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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주먹

On September 19, 2016

최두호가 티아고 타바레스에게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았을 때. 그리고 쓰러진 티아고 타바레스에게 해머링을 이어갈 때. 넋을 잃었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스피드와 힘이었다. UFC가 주목하는 신예 최두호의 주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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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 니트 톱과 데님 팬츠 모두 클럽 모나코, 갈색 롱 니트 코트는 제이리움 by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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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운동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해볼까?
운동은 항상 좋아했고, 스스로도 운동신경이 있다고 자부했다. 격투기는 취미로 시작했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많았지만, 격투기를 접하는 게 쉽지 않았다. 17세 고등학생 때였다. 강한 남자를 동경했고, 강해지고 싶었다.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더라. 지금도 재미 있다.

적성을 빨리 찾은 편이네. 보통 그 나이에 진로 고민을 시작하니까.
팬으로서 이종격투기를 좋아했다. 동경과 로망이 있었지. 그래서 격투기를 하고 싶은데, 사실 어디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조금 더 일찍 찾았으면 더 빨리 시작했을 거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라도 체육관을 찾아서 시작할 수 있었던 거지.

격투기를 왜 좋아했을까? 또 무엇에서 영향받았을까?

어릴 때는 <한마바키>나 <더 파이팅> 같은 격투 만화를 많이 봤다. 당시에 일본 프라이드 경기에도 환상을 갖고 있었다. 프라이드는 연출이 엄청 화려했거든. 마치 격투기 선수들을 사람이 아닌 것처럼 연출했다. 정말 엄청 멋있었다. 그래서 나도 저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때 그 화려한 전사들이 누구였나?
표도르, 크로캅, 마크 헌트 등 2000년대 중반 선수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중에는 여전히 활동하는 선수들도 많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진지하게 직업으로 삼다 보면 벽을 만나기도 하고,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을 텐데 그런 순간은 어떻게 극복해왔나?

처음 3년간은 힘든 줄 몰랐다. 좋아하는 일이고, 너무 재미있었으니까. 운동하기 싫은 날이 없었다. 체육관을 하루라도 못 나가면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운동을 쉬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실력이 정체되면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어릴 때는 빠르게 성장했다.

실력이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뭔가?
본래 수준이 낮으면 일정 수준까지는 엄청 빠르게 실력이 는다. 모든 분야의 운동이 그렇다. 왜냐하면 기본이 없으니까. 운동은 기본기를 쌓을수록 강해진다. 스파링에서 한 선배에게 졌다면, 꾸준히 기본기를 쌓으면 6개월 뒤에는 이길 수 있다. 계단을 오르듯 차곡차곡 실력을 쌓을수록 자신이 발전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보인다. 우리는 매일 스파링을 하니까.

매일 스파링을 할 당시의 스케줄은 어땠나?

고등학생 때 말인가? 학교를 마치면 오후 4시 정도였다. 그럼 체육관에 6시에 가서 12까지 운동했다. 내가 체육관 문 닫았지. 6시간 동안 운동만 하는 건 아니다. 체육관 앞에서 떡볶이 먹고, 친구들과 운동하고, 마무리하고 그랬다. 그때 떡볶이 참 맛있었다.

다른 취미 생활도 즐겼나?
운동이 취미였다. 직업은 학생, 취미는 격투기 이런 식이었다. 졸업한 뒤에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니까 직업이란 개념도 없었다. 운동은 그냥 재미있었을 뿐이다. 운동하고, 친구들 만나서 당구 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평범한 20대 초반이었다.

격투기 선수를 직업으로 결정한 계기는 뭐였을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어려서부터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선망했다. 그래서 무조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공이 목표는 아니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사실 친구들이라고 20세에 취업한 것은 아니었다. 20세에는 취직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운동만 했다. 그 당시 경기 한 번 뛰면 30만원, 50만원 정도 받았는데, 그 나이에는 큰 액수였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 했다. 20세부터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부모님도 반대하지 않으셨다.

