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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종로 1

낭만종로 -익선동

‘비둘기’와 ‘노인’이 자동 연상되던 종로에 힙스터 바람이 분다. 느낌 아는 젊은이들이 찾는 종로의 낭만을 포착했다.

UpdatedOn February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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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요즘 누가 종로에 가?’라고 생각했다면, 안타깝지만 당신은 이미 ‘서울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거다. 종묘와 창경궁 사이, 낙원상가 골목과 고궁 돌담길을 둘러싼 순라길, 그리고 대학로 못 미쳐 연건동까지. 가장 서울다우면서 서울답지 않은 오래된 이 동네들은 한동안 잊힌 채 과거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다. 조선의 가장 화려한 시절부터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간,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전쟁 직후까지 시대의 상처를 묵묵히 견뎌낸 종로에 젊음이 찾아왔다. 종로의 낭만 여정은 서울이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익선동 서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종로3가역에서 낙원상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익숙지 않은 좁은 골목길이 나온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들이 비좁게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익선동. 조선 시대에는 창덕궁과 가까운 탓에 별궁이나 왕실 관련 시설이 많았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말부터 전통 한옥의 도시 버전으로 개발됐다.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을 ‘모던’하게 해석한 독특한 도시형 한옥으로, 암울한 역사 속에서도 문화를 잃고 싶지 않았던 주택개발사, 건양사의 의지가 돋보인다.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한동안 재개발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계획이 철회되면서 이곳은 그 시절의 풍경을 고스란히 품을 수 있게 됐다. 아기자기한 북촌 한옥 마을과 달리 익선동 한옥은 모진 세월과 정면으로 맞선 강인함과 고단함이 서려 있다. 서울의 중심에서 잊혀가던 이 동네에 쓰러져가는 한옥과 빈집보다 훨씬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 것은 최근 1년 사이다. 시간이 멈춘 익선동의 매력을 알아본 눈썰미 좋은 이들이 카페와 바, 레스토랑을 열고 젊은이들을 머물게 만들었다. 조용한 골목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익선동의 재발견이 장삿속으로 변질되지 않길 바라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역사와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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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 익선동 힙스터 기지

익선동으로 젊은이들을 이끈 개척자가 있다. 바로 ‘식물’의 두 대표 진일환과 루이스다. 우연히 친구 디자이너의 작업실에 놀러 왔다가 익선동의 매력을 발견했다. 폐허가 된 낡은 한옥을 현대식 빈티지함으로 해석해 공간을 꾸몄다. 예전에 쓰던 창문을 재활용해 거울로 살리는 등 옛것의 흔적을 적극 활용했다. 주로 건축학과 학생들이 과제하러 오거나, 군데군데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는 외국인들, 그리고 노인들이 동네 유동 인구의 전부였는데, 식물이 문을 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식물의 정식 명칭은 ‘식물 카페 앤 바 오픈 스페이스’다. 루이스 대표가 인사동을 걷다 길거리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을 열기도 하고, 팝업 스토어를 통해 국내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유행에 민감한 이들은 식물을 찾아오기 위해 익선동을 검색한다. 자연스레 이곳의 지난 역사를 알게 되고, 애틋함에 익선동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게 식물은 익선동을 발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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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동다방 | 예술이 꽃피는 다방

일제강점기에 익선동이 ‘익동’으로 불렸다 해서 ‘익동다방’이라 이름 붙였다. 서양화를 전공한 젊은 미술가들이 한옥을 예술의 장으로 만들었다. 대표이자 아트 디렉터인 박지현이 오래된 한옥을 모던한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마당에 들어서면 독특한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공간은 통유리로 마감해 훤히 들여다보인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그 자체로 갤러리다. <레옹>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모던한 작품을 전시해 ‘트렌디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마당 깊은 집에서 ‘청순하면서 글래머러스한’ 이질적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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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슈퍼 | 익선동의 만재슈퍼

<삼시세끼> 어촌편에 등장하는 만재슈퍼를 기억하는가?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정겨운 가게, 낮에도 평상에서 어르신들의 술판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그 공간이 그리운 이들이라면 거북이 슈퍼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다. 충청도에서 상경한 박지호 대표는 높은 빌딩과 숨 막히게 바쁜 서울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종로를 걷다 알게 된 이 동네는 서울 같지 않아서 좋았다. ‘빨리빨리’ 돌아가는 서울의 시간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느려도 괜찮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거북이 슈퍼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담배와 생활용품을 팔고 술과 오징어도 판다. 낮술 자시는 손님들과 사는 얘기를 나누는 정겨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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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이준열

2016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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