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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는 중독자

마이크 타이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그의 인생마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레나>가 재활을 마치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는 전(前) 세계 복싱 챔피언을 만났다.

UpdatedOn April 02, 2009

란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 복싱 챔피언이자, 역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세계에서 가장 나쁜 남자’. 우리가 마이크 타이슨을 만나러 갔을 때, 그의 모습은 비극 속 주인공처럼 보였다. 비만해져 있었고, 눈에 띄게 긴장하는 듯 보였으며 정신적으로도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인터뷰내내 마치 심리 치료를 위해 본인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환자처럼 보였다. 그는 언론에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공포심에 떨고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어느새 42세가 되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인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브루클린 태생의 이 ‘싸움꾼’은 엉망이다. 어쩌면 여전히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과 20세 나이에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의 모습은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정확성, 유연성, 타이밍, 파워뿐 아니라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위압감까지 지닌 선수였다. 무하마드 알리가 이 스포츠의 슈퍼맨이었다면, 타이슨은 슈퍼 악당이었다.

우리가 그를 만났을 때, 예전 ‘아이언 마이크(Iron Mike)’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어두운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고통스럽게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한 남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의 개인적인 인생사는 강간과 폭력으로 인한 감옥살이, 파산, 그리고 링 위에서 저지른 갖가지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수감되었던 그는 감옥 안에서도 권위에 대항하는 전투를 멈추지 않았고, 종종 간수를 협박하기도 했다. 심지어 텔레비전을 간수에게 집어던져 독방에 갇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여 년 동안 3억 달러에 가까운 자산을 탕진했다. 1백86대의 슈퍼카를 수집하는 데 혈안이 됐었고, 스트리퍼들과 섹스를 즐겼으며 벵갈 호랑이를 키우기도 했었다. 그의 인생은 술과 코카인으로 병들었으며 항우울제에 중독되어 있었다.

현재 그는 친구이자 영화 의 감독인 브렛 라트너(Brett Ratner)의 집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그를 만났을 때, 예전 ‘아이언 마이크(Iron Mike)’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어두운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고통스럽게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한 남자가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 마약중독자라 고백한 그는 요즘 담배를 피우며 마약의 유혹을 달래고 있다 한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 것처럼 굴지 않았으며 자신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려 ‘투쟁하는 중독자’라 소개했다. 요즘 걱정이 있다면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선 신랄한 영화로 인해(이 영화는 지난해 그가 재활원에 있는 동안 겪은 눈물 나는 에피소드들을 그의 시선을 통해 전달한다.) 다시 유혹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로 인해 나에게 쏟아질 관심이 부담된다.” 그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이 영화가 다시 나를 코카인의 세계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약중독자가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이 너무 잘되어서 마약중독자가 되었다.”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왜 동의했나?

재활원 생활은 끔찍했고 사람들은 ‘네 인생이 끝났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뭔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 영화를 통해 돈을 벌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솔직함에 대해 후회하나?

가끔씩 내가 한 말을 되뇌어보며 ‘그렇게 모든 걸 털어놓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임질에 걸렸었다는 것과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 된 그날도 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고백할 필요는 없었던 거다. 나는 전 세계를 향해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약물중독은 얼마나 심각했나?

아직도 약물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은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술을 마셨고, 마약을 했고, 파티를 하며 보냈다. 심지어 내가 헤비급 타이틀을 딴 날에도.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멈추고 싶다.

마약과 술을 완전히 끊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이다. 나는 악마를 봤었고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

당신의 과거가 부끄러운가?

사람들이 왜 나를 문제아라 생각하는지 깨닫는 데 25년이 걸렸다. 나의 목표는 아주 건방지고 자만한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다. 왕좌에 앉아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다. 그 당시에 행했던 모든 것들은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나는 알리가 되고 싶었던 거다.

당신은 왜 오늘날까지도 그렇게 공격적으로 생각하는가?

어렸을 때 뚱뚱했는데 사람들이 그런 날 놀렸다. 하지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후로 아무도 나를 놀리지 못했다. 그 때문일 것이다.

뛰어난 파이터가 될 수 있었던 당신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나는 아주 엄격한 훈련을 했다. 매일 밤 과거 흑백 텔레비전 시대의 싸움을 몇 시간 동안이나 보았다. 때로는 하룻밤에 두세 번씩 본 적도 있다. 그렇게 나는 모든 싸움의 기술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세계 챔피언이 될 때까지 5년 동안 훈련에만 집중했다. 섹스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당신을 겁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물론이다. 나는 그들의 모든 수법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경기에 임하기도 전에 이미 머릿속에서 패배한 채 링 위로 올라왔다. 일단 링 안에 들어가면 나는 신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링 밖으로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칸 영화제에서 이 상영된 후, 당신을 비웃던 사람들이 10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영화로 인해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거리에서 해적판 DVD가 팔리는 것을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멋질 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지지해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지금 내가 받고 있는 관심과 사랑에 감사할 뿐이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면, 칭찬 일색이다. 그들은 나를 전설이라 불러준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난 단지 마이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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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Words 벤 윌슨(Ben Wilson)
photography 파 포토스(Pa Photos), 존 패터슨(Jon Paterson), 필름 매직(Film Magic)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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