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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TV - 뜨고 지고

On March 29, 2016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세상은 언제나 변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은 더욱 그랬다. 2006년에 과연 오디션 프로그램과 스타의 사생활을 따라붙는 관찰 예능, 소셜 미디어의 수많은 이슈와 지상파 이외 채널들이 지상파를 위협하는 현상 중 어느 하나 예측 가능한 것들이 있었나. 이제는 시청자조차 따라가기 어려운 TV 엔터테인먼트의 어떤 흐름들이 생겨난 10년간을 정리했다.

  • 무한도전

    시대의 흐름은 언제나 바뀌게 마련이다. 그러나 단 한 프로그램이 장르의 탄생을 보여주는 동시에 업계 전체를 바꿔버리는 것은 진정 드문 일이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한 시대를 휩쓸도록 만들었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리얼리티 발전사에 대해 언급할 때 영원히 거론될 프로그램.  

  • 시트콤의 흥망성쇠

    MBC <거침없이 하이킥>은 신드롬이었고, 그에 이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엔딩은 문자 그대로 사회 현상을 일으켰다. 시트콤 한 편의 캐릭터를 두고 사람들이 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 지상파 3사에서는 단 한 편도 시트콤을 방송하지 않는다. <하이킥> 시리즈를 연출한 김병욱 감독의 전성기와 함께 시트콤도 뜨고, 졌다. 한국의 TV 시트콤은 결국 단 한 명의 아티스트가 이뤄낸 결과나 마찬가지였다는 점에서 기이한 영역이었다. 그리고 이제 윤성호 감독이 웹 드라마로 새로운 시트콤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일본에서 중국으로

TV에서 한물간 트렌디 드라마를 계속 방송하던 때를 기억하는지. 그건 방송사가 KBS <겨울연가> 이후 비슷한 소재와 ‘한류 스타’를 캐스팅한 일본 수출용 드라마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방송사는 중국에서 인기 있던 작품들을 리메이크하거나, 중국의 ‘한류 스타’를 캐스팅한다. 작가와 연출자도 중국으로 건너간다. 10년 동안 한국 방송 산업의 해외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오디션 프로그램

‘대국민투표’로 우승자를 뽑는다던 Mnet <슈퍼스타 K>의 최근 시즌 마지막 회 시청률은 0.7%(닐슨 코리아 기준)다. 대체 왜 사람들은 그때 이 프로그램을 두고 싸웠던 것일까 싶지만,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장 새롭고 자극적인 콘텐츠이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출연자가 격한 경쟁 속에서 기쁨, 슬픔,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내는 과정은 이제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 값처럼 쓰이고 있다. Mnet은 현재 1백1명의 여자 연습생들을 모아놓고 그들을 경쟁시킨 뒤 눈물을 뽑아내는 <프로듀스 101>을 방송 중이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을 바꿔놓았다. 스타는 소셜 미디어로 팬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방송 프로그램은 소셜 미디어를 끌어들여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등장은 이런 모든 경향의 종합판이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인터넷 스타들이 방송에 등장하고,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은 그들의 평가와 ‘드립’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무한도전>이 연 ‘리얼’ 시대 이후 새로운 시대의 풍경.  

  • 페미니즘

    10년 전만 해도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공개 코미디에서 여성 외모를 비하하는 코미디는 간혹 비판의 대상이 됐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큰 지장이 없었다. 여성 혐오 발언을 하는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재 <개그콘서트>는 구시대적인 프로그램이 됐고, 장동민을 비롯한 ‘옹달샘’은 ‘그 사건’ 이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히 그래야 했을 일이 이제야 진행되고 있다. TV에 나오는 모든 이는 젠더 문제에 보다 섬세해질 것을 요구받고 있다.  

  • 막장 드라마

    ‘막장 드라마’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임성한, 김순옥, 문영남 등 일련의 작가들이 쓰는 황당한 작품들을 비판하고 놀리는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김순옥 작가는 지금도 MBC <내 딸 금사월>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이고, 막장 드라마는 일일·아침·주말 드라마 시간대에서 쉴 새 없이 방영되는 장르 아닌 장르가 됐다. ‘마니아 드라마’로 일컬어지던 작품들에 열광하던 10년 전에 이런 미래가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겠지.  

  • CJ E&M

    CJ E&M의 케이블 채널 Mnet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tvN은 <미생>과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었다. 또한 채널 올리브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을 만들며 ‘쿡방’으로 불리는 일련의 흐름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리얼리티 쇼에서 CJ 계열 제품의 PPL을 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자체 제작 드라마의 삽입곡을 계열사 음원 사이트를 통해 유통하면서 다른 방식의 수익 구조를 추구한 것은 좋든 싫든 방송 산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만큼은 CJ는 이미 지상파와도 같다.

  • 장르물 생존기

    2006년 KBS <부활>, 2007년 MBC <하얀거탑>을 연이어 방영할 때만 해도 수사물과 의학 드라마를 축으로 한 장르 드라마의 시대가 올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 후 몇 년간 많은 작품들은 ‘병원에서 연애’하고 ‘경찰서에서 연애’하는 작품들이었고, 본격적인 장르물은 시청률이 낮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케이블과 모바일이 등장한 지금, 잘 만든 장르물은 탄탄한 팬층과 일정 수준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KBS <무림학교>의 시청률이 3% 초반에 머무는 동안, 수사물 tvN <시그널>은 8%대에 육박 중이다.  

  • 넷플릭스

    정말 뜬금없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했고, 가입자들은 한 달 무료로 넷플릭스 콘텐츠들을 경험했다. <데어데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처럼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가입자들이 굳이 실시간 방송을 보지 않아도, 국내 콘텐츠를 찾아보지 않아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볼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사실 그 자체다. 과연 10년 후의 TV도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세상은 언제나 변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은 더욱 그랬다. 2006년에 과연 오디션 프로그램과 스타의 사생활을 따라붙는 관찰 예능, 소셜 미디어의 수많은 이슈와 지상파 이외 채널들이 지상파를 위협하는 현상 중 어느 하나 예측 가능한 것들이 있었나. 이제는 시청자조차 따라가기 어려운 TV 엔터테인먼트의 어떤 흐름들이 생겨난 10년간을 정리했다.

Credit Info

WORDS
강명석(<아이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