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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일탈

On August 05, 2016

데뷔 이래 16년간 여자들의 ‘첫사랑 오빠’로 살아온 배우 조현재가 달라졌다. 조금 ‘센 오빠’가 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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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실크 로브는 김서룡 옴므, 낙낙한 흰색 티셔츠는 그리 로렌 by 10 꼬르소 꼬모, 회색 스트링 팬츠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품.

검은색 실크 로브는 김서룡 옴므, 낙낙한 흰색 티셔츠는 그리 로렌 by 10 꼬르소 꼬모, 회색 스트링 팬츠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품.

남자들이 ‘첫사랑 수지’를 품고 산다면 여자들 가슴속에는 ‘첫사랑 성당 오빠’ 가 살고 있다. 두 눈 가득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사랑에 아파하는 청순한 남자. 반듯하게 잘생긴 데다 한 여자밖에 모르는 가련한 남자. 2000년도 데뷔해 지금껏 조현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많이도 울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제로 분한 <러브레터>에서 여성들의 ‘성당 오빠 판타지’를 극대화한 채 연신 눈물을 떨궜고, <구미호 외전>에서는 특수 요원이지만 하필 구미호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또 펑펑 울어야 했다. 그렇기에 이쯤에서 조현재의 최근작 <용팔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줄곧 사랑밖에 모르는 지고지순한 남자를 연기해오던 그가 갑작스레 악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조현재는 모자란 것 없이 다 가진 재벌 2세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으로 비뚤어져 어디 때릴 데도 없는 김태희에게 몹쓸 짓을 일삼았다. 정략 결혼을 한 채정안에게도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드라마를 통해 벽 하나를 가뿐히 넘어버린 조현재는 홀가분해 보였다.

시청자와 평단으로부터 호평이 쏟아진 덕에 자신감도 얻었다. 집안 좋고 잘생긴 첫사랑 오빠 대신 다양한 인물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그간 ‘멜로 전문 배우’로 살면서 잠시 멀어진 액션은 물론이고 복잡다단한 감정 연기에도 욕심이 난다고 말한다. 한 호흡 가다듬고 신인 배우의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시작한 조현재는 지금 그다운 방식으로 반듯하게 일탈하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용팔이> 반응이 워낙 좋았다. 이후 ‘수트 입고 잘생긴 나쁜 놈’ 역할이 쏟아지지 않던가?
비슷한 역할이 들어오긴 했다. 연달아 악역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작품 끝나고 한두 달 쉰 후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좋은 작품 만나는 게 ‘인연’이라고 하나 보다.

악역은 처음이었나?

16년 연기 생활하면서 그런 악역은 처음이었다. 사실 드라마에서 내 이야기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내 캐릭터를 기억하고 언급해줘 참 뿌듯했다. 사진 찍을 때 느꼈겠지만 내가 마냥 착하고 순하게 생긴 얼굴은 아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세 보이니까 힘 빼주세요’라는 요구를 사진가가 한다. 여태까지 보여줄 수 없었던 또 다른 내 얼굴이 드러난 거 같아서 희열을 느꼈다.

이 역할로 탄력받아 악역 전문 배우로 길을 닦았으면 어땠을까?

안 그래도 어느 방송에서 정웅인, 손병호 선배님 등과 나를 악역 전문 4인방이라고 소개한 것을 본 적 있다. ‘어? 내가 악역 전문이었나?’ 갸우뚱했다. 뭐든지 전문가가 된다는 건 좋지만, 굳이 ‘악역’에 한정되기보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포문을 열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조현재’ 하면 주로 ‘첫사랑’이나 ‘청순가련’을 떠올린다. 아무래도 늘 사랑에 헌신적이고 순정적인 역할을 맡아서인 것 같다.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데뷔 초기에는 반항아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반항적인 남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에 출연 계약을 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시작될 때쯤, 원래 내 이미지로 돌아갔다. 대본이 전면 수정되고 이야기도 많이 바뀌었다. 나름 변신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채 20대가 흘러갔다.

결국 연출자나 시청자가 조현재에게 원하는 건 ‘순정만화 주인공’ 느낌이었다고 해석하면 되나?

