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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속의 꿈

엄마는 말씀하셨다. “너, 만날 만화책만 볼 거면, 이 집에서 나가!” 그런데 만화책은 꽤 멋진 사물이었다.

UpdatedOn January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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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김성재, 김병진. 만화 <천추>를 함께 만든 김성재와 김병진의 작품 <용병 마루한>. 김성재가 스토리를 쓰고 김병진이 그림을 그렸다.

ⓒ 2015 김성재, 김병진. 만화 <천추>를 함께 만든 김성재와 김병진의 작품 <용병 마루한>. 김성재가 스토리를 쓰고 김병진이 그림을 그렸다.


만화책은 공간을 나눈다. 직사각형 안에 가로로 세 칸을 나누고, 그 각각의 칸을 세로로 또 쪼갠다. 깍두기처럼.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만화가는 이렇게 나뉜 칸 속에 이른바 ‘세계’를 집어넣는다. (미술가가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처럼!) 칸들을 합쳐 더 큰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더 작게 분할하기도 한다. 만화가는 그저 스토리를 짜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이처럼 공간을 생성한다. 그래서 만화는 이 세계가 어떻게 재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독자는 그저 만화를 보지만, 만화가는 독자의 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예측하고 세계를 배치한다. 만화가는 사각형 종이 안에서만은 신이다.

공간이 세밀해지면 그림이 세밀해진다. 독자는 만화책을 넘길 때 스토리의 흐름만을 궁금해하는 게 아니다. 그림체를 본다. 특정한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그것이 얼마나 사실적이거나 적절한가를 순전히 그림체만으로도 평가한다. 웹툰이 등장한 이후 만화의 판도는 바뀌었다. 직사각형을 분할하고 조합하는 방식의 만화는 독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여전히 <열혈강호>와 <원피스>가 출간된다. 최근엔 <원펀맨>이라는 강력하게 매력적인 만화도 등장했다.

<열혈강호>와 <원피스>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만화책 그대로다. 눈을 좌우, 상하로 움직여야 하고,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원펀맨>은 일본에서 인터넷에 연재되던 만화였다. 작화가 무라타 유스케가 그림을 다시 그리고 공간을 배치해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무라타 유스케는 그림을 ‘읽는다’는 개념을 새삼 일깨운다. 이런 굉장한 인물이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림의 세부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니까. 손가락 하나로 후다닥 넘기는 행위가 곧 만화를 보는 행위가 돼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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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가리, 이혜령. 만화 〈카페 벨로마노〉를 함께 만든 가리와 이혜령의 신작 〈레인독스〉가리가 스토리를 쓰고 이혜령이 그림을 그렸다.

ⓒ 2015 가리, 이혜령. 만화 〈카페 벨로마노〉를 함께 만든 가리와 이혜령의 신작 〈레인독스〉가리가 스토리를 쓰고 이혜령이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사각형 틀과 싸우는 만화가를 조명해야 한다고 적으면 억지스러운가? 여전히 그들에게서 그림 그리는 행위의 숭고함을 느낀다고 적는 것은 더 억지스럽겠지? 공간과 스토리와 그림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유심히 보는 것이 곧 만화를 보는 것이라고 적으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일까?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T스토어, 코미코, 네이트, 예스24, 알라딘, 짱만화 등에서 아직 ‘사각형’ 만화를 연재한다. 음반처럼 순위도 나온다. 순위표 상위는 로맨스 만화 일색이지만. 요즘 <용병 마루한>과 <레인독스>를 보고 있다. <용병 마루한>은 액션 무협 만화다. 프랑스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천추>로 유명한 김성재가 글을 쓰고 마찬가지로 <천추>를 그린 김병진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과 구성과 내용이 모두 뛰어나서 의아했다. 이 정도 만화가 한국에서는 왜 더 인기를 끌지 못할까? 만화를 구매한 연령대를 보면 30대가 50%로 압도적이다. 그다음은 40대가 24%다. 경제력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 10대와 20대는 웹툰 세대고, 무료에 익숙한 세대다.

<레인독스>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구미호가 주인공인데, 남자다. 미남이다. 구매 독자의 70%가 여자다. 볼 만하다. 구미호의 날씬한 몸매를 드러내야 할 땐 직사각형 틀의 1/3을 세로로 밀어내버린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30%의 남자들이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다 보면 곧 계속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야해… 묘하게 야해. 사각형 틀 속으로 들어가는 게 특별한 일이 돼버렸다. 그런데 한 번 들어가면 역시, 만화는 재미있다. 이제 만화 본다고 엄마가 혼내지도 않는다. 우리 모두 이제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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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윈 레들, Light Installation with Fiber-optics and Animated Red and Blue LEDs, 4.9×7.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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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

폴 콕세지 외 8명의 작가들 | 디뮤지엄
‘라이트 아트’, 즉 빛의 전시다. 아홉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내부에 아홉 개의 방을 만들고, 각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했다. 한국에서 라이트 아트 작품을 대규모로 전시한 건 처음이다. 직접 가서 봐야 한다. 빛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방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동선을 따라 빛이 어떻게 흐르는지 경험하는 것까지가 이 전시를 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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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이우성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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