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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조권

On March 11, 2016

조권이 돌아왔다. 맑게 갠 얼굴로.

 

셔츠는 김서룡 옴므, 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그런가?

잔물결만 이는 호수처럼 가라앉았다고 할까. 오늘뿐 아니라 최근 모습을 보인 방송에서도 그렇게 보였다. 난데없이 다른 사람 같더라.
3년 전처럼 어딜 가든 ‘깝을 치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나는 그냥 보통 인간이다. 누구든 누굴 만나고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되지 않나. 나 역시 그렇다. 흥을 내야 할 곳에 가면 신나게 놀고, 집에 혼자 있을 때에는 조용히 할 일을 한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조차 ‘깝권’처럼 ‘깝을 치고’ 있지는 않는다. 하하.

이제는 ‘깝권’ 이미지를 접어두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던데.

나에게는 다른 모습도 많으니까. 계속해서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 싫다. ‘깝권’으로 알려지던 시절 나는 고작 스물둘, 스물셋이었다.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내게 ‘생각보다 똘똘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내심 상처받았다.

그러고 보면 이미지라는 게 참 무섭다. 특히 연예인에게는. 어떤 이미지가 생기고 그 이미지가 사랑받으면, 행동을 이미지에 맞추게 되지 않나.
맞다. 이미지가 굳으면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기대하고, 나는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내 경우엔 그러다 보니 에너지가 고갈되더라. 며칠 동안 그렇게 몇 개의 방송을 돌면 완전히 지쳐버렸다.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 말없이 조용히 있으면, 사람들은 내게 기분이 안 좋냐고 묻곤 했다. 자칫 오해로 번지기도 했다. 반복이다. 그런데 사실, 나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어쩔 수 없이 겪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미지를 다 걷어내고 얘기해보자. 조권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누구 앞에 서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기질에 맞추게 된다. 차분한 사람 앞에서는 나도 차분해진다. 엄청나게 에너제틱한 사람과 소통할 때면 내 에너지도 같이 올라간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의외지?

상대방의 기질에 자연적으로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예민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감정적으로 많이 섬세하다. 감성적이고. 지난 활동에서 많이 지쳤던 건 이런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그간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신적인 고갈이 몸에 타격을 줬던 걸까?
몸은 몸대로 지쳤고, 그보다 더 지친 게 마음이었다. 완전히 바닥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내면적으로 어떤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느 인터뷰에서는 그 시기를 ‘사춘기’라는 단어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그때의 그 마음이 나에게는 또 한 번의 사춘기 같았다. 크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했다.

이전엔 조권이라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했다. 생기가 넘쳤다. 방송 활동을 쉬는 동안에는 그 모습을 뮤지컬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

뮤지컬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이런 말이 좀 식상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나는 오래전부터 ‘뮤덕’이었다. 뮤지컬을 무척 사랑했고, 특히 쇼 뮤지컬을 좋아했는데 내가 처음 한 작품이 쇼 뮤지컬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였다. 당시 이지나 연출가께서 헤롯 역을 제안해주셨는데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작품의 매력적인 포지션이었다. 운이 좋았다.

매력적인 포지션이란 무엇을 뜻하는 건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막이 오르던 2013년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뮤지컬행이 절정에 달하던 때였다. 모두 가지각색의 이유로 뮤지컬 판에 뛰어들었다. 뜻을 제대로 품고 달려든 사람들도 물론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나는 줄곧 함부로 캐스팅 라인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오래도록 뮤지컬 장르에 종사해온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제안받은 헤롯 역은 뮤지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퍼포먼스가 강한 인물이었고, 작품 속에 딱 한 장면 등장했다. 주요 인물로 헤롯만 등장하는 시퀀스가 아주 짧게 있었다. 이런 역할이라면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혹시 다른 배우들이나 작품 전체에 누를 끼치더라도 가장 적게 끼칠 수 있는 포지션이라 여긴 것이다.
 

