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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클럽에서 생긴 일

대부분 클럽들이 셔터를 내릴 시간, 여전히 새벽이 아쉽기만 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는 곳이 있다. 바로 애프터 클럽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 수상한 공간에 처음 다녀온 한 남자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다 나는 경험담.<br><br>

UpdatedOn April 27, 2009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비친다.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무도 없다. 침대 주변엔 이리저리 벗어놓은 나의 옷가지들과 어디선가 많이 본 장난감 하나가 널려 있다. 그 옆으론 속이 채워지지 않은 콘돔의 잔해들, 그리고 야릇한 포장지 하나.

친구 녀석과 오랜만에 클럽 나들이 약속을 잡았다. 이태원 소재의 대형 클럽에서 꽤나 유명한 DJ 플레이가 펼쳐질 거라 했다. 솔직히 말해 누가 음악을 틀건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유명한 해외 DJ라면 클러버들도 꽤나 많을 거다. 나와 친구의 포커스는 그 ‘많다’라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널찍한 대형 클럽이 붐빌 정도면 시선을 주어야 할 여자들도 꽤 될 거라는 얄팍한 기대감이 컸던 것이다.

사정이 넉넉한 친구에게 “이왕 클럽에 가는 거 테이블도 하나 예약하자”고 했다. 우리의 주 관심사가 놀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만큼 1층 플로어에서 마냥 들썩거리기만 했다간 좋은 ‘물’ 다 놓칠 건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여자를 찾고, 그녀와 하룻밤을 끝내주게 놀면 만사형통이다.

클럽 내부의 ‘물’은 엄청나진 않았지만 적절했다. 담수어가 살 정도의 수질은 됐다는 말이다. 샴페인 한 병이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인 DJ가 올라올 시간인 자정이다. 모엣 샹동 한 잔을 쭉 들이켰다. 일렉트로 하우스 선율이 스파클링의 짜릿함과 겹쳐지니 살짝 술기운이 돈다. 1층으로 잠시 내려가 비트에 몸을 맡겼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레이더에 목표물이 포착됐다. “같이 노실래요?”

샴페인 두어 병이 바닥을 드러낸 것 같다. 지금 내 ‘목적’을 드러낼까 했지만 그러기엔 무언가 좀 부족한 듯했다. 술 한잔이 더 필요했다.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 뜨겁게 만들어주려면 요즘 트렌디한 스폿으로 떠오르는 ‘애프터 클럽’이 최고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애프터 클럽은 기존 클럽들이 클로징할 즈음부터 새로운 기운을 북돋워 열리는, 말 그대로 ‘클럽 후의 클럽’이다. 청담동에는 이런 공간들이 몇 있다.

새벽을 지나 살짝 동이 터오는 시점. 나와 그녀는 애프터 클럽 중에서도 꽤나 잘된다는 ‘일렉’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짧은 시간 안에 최종 목적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 심산이었다. 우리는 독한 위스키를 쭉 들이켰다.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속에서 나는 그녀의 귓불에 뜨거운 입김을 살포시 토해냈다. 그녀 역시 교태스러운 미소를 나에게 띄웠다. 그래, 이제 때가 온 거다.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 뜨겁게 만들어주려면 요즘 트렌디한 스폿으로 떠오르는
‘애프터 클럽’이 최고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애프터 클럽은 기존 클럽들이 클로징할
즈음부터 새로운 기운을 북돋워 열리는, 말 그대로 ‘클럽 후의 클럽’이다.

클럽을 나선 건 아침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애프터 클럽은 늦으면 정오까지도 영업을 한다더니 내가 ‘좀비 놀이’를 하긴 한 모양이다. 아무튼 예거와 레드불의 오묘한 조화 속에 몸을 비틀거리며 인근의 한 모텔로 향했다. 뜨거운 금요일 밤을 지나고 토요일 아침인지라 숙박에도 여유가 있었다. 4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녀에게 전초전 같은 입맞춤을 보냈다.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허겁지겁 서로의 몸을 탐하는 대신, 일단 몸을 청결하게 씻었다. 샤워를 마치고 그녀를 품으러 나가기 전, 아까 챙겨둔 지속용 크림을 귀두에 살짝 문질러뒀다. 많은 섹스가 그렇듯, 이 주말 ‘아침’ 역시 가벼운 키스로 서로 호흡을 맞춘다. 손가락으로 은밀한 곳을 문지르자 그녀의 입에서 간간이 애틋한 사운드가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버추얼 리얼리티가 아닌 현실의 매끈한 육체와 마주한 나의 페니스는 사정없이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녀의 뜨거운 혀끝이 그곳에 닿는다. 크림의 효능인지 민감한 그 부분에 전해지는 자극이 조금 무디다. 잔뜩 들이켠 술 탓일지도 모른다. 하여튼 오늘, 이 녀석은 꽤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게 생겼다. 아아,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쾌감이란 말인가. 몇 번의 피스톤 왕복이 실행될 즈음, 이태원 클럽에서 첫 대면한 그녀가 나의 등을 급한 듯 두드린다. 무슨 할 말이 있나 보다. 초면에 사랑이 어쩌고 그러지는 않겠지? 괜한 상상이었다. “오빠, 혀에 감각이 없어. 뭐 발랐어?” 아차. 난 꼭 지켜야 할 주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발기 후 바르고, 깨끗하게 씻어낼 것’이란 그 주의 사항 말이다. 내 것이 라텍스 의상을 입기 전 그녀의 혀와 조우할 것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런 젠장. 그렇게 끝이었던 게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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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기원
WORDS 이원민(칼럼리스트)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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