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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의 무게는 달라질 수 없는가?

이왕 하는 거 1위 한번 해보잔 말이다. 만년 2위로 50년 전에 메달을 땄던 종목에서만 금괘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수영과 육상도 우리의 메달밭이란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br><br>[2006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20, 2006

Illustration 길손 Cooperation 이미지클릭 Editor 김영진, 박희선(일본 통신원)

만년 2위 한국, 아시안 게임에서 말이다. 1982년 인도 뉴델리 대회부터 중국·일본·한국의 3강 체제가 구축되고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첫 2위를 꿰찬 이후 우리나라는 늘 2위였다. 말이 3강 체제지, 2위 한국은 1위 중국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중국이 높은 자리에 올라 한참 아래에서 2위 자리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관람하는 구도다. 그래도 일본은 1위 경험을 여러 번 했다. 1951년 1회 대회부터 1978년 8회 방콕 대회까지 줄곧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그 후로는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중국이었다. 일본의 우승을 두고 중국이 빠진 대회에서 1위는 의미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중국은 1974년 이란 테헤란 대회부터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일본은 중국이 참여한 대회에서 두 번은 우승을 한 셈이다. 물론 옛 시대적 순위 경쟁을 들먹거리기 위해 지난 결과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시안 게임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한 이유에는 우리나라 스포츠 정책이 아직도 옛날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가 1위 중국을 위협했던 적도 있다. 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다. 홈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우리나라는 아슬아슬하게 금메달 2개 차이로 1위 자리를 놓쳤다. 매번 금메달을 1백 개 이상 따냈던 중국이 94개로 주춤했고, 82년 대회까지 금메달 30개를 넘긴 적인 한 번도 없던 우리나라가 무려 92개나 땄던 터다. 그 후 2002년 부산에서 다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 86년보다 더 많은 9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중국은 이미 괴물이 돼 있었다. 무려 1백50개의 금메달을 쓸어갔다. 앞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고, 2위 자리 고수도 쉽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가 따낼 수 있는 금메달 종목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우리나라 하계 스포츠 종목은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이번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도 우리에게 금메달 소식을 전할 종목은 변치 않을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투기 종목과 단체 구기 종목 등에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일본은 이런 우리나라의 편향된 하계 스포츠 현실을 ‘사람 죽이는 스포츠만 잘한다’고 비꼬았다. 사실이 그렇긴 하다. 투기 종목과 더불어 사격, 양궁, 펜싱도 우리나라의 강세 종목이다. 물론 이들 종목의 금메달 가치가 필요없거나 가치가 없다는 몰매 맞을 소리가 아니다. 아시안 게임에 첫 출전한 1954년 마닐라 대회부터 줄곧 우리나라는 이들 종목에서만 메달을 따내왔다.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이 지적한 문제란 바로 기초종목 육성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수영과 육상에서 우리나라가 따낸 금메달 수는 중국이 한 대회에서 따낸 숫자보다 적다. 물론 이 사실 또한 하계 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이 문제는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무려 92개를 따낸 1986년 서울 대회와 96개를 따낸 부산 대회에서도 육상과 수영에서 따낸 금메달 수는 다 합해도 6개뿐이다. 최윤희 선수가 수영에서 얻은 2개의 금메달과 부산 대회에서 마라톤, 창 던지기, 높이뛰기, 수영 500m 자유형에서 따낸 것이 전부다. 연맹도 있고, 기초 종목인만큼 선수층도 절대 얇지 않다. 그런데 왜?
선수촌의 훈련 프로그램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요 훈련 내용은 체력 훈련, 실전 훈련이 기본을 이룬다. 웨이트와 러닝 훈련으로 체력과 지구력을 키우고 실전 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훈련 프로그램은 투기 종목에 적합한 훈련 방식이다. 실전 스파링을 거듭하며 못된 경기 습관이나 자세를 고쳐나가는 것이 기술력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기록 종목인 육상이나 수영은 그렇지 못하다. 1백 분의 1초를 다투는 경기인만큼 달리는 동안 호흡량과 발걸음 횟수까지 데이터하여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러닝화는 물론 러닝 팬티 1그램의 무게 차이까지도 세세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는 스포츠가 기록 경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세세한 면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다. 무작정 뛰고 물속에 뛰어 들었다. 물론 최근의 훈련 프로그램은 아니다. 문제는 이제야 조금씩 기록 경기다운 훈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 결과는 해당 선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추적되기 때문에 기록 경기에서의 수치 데이터화는 필수다.
한때 조오련 선수가 수영에서 다관왕을 차지했고 최윤희 선수가 차지했다. 육상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등장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선수 개인의 타고난 능력 여하에 따라 성적이 좌우됐다. 국가가 관리하는 스포츠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굳이 1위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우리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 나갈 이유도 없는 게 아닐까? 이왕이면 메달을 따야 하고 이왕이면 2위가 아니라 1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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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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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영진, 박희선(일본 통신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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