남색 재킷·스카프는 모두 서리얼벗나이스, 흰색 셔츠는 오디너리피플,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남색 재킷·스카프는 모두 서리얼벗나이스, 흰색 셔츠는 오디너리피플,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남색 재킷·스카프는 모두 서리얼벗나이스, 흰색 셔츠는 오디너리피플,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오디너리피플,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오디너리피플,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오디너리피플,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헤롯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건 자신에게 알맞은 포지션을 스스로 잘 판단한 덕이었네.
그 후로는 또 다른 이유들로 작품에 참여했다. 두 번째 작품인 <프리실라>의 아담은 역할 자체가 가진 매력도 엄청났고, 관객으로서 나 자신이 너무나 좋아했을 법한 작품이라 맡은 것이었다. <체스>의 아나톨리 역은 앞서 참여한 두 편의 쇼 뮤지컬을 통해 굳어진 나에 대한 틀을 깨고 싶어 큰 마음먹고 달려들었다. 아나톨리는 기본적으로 차갑고 진중한 남자다. 미성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힘든, 굵직한 목소리를 내야 했다.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낮고 굵은 목소리를 찾아야 했다.

틀이 생기면 벗어나고, 또 벗어나고. 그렇게 해서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 같다.

맞는 이야기다. 아나톨리의 목소리를 내본 경험이 이번에 새로 발표한 솔로 앨범에도 영향을 미쳤으니까. 내 목소리로 가능한 표정과 색채를 좀 더 깊고 다채롭게 가져가보려고 했다.

더 깊은 목소리 외에 뮤지컬 활동으로 얻은 것들이 또 있나?
내가 걷고 싶은 또 다른 길을 찾고, 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았다는 사실. 뮤지컬이라는 영역 안에서 계속해서 조권이라는 배우를 궁금하게 여기는 몇몇 관객들.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가수 조권이 가진 보컬리스트로서의 욕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 발표한 싱글 ‘횡단보도’가 담백한 발라드인 이유도 그 욕심으로부터 온 건가?

그렇다. 첫 번째 솔로 앨범인 〈I’m Da One〉에서는 나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와 색채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이번 디지털 싱글 ‘횡단보도’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이미지를 좀 더 다지고 싶었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이미지는 감성 발라드 그룹이었던 2AM으로 이미 얻은 것 아니었나?

물론 2AM에서 나 역시 메인 보컬이었지만 그때는 창민이 형이 리드 보컬이었고, 보컬리스트로서의 이미지를 제대로 다지기엔 많이 부족했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보컬리스트에는 완성형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노력 중이다.

뭐든 어설프게 하는 걸 싫어하나 보다.
딱 싫어한다. 완벽주의자라기보다는, 뭘 하든 ‘이왕 하는 거 좀 더 제대로 하자’라고 생각한다.

조권에게는 이미 조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간 당신이 뭔가를 제대로 해왔다는 뜻이다.

굽 없는 힐 신고 춤추며 노래하는, 그런 걸 말하는 거지? 나는 조권이라는 사람을 통해 뭔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다. 조권만이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그 길을 걷는 것이 최상의 목표다. 힐을 신고 퍼포먼스를 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유튜브의 유명 스타 댄서인 야니스 마셜(Yanis Marshall)이 춘 것 같은 춤이라면 내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나의 장르를 만들고 싶다.

다시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아졌네.

이제야 충전이 좀 된 것 같다. 원래 나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하루 종일 뭘 하고도 집에 들어오면 초저녁인 경우가 많다. 그럼 또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서 저녁에 다시 약속을 잡는다. 요즘은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가사도 내가 썼다. 어렸을 땐 시 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그랬는데, 한동안은 쓰지 않았거든. 요즘은 다시 뭔가를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에너지 관리만 잘하면 되겠다.
그러게 말이다. 스스로 방법을 찾는 중이다.

조권이 돌아왔다. 맑게 갠 얼굴로.

Credit Info

PHOTOPRAPHY
김참
STYLIST
남궁철
HAIR
손은희(순수)
MAKE-UP
한상민(순수)
ASSISTANT
이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