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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메이커

당신의 심장이 여느 때보다 빨리 뛴다면, 지금 이들이 만들어낸 비트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음악 신의 흐름을 주도하는 비트메이커들을 만났다

UpdatedOn July 13, 2016

이런 비트

신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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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하가 만드는 음악을 뭐라고 해야 할지 그럴싸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터질 것 같은 젊은 에너지로 충만하다는 느낌만은 확실하다. 지난해 데뷔 앨범 <24 Town>으로 이태원 클럽을 들었다 놓은 그는 엇비슷한 ‘멜론 차트’에 질린 리스너에게 단비 같은 비트를 내려줬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관통한 디스코와 펑크(Funk)를 마치 그 시절에서 불시착한 뮤지션처럼 자연스럽게 체화해낸다.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작정하고 열심히 추는 춤 말고, ‘오늘 놀고 내일도 또 놀면 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설렁설렁 추는 춤. 신세하가 만든 비트에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다면 올드 스쿨의 멋을 아는 청춘이란 증거다.

신세하를 ‘비트메이커’라고 불러도 되나?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이태원 클럽에서 음악도 틀고, 댄스튠 음악을 만들기도 하니까 비트메이커가 틀린 말은 아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내 이야기로 멜로디를 쓰고, 노래도 부르니까 작곡가 겸 가수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작년에 발매한 <24 Town>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데뷔 앨범 전엔 뭘 했나?
고등학교 때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을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어떻게 곡을 쓰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며 공부하다 습작처럼 하나씩 만들어 내 개인 홈페이지 등에 올렸다. 그걸 듣고 래퍼 김아일 형이 연락을 해왔다. 형의 첫 미니 앨범 〈Boylife In 12〉(2014)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거다.

요즘엔 사운드클라우드나 텀블러 등을 통해 자신의 음악, 비트 등을 올려놓으면 활동 중인 뮤지션과 연결되는 일이 흔해졌다. 김아일과 신세하의 만남처럼 말이다.

좋은 비트를 만들어 여러 사람과 함께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특히 비트가 중요하게 쓰이는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장르 등에서는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많아진 셈이다. 음악 하기 좋은 시대라기보다 자기를 표현하기에 좋은 시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취향과 스타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비트를 만드는 것과 멜로디를 만드는 것, 다르면서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나?
나는 그렇게 본다. 하지만 비트가 작곡의 하위 범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곡의 하위 개념으로 시작한 비트가 가지를 뻗어서 아예 ‘비트 신’을 형성한 것이 재미있다.

사람을 춤추게 만드는 것이 비트의 궁극적 역할인가?
드럼이 정확하게 들어가는 음악을 비트 뮤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작곡의 개념으로 본다면 드럼과 리듬 부분을 비트라 칭할 수 있다. 그 리듬을 타면서 춤을 추니까,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을 비트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제는 음악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그렇지만 신세하를 알리기 위해서는 ‘올드 스쿨’ ‘복고’ 같은 키워드를 사용해야 했다.
나 스스로도 내가 하는 음악에 대한 정리를 못한 입장이라서, 처음 데뷔 앨범을 내고 설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하하. 그래서 하우스 음악도 하고, 펑크 음악도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면 이해하기 쉽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올드 스쿨이 틀린 말은 아니다. 옛날 시카고 하우스, 부기 펑크에 당연히 영향을 받았고 앨범에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그 외 다른 장르도 굉장히 많이 섞여 있어서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또 앞으로 들려줄 것도 많기 때문에 내 음악을 한 가지 키워드로 정의하고 싶진 않다.

최근에는 새 앨범 작업에 집중한다고 들었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음악은 뭔가?
고등학교 때 되게 좋아한 뮤지션들이 올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원맨 밴드인 ‘프랜시스 앤 더 라이츠(Francis And The Lights)’는 2013년 무렵 음악 활동을 중단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가 발매한 믹스테이프에 프로듀싱을 했더라고. 좋아하던 뮤지션이 다시 활동하고 회자되는 것이 재미있어서 즐겁게 지켜보는 중이다.

그래서 전작의 연장으로 작업하고 있나?
아까 언급한 김아일 형의 앨범이 내 첫 번째 경력인데, 그 또한 디트로이트 테크노, 1980년대 힙합과 1990년대 펑크의 영향 받았다. 내 앨범 <24 Town>은 그러한 흐름에 좀 더 어두운 클럽의 느낌을 강조한 음악이었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바탕으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 나올 것 같다.

