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불어라 봄봄 바람

델리 스파이스가 여섯 번째 앨범 <봄봄>을 발표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날씨처럼, 밝은 목소리 뒤에 쓸쓸한 기운이 끌린다.

UpdatedOn February 19, 2006

 

 문득 돌이켜보니 햇수로 11년이다. ‘챠우챠우’의 가사에 가슴이 서늘하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고, 밴드는 여섯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후렴구를 팬들은 주문처럼 흥얼거렸다. 지금 그 소년소녀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델리 스파이스는 여전히 노래를 계속하고 있다.

“인디 밴드의 맏형 격이라는 이야기도 듣죠. 그런데 활동 기간이 몇 년이고 이런 건, 단지 숫자일 뿐이잖아요. 오래된 만큼 힘줘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저 델리 스파이스의 이전 앨범이 비교 대상입니다. 그보다는 잘해야겠다는 거죠.”(최재혁)

새 계절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앨범의 타이틀은 <봄봄>이다. 이번 음악에는 따뜻한 느낌을 담고 싶었다는 설명이 따른다. 델리 스파이스의 이름표를 단 음악으로는 5집 <에스프레소> 이후 3년 만인데, 사실 그 사이 멤버는 각자의 음악적 욕심을 좀 더 양껏 풀어내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김민규는 ‘스위트피’라는 이름으로 어쿠스틱 사운드를 실험했고, 최재혁과 윤준호는 키보드에 고경천을 영입해 밴드 ‘오메가 3’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간의 경험은 델리 스파이스의 음악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이제는 점점 음악의 실마리를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게 됩니다. 그래서 점점 우리에게 가까운 음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음악을 만나게 된다고 그 영향이 델리 스파이스의 앨범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윤준호) “비판에 대해서도 편안해요. 예전에는 (혹평을 들으면) 서운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요즘은 심술이라고 할까, 장난기라고 할까, 그래, 이렇게 별로인 음악 어디 한번 들어봐라라는 식의 배짱이 생기는 것도 같고요. 하하.”(김민규)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한 곡이 엄청나게 성공해서 델리 스파이스가 국민 밴드라도 됐다고 치죠. 부담감도 커지고 자꾸 남들이 요구하는 틀에 저희를 맞추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원하는 대로 순수하게 몸에서 나오는 음악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인 거죠. 그런 게 멤버의 부침 없이 밴드가 오래 이어지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최재혁)

밝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세 명은 말하지만, 사실 <봄봄>이 구름 한 점 없는 봄날의 정오처럼,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는 앨범은 아니다. 그보다는 힘들고 차가운 현실의 계절에서 온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 그 자체에 가까운 노래다. 음악을 하는 것이 여전히 즐거운지를 묻자, 세 명은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즐겁지 않았다면 노래를 계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삶은 힘들지만 음악은 행복하다. 델리 스파이스는 11년 전 그자리에 믿음직하게 서서, 보기 좋게 나이를 먹으며 깨달음을 더하는 중이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2013년 05월호

MOST POPULAR

  • 1
    UDT 포트레이트
  • 2
    이승윤이라는 이름
  • 3
    수트 차려입는 방법
  • 4
    도전하는 작가, 육준서
  • 5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

RELATED STORIES

  • BEAUTY

    커트 가이드 4

    2021 S/S 컬렉션에서 힌트를 얻었다. 커트 전 반드시 참고 해야 할, 헤어 디자이너에게 당부해둘 만한 실전용 헤어 커트 안내서.

  • BEAUTY

    피부 트러블 위에

    언제 어느 때나 반갑지 않은 빨갛게 올라온 트러블 위에.

  • BEAUTY

    찬열의 봄은 블루

    시트러스 향을 한가득 머금은 푸른빛 햇살이 찬연하게 일렁이는 봄의 하늘, 그 안에 눈부신 찬열의 청춘.

  • BEAUTY

    ‘가장 나다운 나'

    글로벌 에스테틱 전문 기업 멀츠 에스테틱스가 기네스 팰트로와 함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MASJ 2.0 캠페인을 공개했다.

  • BEAUTY

    10가지 헤어 스타일 포트레이트

    자신만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한 10인의 포트레이트.

MORE FROM ARENA

  • INTERVIEW

    유토피아적 회화

    2021 여름 시즌의 셀린느 곳곳에 점박이 무늬와 형광 핑크색 팜트리, 에메랄드빛 해변을 그려 넣은, 유토피아적 색채의 화가 타이슨 리더와의 대화.

  • FEATURE

    로봇 취업 추천서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고의 로봇 제조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최근 몇 년 사이 로봇 공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위험한 지역을 돌아다니는 로봇이나 가파른 산을 타는 로봇, 조깅하는 로봇, 상품을 정리하는 로봇, 건설 현장에서 자재 운반하는 로봇 등 로봇은 산업 현장과 재해 현장, 일상에서 활동할 준비를 마쳤다. 한국 사회에 진출할 로봇들을 위해 그들의 이력서를 만들었다. 적성에 맞길 기대하며.

  • FEATURE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안데스의 촉각 언어 ‘키푸’와 한국의 전통 직조 방식이 만나 ‘키푸 기록’이 될 때, 우리는 먼 과거가 아닌 근미래를 마주한다. 칠레 태생 작가 세실리아 비쿠냐와 나눈 안데스와 한국의 기묘한 미싱링크, 그리고 말해지지도 쓰이지도 않은 것들에 대한 기록.

  • FEATURE

    제임스 본드

    영화 007 시리즈의 3대 제임스 본드와 대화를 나눴다. 007의 유산과 숙적에 대해.

  • LIFE

    우리를 찾아온 것이 아름다움이라면

    각각의 색과 빛을 지닌 세 개의 전시가 찾아왔다. 영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언어의 의미를 소거하여 무용한 아름다움에 닿고자 하는 작가, 소외된 몸들로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직시하는 작가가 펼쳐내는 세계.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