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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여성에게 바치는 헌정사

샤를로트 갱스부르, 마돈나, 윤복희, 케이트 모스. 그녀들을 동경해 마지않는 네 명의 남자가 마음속 고이 간직했던 러브레터를 수줍게 공개했다. 이토록 대단한 그녀들에게 배우, 가수, 모델이라는 타이틀만 붙여지는 것이 도저히 참기 힘들다면서. <br><br>[2006년 12월호]

UpdatedOn November 24, 2006

Editor 박인영

유일한 ‘디바’ 마돈나
얼마 전 새벽, 우연히 케이블 TV의 채널을 돌리던 중 MTV에서 선정한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자 가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1위는 예상대로 당연히 마돈나. 선정 이유는 가장 많은 유행과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대중과 함께해온 진정한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파워는 확실히 다르다. 인기가 높다고, 히트곡이 많다고, 영화에서 흥행을 한다고 해서 스타나 패션 아이콘이라고 불릴 순 없으니까.
얼마 전 에 실린 60쪽짜리 길고 긴 마돈나 화보를 보면서 곧 쉰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며 트렌드를 주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신세대들은 딱 달라붙는 타이츠에 구찌 라이더 재킷을 걸친 ‘헝 업(Hung Up)’의 마돈나를 기억하지만, 사실 그녀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신을 거듭하면서 현존하는 모든 패션 스타일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마돈나의 모습은 언제나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는데, 그런 이미지에 나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든 그녀의 반응은 마치 ‘그들이 촌스러워서 그래’란 식이었으니까. 어떤 유행의 흐름이 밀려와도 거기에 동요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으로 말미암아 트렌드가 만들어지게끔 유도할 수 있는 것도 전부 다 그녀의 당당함에서 출발했다.
최고의 히트곡인 ‘보그(Vogue)’가 수록된 <아임 브리스리스 (I’m breathless)> 앨범 발매 기념으로 가진 월드 투어의 공연의상을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했을 때부터 그녀의 패션 역사는 시작됐다. 또 모든 공연 의상에 응용된 원뿔 형태의 브라 톱과 코르셋 디테일, ‘할리데이’를 부르면서 입었던 도트 프린트의 의상을 생각해보라. <에로티카> 앨범을 위한 ‘걸리 쇼(Girlie Show)’에는 돌체&가바나까지 가세했다. 그녀의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선 완벽하고 환상적인 퍼포먼스다. 세월이 비껴간 듯 늘 새로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녀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디바라고 칭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툭 하면 ‘디바’라는 단어를 많은 여가수들에게 붙이는 언론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여가수 중 진정한 ‘디바’란 타이틀을 달 수 있는 사람은 마돈나가 유일하기 때문에. 현재 공연 중인 ‘컨페션스 월드 투어’ 리스트에 안타깝게도 ‘한국’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에 직접 찾아가 그녀의 공연을 관람할 계획에 벌써 마음이 뜨거워지고 있다. <패션 저널리스트 Roan. J>

