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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알지만 대체로 모르는

On December 15, 2015

TV를 켠다. 채널 몇 번 돌리다 보면 유세윤이 나온다. 과장이지만 그리 과하지 않다. TV뿐이랴. 들리기도 한다. ‘월세 유세윤’으로 자신을 들려줬다. 때론 동영상 검색하다 볼 수도 있다. 그는 이제 광고도 만든다. 유세윤이 더 자주 보일수록, 그의 속은 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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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수트는 이정기수트, 검은색 셔츠는 솔리드 옴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검은색 수트는 이정기수트, 검은색 셔츠는 솔리드 옴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개그맨이 노래를 한다? 코믹 캐럴 아니고선 반응이 없었다. 개그맨이 회사를 차린다? 건강식품 아니고선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이런 말은 과거가 됐다. 1, 2년 전도 아닌 10여 년 전으로 더 밀어야 한다. 그의 신곡을 기다리고, 그의 다른 행보를 주목한다. 훗날 더 많은 개그맨이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때 그들은 유세윤에게 어느 정도 부채가 있을 거다. 유세윤의 다른 활동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개그에서 발화했지만, 웃음만 피우지 않았다. 그 자체로 독립적이었다. 그러면서 본령 또한 잊지 않는다. 각 영역을 보완하며 발전하는 독특한 형태. 그만의 파장은 형태를 달리해 점차 확장된다. 지금 유세윤에겐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 아직 끝맺지 않았기에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새 12월호다. 올해 초 세운 계획은 얼마나 이뤘나?
올해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세운 계획대로 흘러간 해인 거 같다. 작년 12월에 계획을 세우면서 이대로 진행되면 2015년 벌써 다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됐다. 계획대로 착착 되어 이젠 2016년까지 계획 잡고 있더라.

올해 계획은 아무래도 광고회사가 있었을 테고, 다음으로는 더 많은 방송?

방송은 뭐 계획엔 없었지만. 광고회사가 가장 컸다. 한 달에 한 번씩 음악을 만들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그건 잘 안 됐고. 그래도 나름 이 정도면….

광고회사는 다들 놀랐다. 툭, 한 번 해볼까, 이런 식으로 시작하진 않았겠지?
아니다. 한 번 해볼까? 하는 면이 더 맞는 것 같다.

계획을 세웠잖나.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했으니까 계획 세운 건 맞지만, 대박 나겠다가 아니라 재미있겠다, 정도로 시작한 거라서 짜임새 있게 계획을 잡은 건 아니었다. 이 정도면 2015년이 재미있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덕분에 아주 재미있었다.

다른 분야 중에 왜 광고였을까?
일단 고등학교 때부터 뭣도 모를 때 카피라이터가 돼야지, 했다. 카피라이터가 뭔지도 모르고 그랬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내가 내러티브에 약한 거 같았다. 물론 광고에도 내러티브가 필요하지만, 주제 한 줄을 짧은 시간에 강 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내 장점이어서 광고 매체를 택했다. 광고를 상업적 수단으로 택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한 줄로 표현하는 데 가장 최적화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래 목표보다 더 잘됐다. 하고자 한 일이 적중한 기분이 어떤가?

짜릿하고 행복하고 보람차다. 더불어 제일 짜릿한 건 지금 팀이 다 재미있어 하고 행복해하는 점이다. 실제로 돈은 아직 안 된다. 훗날 돈이 될 것 같아서 좋아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면서 모두 너무 즐거워한다. 그 기운이 매우 좋다. 어떻게 이런 친구들이 모였지, 할 정도로 회의하는 게 즐겁다. 물론 직원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난 솔직하게 보는 편인데 분명 즐거워하고 있는 거 같다.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잖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니까 신나게 아이디어 낸다. 좋다, 아니다가 아니라 나중에 써먹으려고 다 쌓아둔다.

 

패턴 수트는 이정기수트, 터틀넥 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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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수트는 이정기수트, 터틀넥 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줄무늬 코트·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모두 솔리드 옴므, 검은색 오일 코팅 데님 팬츠는 플랙진, 구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줄무늬 코트·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모두 솔리드 옴므, 검은색 오일 코팅 데님 팬츠는 플랙진, 구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줄무늬 코트·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모두 솔리드 옴므, 검은색 오일 코팅 데님 팬츠는 플랙진, 구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주제 한 줄을 짧은 시간에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내 장점이어서 광고 매체를 택했다. 광고를 상업적 수단으로 택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한 줄로 표현하는 데 가장 최적화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개인 스케줄이 바쁘다 보니까 사무실에 자주 있진 못하잖나.
초반에는 임원급들만 모여서 회의했다. 그러다 직원들이 먼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다 같이 회의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디어가 최선도 아니고 그들 아이디어도 다 소중하니까.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일주일에 한 번은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다 같이 모여서 전체 회의를 한다.