음악도 그렇고, 패션 또한 평범하지 않다. 모든 걸 통틀어서 가장 멋있는 남자는 누군가?
예전 ‘윈디시티’에서 퍼커션을 했고, 요즘 나와 함께 공연하는 드러머 콴돌(Quandol) 형이다. 지금 내 주변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뭐가 그렇게 멋진가?
음악적으로 선배니까 조언이 자칫하면 훈계가 될 수 있는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주고, 이런저런 가능성을 이야기해준다. 선택은 내가 하는 거다. 그런 생각이 참 멋지다. 그리고 옷 입는 것도 멋있다. 비싼 옷을 입어서가 아니다. 얼마 전에 형이 옛날 힙합 바지를 입었다. 딱 한 단 접었는데 그 한 단의 길이가 너무도 적당했다. 그런 식의 디테일을 아는 남자다.

신세하와 함께 창작하는 친구들은 성향이 어떠한가?
자기 것이 아닌 걸 하려는 사람이 없다. 물론 일에 관해서 다들 욕심은 있지만 억지로 도를 지나치지 않는다. 또 사람들 만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내 곁에 남는다. 하하.

신세하 앤 더 타운(Xin Seha And The Town)이라는 프로젝트 팀을 만들었다. 공연을 위해 뭉친 건가?

방금 이야기한 콴돌 형과 오존(O3OHN)까지 공연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위해 만든 팀이다. <24 Town> 앨범 발매 이후 공연을 꽤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음악적 교류는 물론이고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는 좋은 동료다. 그 외에도 앨범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는 포토그래퍼 친구는 앨범 커버나 전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많이 도움을 준다. 최근엔 비디오 영상 작업을 하는 형을 자주 만나서 이런저런 영감을 얻고 있다. 주변에 음악적 조력자가 많다.

다들 성향이 비슷해서 혹시 계속 하나의 취향만 파고들게 되지는 않나?
시기마다 되게 다르다. 고등학교 때는 너무나 많은, 다양한 음악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4 Town> 앨범 작업을 할 때는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했던 시기였고. 지금은 주위 사람들이 듣는 음악에 골고루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이제는 내 안에 중심 같은 것이 생겨서 휩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공연장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는 곡은 뭔가?

‘내일이 매일’은 뮤직비디오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이 나와서 그런지 반응이 좋다. 또 ‘대-인 Dance’라는 곡도 굉장히 신나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준다. 늘 공연장에서 라이브 무대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반주 틀어놓고 노래만 부르기는 싫었다. 그래서 밴드 형태로 팀을 만들어 퍼포먼스를 하는 거다.

청춘은 늘 고민이 많다. 스물네 살 신세하는 어떤 고민을 하나?
잠깐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한참 후) 딱히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니 고민이 없나 보다.


요즘 비트

그루비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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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스물세 살이 된 청년, 박규정과 휘민은 요즘 무척 바쁘다. ‘이쪽 바닥’에서 알게 된 래퍼 형들이 너도나도 이들의 비트를 달라고 러브콜을 보내오기 때문이다. 개리의 ‘바람이나 좀 쐐’, 다이나믹 듀오의 ‘요즘 어때?’, 올티의 ‘설레’ 등이 이들 작품이다.

‘그루비룸(Groovy Roo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두 청년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트가 뭔지 잘 아는 것 같다. 그루비룸은 현재 힙합 신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프로듀서이자 비트메이커다.

동갑내기 친구다. 어떻게 함께 팀을 만들었나?
규정 지금은 소속사 없이 우리 둘이 활동하지만 예전에는 같은 소속사에서 각자 음악을 했다. 그러다 친구가 됐는데, 음악을 교류하다 보니 마음도 잘 맞고 결과물도 괜찮았다. 그렇게 몇 번 더 같이 작업하다 아예 팀을 만들었다.

세상에 공개된 그루비룸의 최초 합작품은?
휘민 올티의 앨범 <졸업>이란 앨범에 3곡을 참여했다. 그게 그루비룸으로 처음 발매한 작업물이다.

뮤지션들이 먼저 작업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
규정 그렇다. 우리가 곡을 만들어서 한번 들어봐주십사 하고 몇몇 지인에게 보냈는데, 그걸 듣고 알음알음 제작을 의뢰해왔다.