어렸을 때 꿈꾼 고지에 깃발을 꽂아보니 기분이 어떤가? 그러니까 처음 UFC에 출전했을 때 느낀 감정 말이다.
엄청 좋긴 했는데… 사람이 그런 것 같다. 이번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계약 전부터 UFC에서 연락이 올 정도였다. 계약 문제 때문에 못 갔을 뿐이다. 또 UFC 밖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전부 이겼다. 그래서 UFC 입성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니 마음이 새롭기도 했지만, UFC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덤덤하더라.
 

 

검은색 터틀넥 니트 톱은 노앙 제품.

경기할 때 흥분을 안 한다. 물론 많은 선수들이 그렇지만, 유독 침착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여유가 넘치고, 감정적인 동요는 찾아보기 힘들더라.
운동에 대한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습 때 잘하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중요한 건 연습이 아니라 경기다. 경기할 때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떨리고 긴장하면 실력 발휘를 못한다.

UFC는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패가 명확하게 갈린다. 부담감이 최고인 스포츠 중 하나다. 선수는 저마다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이 있다. 대다수 투지를 뿜고, 상대를 죽이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더 긴장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동작이 커지고, 빨리 지친다. 그건 나와 맞지 않다. 늑대가 개를 사냥할 때 긴장하지 않듯이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그런 방법은 어떻게 터득했나?
발견한 거다. 아마추어 때는 다리가 떨려서 경기를 못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연습 때 매번 이긴 상대에게 경기에서 진 적도 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석해보니까 극심한 긴장감이 원인이었다. 내가 경력에 비해 전적이 엄청 많다. 아마추어 경기를 많이 하면서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
그냥 격투기 쪽으로 잔머리가 좋은 것 같다. 톱클래스 선수는 거의 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런 의지가 없으면 운동할 수가 없다. 자신만의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품어야 할 무언가가 없으면 경기장에 올라가서 싸울 수 없다. 연습 때는 다들 잘하거든. 챔피언도 연습 때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남다른 게 있으니까 경기에서 이기는 거지.

침착하게 여유를 갖는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 그 방법 말이다.
즐기려고 노력한다. 근데 말이 즐기는 거지 사실 즐길 수는 없다. 하하. 그래서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결과에 집착하면 몸이 굳는다. 내가 준비한 걸 다 해도 질 수 있고, 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엄청 크다. 패배에 신경 쓰면 겁이 날 수밖에 없다. 졌을 때의 경제적 손실, 관심, 주목, 기대치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 이기기 힘들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전략 짜고, 완벽하다고 생각한 상태로 경기장에 오른다. 그리고 내가 연습한 걸 전부 쏟아붓는다. 내 역량을 다 발휘했는데도 진다면 어떻게 해도 지는 거니까.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UFC와 같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면, 경기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 쓰일 거다. 비즈니스, 마케팅 등 새로운 스트레스일 것이다.

승패의 차이가 너무 크니까 부담감이 많이 생긴다. 몇 번 더 이기면 한 경기에 일정 금액 이상을 벌 수 있는데, 지금 지면 아무것도 아닌 선수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스트레스가 크다.

그래서 올림픽 선수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그들은 4년 동안 준비한 걸 한 번에 보여줘야 하니까.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겨낸 사람들이다. 메달에 상관없이 출전한 선수들의 정신력은 신선의 경지일 거다.

올림픽도 그렇고 격투기도 그렇고. 결국에는 정신력 싸움이네?
하물며 당구를 쳐도 마음이 급하면 못 이긴다.

그럼 격투기 외에 자신 있는 스포츠는 당구인가?
당구는 쿠션 놓고 150 정도 친다. 사실 격투기 말고 깊이 있게 하는 운동은 없다. 볼링 조금, 족구 조금, 온라인 게임도 예전에는 조금 했다. 친구들과 놀려고 하는 정도다.

20대 중반의 남자로서 관심사는 뭘까?
별다른 것 없다. 차도 패션도 어느 정도 관심은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것들보다 조금 더 중요한 상황이 눈앞에 있다. 그래서 지금은 운동 생각을 많이 한다. 운동에 집중하려고.

