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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마돈나, U2를 보고 싶다고!

가짓수만 많고 정작 먹을 것은 없는 뷔페처럼, 우리의 공연문화도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정작 제대로 즐길 만한 공연은 찾기 어렵다. 내한공연을 한다는 뮤지션들의 면면만 훑어봐도 그렇다. 도대체 왜 그럴까?<br><br>[2006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18, 2006

Words 김영혁(음악 칼럼니스트) Illustration 장재훈 Editor 김현태

팝의 전성기였던 80년대. 퀸의 내한설이 나돌자 국내 수많은 팝음악 팬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대표곡들이 금지곡으로 묶여 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한다면 애초 그 내한설은 단지 ‘설’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라고 외치던 프레디 머큐리의 살아생전 모습을 한국에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중파 TV 방송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에서 경쟁적으로 외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 라디오 황금시간대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팝음악을 틀던 80년대였지만 외국 가수들의 내한공연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조이와 런던 보이즈처럼 국내에서 유독 높은 인기를 누리던 몇몇 가수들의 내한공연, 글로리아 에스테판과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같은 스타들이 내한한 88올림픽 축하 무대(프레 올림픽 쇼) 등은 8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특별한 뉴스 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소위 한물간 가수들의 디너쇼, 방송사 주최 국제 가요제, 일반인들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미군 부대 공연 등이 외국 가수들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2006년 현재. 격세지감이란 한자성어를 틈만 나면 인용할 정도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스트라이퍼와 라우드니스의 내한공연이 록 밴드 내한 역사의 거의 전부였던 90년대 초반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국제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이 땅에서 열리고 있고, 거장 아트 블레이키가 난방시설이 없어 화롯불을 무대에 올려놓고 공연을 펼쳤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열악하던 한국 무대는 오늘날 인기 높은 재즈 연주자들에게 아시아에서 한 번은 거쳐가야 할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그 어떤 공연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곳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것일까?
폭우에 자본과 노력, 그리고 꿈을 동시에 떠내려 보내야 했던 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불운을 딛고 국제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올해 다시 한 번 한국에서 열렸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7년 만에 다시 문을 연 대형 록 스테이지는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굵은 빗줄기 속에서 시작되었지만 다행히 합격점의 운영과 관객들의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끝난 후 이웃 나라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의 출연진에 의존했다는 이유를 들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도 이제 나름 무르익은 공연문화를 지닌 나라가 되었는데 굳이 일본 록 페스티벌의 연장선상에 있는 무대를 꼭 만들어야 할까라는 물음표 섞인 불만이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얘기다.
일본이나 아시아 공연 일정이 없는 아티스트들을 한국에서 단독으로 데려와서 공연을 하는 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든다. ‘일본 오는 김에 한국도 한 번…’이라는 식으로 일본을 거쳐 오는 일정이라면 개런티도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고, 항공비 등 경비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식구들도 많고, 큼직한 장비가 대동되는 대형 공연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 일본 공연이 잡히기 전에 한국 공연 얘기가 먼저 오가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전 세계 투어를 관할하는 이들이 큰 음악 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을 빼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오로지 한국에서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한국 단독 공연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정치적으로야 얄밉기 그지없는 이웃 나라이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뮤지션들까지 환대하는 든든한 마니아층,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알아보는 매체와 팬들. 보사노바와 레게에서 아시아권의 대중문화까지 소화하는 광범위한 기호는 부럽기만 하다. 그것은 내로라 하는 슈퍼스타들이 월드 투어를 계획할 때 일본의 도시들을 반드시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헤비 메탈에서 월드 뮤직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다시 말해, 그나마 일본이 없었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내한공연은 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일본처럼 슈퍼스타들의 공연이 한국에서는 자주 열리지 않느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수익을 거두는 내한공연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장사꾼들이 손해봤다는 얘기는 본디 믿을 수 없는 것이지만, 공연장에 가보면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일례로 전 매체와 국민들이 국가 대표팀의 축구 경기에만 열광하던 지난 봄과 초여름 공연장 객석에는 축구 경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만큼 빈 공간이 많았다. 월드컵의 열기가 공연장의 열기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기획자들의 바람은 순진한 것이거나 헛된 것이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열광적인 환호가 가수와 연주자들을 흐뭇하게 하는 공연장들에도 그림자는 있다. 바로 초대권이다. 유난히 초대권 비율이 높은 한국의 공연장. 불행하게도 술 값은 잘 써도 공연 티켓 가격은 부담스러운 이들과 어떻게든 초대권을 구해서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이들이 한국에는 유난히 많다. 