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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시선

영화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는 공간이라고 했다. 감독은 욕망의 정체에 대해 탐구하는 존재다. 어떤 눈,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욕망의 색깔이 달라진다. 시선으로 얼마나 예리한 제련하는지에 따라서도 욕망의 깊이와 폭은 변한다. <br><br>[2006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18, 2006

Photography 보리

공부 못해서 미대에 간 화가 지망생이 세상을 겁 없이 떠돌다 감독이 됐다. 딱히 감독이 인생의 목표여서도 아니다. 보고 듣고 한 일이 그쪽 동네 일이다 보니 됐다. 20여 년간 그 동네에 있으면서 감독만 안 해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안 해도 그만인 셈이었다. 정말 그랬다면 참 열 받는 일이다. 남들은 못해서 안달인 직업 아닌가. 감독, 근사하지 않은가. 물론 그 폼 나는 직함을 얻기까지 그가 ‘헤딩’한 것은 돈만은 아니다. 철저하게 맨땅으로 기었다. 뛰는 것보다 더 빨리 기었다. 온갖 잡일과 ‘시다바리 인생’을 살았다. 그러다 태양을 향해 곧추서는 것이 생물의 관성이다 보니 자연스레 허리를 세우기 시작했다. 영화광고사도 세웠고, 제작사도 세웠다. 그가 기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사실 내가 그것까지 볼 이유는 없지만) 그는 무통증 생물처럼 살아왔다. 그는 이제 태양을 향해 점프한다. 물론 어떤 목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머리의 방향,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 행위가 참 낯설어서 이제 남들이 알아주기도 한다.
그 낯섦은 <라디오 스타> 기자 시사회장에서도 이뤄졌다. 참 생경한 풍경이 연출됐다. 사실 뭔가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기자만큼 위악적인 족속들도 없다. 냉랭한 것도 아니면서 달뜨지도 않은, 시니컬한 ‘썩소’가 배회하는 공간. 그곳이 바로 기자 시사회장이다. 그런 곳이 웃으면서 우는 기묘한 장소가 됐고, 탄성과 함께 박수를 쏟아냈다. 맞다, 감정이 있다면 그의 영화 앞에서 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심장 옆에서 뭔가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의 영화!
그날의 경험을 간직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햇빛을 등지고 나타나는 반가운 연인을 보는 것처럼,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가득하지만 눈을 파고드는 햇살 때문에 찡그리게 되는 상황. 그냥 들이대고 반가움을 표시하기에는 서로 민망하고 계면쩍지만 마음으로부터는 꼭 안고 싶어지게 하는 불가해한 마음의 공존이라는 또 다른 기묘한 감성을 심어준다. 밉지 않다. 때깔 좋은 밥상이기보다 맛있는 밥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손맛이다.
영화 역시 손맛이 일품이다. 그의 손은 심장에서 뻗어 나온 ‘에네르기’가 가득하다. 감미로운 터치보다는 덥석 잡을 줄 아는 과단성이 영화 곳곳에 배어 있다. 소수만 즐기는 명인의 화려한 자개농보다는 단단해서 오래갈수록 그 빛깔이 더 깊어지는 옻칠농 같다.
화가를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이준익. 어쩌면 그 목표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작가처럼 그림을 그리고 조소를 뜨고 사진 찍기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는 작가이기보다는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작가적 노동’에 재미를 느끼는 작가다. 그와 그의 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영화 찍을 때가 항상 즐겁지 않은가?
그럼, 굉장히 다이내믹하거든. 계획했던 신처럼 판이 돌아가지가 않아. 배우의 동선이 틀려지기도 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를 수도 있어. 그걸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해.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기도 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신을 그냥 빼버려. 아닌 것은 아니거든. 억지로 하면 그게 티가 나요. 흐름이란 게 있잖아. 아닌 것을 자꾸 안고 가면 사람들이 다 피곤해. 많이 고민할 필요도 없어. 딴 거 하면 되니까.