인원이 많은 회사가 아니니, 어떻게 보면 대학교 동아리같이 끈끈하게 굴러가야 힘이 생길 거다.

직원들도 그렇게 다 얘기했다. 대학생처럼 과제하는 거 같다고. 그런 점에서 잘 운영하고 있는 거 같다.

대중의 시선을 받는 유명인이면서 사장이니 오히려 직원 시선을 신경 쓸 수도 있겠다.

원래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행여나 나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까 혹시 직원들이 불편해하는데 모르는 건 아닐까, 생각하긴 한다. 나만 재미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난 직원들과 함께하는 MT나 회식이 재미있는데.

한 인터뷰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분위기를 직원이 최고로 치더라.
그 환경이 만들어진 건지 아니면 나만 좋아하는 건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계획을 정해놓은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하면 나태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에 분명 놀고 있는데 일하고 있고, 열심히 하는데 즐거운 것처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활동들을 해나갈 때 아무래도 호기심과 추진력이 필수다.
어느 순간부터 남들보다 내가 현장에서 부딪치며 배우는 데 더 빠르다는 걸 느꼈다. 물론 기본이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누가 더 먼저 시작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시행착오를 걱정하지 않고 부딪치면서 겪자, 라는 주의다. 남들보다 미리 빨리 겪자, 먼저 겪어서 오답을 알자, 라는 주의다.

그런 걸 시도할 때마다 잘 풀리는 편이었다.
그나마 틈새시장을 찾는 거 같다. 광고도 해보고 싶을 때, 남들과 같은 견적으로는 전혀 파고들 시장이 없으니 그렇다면 가격을 낮춘 광고는 어떨까, 라는 틈새시장. 음악도 유쾌한 음악, 음악으로 논다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 지금은 그런 시장이 많아졌지만. 난 경쟁률이 있는 도전은 하지 않는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도망간다, 하하. 좀 안 좋은 성향일 수 있는데 새로운 걸 좋아한다.

요즘 방송들이, 특히 케이블 TV나 종합편성채널에서 틈이란 틈은 다 파고들어 방송을 만든다. 그런 경향이 본인에겐 기회가 됐다. 몸에 잘 맞는 거 같나?
맞는다. 일단 경력이 좀 쌓여서 그런 점도 있다. 이젠 편하게 눈치 안 보고 방송해도 될 정도라서 더 그렇다. 물론 편하게 방송하는 건 언제나 중요하지만 경력이 적은 상태에서 편하게 방송하는 것도 좀 눈치 보인다. 쟤는 왜 저렇게 릴랙스하나 같은.

말하지 않더라도 눈빛만으로 견제하니까.
두 번째는 확실히 방송 트렌드가 바뀌어서 내가 좋아하는 코드를 대중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 공중파는 안 하고 있긴 하지만. 아, 못 한다고 해야 하나? 하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어떤 게 편한가?
아무래도 친한 사람들과 하는 방송이 좋다. 장동민, 유상무라든가. 예전에 <기막힌 외출>이라고 좀 하드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친한 개그맨들끼리 하는 <무한도전>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친한 사람들과 하는 프로그램이 제일 편하다. 아니면 또래가 나오는 방송이 편하다. 나보다 선배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하다, 하하. 무엇보다 코미디 연기하는 프로그램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제일 편하다.

<마녀사냥>이나 <비정상회담>처럼 사람들이랑 툭툭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더 편할 줄 알았는데?

난 좀 그렇다. 토크 프로그램은 오히려 기 빨린다고 해야 하나?

프로그램이 늘어난 경향과 더불어 뭐가 또 지금 삶에서 다행일까?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가죽 재킷은 코치,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솔리드 옴므 제품.

가죽 재킷은 코치,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솔리드 옴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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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틈새시장을 찾는 거 같다. 광고도 해보고 싶을 때, 남들과 같은 견적으로는 전혀 파고들 시장이 없으니 그렇다면 가격을 낮춘 광고는 어떨까, 라는 틈새시장. 음악도 유쾌한 음악, 음악으로 논다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에 차린 광고100에도 예전부터 같이 했던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지인들을 주축으로 예전에 한두 번 같이 작업했던 분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새로 뽑은 직원들도 어떻게 이런 애들이 들어왔지, 할 정도로 일하는 것도 사적으로도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 많다. 진짜 복이다. 광고100 본부장님이신 분이 ‘네 주위에는 진짜 좋은 사람밖에 없다’고 하면서 ‘네가 좋은 사람만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 정말 좋은 사람만 꼬이는 게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만 고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하.

