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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만나요

한 주의 끝자락에만 문을 열고 사라지는 서울 속 숨은 가게들을 찾았다.

UpdatedOn August 04, 2016

Clique Record

레코드 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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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학쌀롱, 골목바이닐앤펍 등을 전전하며 하루짜리 팝업 스토어를 열어온 클리크 레코드가 을지로 인쇄소 골목에 안착했다. 그들만의 음악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 음악을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원했어요. 바이닐을 보고 만지고 고르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요.” 클리크 레코드를 이끄는 앙투안의 말이다. 다양한 음악을 취급하는 다른 레코드 숍과 달리, 클리크 레코드에서는 모던 댄스 뮤직과 모던 일렉트로닉 뮤직만이 주인공이다.

메인스트림의 음악 역시 철저히 배제한다. 1백~5백 장 규모로 발매되는 전 세계 독립 레이블의 언더그라운드 음악만이 이곳 선반에 오른다. 모든 음악은 직접 듣고 엄선한다.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을 즐기려는 청자에게 꼭 맞는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클리크 레코드에서는 음악을 선별하고 필터링하는 단계가 필수적이에요. 우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일로 연결되니까요. 세상에는 많은 음악이 있잖아요. 뭘 듣고 뭘 사야 할지 헷갈리는 게 당연하죠.”

판매하는 바이닐은 크게 새것과 중고로 나뉜다. 새 바이닐은 앙투안이, 중고 바이닐은 앙투안의 친구 커티스가, 그중에서도 아시안 중고 바이닐은 그의 친구 애런이 셀렉션을 구성한다. 박스째 들여와 박스째 내놓고 판매하는 여느 중고 음반 가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한국의 댄스 음악 역사는 짧아요. 다른 장르에 비해 아직 새롭고요.그러나 규모는 무척 크죠. 다이내믹하고요.” 클리크 레코드는 한국 생활 6년 차인 디제이 앙투안이 서울의 댄스 음악 신에 제시한 대안이다. 어느 도시, 어느 분야든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교류하는 공간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서울은 이런 공간을 잃은 것 같았어요. 댄스 음악 신의 문화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이요. 음악을 잘 모른 채 디제잉에 나서는 사람들이 꽤 많고, 디제이 플레잉에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많죠. 그게 디제잉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디제잉은 방법적 테크닉보다, 자신만의 ‘뮤직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들어야 디제이로서 자신의 색깔을 펼칠 수 있으니까요.”

앙투안은 클리크 레코드를 모던 댄스 뮤직의 플랫폼 혹은 커뮤니티로 정의한다. 앙투안이 클리크 레코드를 위한 자리로 홍대나 이태원 거리의 1층 공간을 피한 이유다. “사람들이 굳이 찾아와야 하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들은 별로 원치 않아요. 우리는 아주 세분화된 음악을 다루니까요.”

주중에는 홍대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앙투안이 주말마다 을지로로 돌아와 클리크 레코드 문을 열면 이곳은 뮤지션, 프로듀서, 디제이들이 음악을 자유롭게 듣고 나누는 놀이터로 변모한다.

운영시간 토~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12길 8, 3층
문의 cliquerecords.kr@gmail.com
 

Texture Shop

편집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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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로 청운동에 문을 연 텍스처 숍은 흔한 오프닝 이벤트도 없이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어온 것처럼 조용히 손님을 맞이한다.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Texture on Texture)가 펼치는 내부 프로젝트로 탄생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재질을 주제로 운영하는 편집매장이다.

텍스처 숍의 모든 물건은 3가지 재질로 이루어진다. 나무, 금속, 도자기. 가게에 놓인 널따란 나무 테이블 상판에는 나무, 금속, 도자기로 만든 물건들이 조화롭게 놓였다. 새것 못지않게 잘 관리한 빈티지 물건과 새 물건을 재질이라는 연결 고리로 묶어 아름답게 전개했다.