현장에서 사람들이 감독의 의지를 잘 따라주는 편인가?
따라주긴 뭘 따라줘. 내가 따라 하지. 난 의견이 없는 사람이야. 난 의견을 듣고 모으고 해서 모두가 낫다고 하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이지. 같이 하려고 사람들 모아서 하는 거 아니겠어. 내 머리를 사용하는 비중은 30퍼센트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70퍼센트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지. 보면 다 나보다 똑똑해. 그런 사람 말을 들어야지 날 고집할 필요 없잖아.

무책임하다고 생각지 않나?
그게 무한책임이야. 약속이란 건 기간이 없어. 계약서를 써서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거 안 지키면 지킬 때까지 따라 다니는 거야, 마음의 짐이. 빨리 해버리고 말아야지. 안 지키고 못 사는 게 약속이야. 의견을 듣고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지. 자신이 꺼낸 생각에 대해서는 더 잘하려고 하거든. 남이 시키는 거 잘하지 못해.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하지.

배우들은 어떤가? 스타급 배우들은 쉽지 않을 텐데.
배우들은 천재야. 더 이상 내가 알려줄 게 없는 사람들이지. 난 배우들한테 요구하지 않아.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하지. 해보면 알아요. 배우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제일 낫다니까. 자기 몸에 맞는 것을 해야 하거든. 연기잖아. 하기 싫은 거 하면 역시 티가 나요. 영화가 그러면 안 되잖아. 난 그리고 티내는 걸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아무것도 안 한 듯 하는 것이 내 스타일이야. 멋을 아무나 부리나. 멋도 부릴 줄 아는 사람이 하는 거지. 연기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잘 아는 거지. 내가 알긴 뭘 알겠어.

낭만이 없는 거 아닌가. 싸우기도 하고 말썽도 일어나야 오래 기억되고 말이다.
애들 장난이 아니잖아. 남의 돈을 수십억 끌어와서 하는 일이잖아. 돈에 맞게 처신해야지. 애초에 그런 말썽이 있을 것 같은 사람하고는 일 안 해. 똑똑하고 빠른 사람들이 좋아. 한참 갔는데 아니라고 하면 그거 골치 아파. 그리고 잘돼야 낭만이지 싸우는 게 어떻게 낭만이 돼. 화만 돋우지.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단호하다.
지금이잖아. 내일 되면 또 몰라. 말을 어떻게 할지. 지금은 당장 이 일을 해야 할 타임이잖아. 내가 여기서 ‘글쎄요, 그렇죠?’ 이렇게 말하면 되겠어. 상황에 충실해 난. 지나면 난 몰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름의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면?
‘스타일 없음’이 내 스타일이니까 맞은 말일 수도 있어.

<왕의 남자> 성공으로 얻은 최고의 기쁨은?
물론, 빚이 없어진 거지. 고단한 삶에서 해방된 느낌이야. 이제 편안하지. 꽉 채우고 배설하지 못해서 불편했던 것을 시원하게 배설했지. <왕의 남자>를 적자 인생과 맞바꿨지.

대신에 치열함을 잃은 것은 아닌가?
전투력이 유화되긴 했어. ‘영화를 잘 만들어야지’ 같은 생각은 안 했어. 영화를 찍어야 어떻든 수익이 생기니까 영화라도 했어야 했지. 안 그럼 들어오는 돈이 없잖아. 그런데 이제 아니거든. 어딘가에서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전투력이 사라졌어. 눈뜨면 저녁까지 전투를 하는 컨디션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놀고 놀이터에 가는 컨디션이지.
충무로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제작자의 능력과 연출자의 능력 중 어떤 게 더 맞는다고 생각하나?
제작자도 실패한 제작자는 아니었어. 제작자로 나서서 망한 영화는 없었거든. 하지만 제작자는 비즈니스를 하는 건데 나하고 맞지는 않아. 계약, 예산 이런 것에 미숙해. 주먹구구야. 단 약속은 철저해. 사정없이 미친 듯이 발악하며 달려. 결과적으로 빚은 감독해서 탕감했지만. 어쨌거나 두 가지 다 해봤으니까. 그것도 오래. 그래서 준비 제작 실행은 감독으로, 마무리는 제작자로 하지. 그럼 딱 떨어져. 심플하지. 근데 성격은 천상 아티스트야.

