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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美

쉽게 찍고 쉽게 지운다. 기다림을 조금도 참지 못하는 요즘, 흑백 필름으로 사진 찍고 인화하는 공간이 생겼다. 연희동 사진관에서 사진과 기다림을 배웠다.

UpdatedOn June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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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흑백 필름 사진관

연희동에 사진관이 하나 들어섰다. 한가로운 골목에 한가롭게 자리한 이 사진관은 여느 동네 사진관과 다르다. 어느 순간부터 찾아보기 힘든 필름 사진을, 그것도 흑백으로 찍고 인화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연희동 사진관’의 김규현 대표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군대 제대 후 복학하고 나니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아무도 필름 사진을 찍지 않았다. 대신 디지털 사진으로 찍고 보정했다. 몇십 컷을 찍고 버리는 것이 쉬워졌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만져온 필름을 언제고 다시 만져보리라 다짐했고, 돌고 돌아 작년 5월 흑백 필름으로 사람들을 찍어주는 사진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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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회사인 코닥이 재정 위기에 처했다는 현실이 말해주듯 필름 사진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학교 사진학과에선 필름 수업이 점점 줄어들고 자연스레 충무로를 가득 채운 암실도 없어졌다. 김 대표는 “흑백 필름의 자리가 없어진다고 하니 지켜내고 싶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연희동 사진관에서는 필름 사진을 잊지 않고 있는 이들을 위해 직접 배울 수 있는 클래스도 연다. 떨리는 손으로 필름 롤을 갈아 끼우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던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사진 애호가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 특별한 순간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어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너도나도 연예인’ 같은 화려한 느낌 말고, 조금은 어색하게 정 자세로 찍는 소박한 사진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또 태어나서 지금까지 디지털 컬러로만 세상을 접한 젊은 층에게는 먼지 쌓인 사진첩을 꺼내 보는 듯한 생경함과 희귀함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흑백 필름 사진에 대한 각기 다른 낭만은 애정을 담아 사물과 풍경, 인물을 포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말끔하게 사용한 흑백 필름통. 연희동사진관에서는 코닥 필름 대신, 영국산 일포드 필름을 사용한다.

말끔하게 사용한 흑백 필름통. 연희동사진관에서는 코닥 필름 대신, 영국산 일포드 필름을 사용한다.

말끔하게 사용한 흑백 필름통. 연희동사진관에서는 코닥 필름 대신, 영국산 일포드 필름을 사용한다.

필름을 릴에 끼우는 작업은 쉬워 보이지만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대목.

필름을 릴에 끼우는 작업은 쉬워 보이지만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대목.

필름을 릴에 끼우는 작업은 쉬워 보이지만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대목.

STEP 1. 필름 사진 기초

연희동 사진관의 필름 클래스는 2개월 정도 진행한다. 수업 비용은 사용하는 약품과 인화지 등 재료비를 포함해 50만원가량.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가장 먼저 할 일은 필름 카메라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렌즈, 셔터, 조리개 등 카메라 메커니즘과 상식을 배운다. 노출과 초점이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배워야 할 기본 중의 기본. 이론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자. 빛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스레 필름 롤을 카메라에 딸깍, 끼워 넣고 원하는 피사체를 찍는다. 한 롤에 서른여섯 장을 담을 수 있으니까 남은 컷 수를 세어가며 신중하게 촬영한다. 찍은 후 보고 지울 수 없으므로 어떤 장면을 포착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촬영이 끝난 흑백 필름은 현상과 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암실이 필요하다. 현상 과정에서는 ‘암백’을 이용해 밝은 곳에서도 작업할 수 있지만, 인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암실이 있어야 한다. 만약 수업 외에 개인 작업을 집에서 하고 싶다면 외부 빛을 가장 많이 차단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자. 화장실과 벽장 등도 임시 대안이 될 수 있다. 암실 문제가 해결됐다면, 암실에 카메라를 가져가 현상 작업을 시작한다.
 

현상을 위해 약품을 설명서에 쓰인 비율대로 잘 섞어준다.

현상을 위해 약품을 설명서에 쓰인 비율대로 잘 섞어준다.

현상을 위해 약품을 설명서에 쓰인 비율대로 잘 섞어준다.

용액을 넣은 현상 탱크에 필름을 넣고 흔들어준다.

용액을 넣은 현상 탱크에 필름을 넣고 흔들어준다.

용액을 넣은 현상 탱크에 필름을 넣고 흔들어준다.

필름 현상 과정 중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필름을 감는 것이라고. 릴에 필름을 똑바로 감지 못하면 현상 작업에서 필름끼리 엉겨 붙어 제대로 된 사진을 인화하기 힘들다. 시행착오와 연습이 필요한 대목이므로 조금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필름을 꺼내고, 끝부분을 자른 뒤 릴에 필름 끝을 끼우고 감는다. 필름이 감기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릴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서 감아야 한다. 이때 필름 가장자리는 약간 구부린 채 릴만 움직이는 것이 포인트. 릴을 현상 탱크에 넣고 뚜껑을 닫은 뒤 현상 탱크에 알맞게 배합한 약품을 넣는다. 약품을 필름 면에 고르게 침투시키기 위해 현상 탱크에 필름을 넣고 흔드는데, 이 과정을 ‘교반’이라고 한다. 이를 마치고 나면 확대경(루페)으로 필름에 사진이 잘 담겼는지 확인한다. 만약 수업 외에 개인 장비를 구입하려고 고민한다면, 흑백 전용 확대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컬러 인화에도 적합한 필터링헤드를 갖춘 확대기 혹은 컬러용으로 개조할 수 있는 확대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현상액이 담긴 트레이에 인화지를 놓는다.