휘민 입소문의 힘이 컸다. 사운드클라우드 등에서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사람에서 사람으로 우리 음악이 전해지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루비룸이 만든 곡을 두고 사람들은 ‘비트를 잘 뽑는다’고 표현하더라. 요즘 대중음악 신에서 비트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나?
규정 예전에는 멜로디를 만드는 작곡가의 힘이 컸다면 요즘엔 좋은 비트를 만드는 비트메이커, 프로듀서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비트 메이킹을 작곡에 포함한다.

휘민 1990년대에는 히트곡의 요소에 멜로디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2000년대는 편곡을 통한 전반적인 사운드를 많이 고려한다. 지금은 멜로디와 사운드는 물론이고, 뮤지션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프로듀서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작곡을 넘어서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 전반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주는 것이 프로듀서가 하는 일이다. 이제는 프로듀서가 하나의 아이콘이자 아티스트로 자리 잡는 단계 같다. 우리 역시 그렇게 되고자 노력한다.

그루비룸도 앨범을 준비하고 있지 않나?

규정 아직 준비 단계라 조심스럽지만, 그동안 쓴 곡들을 모아서 앨범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나름 큰 그림을 그리며 준비 중이다. 우리가 속한 옐로 몹(Yelow Mob)이라는 크루의 해외 투어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루비룸 앨범의 여러 영상을 함께 촬영하게 된다.

휘민 우리 앨범에 참여를 부탁하고 싶은 뮤지션들이 정말 많다. 앨범이 완성되면 정말 재미있을 거다.

최근에 감탄한 음악은 무엇이 있나?
규정 힙합 음악을 만드는 작업 과정도 재미있고, 음악인도 다 멋지다. 그렇지만 듣는 장르는 다양하다. 워낙 어려서부터 방대하게 음악을 들어왔다. 클래식부터 트와이스 노래까지, 다채롭다. 소위 말하는 ‘대중음악’, K팝도 한 곡 한 곡 들으면서 배울 점이 많다. 대중성을 빠르게 캐치하고 유행을 만들어낸다는 거니까.

휘민 음악을 시작하고 두 번 정도 좌절한 적이 있다. 하나는 천재노창의 앨범을 들었을 때고, 또 다른 하나는 딘의 앨범을 들었을 때였다. 이렇게 잘 만들면 우리는 뭐해서 먹고살지?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딘 형의 앨범은 현재 흐름을 바꾸어놓은 것 같다.

‘좋은 비트’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
휘민 시대마다 유행하는 리듬, 드럼 비트가 다르다. 1980년대 뉴 잭 스윙의 대부 테디 라일 리가 만든 리듬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드럼 비트가 있다. 좋은 비트라고 하면, 그 리듬을 트렌디한 소스에 자기만의 감각을 덧대는 것 아닐까 싶다.

규정 요즘엔 유행이 참 빠르다. 드럼 소스도 달마다 새로운 것이 쏟아진다. 곡을 쓸 때마다 다른 사람이 듣기에 어떨까?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래서 곡의 완성도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다. 컴퓨터로 복사해서 붙여넣기할 수도 있는 구성을 가사마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이렇게 빠르게 돌아가는 음악 신에서 그루비룸의 생존 전략이 있나?
휘민 언젠가 대중보다 딱 반 걸음 앞서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앞서가버리면 동시대에 인정받기 어렵고, 너무 뒤처지는 것도 대중음악가의 본분을 저버리는 거라고. 항상 그 균형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규정 그러면서도 우리가 만드는 비트의 캐릭터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캐릭터를 잃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규정 우리는 대중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곡을 쓸 때 지금 유행하는 것 혹은 앞으로 유행할 요소들을 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색깔이 있다고 말해준다는 것이 신기하다.

휘민 트렌드만 좇는 게 아니라 언제나 뿌리는 정통 음악에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트렌드를 조금 섞고 우리의 색깔로 풀어내려고 한다. 나와 규정은 음악을 듣다 ‘와, 이거 멋있다’ 하고 느끼는 지점이 비슷하다.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어쨌든 우리 두 사람의 취향이 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남들과 똑같지 않아서 그루비룸을 찾아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외국 비트메이커가 한국 뮤지션 앨범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비트는 언어와 국적을 초월할 수 있으니까,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까?
규정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국경이 점점 없어질 거다.