<왕의 남자>의 성공을 두고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다.
뭐 내가 감독 같지가 않잖아. 스타일이 없으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 하지만 최고의 연출은 연출이 보이지 않는 거야. 연기 잘하는 배우는 연기를 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하거든. 연출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난 스타일을 없애려고 더 노력하지. 물론 스타일 없애려는 것을 들키면 미숙하다는 소릴 듣겠지. 진짜 선수는 안 들키고 목표를 달성하지. 나의 연출의 목표는 안 들키는 거야.

보는 사람들이 어렵다고 할 만큼 어떤 장치가 된 것인가?
내 영화는 수학적이야. 삼각함수, 이차 방정식, 수열 그리고 미적분까지. 관계 설정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면 그런 공식들이 나와. <왕의 남자>는 미적분이었지. <라디오 스타>는 인수분해.

예전에도 자연과학적 법칙을 적용하며 배우에 대한 평을 했다.
맞어. 물리와 화학. 물리는 논리 이성이고, 화학은 감성인데, 시작할 때 정해. <왕의 남자>는 물리다. <라디오 스타>는 화학이다. 이 부분의 연기는 물리로 해야 한다. 여기서는 화학이 더 필요하다. 그런 코드가 맞으면 연기 지도고 뭐고 없어 배우들이 알아서 다 하는 거지.

그걸 이해하고 같이 따라주는 스태프나 배우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좋은 바이러스는 빨리 전달되는 법이지. 파이프라인을 굉장히 넓혀서 서로의 자연과학이 소통하면 쾌감이 와. 미쳐. 섹스하는 기분이야. 열지 못한 문을 서로 열어주는 느낌.

사실 그런 느낌으로 일하면 여배우들이 오해하기 쉬울 텐데.
나랑 같이한 여배우들 다 완결성이 있는 여자들이야.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위대해. 너무 똑똑하지, 여자들이. 무섭기도 하고. 세상을 다 알고 남자들의 정기를 어지럽히지.

세상을 담는 그릇이 영화라고 했다. 감독은 세상을 보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하는가?
내 특기가 한 입으로 두말하기야. 난 내가 한 말도 안 믿고 물론 사람들이 하는 말도 안 믿어.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한 입으로 두말 하거든. 그래서 안 믿어, 안 믿으니까 기대감이 없어. 기대감이 없으면 오히려 진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지. 그걸 보게 되면 사람의 마음과 그 사람의 생각과 사상도 느낄 수 있거든. 그러면 듣기 싫고 거짓말을 해도 밉지가 않아. 사람 자체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니까.

관음법이라도 터득했나?
아냐, 관찰이야. 상대방의 말에 주파수를 맞추고 따라가면 그 사람의 머리속을 여행하게 돼. 한참 따라다니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지.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있어. 난 그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봐. 담기는 것이 없으니까 막 들어오고 나가고 하거든. 담아두는 것은 훈련된 세파트일 뿐이야. 없는 사람이 천재고.

가장 흥미로운 머리는 누구였나?
정진영. 갈 때마다 머리가 바뀌어 있어. 들어가 보면 돌아 버린다니까. 아, 이거 또 바꿨구나 싶지.

감독도 역시 빈사람 아닌가?
나도 비었지. 난 태생적으로 담질 않거든. 막 들어와, 막 나가고. 그래서 한 입으로 두말하기가 특기고,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지.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상도 많이 받고 말이다. 심지어 CF도 찍었다. 대접이 낯설지는 않나?
몰라, 그런 거. 상도 받기 싫어, 상을 왜 줘. 상 준다고 해서 안 받는다고도 했어. 상은 상을 주는 사람이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는 거잖아. 난 그런 거 싫어. 난 아나키스트거든. 대접은 무슨, 같이 노는 거지.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줌머 타고 동네 나돌아 다니고, 미술관 가서 그림 보고 작가들도 많이 만나고, 그림 그려서 작가가 되는 거지. 요즘 외도 중이야. 작가 해야 하거든.

