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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컨버터블을 타지 말아야 할 7가지 이유

제목이 요상하다고 해서 컨버터블을 구매하지 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당신이 백만장자라면 컨버터블을 두 대 사든, 세 대 사든 별로 말리고픈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합리적인 선택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요모조모 따져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구매를 계획하라는 얘기다.

UpdatedOn August 07, 2009

버터블은 일생에 꼭 한 번 소유하고픈 자동차가 무엇일지 상상할 때 결국 도달하는 지점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꼭!’이라고 외치며 컨버터블을 꿈꾼다. 옆자리에 메간 폭스 같은 애인이 앉아 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없어도 그만이다. 컨버터블은 그 자체로 로망이기에. 나 또한 한때 당신들처럼 컨버터블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한 번 질러도 봤다. 결국 감당 못해 팔아치우긴 했지만. 물론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컨버터블을 모는 동안 남들이 모르는 ‘황당함’을 많이 경험했다. 그래도 그 시절엔 애써 그 사실을 모르는 척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디쯤인가 몸을 절반쯤 걸친 매끈한 컨버터블은 제아무리 불편함이 가득해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후끈한 여름이 되자 완성차 메이커들이 하나 둘 컨버터블을 내놓았다. 렉서스와 인피니티, BMW가 새 모델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매끈한 슬리퍼처럼 잘생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견뎌야 할 것들이 무수히 널려 있다. 모르고 덤비는 것과 알면서도 견디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여기 언젠가는 꼭 컨버터블을 타보겠다는 당신이 알아야 할 팁 7가지가 있다.

1

벗기 전에 샤워부터

자동차는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앞쪽에서 갈라진 바람은 결국 다시 모이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바람을 가른 비행기의 날개 끝에 양력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컨버터블도 마찬가지다. 앞 유리를 타고 넘어온 바람은 거세다. 가랑비? 차라리 가는 빗방울이라면 뚜껑 열고 신나게 달리다 보면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바람은 앞 유리를 타고 넘자마자 실내를 짓누른다. 이때 차 바닥에 있는 공기도 빠져나가려 한다. 결국 이 두 바람이 부딪쳐 차 안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일반 세단도 앞 유리와 선루프를 활짝 열고 달리면 바닥 매트에 쌓인 먼지가 사막의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이 맛도 없는 먼지를 당신과 옆자리의 메간 폭스가 다 마셔야 하는 거다. 실내 세차를 밥 먹듯 해야 한다는 뜻이다. 컨버터블을 타면서 진하게 선팅한 양쪽 유리를 다 올리는 건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차 안이 그야말로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고 신나게 달리다가 담배 하나 꺼내 물고 재떨이를 여는 순간, 당신 차는 그야말로 커다란 재떨이로 변모한다.

2

함부로 벗기지 마세요, 집에 못 갈 수도 있으니

‘Getting Home or Not Getting Home’ 당신의 해석 그대로다. 집에 가느냐 못 가느냐다. 해외 자동차 전문가들은 치명적인 사고를 ‘집에 못 갈 수도 있다’라는 표현에 비유하곤 한다. 자동차의 주행 특성은 무게중심에 따라 달라진다. 컨버터블은 톱을 열었을 때, 즉 트렁크에 지붕을 접어 넣었을 때 앞뒤 무게 배분을 5:5로 맞춘다. 아니 맞추려고 부지런히 노력한다. 앞에 엔진이 있다 하더라도 지붕을 접어 넣으면 뒤쪽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두툼한 쇳덩이인 지붕 무게가 기술 개발 탓에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는 엔진 무게와 맞먹을 정도다. 즉 톱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무게중심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의미다. 차는 앞이 무거우면 코너의 바깥으로, 뒤가 무거우면 코너의 안쪽을 파고든다. 흔히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매번 톱을 열고 멋지게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었던 익숙한 코스이건만 어느날 톱을 닫고 달리다 자칫 가드레일을 잘라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집에 못 가는 경우다.

3

어머! 저 외박은 안 되는데

이제 막 관계가 ‘따끈따끈’해진 여자친구가 있는가? 이번 여름, 그녀와 멋진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 크게 마음먹고 컨버터블을 구입했다고? 이왕이면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외박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터이나…. 여름휴가 때 컨버터블을 타고 신나게 여행을 떠나겠다는 원대한 꿈은 안타깝지만 접으시길. 강호동의 ‘1박 2일’은 먼 나라 이야기다.

컨버터블은 커다란 지붕을 곱게 접어 트렁크에 쌓아둔다. 소프트톱이든 하드톱이든 지붕을 넣어둘 만한 곳이 트렁크밖에 없다. 당연히 컨버터블은 짐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행이라도 떠날라치면 조그만 손가방 하나 정도만 허락된다. 인심 좋게 뒷자리까지 달린 4인승 컨버터블이라면 그나마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밖에서 봤을 때 뒷자리에 짐이 가득한 컨버터블은 절대 모양새가 안 날 거다. 짐을 조금 더 싣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이틀 동안 옷을 안 갈아입고 버티거나, 트렁크에 짐을 구겨 넣고 톱을 닫고 다니면 된다. 그런데 그러려면 컨버터블은 왜 사나?

4

매끈한 몸매의 그녀가 비만이라고?