“텍스처 숍은 같은 재질 아래 쓰임새와 모양이 다른 물건들을 전개하고 판매합니다. 3가지 재질 모두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시작은 단순했다. 공간 디자인을 하는 신해수와 그래픽 디자인과 사진 작업을 하는 정유진이 함께할 수 있는, 그들만의 일을 도모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모든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것을 밖으로 내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거든요. 둘이 합심해서, 진짜 우리 것, 우리 일을 벌여보자고 생각했어요. 입체 공간을 바탕으로 작업해온 공간 디자이너와 평면을 디자인한 그래픽 디자이너가 함께 재미있게 풀 수 있는 주제가 재질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했고요.”

물건은 대부분 독일, 일본, 핀란드 혹은 한국에서 찾아낸 빈티지 제품들이다. 대단치 않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소품들이지만 청운동의 고요한 골목, 붉은 벽돌로 지은 담담한 공간 안에서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보물처럼 빛을 발한다. 정유진 대표가 말했다.

“방문하기 힘든 곳에 시간적 제약마저 있는 숍이 되었어요. 의도치 않게 너무 불편한 가게가 되어버렸죠. 그래서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을 더욱 고마운 마음으로 대하게 돼요.”

숍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3일만 문을 연다. 나머지 요일은 3일 동안 판매한 물건들의 빈자리를 다시 채우고 재정비하는 기간으로, 두 대표가 디자이너로서 ‘생업’을 이어간다.

운영시간 목~토요일 오후 1시~8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29 1층
문의 070-8881-2632
 

Palm Shop By Oye

디자인 숍

 

팜 숍은 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이 개인 작업실 한편에 마련한 1평짜리 가게다. 손바닥만 한 공간, 손바닥만 한 작은 물건들이라는 뜻을 담았다. “네덜란드 여행 중 서점 하나를 발견했어요. 사무실 안에 서점이 있는데 어디까지가 판매하는 책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었죠. 그곳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숍은 오혜진의 디자인 공간인 스튜디오 오와이이(Studio OYE)의 자체 상품 및 다양한 인쇄 방식으로 제작한 여러 제품을 판매한다. 대부분이 리소그라프, 실크스크린, 레터프레스 방식으로 만든 물건들이다.

“틈틈이 개인 작업으로 카드나 포스터 등을 만들어요. 대부분 1백 개를 넘지 못했고요. 여러 숍에 정식으로 입고하기에는 어려운 수량이었죠. 그래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가게를 작게나마 짓고 싶었어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하는 숍이에요.”

손바닥만큼 작은 공간을 마련했지만 오혜진의 자체 제작 제품으로 다 채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다른 디자이너들의 인쇄물을 조금씩 들여와 가게를 채웠다. 그간 눈여겨본, 영국과 대만 등에서 활동하는 작업자들에게 SNS로 연락해 5점, 10점 단위로 소량 수입한 제품들이다.

“해외에는 리소그라프 방식으로 인쇄물을 만드는 스튜디오가 무척 많아요. 한국에도 이제 리소그라프 작업을 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해외 리소그라프 물건들을 판매하는 곳은 별로 없더라고요.”

지하철역으로 치면 숙대입구역과 녹사평역 사이. 위치상으로는 남산 중턱쯤. 그러니까 소월길에서 뻗어 나온 좁은 길가에 위치한 이 작은 가게에 때때로 외국인 여행자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모두 리소그라프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이 물어물어 방문한 경우다. 리소그라프 인쇄물에 관심 있다면, 잊지 말고 올해 안에 들러보자. 이 작고 매력적인 가게의 운명은 일단 올해까지니까.

“작업실 계약이 올해 말에 끝나요. 작업실을 옮기면 팜 숍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저도 장담을 못하겠어요. 올해까지 열심히 운영하고, 차차 다음 형태를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운영시간 토요일 오후 1시~6시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127-1 1층
문의 @palmshop.by.o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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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기성율, 이준열
EDITOR 이경진

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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