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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테이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On February 23, 2009

정통 아나운서는 바라지도 않는다. 한때 아나운서냐 엔터테이너냐 의문 짓게 했던 아나테이너들 역시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죄다 어딜 간 걸까? <br><br>[2009년 3월호]


Words 송원섭(<일간스포츠> 연예팀장) Photography 박원태 Editor 이지영

타 아나운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김태희의 외모도, 김제동의 개인기도, 강호동의 우기기도 없이 마이크 하나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온 국민을 사각 화면 앞으로 끌어 모으던 왕년의 제왕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 말을 듣고 ‘그러게. 한때 김성주, 강수정, 노현정이 방송을 다 하는 듯 여기저기서 호들갑을 떨더니 어떻게 된 걸까’하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아직 아마추어 시청자다. 그럼 아직도 가끔 화제에 오르는 황현정-황수경-황정민 ‘황 트리오’의 전성기 때 얘길까? 아니면 온 국민의 일요일 아침을 깨웠던 <열전! 달리는 일요일>의 최선규나 손범수 아나운서를 떠올려야 할까?

그 정도도 아직 멀었다. 진정한 스타 아나운서라면 왕년의 MBC 프로그램을 정확하게 양분했던 <장학퀴즈>의 차인태, <명랑운동회>의 변웅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밖에 KBS를 대표했던 미스코리아 대회 전담 MC 김동건, <장수만세>에서 팝 DJ까지 TBC를 개인 방송처럼 휘저었던 황인용을 빼놓을 수 없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들 모두를 무색하게 만드는 ‘임택근’이라는 이름도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가수 임재범과 탤런트 손지창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지만 50대 이상 연령층에게는 김지미나 신성일보다 한 단계 위의 스타였다. 톱스타 엄앵란과 춤 한번 춘 죄로 스캔들의 주역이 되고, 4.19혁명 때 KBS 앞에 몰려든 시위대가 ‘사장 나오라’가 아니라 ‘임택근 나오라’고 외쳤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물론 오늘날의 방송 환경에서 이런 전설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1950년대 스타 아나운서 임택근은 거의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었다. 인기는 곧 권력이 되었고, 일단 스타가 된 이들은 새로 올라오는 후배들의 진출을 막고 자신의 치세를 늘려 나갈 힘을 얻었다.

1980년대 이전만 해도 한두 명의 탁월한 방송인이 전체 편성을 좌우할 수 있었다. MBC의 경우에도 변웅전과 차인태라는 두 스타가 각각 교양은 차인태, 오락은 변웅전이라는 식으로 황금분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두 스타는 수시로 이 경계를 넘나들며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신군부의 방송 장악과 함께 상황은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1980년 MBC TV <영 일레븐>, KBS 2TV <젊음의 행진>을 시작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예능 프로그램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이런 프로그램에는 새로운 감각의 진행자들이 요구된다는 사실이 어느새 상식이 됐다. 개그맨 출신의 주병진, 가수 출신의 이문세, 배우 출신의 송승환 등 ‘젊은’ 전문 MC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예능 MC 전문화는 전 연령대에서 활기차게 이뤄졌다. <가족오락관>의 허참, <사랑의 스튜디오>의 임성훈, <우정의 무대>의 이상용 그리고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등이 전면으로 나섰다.

이런 경향은 아나운서들의 활동 영역 축소를 의미하기도 했지만 반발은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3S 정책하에서 예능 프로그램들은 급격하게 저질화(?)되기 시작했고 대다수 아나운서들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체면 깎이는 일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 아나운서들은 9시 뉴스의 메인 앵커라는 ‘최고 자리’를 노리는 데 있어 예능 프로그램 진행 경력이 오히려 짐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 KBS의 전직 예능 PD는 “1990년대 초에 <연예가 중계>의 MC를 사내 공모했는데 지원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이를 꺼리지 않았던 손범수, 김병찬 등은 동료들이 외면하던 예능 진행자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결국 스타 아나운서의 자리에 올랐다.

변화는 경제 상황에서 왔다. 1997년, 한국이 IMF 시대를 맞자 온갖 기업이 경비 절감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방송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남아도는 내부 인력 때문에 고민하던 KBS는 그 즉시 상대적으로 출연료가 비쌌던 외부 진행자들을 정리하고 소속 아나운서들을 각종 프로그램에 대거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위에서도 거론한 황정민-황현정-황수경의 3황 아나운서가 방송계의 신데렐라로 태어났다.