공연기획사가 늘어나는 만큼 개런티 경쟁도 치열해지고 시장 가격도 높아지는데 정작 시장은 커지지 않으니, 공연을 유치한 기획사는 입장료를 인상시키는 것에서 해법을 찾기 마련이다. ‘볼 사람은 보게 되어 있다’는 식의 가격 정책을 펼치는 기획사들도 있다. 수입이 많지 않은 음악팬들을 망설이게 하고, 미래의 팬들이나 잠재적 소비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하려고 작정한 듯이 말이다. 기업체는 불황을 이유로 들며 쉽게 후원을 하려 들지 않는다. 유명한 공연에는 불필요할 정도의 관심을 쏟지만 정작 인지도는 좀 떨어져도 뛰어난 공연에는 무관심한, 혹은 좋은 공연과 그렇지 않은 공연을 가려서 추천할 만큼 분별력을 지니지 못한 대다수 매체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바쁘고 고단한 삶을 이유로 음악과 공연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 앞날을 어둡게 하는 징후다. 야심을 갖고 기획한 공연이 청산해야 할 빚더미로 바뀌면, 탄탄한 자본력을 지니지 못한 국내 대다수 공연 기획사들은 버틸 수가 없다. 도산과 구조 조정 속에서 그나마 노하우를 익힌 인력들이 흩어지고, 기획사가 구축했던 데이터베이스 역시 사라진다. 복구는 쉽지 않다. 99년 자연재해 속에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록 페스티벌이 다시 문을 여는 데 7년이 걸렸다는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거나, 무리한 기획으로 공연기획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거나, 한국기획사에 대한 국제적인 불신을 키워가는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도 문제다. 값을 올려서라도 어떻게든 공연을 성사시켜보겠다는 중개업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비싼 개런티를 내고 계약한 국내 기획사가 뒤늦게 계산기를 두드려본 다음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공연 자체를 포기하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고 결심하거나, 공연 당사자가 한국을 불신하며 공연을 스스로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의욕만 갖고 무작정 덤벼든 기획사가 공연을 유치했다가 예매가 원활하지 않자 무대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자포자기식 공연 진행으로 예산을 과감히 절감하는 경우도 있으며, 어떻게든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과장되고 무리한 홍보를 펼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고 제 돈 주고 공연장을 찾아온 팬들을 실망시켜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다. 부족한 공연장과 까다로운 공연장 대관 기준 또한 큰 걸림돌이다. 해외 대중 음악 스타들을 맞이하기엔 지나치게 높은 권위와 품위를 지니고 있는 대형 공연장들은 대관을 꺼리고, 적당한 규모와 시설을 갖춘 쓸 만한 중소형 음악 공연장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소리가 웅웅거리는 체육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공연을 하거나, 적절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공연 유치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들은 정말 볼 만한 공연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것을 방해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국내에는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데려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관객이 얼마나 찾아올까를 결정하는 데 믿을 만한 근거 자료를 제공하는 국내 음반 판매량은 대다수의 공연을 포기하게 만든다. 정규 음반을 5백 장도 못 파는 가수나 연주자를 선뜻 1천 석이 넘는 공연장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기획자가 얼마나 있으랴. 하지만 천 단위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는 해외 아티스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의 식어가는 음악 열정이 소신 있는 기획자들마저 소심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성기 비틀스와 딥 퍼플, 마일스 데이비스 등을 일본으로 끌어들인 자기장 속에는 팬들의 열정 이외에도 대기업과 언론사 같은 든든한 스폰서들이 있었다. 국민과 함께 성장한 대기업들은 벌어들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공연을 택한 것이며, 이로써 훌륭한 뮤지션과 공연 기획자를 훗날 만들어 낼 수 있는 씨앗이 오래전부터 뿌려지고 있었다.
우리의 최대 자산은 관객이다. 냉소적이기로 유명한 갤러거 형제들이 한국을 극찬하게 하고, 브라이언 몰코의 입가에 미소가 돌게 하고, 일흔을 넘긴 조 자비눌이 열정을 불사르게 하는, 몸살이 난 브래드 멜다우가 앙코르와 사인회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관객들, 메탈리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던 관객들이 한국에는 존재한다. 이들의 열정을 지켜줄, 혹은 이것을 확대시키고 폭발시켜 줄 후원자들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폼나는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에나 관심이 있는 대형 기업체와 언론사들, 직무유기에 능한 방송 매체들은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다양성과 독창성은 우리의 빈약하고 획일적인 대중 가요의 토양을,
혹은 대중문화 전체를 더욱 살찌우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유료 관객 비율과 대중매체의 무관심, 여전히 부족한 인프라와 불필요한 경쟁 속에서 우리의 공연 시장은 암울했던 과거로 뒷걸음질을 칠 수도 있다. 지금 그나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양질의 공연조차 해외로 나가서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많은 이들이 내한공연을 열망하지만 한국을 찾아온 적이 없는 아티스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테면, 전 세계에서 예매 전쟁, 심지어 폭동 사태까지 일으키고 있는 U2가 한국을 찾는 일이나, 공연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키스 재릿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할 일은 앞으로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개런티를 충당하기엔 지지층이 다소 부족한 마돈나와 롤링 스톤스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한국에서 외칠 가능성은 그들이 우리의 북녘을 방문할 확률과 거의 대동소이할 것이다. 음반 매장이나 공연장에는 자주 가보지도 않으면서, 정작 내실 있는 공연은 무시하면서 슈퍼스타들이 한국을 줄줄이 방문해주기를 바라는가? 미안하지만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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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영혁(음악 칼럼니스트)
Illustration 장재훈
Editor 김현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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