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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격돌 통닭 vs 치킨

비슷할 것 같지만 치킨과 통닭은 전혀 다른 종(種)이다.<br><br>

UpdatedOn August 07, 2009

명동영양센터

생경한 풍경이었다. 직사각형 윈도 안, 4열 횡대 꼬챙이에 관통된 헐벗은 닭이 모두 20여 마리였다. 윈도 조명은 불그스름했고, 노릇하게 구워진 닭에서는 육체 이탈 중인 기름이 똑똑똑 낙하 중. 미치겠는 것은 ‘노릇한 냄새와 질감’이었다. 도대체, 냄새와 질감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까? ‘냄새’가 ‘눈’으로 느껴지고 ‘질감’이 ‘코끝’으로 다가오니, 이런 오묘한! 그랬다. 허공에 매달린 채 빙글빌글 돌고 있는 브라운톤 통닭 껍질은 마치 풀 먹인 홑이불처럼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듯 보였다. 동시에 얼마 전 생전 처음 경험했던 바로 그 맛이 기억나면서 침샘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전기구이 통닭은 살코기는 담백하나 오묘하게도 껍질은 기름기를 머금으며 절묘한 맛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벗기기 쉽고 맛도 뛰어나다는 이유 하나로 껍질만 훌렁 벗겨 먹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설사 닭이 알아서 껍질을 벗어버린다 해도 꼭 살코기를 떼어 함께 먹어야 한다. 그래야 퍼석거리는 살코기와 촉촉한 껍질이 결합되면서 고소한 맛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전기구이 통닭이 나오기 전, 대한민국에는 찜닭과 볶음닭이 전부였다. 가끔 집에서 닭을 잡은 후 싹둑싹둑 썰어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 먹기도 했는데, 바짝 신경 쓰지 않으면 고기가 타버려 특유의 맛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전기구이 통닭이라는 게 발명되고, 동네마다 지글지글 돌아가는 홍등 윈도가 생기면서 그 아삭 담백한 맛은 모든 가정의 별미가 되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전기구이 통닭은 ‘프라이드치킨’이 등장하면서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쯤에서 전기구이 통닭 고유의 가치를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전기구이 통닭처럼 닭고기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필요 없는 기름기는 쏙 빼주고, 또한 적절한 지방질을 유지해 부드럽게 넘어가는 웰빙 조리법이 있던가?

늘어나고 있는 전기구이 통닭집 가운데 특히 명동영양센터를 자꾸 찾게 되는 것은, 세상 천지 모든 전기구이 통닭집이 사라지던 1980년대에도 끝까지 그 방식과 맛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준 것이 고맙기 때문이다.

아, 뻔한 이야기지만, 전기구이 통닭을 맨입으로 먹는 사람은 없겠지? 그것은 꼭 4℃ 짜리 생맥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words 이영근(여행 작가)

The Frypan

어디 가서 “저 닭튀김 좋아해요!” 혹은 “저 통닭 참 좋아하죠”라고 말할 순 없다. 고유의 여성성을 포기하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양손과 양 입가에 기름을 잔뜩 묻히고서 통닭을 뜯었던 과거?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추한(?) 모습이여 안녕.

1년 전부터 난 ‘더 프라이팬’에서 ‘통닭’이 아닌 ‘치킨’을 먹는다.

‘바삭하게 잘 튀겨진 치킨텐더’라고 표현해도 좋을 이 집 치킨은 깔끔하다. 기름에 튀겨 올린 치킨을 두고 깔끔하다는 표현을 쓰기란 참 뭣하다만, 적어도 이 집 치킨은 참 정갈하다. 특유의 닭 비린내와 닭을 잘못 튀겼을 때 나는 찌걱거리는 기름내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닭 한 마리’가 아닌 ‘치킨 조각’을 앞에 두고 앉아 있노라면 우아한 저녁상이라도 마주한 기분마저 든다. 게다가 이 집 치킨엔 뼈가 들어 있지 않아 게걸스럽게 뼈를 발라 먹는 모습을 내보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떤가. 포크로 치킨을 찍어 먹는 모습, 단아하지 않은가!

이 집 치킨은 다리살과 안심 두 종류로 엄연히 나뉘어 있는데, 주로 남자들은 다리살을, 여자들은 안심을 먹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리살이 기름이 조금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 안심은 날개살과 가슴살 부위를 의미하니, 말 그대로 ‘안심’해도 좋다.

또한 다리살을 주문하든, 안심을 주문하든 육질이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니 탱탱하다. (바로 이 부분이 맥도널드 치킨텐더와 가장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깍쟁이 같겠지만 이 집 치킨은 머스터드소스와 레몬, 갖은 양념, 마요네즈를 버무린 새콤달콤한 하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금과 후추를 반반씩 섞어 찍어 먹던 시절이여, 또 안녕이다.) 머스터드소스에 버무린 치킨 무는 마치 파인애플 같기도 하고 망고 같기도 하여 오해를 많이 산다. 밑에 깔린 생 감자칩은 이 상태에서 소금만 조금 더 뿌리면 더도 덜도 아닌 ‘농심 포테이토’가 될 것만 같다. 그만큼 바삭거린다. 겉보기엔 치킨집이 아닌 통닭집 주인일 것 같은 아저씨는 “닭이든 감자칩이든 기름을 잘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던졌다. 그렇다. 관건은 기름이었다. 그러니 죽기보다 살찌는 게 싫은 언니들은 요즘 이 집에 앉아 통닭이 아닌, 닭튀김도 아닌, 치킨을 즐긴다. words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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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지영
PHOTOGRAPHY 김린용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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