2006년 전후, ‘아나테이너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독일 월드컵 중계에서 탁월한 진행력을 바탕으로 김성주가 스타 아나운서로 뜨기 시작했고 KBS 2TV <해피선데이-여걸식스>에서 소탈함을 뽐낸 강수정도 각광을 받았다. 이어 새로운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인 KBS 2TV <상상플러스>의 노현정, <스펀지>의 2대 진행자인 김경란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에 투입된 이정민 역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이미 아나운서의 스타 만들기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데다 어느 방송사보다 풍부한 인력을 자랑하는 KBS는 이번에도 한 발 앞서 갔다.

이들의 성공 사례와 함께 다시 한 번 각 방송사는 아나운서들의 스타 만들기에 전념했다. 무엇보다 싸고, 정확한 한국어 교육으로 자질 시비에 휘말릴 여지도 없고, 이미 선발할 때부터 외모를 고려했으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들이 MC로 성공하기만 한다면 더 좋을 일이 없었다. SBS는 뻔한 논란을 무릅쓰고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김주희의 해외 미인대회 수영복 심사를 용인했고, MBC는 아예 서현진, 최현정, 손정은, 문지애 등 신인급 아나운서들을 한꺼번에 투입한 예능 프로그램 <지피지기>를 신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근 2년간에 대해 ‘아나테이너 전성시대’라 했지만 사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말일 뿐이다. 예능에 재능이 있던 몇몇 아나운서들이 우연히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이들 가운데 방송계의 스타로 불릴 만한 인물은 배출되지 않았다. 여론의 호들갑이 거품만 키웠을 뿐이다.

강제형 아나운서협회장은 스타 아나운서의 부재에 대해 “과거처럼 긴 호흡으로 사람을 키우지 않고, 장수 프로그램도 없는 방송의 ‘경박단소(輕薄短小)화’가 가장 큰 이유다”라고 말한다. 왕년의 대형 아나운서들이 스포츠 중계에서부터 바닥을 다져 올라온 데 비하면 최근 아나운서들은 경력 2∼3년차 때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되고, 빠른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거듭되는데 이런 구조가 스타 아나운서의 배출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대한 각 방송사의 냉담한 분위기가 스타 아나운서의 출현에 가장 큰 장벽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각 방송사의 예능국에서는 일정한 MC 풀을 갖고 예능 프로그램 진용을 짠다. 그 안에서 열심히 노력해 인정받으면 유재석, 강호동, 이휘재, 탁재훈 등의 위치에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스타 아나운서에게는 과연 무엇이 따라오느냐”고 반문했다.

전 같으면 인기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로 독립해 고액 출연료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지만 지난해 이후 이건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어렵게 스타가 되어도 따라오는 게 상대적 박탈감뿐이라면 과연 누가 스타가 되고 싶을까.

전 같으면 인기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로 독립해 고액 출연료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지만 지난해 이후 이건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KBS 노사는 최근 PD와 아나운서를 막론하고 프리랜서로 나선 전직 직원에게는 사직 후 3년간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다른 방송사들 역시 자사 출신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비싼 출연료를 주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의 푸념은 이어졌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뜨기’ 위해서는 온몸을 던져야 한다. 연예인 MC들이 개다리춤을 추고, 한겨울에 얼음물에 뛰어들고, 까나리액젓을 자진해서 마시는 건 스타만 되면 그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봉급생활자인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로 클 통로까지 막아놓으면 대체 뭘 기대하고 그 고생을 하겠나. 회당 몇만원의 수당을 받으면서 5백만원, 1천만원 받는 ‘동료’들과 나란히 서는 게 ‘스타 아나운서’의 본질이라면 말이다.”
어렵게 스타가 되어도 따라오는 게 상대적 박탈감뿐이라면 과연 누가 스타가 되고 싶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아나운서의 정도(正道)’만 지켜선 스타가 될 수 없는 방송 환경이 유죄일까, 스타가 되어도 기대할 게 없는 매몰찬 현실이 문제일까.

<아레나 2009년 3월호 기사>

정통 아나운서는 바라지도 않는다. 한때 아나운서냐 엔터테이너냐 의문 짓게 했던 아나테이너들 역시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죄다 어딜 간 걸까? &lt;br&gt;&lt;br&gt;[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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