현상액이 담긴 트레이에 인화지를 놓는다.

현상액이 담긴 트레이에 인화지를 놓는다.

집게로 인화지를 들고 흔들어준다. 인화지를 꺼내 정지액을 버리고 다시 트레이를 흔들어준다.

집게로 인화지를 들고 흔들어준다. 인화지를 꺼내 정지액을 버리고 다시 트레이를 흔들어준다.

집게로 인화지를 들고 흔들어준다. 인화지를 꺼내 정지액을 버리고 다시 트레이를 흔들어준다.

STEP 2. 필름 사진 인화

현상까지 충분히 힘들었겠지만, 결정적인 단계가 하나 더 남았다. 바로 인화다. 사진 인화에 쓰이는 약품은 ‘인화현상액’을 제외하고 필름 현상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다. 중간정지액(Stop Bath), 정착액(Fixer) 등은 현상 단계에도 사용하는 약품이지만 희석 방법에서 약간 차이가 있으므로 반드시 제품설명서에 명시된 대로 따를 것. 흑백 필름 사진이 인내와 끈기를 요하는 작업이라는 말은 아마도 인화 단계 때문에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현상액이 담긴 트레이에 인화지를 놓는다. 유제가 발린 면이 아래로 향하도록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트레이를 흔들거나 인화지를 집게로 흔드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텐데, 바로 지금이 그 장면을 재현할 때다. 고르게 현상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화가 끝난 사진은 흐르는 물에 수세한다.

인화가 끝난 사진은 흐르는 물에 수세한다.

인화가 끝난 사진은 흐르는 물에 수세한다.

편편한 유리판이나 아크릴판 위에서 건조한다.

편편한 유리판이나 아크릴판 위에서 건조한다.

편편한 유리판이나 아크릴판 위에서 건조한다.

너무 서둘러 현상하면 이미지가 빨리 형성돼 톤이 떨어지는 검은색을 만들어낸다. 현상 시간이 길어지면 얼룩덜룩한 흰색을 만든다. 현상된 프린트를 볼 때는 그레이 카드 등을 참고해 중성 회색을 기준 삼아 프린트하는 것이 좋다. 현상된 인화지는 집게로 들어서, 남아 있는 현상액을 따라낸 뒤 중간정지액이 들어 있는 트레이로 옮긴다. 15~30초가량 트레이를 흔들어준 뒤 인화지를 꺼내 정지액을 버리고 정착 과정으로 넘어간다. 역시 정착 과정에서도 계속 트레이를 흔들어주는 것이 관건. 인화지의 종류에 따라서 흔들어주는 시간이 다른데, 그래서 사용설명서에 적혀 있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화가 끝난 사진은 흐르는 물에 일정 시간 수세를 한다. 편편한 유리판이나 아크릴판 위에서 인화지용 스퀴지로 물기를 제거한 다음, 줄에 널어 건조한다. 모든 색이 빠지고 빛과 그림자로만 사물을 표현한 자연스러운 흑백 필름 사진 한 장은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다.

 ‘연희동사진관’ 김규현 대표.

‘연희동사진관’ 김규현 대표.

연희동사진관의 첫 번째 손님은 누구였나?
결혼식 때 포토 테이블용 웨딩 사진을 찍으러 온 손님이었다. 그분이 결혼식 끝나고 다시 오셔서 가족사진을 찍고, 주변 지인에게 소개하면서 인연이 이어졌다.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한번 ‘필름의 낭만’을 느끼면 대부분 잊지 않고 또 찾아온다.

굉장히 꼼꼼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다.
흑백 필름 수업은 일대일 개인 교습 방식만 가능하다. 현상 탱크에 필름을 넣고 약품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여러 명 모아놓고는 알려드리기 힘들다. 클래스를 2개월 정규 과정으로 본다면, 그중 1~2주는 개인 교습에 할애한다.

정해진 수업 외에 이곳에서 필름 작업을 할 수도 있나?
암실 비었을 때는 물론 개인 작업이 가능하다. 사실 나와 흑백 필름 클래스를 같이 하는 분들은 수업이 없어도 놀러 와서 사는 얘기도 하고 그런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흑백 필름 사진 말고 컬러 필름 작업도 준비 중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렇게 필름 사진을 아끼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필름 시장이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닥 필름 회사가 어려워져서 일포드라는 영국산 필름을 사용한다. 아직도 유럽에서는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디지털 사진으로는 채울 수 없는 낭만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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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이준열
EDITOR 서동현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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