권해효 주연의 로드 무비 <진짜 사나이>를 기억하는가. 영화에는 그 이름도 친근한 ‘대우 에스페로’가 시종일관 등장한다. 영화를 위해 지붕을 전기톱으로 대충 잘라낸 차다. 매끈한 몸매(?) 덕에 멀리서 보면 마치 빨간색 슬리퍼 한짝 같았다. 극중에 등장한 에스페로는 한 대지만 촬영을 위해 모두 세 대의 지붕을 잘랐다. 왜? 촬영 도중 두 대의 허리가 작신 부러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무게가 많이 실리는 부분은 앞뒤 바퀴다. 무거운 양쪽을 차 바닥과 지붕이 단단히 붙잡는 셈. 그런데 지붕을 잘라버리면 바닥이 이 힘을 전부 견뎌야 한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허리가 부러질 수밖에.

그럼 모든 컨버터블이 부러질까? 아니다. 애당초 컨버터블을 염두에 두고 만든 모델은 차체 바닥은 물론 차 전체를 모조리 강성 섀시로 두른다. 이 작업을 간과했기에 에스페로는 부러졌다. 컨버터블은 단단한 차다. 그래서 차체는 작아도 웬만한 대형 세단만큼 무겁다. 같은 엔진을 얹고도 영 힘을 못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해답은 있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아 바닥을 짓누르면 된다. 금세 주유소를 찾아야 할 테지만.

5

지금 어디를 넘어가십니까?

멋들어진 컨버터블로 하루 종일 멋지게 데이트한 당신. 그녀와 차 안에서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다 보니 분위기는 금세 무르익는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가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난하다. 높다랗게 솟아오른 기어박스가 오늘따라 왜 이리 얄미운지.

컨버터블은 특성상 무게중심을 낮춘 스포티 모델이 대부분이다. 컨버터블을 위한 플랫폼을 새로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비슷한 크기의 중형 세단 플랫폼과 부품을 많이 가져다 쓴다. 그러다 보니 핸들과 기어박스 등은 위치를 고수하지만 차 바닥은 주저앉기 마련이다. 당연히 운전석과 동반석 사이의 기어박스 턱은 상대적으로 높다. 옆자리로 은근슬쩍 넘어가기도(?) 꽤 불편하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팔베개를 한 다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도 꿈이다. 4인승 컨버터블이 아니고서야, 아니 실제 4인승이라고 해도 의자 젖히고 누워 있기가 꽤 불편하다. 그거 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다.

6

한겨울에 타야 제 맛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멋들어진 컨버터블. 다만 우리 눈에만 그렇지 실제 운전자의 고생은 이만저만 아니다. 햇살을 받으면 내 몸만 뜨거운 게 아니다. 시트도 달달하게 달궈지고 기어봉도 알맞게 익는다. 바람에 머리칼은 날리지만 머릿속은 벌겋게 이글거린다. 조금만 기다리면 신기하게도 핸들까지 후끈 달아오른다. 결국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대도 한여름에는 절대 못 타는 차가 바로 컨버터블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오너들이 컨버터블의 진짜 매력을 한겨울에 느낀다. 히터를 빵빵하게(특히 이런 차들이 난방 하나는 끝내준다) 틀어놓으면 엉덩이와 발끝에는 송골송골 땀까지 맺힌다. 이 상황에서 톱을 확 열고 양쪽 창문을 끝까지 밀어 올리면 머리칼만 찬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진정한 상쾌함이다. 이게 진짜 매력인 거다. 경험상 3백65일 가운데 톱을 열고 달릴 수 있는 날은 뙤약볕과 장마, 황사, 폭설 등을 피하고 나면 고작 60일 정도. 물론 그 가운데 대부분은 가을 문턱인 추석을 지난 다음에야 가능하다. 만약 이해가 안 된다면 스쿠터를 빌려 타고 30분만 뙤약볕을 달려보시라.

7

조강지처 버리시면 안 됩니다

컨버터블은 분명 세컨드 카다. 어쩔 수 없이 컨버터블 한 대만 가져야 한다면 이제껏 언급한 불편함들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예를 들어 멋지게 수트 차려입고 컨버터블을 몬다고 가정하자. 백발백중 당신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보인다. 컨버터블을 탄다면 당연 ‘얄팍한 드라이빙 슈즈’는 필수다. 거기에 괜찮은 선글라스는 물론 드라이빙 글러브 정도는 갖춰야 한다(등산 장갑 절대 안 된다).

헤어스타일도 고수할 수 없다. 아침에 매만진 머리를 저녁까지 지켜내기란 꿈같은 일이다. 앞서 언급한 바람이 뒤쪽에서도 들이치기 때문이다. 차단막이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 괜찮은 야구모자 또는 카우보이모자도 여럿 있어야 한다. 물론 비싼 모자도 바람에 날려 먹는 일이 왕왕 있을 것이다. 주차도 신경 쓰인다. 소프트톱이라면 테러(?)도 신경 쓰인다. 같은 조건이라면 보험료도 비싸다. 이래저래 버튼 하나로 알몸(?)을 드러낼 수 있지만 컨버터블을 타면서 겪어야 할 고통은 의외로 크다.

그렇다 한들 컨버터블은 여전히 우리에겐 로망이다. 멋 모르고 컨버터블 타다 몇 년 동안 된통 당했지만 내가 다시 타고 싶은 차 1순위에 여전히 컨버터블은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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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지호
WORDS 김준형(컨트리뷰팅 에디터)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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