그때는 그랬던 것 같다. 드라마 <구미호 외전> 역시 준비할 당시엔 터프하고 남성적 캐릭터를 연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주로 연기한 지고지순하고 청순한 이미지, 눈물 많이 흘리는 남자를 원하시더라. 극 중 역할이 특수 요원이라 때리는 장면을 연습했는데, 맞는 장면을 더 많이 찍었다. 하하.

시대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남자상도 달라진다. 예전 영화나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다 정의롭고 한 여자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욕망에 솔직한 남자를 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악역을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앞으로 진로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염두하는 것 역시 ‘다름’이다.

눈물을 엄청 흘렸을 것 같다.

정말 많이 울었다. 몰입이 저절로 돼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운 작품도 있다. 내가 연기자로 주목받은 작품에는 김종학 감독님의 <대망>이 있다. 세자를 연기했는데 감독님이 울지 말라고 당부하셨는데도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마치 내가 전생에 세자였던 것처럼. 하하.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또 <러브레터>에서도 신기할 정도로 울었다. 하루에 세 번은 기본으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울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울리고 싶나?

세월이 흘렀으니까. 이제는 좀 더 강한 남자를 연기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데뷔한 지 16년이 흘렀다. 정말 긴 시간 아닌가?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늘 지금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문득 ‘16년 동안 더 많은 작품에 도전해볼걸’ 하는 아쉬움은 있다.

가리는 게 많았나?
그렇다기보다 고민하다 흘러가버린 것 같다. 생각 많이 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작품 하나를 끝내고 다른 작품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너무 바쁘다. 나 혼자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용팔이> 끝나고 처음으로 독립했다. 그전에는 어머니가 집안일을 다 도와주셔서 신경 쓸 게 없었는데, 이제는 조그만 것도 혼자 다 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일단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게 엄청나다.

조만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겠다. 밥 해 먹는 건 정말 일이다. 먹으면 치워야 하고.

일 중의 일이다. 최근 기본적인 반찬과 국 만드는 걸 배웠다. 여태까지 내가 재벌 2세와 왕 역할을 많이 해서 이런 생활 이야기를 하면 다들 어색해한다. 20대 때 못 해본 소소한 것들을 지금에서야 하나씩 하고 있는 기분이다.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찜닭, 닭볶음탕 그리고 묵은지 고등어찜은 정말 맛있게 할 수 있다.

오, 수준급이다. 혼자 요리하고 또 뭘 하나?

운동은 습관처럼 한다. 내가 올해 서른일곱 살인데, 나이 핑계 대고 싶진 않지만 정말 가만히 숨만 쉬고 앉아 있어도 살이 찐다.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하하. 그리고 영화를 많이 본다. 최근 <곡성>을 보고 충격받았다. 짜임새 있는 연출력과 혼이 담긴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동안은 영화보다 드라마에 무게를 많이 뒀다.
영화계에서 나를 좀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하하. 작은 역할도 괜찮고, 생각보다 다양한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주연을 많이 해오다 보니 영화 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한정 짓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많은 분들이 <아레나>를 보고 그런 생각을 깨버리시길 바란다. 하하.

이렇게 의욕과 자신감이 넘치는데 아직 정해진 작품이 없어서 초조하지는 않나?
밥 해 먹고 집을 치우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는데, 자기 전에 누워서 생각한다. 내가 이래도 되나? 이렇게 하루를 보내도 되나? 하하. 그럴 땐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에게 전화한다. “대표님, 저 이래도 될까요?” 물어본다.

그래도 된다고 하시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라고 얘기해주신다. 물론 많은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지만, 이제는 비중이 적더라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올해 가기 전에는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올해 안에는 보여줄 계획이다.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분 좋게 기다리고 있다. 분명 더 좋아질 거다. 많이 홍보 좀 해달라.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으니까.

데뷔 이래 16년간 여자들의 ‘첫사랑 오빠’로 살아온 배우 조현재가 달라졌다. 조금 ‘센 오빠’가 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조아름
HAIR
정은구(김활란 뮤네제프)
MAKE-UP
조수민(김활란 뮤네제프)

2016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조아름
HAIR
정은구(김활란 뮤네제프)
MAKE-UP
조수민(김활란 뮤네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