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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만 말하는 여자

에디터 님과 제가 코드가 달라서 공감대 형성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뷰가 어려워요. 질문과 대답이 빗겨나며 공감대의 언저리를 맞추고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몽환적인 연애담을 좋아하고 일을 하건 연애를 하건 `행복`이 첫째 기준인 감상적인 아나운서와의 인터뷰.

UpdatedOn February 19, 2006

 요즘 아나운서 노현정은 연예인이 아니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유지한다. 그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남자 연예인 몇은 그녀에게 공개적으로 프러포즈를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곤란해졌다는 얘기로 포털사이트 1면을 장식했다.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화제는 가장 무게감 있는 KBS 1 TV의 아침뉴스 <뉴스광장>이 아니다. 상상플러스라는 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올드앤뉴>라는 코너다. 요즘 청소년들이 잘 쓰지 않는 낱말을 연예인들이 맞히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다. 그녀는 틀린 답을 말하는 출연자의 머리를 깔때기로 가볍게 때리면서 ‘공부하세요’라고 말한다. 단정한 차림새로 앉아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도도한 이미지의 그녀가 당황하거나 실수할 때면 시청률이 치솟는다. 이런 그녀를 한 보수 시사월간지에서는 ‘20, 30대 남성들의 우상’이라며 10페이지에 이르는 긴 인터뷰를 실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감성을 이해하는 코드로 그녀가 지목된 셈이다. 아직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고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에는 여전히 의문이고 여러 가지로 자신에게 조바심하는 그녀는 이제 스물여덟이다. 나이에 비해 많은 것을 받아서 감사하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쩌자고 연세 지긋한 아저씨들이 보는 시사잡지에 인터뷰를 했는가.

인터뷰라는 것이 반드시 내가 하고 싶어서 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레나>와의 인터뷰도 그런 것인가.

하하, 그렇지 않아요. 전부터 이런 촬영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신을 가장 많이 알린 프로그램은 역시 <상상플러스>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그리고 ‘얼음공주’ 콘셉트의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건가.

아이디어는 <상상플러스> 제작팀에서 먼저 생각한 거예요. 그 콘셉트에 맞는 아나운서를 찾았고 의도에 적합한 사람이 나라고 판단해서 연락을 해왔죠. 그렇게 함께 일하게 됐어요.

연예인들을 가까이에서 본 느낌은 어떤가.

연예인들은 내가 아무리 바빠도 그들 앞에서 바쁘다는 말은 못할 것 같더라고요. 며칠 밤을 새고 와도 전혀 피곤해하지 않아요. 설사 피곤하다고 하더라도 녹화가 시작되면 피곤한 모습을 안 보이는데 그런 점은 배워야겠더군요.

입심 좋은 연예인들과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아나운서라는 자기인식 때문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하는 경우는 없는가.

전혀 없어요. 탁재훈 씨나 이휘재 씨와 나는 프로그램 내에서 위치가 달라요. 만약 그들처럼 하나의 요소를 가지고 나만의 재미를 끌어내야 하는 위치였다면 경쟁의식이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퍼펙트라이어’는 그럴 수도 있어요. 김제동 씨가 입심에 뒤지고 않고 나름대로 논리를 전개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쉽진 않죠. 그래도 김제동 씨가 좋은 사람이어서 도움이 될 것 같은 멘트는 미리 언질을 줘요. 도움이 많이 돼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로서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될 것 같은 부분은 나보다 더 잘 알고 조언해줄 정도예요. 나는 파트너 복이 많은 편이에요.

함께 촬영하는 멤버 중 누가 가장 웃긴다고 생각하는가.

탁재훈 씨는 유행어도 많이 만들어내고 순간적인 요소들이 탁월한 반면, 이휘재 씨는 부드럽게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요.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웃기다고 하기는 어렵군요.

방송 안 된 것 중에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없나.

재미있는 부분은 대부분 방송에 나가요.

뉴스보도와 오락 프로그램 진행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전엔 나도 일반직장인이나 다를 바 없었어요. 보도국과 예능국에서 각각 촬영할 때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해요. 변신하는 셈이에요. 어딜 가더라도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분위기가 있지만 성실하고 남을 배려하면 재밌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통하는 것 같아요.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뉴스가 주는 긴장감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능 프로는 파장이 크죠. 인지도가 높아지는, 그런 면에서 매력적이에요. <상상플러스>를 시작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둘 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쪽이든 디딤돌이 하나 마련될 것 같아요. 그쪽으로 특화될 수 있는 기회가. 그래도 매일 뉴스를 하니까 아무래도 중점은 뉴스에 두고 있어요.

사람들은 흔히 당신과 강수정 아나운서를 비교한다. 강수정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냐 연예인이냐 논란을 이미 이슈화해준 덕에 당신은 ‘무혈입성’한 것 아닌가.

