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REPORTS MORE+

新 국어사전

십대들의 언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몇 년 후 국어사전에는 이런 단어들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세종대왕이 통탄할 노릇이다.<br><br>

UpdatedOn September 29, 2009

"삼촌, 갈수록 ‘갈비’야.” 열세 살 난 조카 녀석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최근 다이어트 실패로 인한 요요현상으로 주체할 수 없이 살이 찌고 있건만, 갈수록 ‘갈비’ 같다니. “요즘 삼촌이 얼마나 살이 쪘는데 갈비냐?”라고 말하자 조카는 도리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갈비! 갈수록 비호감이라고. 그것도 모르냐?” 요즘 십대들 사이에서는 ‘갈비’가 갈수록 비호감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사실 세대 간의 언어 장벽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내가 십대였을… 그러니까 꼭 10년 전에는 무선 호출기를 사용하면서 암호화된 ‘숫자 언어’가 있었다. 예를 들면 486(사랑해), 7942(친구 사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내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말 줄임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80자로 제한된 문자 메시지에 보다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였는데, 그때 등장한 것이 글고(그리고), 들가(들어가)와 같은 것들이다. 그래, 어찌 보면 요즘 십대들이 뻐정(버스정류장), 문상(문화상품권)과 같이 한글을 줄여 말하는 것은 우리 세대에 대한 답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십대들의 언어 파괴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리말을 짧게 줄여 말하는 축약어는 물론이거니와 영어, 일본어를 버무린 정체 불명·국적 불명의 ‘외계어’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언어는 진화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황당할 때 쓰는 감탄사인 ‘헉’은 ‘헐’에서 최근 ‘헐랭’으로 진화되었다.

‘그저 인터넷 용어겠지’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십대 청소년들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누어 보면 이 무분별한 신조어가 그들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게 침투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작 그들보다 10년 오래 산 나 역시 그들의 말은 도저히 통달 불가니까. 이처럼 신세대들과의 언어 장벽이 높아만 간다면 조만간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사전 속에서 만나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본디 국어사전이란 현대 국어를 망라하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최신 개정판 국어사전에는 한때 십대들의, 그러니까 우리 세대의 신조어였던 ‘짱’과 ’초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후덜덜, 깜놀과 같은 단어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십대 언어에 끼치는 영향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인터넷(38.6%)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평소 맞춤법을 알면서도 잘 지켜 쓰지 않는다는 초등학생들이 과반수 이상(53%)이었는데, 그 까닭으로는 인터넷 채팅 등에서 버릇이 되어서(78.4%)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이어 귀찮아서(10.1%), 친구도 안 지키기 때문(6.8%)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INTERNSHIP EDITOR 이승률
PHOTOGRAPHY 박원태
COOPERATION 전선영(국어 교사)

2015년 11월호

MOST POPULAR

  • 1
    BEFORE SUNSET
  • 2
    클래식의 정수, 미니멀한 디자인의 수동 면도기 4
  • 3
    라면 러버 모여라
  • 4
    Beyond The World
  • 5
    EXOTIC FAIRY TALE

RELATED STORIES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2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1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이란, 세 소녀

    히잡 시위를 계기로 이란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다. 혁명의 주체는 시민이고 시위대를 이끄는 이들은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20대 여성이다. 세상은 혼란할지라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란의 10대, 20대 여성과 인스타그램 DM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혁명 속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 ISSUE

    보이지 않는 공로

    영화 한 편엔 수없이 많은 제작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담기지만 관객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제작자들의 공로를 ‘제12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가 기린다.

  • ISSUE

    2022 Weekly Issue #2

    돌아보면 2022년 대한민국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미크론 확산부터 대선 이슈, 전쟁과 경제 이슈 등 매일이 격동의 나날이었다. 우리는 주 단위로 2022년을 돌아본다. 2022년 1월 첫째 주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 우리의 눈과 귀를 번뜩이게 한 국내외 이슈들을 짚는다.

MORE FROM ARENA

  • INTERVIEW

    누가 뭐래도, 비

    자신을 사랑하는 것, 비는 그것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 LIFE

    HOW COME?

    12월의 새로운 테크 제품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 FASHION

    Sporty Top

    2016 F/W 런웨이에서 발견한 스포츠 톱의 남다른 스타일링.

  • FASHION

    The Details

    크게 봐야 보이는 시계의 세계.

  • FASHION

    도시 여행자의 지침서

    현대 여행 예술에 대한 오마주로서 도시 여행자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우아하고 매끄러운 루이 비통 에어로그램 컬렉션.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