딩도, 서귀포시에 있는 미도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미도장이라는 여관을 게스트 하우스로 조성했는데 그것도 새로 고친 거다. 새로 만드는 게 쉽다. 하지만 미도장이라는, 이제 아무도 가지 않는 여관을 젊은 연인도 많이 찾는 곳으로 새로운 생명을 준 거다. 그게 리사이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그런 건물에다, 도시에다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도시 재생 프로젝트 사례가 자주 보인다. 업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흐름이 반가운가?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조그만 집이든 큰 집이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을 때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주셨다. 우리(조앤파트너스)가 사실 젊은 건축가인데도 많이 알려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조그만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서울이라는 도시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완성한 건축물을 보니 채광과 통풍을 중요하게 여기더라. 햇빛을 공간에 끌어들인다는 것 자체가 건축 구조 안에서 자연을 적극 활용하는, 어떻게 보면 친환경 건축이다.
건축이 인테리어 디자인과 다른 점은, 건축은 어떤 특별한 재료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빛과 공간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채광이 중요하다. 빛이 어떻게 떨어지는지에 따라서 건물 형태가 바뀌고, 내부에서 느끼는 공간감이 달라지니까. 빛이 제일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정북향이라서 볕이 적은 공간이라도 천장을 통해서라든지 다른 형태로 빛을 넣어 공간감을 풍부하게 하려고 한다. 모든 공간에 빛이 들어오게끔 만들어주려고 학습하다 보니 그런 정체성이 생기는 거다. 설비의 힘을 이용해 친환경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아직 한국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수준은 아니라서 자연의 흐름을 파악해 채광과 통풍으로 친환경적 디자인을 수용하려고 한다.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건축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신선했다. 우린 때로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산다. 결국 집은 삶을 반영한다. 미적 관점은 그다음 일이다.
음,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주택을 짓는다고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건축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니까. 유명 디자이너가 주택을 만들어놓고 이렇게 멋있는 집을 지었으니 여기 살아, 하는 건 사실 아파트와 다를 게 없다. 건축가님이 디자인 잘하시니까 알아서 해주세요, 하는 분들의 집은 지을 수 없다. 이분이 자전거를 타는지, 아이스하키를 하는지, 개를 키우는지, 고양이를 키우는지에 따라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은데 이런 이야기를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는 분들의 집은 지어줄 수 없는 거다. 맞춤 정장과 자주 비유한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니 일률적으로 만들 수 없다. 우리가 라이프스타일을 잘 반영한다고 알려졌지만, 당연히 해야 할 작업을 하는 거다.

아파트 대신 자기 집을 짓는 사람이 늘었다. 전원 생활이 아닌, 도심 속에서 자기 공간을 짓는 경우라서 이 흐름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에 사는 30~40대 중 라이프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만을 위한 공간에 사는 걸 행복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늘었다. 가격이 오를 걸 생각하며 아파트를 사지 않고, 정말 살기 위해 공간을 짓는 경우가 늘었다. 건축가가 막 이끌어서 도시를 바꿀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도시와 건축 문화를 바꾸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우리 같은 건축가가 지금 수혜 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방식의 건축물이 사회라는 공간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 건물 또한 리모델링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도 셰어 오피스로서 의미 있다. 두 의미가 서로 맞물려서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는 임대 수익을 고려해 지으려고 했다. 원룸을 몇 개 넣을지 고민하다 이 동네에서 어떤 에너지를 받고 어떤 생활을 할 건지 고민하는 게 원룸 개수를 따지는 것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계획을 전면 재수정하고 이 공간을 통해서 사회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뭔지 고민했다. 그러다 인생공간이라는, 젊은 사업가들이 활동할 공간을 대여하고 1층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공간에 성격을 부여하고 나니 이 건물 자체에도 새 생명을 주는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은 거다.

어떻게 보면 꿈을 이뤄주는 공간을 만들어준 셈이다. 단지 건물을 짓는다는 의미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일조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파리와 뉴욕에서 인턴으로 생활했다. 두 도시의 특징은 저층부에는 상가가, 고층부에는 주거가 있다. 1층은 다 가게다. 절로 각기 특색이 있는 가게들이 거리를 형성한 거다.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 길을 많이 걸어 다니니 도시가 굉장히 활발해진다. 하지만 서울은 다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 단지 상권만 형성돼 있다. 구획이 나뉘고, 길의 조그만 가게들이 많지 않아 재미없는 도시가 된 거다. 최근 가로수길 주변이나 성수동, 이태원 쪽에 외국에서 본 저층부 상가, 고층부 주거 공간 형태가 많아졌다. 도시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또 각기 자기 공간을 짓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 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음 세대가 됐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개성 있는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지금보다 더 좋은 도시,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에 일조할 수 있어 의미있다. 건축의 매력이다.

〈Live Amazing〉 시리즈 기사

〈Live Amazing〉 시리즈 기사

자기 신념과 가치 있는 행동으로 큰 시작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Live Amazing -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32250
더 나은 삶을 위해 -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32252
재생하는 가치 -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3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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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이상엽
HAIR & MAKEUP 김지혜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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