하하. 맞네요.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어요. 다만, 수정 언니는 언니대로의 캐릭터가, 나는 나대로의 캐릭터가 있어요. 수정 언니를 보면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요. 얼마 전, 공개방송을 같이 하면서 수정 언니가 비판들 속에서 자리를 잘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나운서로서 롤 모델은 누군가.

특별한 롤 모델은 없어요. 나도 내 캐릭터를 모르겠어요. ‘나의 경쟁력’이라는 부분을 발견하고 싶어요.

머릿속에 그리는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있는가.

시청자 여러분이 아나운서를 볼 때 ‘지적’이라는 코드를 바탕에 깔고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나운서는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것은 없지 않아요? 다만, 많은 분들이 그런 면에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에(지적으로 보이는) 그런 코드는 지켜 나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나운서가 뭐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방송인이되 더 바른 언어를 구사하고 신뢰성이 높은 사람.

그러면 질문을 바꾸겠다. 아나운서가 오락 프로그램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매듭짓고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요.

그런 역할은, 예를 들면 김제동씨나 김원희씨도 한다.

김원희 씨를 예로 들어서 얘기하자면, 김원희 씨가 얘기하는 것보다 내가 얘기하는 게 훨씬 신뢰가 가지 않을까요? 김원희 씨는 비교적 농담을 자유롭게 하겠지만 나는 아나운서니까 그렇게 할 순 없는 차이는 있어요.

미니홈피에 쓰던 일기로 책을 펴냈다. 사서 읽었다.

유명해지기 전에 지난해 여름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책을 내게 됐어요. 그런데 연말에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네요. 중학교때부터 그런 책을 써보는 꿈을 가졌어서 가벼운 책으로 내본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어요. 출판사와 저와는 생각이 다르겠죠. 하하.

책을 보니 너무 얌전한 모범생 이미지여서 재미가 없었다.

하하. 저, 원래 그랬어요! 고등학교 때 모범생이었어요. 학창 시절에 그 이미지에서 하나도 안 벗어나요. 선생님 좋아하는 여자애들, 그런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바뀌었어요. 염색도 하고 미니스커트도 입고.

책의 상당 부분인 연애와 일 말고 관심사는 무엇인가.

식도락, 책, 음악, 그리고 드라이브.

연애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행복. 난 뭐든지 ‘행복’이 기준이에요. 일도 연애도.

그럼 연애한다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즐거움이요. 함께해서 즐거운 것.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놀기도 하고.

당신에게 연애는 식도락동호회 같은 것이로군. 책에 친절하고 헌신적인 남자에게는 매력을 못 느낀다고 돼 있더라.

때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대학 때는 심했는데 요즘은 배려할 줄 아는 남자도 좋아요. 지나치게 배려하는 남자는 별로예요. 진정으로 노련한 사람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데 이상형이 있는가.

이상형이 자주 바뀌어요. 지금은 선하면서 강단이 있는 사람이요. 나를 옆에서 이끌어주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나도  힘이 될 수 있는 관계였으면 좋겠어요. 내가 덜렁대고 마음이 여린 편이에요.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보기에는 털털하지만 은근히 예민하고 세심한 부분이 많죠. 그런 예민한 부분들을 둥글둥글하게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제 당신은 셀러브러티가 된 셈이다.

부모님께서 아주 좋아하세요. 동생들은 불편해 하면서도 모니터는 신랄하게 해줘요. 달라진 게 있다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는 것인데 내 역량에 비해서 그릇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채워 넣지 않으면 곤란해지겠죠. 더 긴장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겠어요. 원래 ‘좋은 게 좋은 것, 착하게 살자’주의였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나만의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게 되겠지만 처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고.
 

요즘 읽은 책은 무엇인가.

공지영이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에쿠니 가오리 소설과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좋아해요. 어제 DVD로 <노트북>이란 영화를 봤는데 좋았어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가.

연애에 대해서 공상적인 부분이 많아서 맞아요. 연애하다 보면 감성이 풍부해지고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누구나 연애하면 감성이 풍부해진다. 연애에 ‘올인’하는가.

올인은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에 영향을 주는 연애는 안 하죠.

취미가 무엇인가.

잠도 취미가 되나? 시간을 그냥 보내는 건 잘 못하지만 빈둥거리는 걸 좋아해요.

운동을 하는가.

지난해 5월부터 오후나 오전 촬영 스케줄이 없을 때 필라테스를 해요. 나이 들어서는 필라테스 선생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십자수 이런 건 안 하나. 연애하면 대부분 한 번씩은 하던데.

십자수 같은 건 안 맞아요. 아기자기한 건 못하거든요.

이러다 연기까지 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하.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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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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