휘민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제는 비트메이커, 프로듀서가 음반 시장을 주도할 것 같다. 아시아권에서 아이돌 시장도 분명 피로감을 느끼는 시기고,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국적인 블랙 뮤직 시장이 점점 커지니까, 그게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중심에 비트메이커가 있다는 생각이다.

멋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지 않나?

휘민 대중적이면서도 ‘가오’가 빠지지 않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늘 고민이다. 그런데 규정이 말처럼 요즘엔 대중의 입맛을 종잡을 수 없다. 오웬 오바도즈의 곡 ‘City’를 우리가 만들었는데, 차트 진입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곡이 갑자기 점점 순위가 올라가는 거다. 대중성은 뭘까? 한참을 고민한 사건이었다.

규정 우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나름대로 이건 대중적이다, 이건 좀 멋나는 트랙이다 판단했는데 완전히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예상치 못한 음악이 인기를 얻고, 무조건 잘되겠다 싶은 음악이 묻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객관적 기준이 없어진 지금은 무조건 우리 스스로 만족스럽고 편한 음악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소속사가 있나?
휘민 우리는 철저하게 완벽한 인디펜던트다. 어떤 회사에 들어갈지 많이 궁금해하신다. 지금으로선 계획이 없다. 지금처럼 자유롭고 재미있게 작업하는 게 좋다.

규정 계속 이렇게 즐겁게 작업하면 좋겠다.
 

비트왕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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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그를 ‘비트왕’이라고 칭했지만, 반은 농담이고 나머지 반은 진짜다. 2005년 앨범 〈Call My Name〉을 들어보라. 11년 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세련된 비트가 넘실댄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를 이끄는 수장이자 도끼, 빈지노, 스윙스 등 힙합 뮤지션은 물론이고 최근엔 레드 벨벳 등 아이돌 음악에서도 이름을 볼 수 있는 프로듀서다. 또 자기 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간을 초월해 가장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세련된 비트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최고의 비트메이커다.

비트메이커를 어떻게 정의하나?
굳이 정의하자면 비트메이커는 멜로디를 만들지 않고 노래의 배경, 바탕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거다. 일반적으로 대중이 쉽게 접하는 음악은 보통 가사가 있고 멜로디가 있지 않나. 비트메이커의 음악은 대부분 가사와 멜로디가 없어 ‘사운드클라우드’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 활동한다.

‘사운드클라우드’는 정말 누구나 재능 하나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세계인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사운드클라우드 안에서는 레이블의 지원 없이 누구나 하룻밤 만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공인된 타이틀이 있어야 유명해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골에 사는 어느 중학생이 자기 방에서 컴퓨터로 뚝딱 만든 비트가 전 세계 수천 명의 팔로어에게 회자될 수 있는 거다. 이렇게만 보면 가능성이 무한한 것 같지만, 생활이 바뀔 만큼 상업적인 시장과 곧장 연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흔히 음악인에게 가장 좋은 시절은 1990년대 조성모 씨가 앨범 내면 3백만 장 팔리던 때라고 하지 않나. 지금은 그런 곡을 시장에 팔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순 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많은 사람이 진보가 만드는 음악에 대해, 특히 비트에 대해 ‘세련됐다’는 평을 한다. ‘언제 들어도 세련됐다’는 건 음악인에게는 최고의 칭찬 아닌가?
늘 제일 오래가는 걸 우선순위로 삼는다. 최신 유행과 시대를 타지 않는 것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세련됐다는 건 나에게 최고의 칭찬이다. ‘세련’은 세밀하게 잘 연마했다는 뜻이니까 시간과 관계 있는 거 같진 않다. 최신 것이 제일 좋은 건 아니니까.

다른 뮤지션에게 곡을 줄 때는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을 고려해서 작업하나?
물론이다. 뮤지션은 말하자면 음악의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배와도 같다. 그 뮤지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가 대변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를 쓰려고 노력한다.

반대로 진보의 이름을 걸고 곡을 만들 때는 어떤 청자를 떠올리나?
요즘 들어 내 음악이 많이 전해지길 바라는 사람들은 초등학생같이 어린 친구들이다. 내가 어릴 때를 돌이켜보니 4학년 때부터 가요를 열렬히 좋아했다. 그때 이미 수준 있는 곡을 구분할 줄 아는 감수성이 있었던 것 같다. 어려도 멋이 뭔지는 아니까. 인생의 중요한 메시지가 음악에 전부 담겨 있다. 내가 어린 시절 경험한 것을 지금 아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그리고 20, 30대 여성도 중요한 리스너다. 물론 여자에게 인기를 얻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걸 넘어서 사회적으로 아직까지 위축된 것 같아 힘을 실어주고 싶다. 꽃으로 치면 더 활짝 피어야 할 꽃이라고 생각한다.