유세윤 기준에서는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공감할 줄 아는 사람. 공감하면서 자기 주장도 하고 또 자기 주장과 맞지 않아도 남을 인정해주고. 그래서 공감할 줄 아는 사람.

방송할 때 보면 자기만의 시선으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층위에 따로 있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남다른 발상과 표현이 두드러진다.
내가 새로운 걸 좋아하고 찾으려고 해서 그렇게 느낀 게 아닐까. 아무래도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실 실패하는 것도 좋아한다. 약간 변태인데, 하하. 예를 들어 어떤 개그를 짜서 선보일 때 대실패해도 되게 짜릿하다. 아무도 안 웃어줄 때, 그 순간 어쨌든 새롭구나, 하는 느낌 때문일까? 모르겠다. 안 웃길 때도 아무도 안 웃는 상황이 너무 재미있다. 아무래도 변태인가 보다.

워낙 사람들이 잘 웃으니까 안 웃었을 때가 기억에 남은 건 아닌가?
아니다. 의외로 안 웃을 때 많다. 나 <개그콘서트>에서 의외로 실패한 것도 많다. 그러고 나서 카메라 밖으로 딱 나오면 너무 좋더라. 아마 나 스스로 확신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예를 들면 이건 확실히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안 웃으면 당황할 거 같지만 웃길까, 안 웃길까, 좋아할까, 안 좋아할까, 했을 때. 약간 시행착오를 즐기는 거 같다.

다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스스로 아쉬운 건 없나?
별로 없다. 후회한 건 뭐 연애할 때의 실패? 한창 사랑할 때는 후회, 집착이라는 감정이 많이 생겨났는데 그 외에는 없는 거 같다. 내가 하는 일에선 후회나 집착은 잘 안 한다. 그렇게 돼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고회사를 차렸고, 반응이 있다. 여기서 끝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느닷없는 게 나올 수도 있겠다고 자연스레 추측하게 된다.
그림 그려보려고 한다. 행위예술이나, 하하. 백남준 아트 같은 무언가 새로운 아트를 좀 해보려 한다. 뭐가 또 재미있을까, 하고 계속 생각하긴 하는데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

재미있는 것만 하는 유세윤에게 재미없는 건 뭘까?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넘어서 주목받거나 가치가 높아져버리는 건 재미없다. 그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지 못할 거 같아서 그런가?

틈새를 몰래 찔러야 하는데 사람들이 틈새를 바라보니 힘이 빠지는 건 아닐까?
맞다. 좀 그런 거 같다. 변태다, 변태, 하하. 이미 그쪽에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면 내가 무언가를 하기엔 부담스럽다. 예를 들면 팔로어가 가득 차면 거기서 많은 분에게 무언가 노출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팔로어가 많아지면 부담스럽고 도망가고 싶고 막 그렇다.

팔로어 수를 누리며 권력을 부리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그걸 내가 이용하고 사용하게 될까봐 부담스럽다. 적당한 관심이 난 좋다. 무관심은 싫고. 이건 다른 얘기지만 나이트클럽에 가도 날 적당히 알아볼 때가 재미있었다. 아, 뭐든지 적당하게 살 순 없는 건데. 제일 바라는 거다.

내년도 올해와 비슷하게 계획 세울 건가?
원래 작년 이맘때 딱 떨어지는 한 해 계획이 나왔다. 올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새로운 거 뭐해야지, 하는 것보단 지금 구축해놓은 걸 조금 더 잘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여기서 또 새로운 걸 하다가 자칫 수렁에 빠질 거 같다.

TV를 켠다. 채널 몇 번 돌리다 보면 유세윤이 나온다. 과장이지만 그리 과하지 않다. TV뿐이랴. 들리기도 한다. ‘월세 유세윤’으로 자신을 들려줬다. 때론 동영상 검색하다 볼 수도 있다. 그는 이제 광고도 만든다. 유세윤이 더 자주 보일수록, 그의 속은 더 모르겠다.

Credit Info

PHOTOGRAPHER
김재만
EDITOR
김종훈
STYLIST
이진규
HAIR
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재희(에이바이봄)
ASSISTANT
전여울

2015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PHOTOGRAPHER
김재만
EDITOR
김종훈
STYLIST
이진규
HAIR
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재희(에이바이봄)
ASSISTANT
전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