독점하고픈 ‘연인’ 샤를로트 갱스부르
샤를로트 갱스부르. 그녀를 말하는 것은 내게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비유하자면, 누군가 내게 “당신은 연인의 어떤 점을 가장 사랑하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난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냥. 아니면, 무작정.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을 청한 연인의 귓불이나 정수리처럼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나에겐 가슴이 저미는 모습일 수도 있는 것처럼. 샤를로트, 그녀도 내게 그렇다. 기준의 자로 잰다면 형편없을 그녀의 하관에 조차 나는 마음이 설렌다. 변덕스러운 패션 피플들의 입에 ‘아이콘’이라는 단어로 오르내리는 것이 정말 끔찍하게 싫다. 한창 주가가 오른 ‘트렌치코트’와의 상관관계로 입이 닳도록 칭송 받다가 ‘트렌드’라는 썰물에 잊혀버리는 가벼움을 그녀에게 주고 싶지 않다. 그녀의 태생은 큰 축복이며 행운이었다. ‘세르주 갱스부르’ 의 천재적 감수성과 ‘제인 버킨 ’의 흉내낼 수 없는 우아함을 그대로 우성 상속한 그녀에겐 감히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 감’이 있다. 나지막이 말하는 가느다란 목소리, 수줍고 연약해 보이지만 슬픔과 기쁨을 깊게 표현해내는 조용한 그녀의 눈 속에서, 그리고 스크린 속에서 난 매번 다른 여성성을 본다. “나와 다른 역할을 맡는 것이 즐겁다. 그래야 나 자신이 그 뒤에 숨을 수 있으니까”라고 그녀가 한 말을 난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21그램>에서 난 그녀를 찾지 못했다. 후반부에 가서야 ‘메리’가 ‘샤를로트’였음을 알아채고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믿음에 대한 보상 같은 심정이었다. ‘패셔너블’이란 말로 샤를로트를 표현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녀에게 다가간 이유가 그것에 있었다. 아무리 하찮은 아이템의 옷들도 그녀를 거치면 훌륭하게 보여졌으니까. 그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녀는 다른 여배우들처럼 거리에서 파파라치들에게 움직이기도 불편한 ‘트랙수트’를 뽐내지도 않고, 그녀들의 자녀들에게 하듯이 과잉보호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움. 그녀에겐 확실히 그런 자연스러움이 있다. 그래서 스크린 속 그녀는 더 자연스럽다. 참 멋지다. 그녀에 대한 ‘헌정사’를 쓰면서도 여러 번 후회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아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내 연인처럼 소유하고, 질투하고, 아끼고 싶은 마음이었나 보다. <패션 디자이너 정욱준>

친애하는 ‘아티스트’ 윤복희
여섯 살에 낙랑악극단 무대에 오른 후 반세기가 넘도록 가수, 영화배우, 뮤지컬 배우로 활약해온 한국 뮤지컬의 대모 윤복희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미니스커트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두 번의 깜작 결혼과 이혼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의 인생은 질곡의 세월이었으므로. 하지만 그는 세상의 아픔을 배워 절창과 혼신의 연기로 한판 굿을 펼쳐냈고 그 오뚝이 정신은 스스로를 싸구려 광대가 아닌 진정한 가인의 삶으로 승화시켰다. 단순히 노래하는 가수가 아닌, 삶이 노래가 된 예술인의 모습이 바로 나를 감동시킨 ‘윤복희’의 이미지다.
어린 시절 그녀는 사내아이들처럼 딱지치기, 말 타기, 구슬치기, 쥐불놀이를 좋아했던 개구쟁이였다고 한다. 흙을 핥아먹는 기이한 버릇이 있었던 그녀의 본명은 윤복기다. 부유했던 그녀의 집안은 악극단의 원맨쇼 일인자였던 아버지 윤부길 씨가 마약에 손을 대면서 기울었다. 빚을 갚기 위해 어머니가 전국 악극단 공연 길로 내몰렸고, 윤복희는 고아 신세가 됐다.
그녀는 일거수일투족이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뉴스메이커였다. 무엇보다 1967년 1월 해외 활동을 마치고 무릎 위까지 올라간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을 빠뜨릴 수 없다. 도발적이고 예쁜 여가수의 등장에 전국에선 남성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진동했고 월남치마가 다였던 젊은 여성들은 과감하고 파격적인 새로운 패션에 부러운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단숨에 패션리더로 떠올랐다. 보수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에 숨죽이고 있던 젊은 여성들은 앞 다투어 치마길이 경쟁을 벌였다.
서울대 공대 출신의 인기가수 유주용과의 깜짝 약혼 발표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워커힐에서 열린 결혼식장에 등장한 파격적인 미니스커트 웨딩드레스 또한 핫이슈였다. 1975년에도 화제를 몰고 왔다. 유주용과의 이혼 후 가수왕 남진과의 깜짝 만남과 이별. 하지만 화제성 깜짝 뉴스의 주인공보다는 각고의 노력으로 아티스트의 삶에 매몰됐던 그녀는 뮤지컬 배우로 변신, 1977년 <빠담 빠담>에서 에디트 피아프 역으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고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개인적으로 1979년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여러분’으로 출전해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보여준 명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20년간 부동의 막달라 마리아 고정 역으로 한국 뮤지컬의 대모로 추앙받기까지 했다.
올해 노래 인생 55주년을 맞이한 윤복희. 환상적인 각선미를 뽐낸 인형같이 예쁘던 그녀의 얼굴에도 어느덧 주름살이 넘쳐나지만 용감하게 맨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고는 “예쁘게 보이기 위한 화장보단 주어진 배역에 위한 분장에만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외모가 아닌 예술혼으로 대중과 교감하려는 진정한 대중예술가의 당당함이 느껴지는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요칼럼니스트 최규성>