슈퍼프릭 레코드를 운영한다. 진보 개인이 음악을 만드는 걸 떠나 어떤 의미에서 이끌어나가나?
아직까지 국내에선 비트로만 구성한 앨범이 히트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일본에 갔을 때 타워 레코드 2층 가장 좋은 자리에 비트 음악 섹션이 자리한 걸 보고 놀랐다.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달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비트 음악만으로 앨범을 내기 어렵다면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시도해보고 싶다. 요즘엔 생활체육처럼 비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슈퍼프릭 파티를 하면 비트 만드는 친구들이 많이 온다. 제일 앞줄에 앉은 어린 남자들이 주로 숨은 비트메이커다. 하하. 그런 친구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쇼미더머니> 같은 방송을 제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눈여겨보고 있는 비트메이커는?
‘노 아이덴티티’ ‘글램 굴드(Glam Gould)’를 좋아한다. 우리 레이블에 속한 비트메이커들도 언제나 눈여겨본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는 17세 비트메이커들의 약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멋진 비트를 올린다. 아, 그리고 ‘바비 어스(Bobby Earth)’라는 한국계 미국인의 음악에 완전히 반했다. 굉장히 신선한 비트니까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2014년도쯤 ‘앞으로 비트메이커의 시대가 올 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단순하게는 비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쉬워졌으니까, 비트메이커의 숫자가 늘어날 거라 생각했다. 또 하나는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 어떤 음악 듣냐?”고 물어봤더니 열이면 열 보컬이 없는 음악을 듣는다고 하더라. 비트 음악을 옛날 말로 하면 ‘경음악’쯤 될 텐데, 가사 없는 경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구나 싶었다. 그리고 슈퍼프릭 레코드의 비트가 좋으니까, ‘이제 우리 시대가 올 거다’라는 자신감을 표현한 거다.

그 예언이 적중했다고 보나?
소위 비트메이커라고 하는 친구들끼리 크루를 만들고 있다. 클럽 에스키모, 크러쉬, 딘 같은 젊고 재능 있는 뮤지션이 많이 알려졌다. 이들이 국내 비트메이커의 곡을 받아서 음반을 발표하거나 해외 비트메이커를 초청해 곡을 발표하기도 한다. 비트메이커가 주도하는 파티나 프로듀싱한 음반이 늘어나는 걸 보면 흐름이 변하고 있다.

내 음악이 최고라고 인정받는 것보다 동료 음악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옛말이 있지 않나.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은 진리는 우리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여행을 다니면서 산과 바다, 자연을 접하다 보니 우리가 자연의 일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모두가 연결된 하나라고 생각하니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더라. 돈이건 사랑이건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건 건강하지 못하다. 여러 사람이 다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발표한 싱글 <봄이 오는 소리> 소개 글을 보면 테디 라일리와의 만남과 뉴 잭 스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준다면?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인데, 원래대로라면 한 그릇에 놓이지 않을 법한 것들을 모아놓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봄이 오는 소리>를 통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조합을 하고자 했다. 비빕밥 먹는 한국인답게. 하하. 사람들이 내 음악에서 끈적한 것을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만들 당시에는 끈적함에서 잠시 휴학한 상태였다. 밝고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한글로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스웨그가 넘쳐흐르는 요즘 세상에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뉴 잭 스윙의 대부 테디 라일리를 만난 것도 큰 감흥이었다. 어릴 때 최고의 롤모델이었던 프로듀서를 직접 만난 건 엄청난 사건이었다. 착하고 동화 같은 이 노래에 춤추기 좋은 뉴 잭 스윙의 히트 소리를 섞으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탄생한 노래다.

새 앨범 역시 <봄이 오는 소리>의 연장선으로 착하고 순한 느낌일까?

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 들어보면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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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HAIR & MAKE-UP 노미경(에이바이봄)
photography 오준섭
ASSISTANT 김민수

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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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영우의 색다른 매력이 담긴 <아레나> 화보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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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궁금해해줬으면 좋겠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곽동연과 연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내 유쾌했고 기백이 있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방명록 한 권을 완성하는 기분이라는, 2024년 곽동연의 첫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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