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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인 줄 모르고 하는 거짓말

내가 잘 모르는 분이 하신 말씀 중에 이런 게 있다. 그분이 누구냐? 중세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님이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을 지니신 그분, 그저 초기 기독교 사상가라는 것만 알 뿐이지 그 유명하다는 <고백론>조차 읽어본 적이 없는 나다. 그러니 내가 아주 잘 모르는 분, 맞다. 하지만 아래의 이론을 읽고 난 그분을 존경하기로 맘먹었다. <br><br>

UpdatedOn September 29, 2009

 

 

내가 잘 모르는 분이 하신 말씀 중에 이런 게 있다.
그분이 누구냐? 중세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님이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을 지니신 그분, 그저 초기 기독교 사상가라는 것만 알 뿐이지 그 유명하다는 <고백론>조차 읽어본 적이 없는 나다. 그러니 내가 아주 잘 모르는 분, 맞다. 하지만 아래의 이론을 읽고 난 그분을 존경하기로 맘먹었다.

그분이 그러셨다.
“거짓말도 다 같은 거짓말이 아닌 바, 거짓말에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느니라. (아마, 사극에 등장하시면 이 정도 말투를 쓰실 듯.)
하나, 종교적으로 누군가를 회유하고자 하는 거짓말이니라.   
둘, 아무에게도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는 해가 되는 거짓말이니라.
셋, 누군가에게는 해를 주면서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익을 주는 거짓말이니라.
넷, 거짓말하는 즐거움으로 인한 거짓말이니라.
다섯, 남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니라.
여섯,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는 거짓말이니라.
일곱, 누군가를 보호하는 정도의 거짓말이니라.”
어떠신가? 아주 명쾌하지 않은가? 늘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아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거짓말과 악다구니를 매달고 사는 우리일지라도 거짓말의 종류를 이렇게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분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치 이름표를 달고 차곡차곡 냉장고에 들어앉은 일등 주부의 각진 플라스틱 반찬통을 볼 때만큼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잡균 금지 밀폐 용기 안에 단아하게 정리된 거짓말 이론들.
 
기자로 살다 보면 가슴 벅찬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게 바로 이렇게 평이한 일상사를 자로 재듯 명확한 잣대로 분석해주시는 그분들을 뵐 때다.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달변가이든 아니든 한 세대에게 온몸으로 전달할 철학을 지닌 분들 말이다. 한 분야에서 뿌리를 깊게 내린 분들을 뵙고 그들의 인생철학에 슬쩍 무임승차하는 것, 이건 기자들만의 특권이라 할 것이다. 십수 년을 휘돌아 살아야 알 수 있을 만한 것을 한두 시간 만에 공부하는 것. 그런 감사함이 기자들의 고된 일상을 해갈한다. 무연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조각내어 정리하는 분들을 가까이서 보는 건 ‘정말 영광인 줄 알아’야 하는 일이다. ‘아, 이 사람은 명품이로구나’라는 찬탄이 절로 우러나오게 하는 사람들과 한 세상을 동행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마다 기자들의 몸을 구성하는 2백여 개의 뼈가 환희로 곧추선다.
<아레나>는 당신과 이런 벅참을 함께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옷으로 날개를 달고 선 당신의 옷섶에 단단한 생활 철학이 농축된 다이어리 하나 꽂아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그래서 조금은 농익은 고민을 한다. 팽팽하게 부푼 호기심을 가지고 그분을 만나 그 예리한 인생 잣대를 당신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픈 욕심에서다. 그래서 지난달엔 광고, 방송, 자동차, 테크 업계의 CEO들을 만났고 이달엔 허정무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만났다. 연말호엔 2009년의 성공남들을 A-awards 수상자의 이름으로 만나게 된다. 물론 우리의 인터뷰가 성에 차지 않을 때가 많다.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기록하려다 보니 생기는 오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인생 선배의 가르침이 절실하기에 끊임없이 그분들을 찾아 간다. 규칙성을 잃은 썰물이 격한 토사를 밀고 오듯, 규칙을 잃은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절대 지침이 필요하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쓴 일기가 공개되어 한순간 매국노가 된 한 청년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집단의 진화는 개개인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무서운 진리를 깨달았다. 이건 자유로운 집회가 차단당하는 요즘과 맞물려 조금은 공포스럽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은 아니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과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음에도 소소한 사건들은 스스로 진화하여 대수롭게 터져 오르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그분들의 꾸중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자꾸만 찾게 된다. 같은 현상을 앞에 두고 그분들은 어떤 답을 내리실지 궁금해서다.

아우구스티누스 선배님은 이 해프닝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허허, 아무것도 아닌 일을 두고 왜들 그러나. 당신들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는 해가 되는 거짓말을 하고 있네. 확신이 없으면서 확신인 양 떠드는 것은 모두 거짓말일세. 내가 그 말은 안 했던가?”                 

옳습니다. 확신도 없으면서 확신인 양 떠드는 건 거짓말이지요. 거짓말인 줄 모르고 하는 거짓말이지요. 

  

아레나 옴므 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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