압도적인 ‘카리스마’ 케이트 모스
친애하는 케이트. 우리가 사우스 켄싱턴의 가구점에서 만난 지도 벌써 2년쯤 지난 것 같네요. 아니, 파리의 르 카바레에서의 컬렉션 파티에서도 잠시 마주쳤으니까 정확히 6개월쯤 이겠지요? 지난 일 년 동안 당신은 그야말로 32년 삶 중 가장 격동의 시간을 보낸 듯하네요. 당신이 마약을 들이키는 장면이 타블로이드를 장식하면서 치료에 들어가기도 전에, 전 세계 사람들은 마녀 사냥을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당신의 행동을 편들고 싶진 않지만 누가 뭐라 해도 그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심신이 지쳐 버렸을 케이트 당신이겠죠. 하지만 15년간의 모델 생활을 통해 이런 변덕스러운 패션계의 속성을 당신은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겠죠? 당신이 등장했던 샤넬 광고가 당신에게서 조니 뎁을 뺏어간 바네사 파라디로 교체됐을 때의 심정은 오죽했겠어요? 케이트, 돌이켜 생각해보면 데뷔 이래, 당신만큼 사회적 논란의 소지를 제공한 모델은 없는 것 같아요. 거식증 논란에서 피트 도허티에게 안착하기까지 끊이지 않던 로맨스. 모델 생활 15년 동안 끈질기게 당신을 따라다닌 수많은 타블로이드는 판매 신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당신에게 감사장이라도 보내야 할 거예요. 물론 패션계도 마찬가지겠지요. 흘러간 유행가 신세가 될 뻔한 수많은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특유의 모던한 매력으로 회생시켰고, 커버걸로 등장한 잡지들의 매출에 기여했는가 하면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옷과 액세서리로는 세계적인 유행을 만들었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이 가장 힘든 시기에 ‘I LOVE KATE’ 티셔츠를 만들며 당신의 부활을 지지했던 알렉산더 맥퀸 같은 디자이너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죠. 나도 런던에 갔을 때, 이 셔츠를 사 입고 다녔답니다! 그것 봐요, 케이트. 패션계가 그렇게 의리 없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집단만은 아니랍니다. 당신은 그동안 완벽파 미인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아름다운 여자의 기준을 ‘개성’이란 키워드하에 대중화시켰지요. 그동안 사람들의 편견 속에 자리하던 8등신 미인에 롱다리, 금발에 파란 눈 같은 뻔한 공식만이 아름다움이 아니란 걸 일깨워주었으니까요. 바로 자신만의 개성으로도 당당해질 수 있는 자신감을 세계의 보통 여자들에게 심어주었으니까요. 당신은 그래서 훌륭한 신체 조건을 타고나 어쩌다 모델이 된 운 좋은 여자가 아닌, 자신의 단점을 당당히 개성으로 승화해낸 의지 있는 여성이죠. 그래서 패션사에서 당신의 등장을 미니스커트를 도입한 메리 퀸트나, 여성 의복에 스포츠웨어 개념을 도입한 샤넬의 업적에 버금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아직도 173cm 키에 O형 다리를 가진 당신은 캣 워크에서 9등신 슈퍼모델들을 제압하죠. 이번 시즌에서도 당신은 또 한 번 모든 패션지와 광고를 도배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더군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이제 그 기나긴 방황의 시절을 끝내고 한 여성으로서,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훌륭한 어머니로서 일어설 모습이 기대되네요. 패션계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던 것처럼, 소중한 당신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리고 우리가 다음 만날 땐 그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겠죠? 당신의 남동생 니콜라스와 사랑스러운 당신의 딸, 릴라 그레이스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영원한 당신의 추종자가 서울에서. <패션칼럼니스트 심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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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박인영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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