오늘 컵 스완슨 선수가 가와지리 다쓰야 선수를 이겼다. 그럼 이제 스완슨 선수와의 경기를 원한다고 봐야겠지?
컵 스완슨 선수와 3년 전부터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내가 그와 경기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제야 준비된 것 같다. 그래서 스완슨 선수와 붙여달라고 요구는 했는데, 가능할지는 알 수 없지. 뭐, 다른 선수와 경기해도 상관은 없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 같다. 한 계단씩 오르는 사람처럼.
목표는 챔피언이다. 어떻게 하면 목표에 빨리 도달할 수 있을지 생각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컵 스완슨 선수와 경기하는 것이다. 스완슨 선수는 랭킹 5위고, 나는 12위다. 랭킹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전적으로 스완슨 선수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UFC에서 나를 엄청 밀어주지 않는 이상 스완슨 선수와 경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실력은 항상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3연속 승리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고, 그 때문에 스완슨 선수 정도는 요청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게 스완슨 선수는 챔피언으로 가기 위해 꼭 넘어야 할 관문이다.

챔피언 이후를 상상해본 적 있나?

아니,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챔피언만큼 중요한 것은 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경기를 하는 거다. 다음 경기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너무 안 간다. 팬들이 내 경기를 볼 때 너무 긴장된다는 말을 하도록 만드는 게 나의 또 다른 목표다.

팬들은 최두호 선수의 강점을 타격기라고 말한다. 동의하나?
타격기가 강점이다. 내 타격이 세계에서 제일 세다고 생각한다. 레슬링과 체력을 약점으로 평가하는데, 사실 난 그런 점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약점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맞다. UFC는 세계 최고의 무대이고, 아무리 못하는 선수라도 자기 나라에서는 최고 실력가다.

그리고 그들 중 나와 경기해서 1라운드 3분을 버틴 사람이 없다. 레슬링과 체력을 엄청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 잘하고, 더 강한 사람과 붙어서 내 실력을 시험할 수 있다면, 레슬링과 체력도 보여줄 수 있다. 또 자신도 있다.

그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어릴 때 동경했던 꿈이다. 그리고 그 꿈에 근접하고 있고. 지금까지 좌절과 슬럼프는 없었다. 진 적도 없고, 무조건 세다는 상대와도 진 적 없거든. 그래서 얻은 자신감이다. 동양인이 UFC 챔피언을 한 적이 없지만,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할 수 있다는 패기 정도는 있어야 한다.

태어나서 좌절한 적이 한 번도 없나?
신기할 정도로 없다. 친구에게 이번 시합 때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얘기하고, 말한 대로 한다. 아직까지 좌절한 적 없다. 분명 지는 날도 있을 거다. 그렇다고 좌절할 것 같지는 않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니까. 엄청 잘했는데도 진다면, 저놈이 나보다 세다는 걸 인정하면 된다. 내 역량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굳이 1등이 아니라도 챔피언이 못 된다면 그 아래 선수들과 경기하면 된다. 그게 스포츠다. 1등 못한 축구팀에도 팬들이 많은 것처럼. 월드컵 4강만 해도 기쁘듯이. 진다고 무조건 좌절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 자체가 좋아서 즐기는 거니까.

선수 아닌 스물여섯 최두호는 어떤 남자인가?
너무 평범하다. 운동하는 시간 외에는 영화 보러 다니고, 맛집 다닌다. 커피와 차 마시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친구들과 내기도 좋아해서 볼링장이나 당구장도 다닌다. 요즘에는 서핑도 배워볼까 하는데, 여름이 다 지나갔네.

3년 뒤, 29세 최두호는 어떤 선수일까?
챔피언이 되어 돈 많이 벌고 있겠지. 그러면서 더 성숙하고, 시야도 넓어졌을 거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다음 경기,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 난 수십 차례 UFC 경기를 한 선수가 아니다. 한 경기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앞으로 선수 생활은 길어봤자 10년 정도다. 지금 해놓은 것들로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가 정해지니, 운동에만 미쳐서 살아야 한다. 미치지 못한다면, 미치려고 노력을 하겠다.

최두호가 티아고 타바레스에게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았을 때. 그리고 쓰러진 티아고 타바레스에게 해머링을 이어갈 때. 넋을 잃었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스피드와 힘이었다. UFC가 주목하는 신예 최두호의 주먹이다.

Credit Info

photography
레스(Less)
editor
조진혁
STYLIST
김예진
HAIR&MAKE-UP
채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