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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보고 왔습니다

“요즘 어디가 괜찮아?”라는 질문에 화답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소문 타고 있는 다음 장소를 기억해두길 바란다. 유용한 해답이 될 따끈한 공간이다.

UpdatedOn May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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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수선화

#을지로 힙스터 #호텔 수선화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만난 자매 같은 친구 셋이 작업실을 찾았다. 의상과 가방 디자이너 이경연, 의상과 웹 디자이너 이나나, 그리고 주얼리 디자이너 원혜림은 이왕이면 개방적인 공간으로 꾸며 많은 사람들이 오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동네가 좋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을지로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젊은이의 발길을 끄는 터줏대감 ‘신도시’도 있고 곳곳에 아티스트 작업실이 생기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마침 익선동에서 ‘식물’을 흥행시킨 ‘아는 오빠’ 루이스 박 대표가 공간 디렉팅을 하면서 오픈한 곳이 바로 호텔 수선화다. 커다란 간판도, 입간판조차 없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일단 한번 길을 트면 두 번째부터는 일사천리로 찾아갈 수 있다. 물론 ‘숙박’이 가능한 진짜 호텔은 아니다. 여행자가 타인과 끊임없이 마주치는 ‘호텔’이란 공간이 주는 판타지를 재현하고자 했다고. 디자이너 세 명이 열린 공간으로 만든 이곳에서는 빈티지 시곗줄로 장식한 가방 ‘킨더가튼(Kyynthegarten)’, 원석과 작은 것들을 주제로 한 주얼리 ‘파이(π)’ 그리고 젊은이의 진취적인 디자인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오브제 ‘비츠니카(Beatnika)’를 만날 수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앤티크하게 꾸민 멋스러운 공간에서 커피와 와인, 주전부리를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느 카페와는 다른 메뉴가 인상적인데 서울에서 서울 같지 않은 느낌을 만끽하고 싶을 때 아주 유효하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 세 명이 엄선한 와인에 유러피언 좁쌀 파스타인 쿠스쿠스나 프렌치 파이를 곁들이는 거다. 내 몸은 서울 을지로 상업 지구 오래된 골목에 있지만, 마음만은 최소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유럽 어딘가를 떠도는 느낌이 만족스러울 거다. 호텔 수선화에 들어와서 자리 잡고 음료 등을 주문한 다음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진을 찍는 거다. 대강 구도만 잡고 찍어도 멋스러운 공간이라 ‘인스타 힙스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셀카 포토존’도 있다. 공간 끝 쪽에 놓인 거울은 예술 작품이지만 유독 얼굴이 예뻐 보이는 조명 아래 위치해 있어 대표적인 셀카 공간으로 꼽힌다. 또 빈티지한 멋이 묻어나는 화장실도 ‘볼일’만 보고 나오기엔 아까운 포토존. 이렇게 잘 꾸며놓은 공간에서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리마켓과 전시회 등이 꾸준하게 열린다.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좋은 뮤지션들의 쇼케이스도 펼친다. 매달 ‘아무나 드로잉 데이’를 개최하기도 한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옥상에서 루프톱 파티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이렇게 호텔 수선화의 주인장들은 ‘을지로 문화 허브’를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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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드리 피자

#세탁소 아님 #런드리 피자

강남역은 억울하다. 토익 공부하는 대학생의 천국, 혹은 인근 직장인이 센스 없게 소개팅 장소를 잡을 때 활용하는 장소라는 오명 아닌 오명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 가게와 왁자지껄한 술집, 술 마시면서 합석도 꾀할 수 있는 ‘감성 주점’이 빼곡한 탓에 멋쟁이의 외면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 잘 살펴보면 곳곳에 꽤나 재미있는 가게들이 있다. 최근 요식업계의 젊은 피, ‘CNP F&B’가 신논현역 뒷골목에 흥미로운 공간을 열었다. ‘배드 파머스’와 ‘무차쵸’ 등을 흥행시킨 이 그룹이 야심차게 선보인 것은 이름 하여 ‘강남역 미국집’이다. 총 3개 층의 건물에 피자와 샌드위치, 치킨 등 미국식 음식점이 들어섰다. 그중에서도 런드리 피자는 술을 진탕 마시고 난 뒤 피자로 해장하는 미국 젊은이의 모습에서 착안, 위를 ‘세탁’해준다는 의미로 이름 붙인 곳.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전형적인 미국식 세탁소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형형색색 타일과 벽, 신나게 울려 퍼지는 힙합 음악, 눈으로만 먹어도 배부른 푸짐한 피자가 어우러져 젊은 층을 공략한다. 한가한 시간에 방문하면 마음껏 ‘#럽스타그램’을 촬영 중인 커플과 ‘#OOTD(outfit of the day)’를 업로드하기 위해 셀카 삼매경에 빠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연유를 듬뿍 올린 포테이토 피자.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면 ‘칼로리 폭탄’을 씹어 먹고 있다는 죄책감을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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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약방

#달여 마셔요 #커피 한약방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옛 선조의 답답한 심정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워낙 길치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지도 앱을 켜고 한참 헤매다 아까 내가 서성이던 그 골목 안쪽에 목적지가 있음을 깨달았을 때의 심정이란. 을지로 비좁은 골목에 아늑하게 자리한 이곳은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화제가 된 커피 한약방이다. 실제로 커피 한약방에 울리는 전화벨 대부분이 “거기 어떻게 찾아가나요?”라는 질문임을 감안한다면, 초행자에게 이 정도 헤맴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강윤석 대표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을지로 골목길을 사랑했다. 일제 강점기, ‘모던보이’ ‘모던걸’의 사교장인 다방이 쪼르륵 들어서 있던 ‘다방 거리’의 낭만을 재현하고자 과감히 을지로3가를 커피 한약방의 본거지로 선택했다고. 문을 연 지 2년이나 됐건만 아직 인근 회사원 중에서는 커피 한약방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비밀스럽게, ‘나만 알고 싶은’ 이곳을 너도나도 인스타그램에 올린 덕분일까? 자그마한 공간에서 시작한 커피 한약방은 2층과 별관까지 거느릴 만큼 큰 규모의 ‘을지로 감성 충전소’가 됐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커피 집이라면 응당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한약방’이라는 이름답게 진하게 달인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의지로 커피 머신과 에스프레소 머신 모두 수동을 고집한다. 불 맛과 생두 본연의 맛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 직화 방식으로 정성껏 내린, 크레마가 풍부하고 깊이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한번 맛본 이들은 무조건 다시 찾는다. 인테리어를 구경하거나 LP로 틀어주는 음악을 듣거나, 혹은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작 커피 한약방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모두 하지 않는다고. SNS에 무심한 대신, 좋은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를 선보이겠다는 야무진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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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이준열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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