지우고 싶은 것은 없는가?
없어. <왕의 남자>가 괜히 나온 게 아니지. 내가 20여 년간 영화바닥에서 살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야. 힘들게 전투를 치렀던, 선물을 받은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 만들고 있지.

그냥 묻고 싶다. 감독은 시력은 어떻게 되는가?
왜? 왼쪽이 0.3 오른쪽은 몰라. 마이너스거든. 안경 끼면 0.8이야.

괜한 트집이지만 그런 눈으로 세상을 잘 볼 수 있겠는가?
왜 남의 시력으로 트집이야. 걱정 마. 잘 보니까. 너무 왕성해, 호기심. 그래서 안 보여도 보여. 김기자의 머릿속을 보는데 시력은 크게 상관없지. 듣기만 하면 되니까.

요즘 호기심을 끄는 관심사는 무엇인가?
여자야. 여자를 도통 모르겠어. 그래서 영화로 탐구할 생각이야. <매혹>인데 멜로야. 여자에 대한 탐구지. 여자를 모르는 남자가 여자를 탐구하는 마음을 따라가는 영화야.

꽤 특이한 멜로가 되겠다.
그러니까 호기심이 왕성하지. 특이한 걸 좋아하니까.

세상이 지루해지는 날이 이준익이 끝나는 날이겠다.
맞아. 감독 생활도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호기심이 떨어져. 그래서 작가 하고 싶은 거야.

작가 되는 날 또 만나자.
그래. 그때 또 딴소리 하겠지. 그래야 기자도 신나지 않겠어.

Editor 김영진

가끔 번화가를 걷다 보면 ‘이기적인’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나이는 겨우 내 또래쯤 되어 보일 테고, 얼굴 또한 멀쑥하게 생겼을 게 틀림없다. 모델처럼 패셔너블하게 옷을 입진 않지만, 어쩐지 집에서 나올 때, 꽤나 많은 시간을 거울 앞에서 보냈음직한 센스가 엿보인다. 거기다 성격 좋아 보이는 용모단정함까지 지녔다면 그 사람을 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순도 1백% 질투심으로 활활 불타오를지도 모른다. 거기에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고, 지금까지보다 지금부터가 기대되는 인물이라면? 감독 류승완은 말하자면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남자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 점이 많은 사내다. 한때는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란 수식어가 붙었고, 로베르트 로드리게즈의 재능과 맞먹는다는 찬사를 듣던 이 대단한 류승완과 고작 한두 시간 얘기하고 그에 대해 쓸 수 있을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 때, 그가 찾아왔다. 수인사가 끝나고 그에게 우리의 촬영 콘셉트를 설명했다.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싫다는 걸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적인 남자. 솔직히 어차피 하지 않을 거면서 계속 해줄 듯 안 해줄 듯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편했다. 생각해보면 그가 연출해왔던 영화들 모두가 관객의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수 있는 영화들이었다. 이제 그는 영화감독이란 측면에서만 본다면 완전히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걸로 보인다. 만약 누군가 배우 ‘류승범’의 형 류승완이라고 이 젊은 감독을 설명하려 든다면, 난 100m라도 전력질주해 그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싶다. 감독 ‘류승완’의 동생 류승범이라고…. 그가 보여준 영화 속에서의 폭력성은 분명 치밀한 계산하에 이루어진 소산물임에 틀림없다. 류승완이란 사람 자체가 폭력적 성향을 내재하고 있다는 선입관 아닌 선입관을 갖고 인터뷰에 임했던 본인은 그가 말하는 논리정연한 영화관과 배우론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에 어느 정도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말하자면 감독 류승완에게 있어선 정중동의 시간이다. 최근 쏟아져 나왔던 ‘투탑맨’ 영화 중 가장 볼 만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짝패>를 끝내고 다른 영화를 구상하고 있는 여유로운 나날인 셈이다. 물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류승완’을 내버려둘 만큼 - 예를 들면 <아레나>가 굳이 쉬고 있는 그를 불러내 인터뷰하는 것 등 - 그가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말이다. 본격적인 슈팅에 들어가자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감독의 이미지보다 배우 이미지가 훨씬 강했다. 그 누구보다 카메라를 잘 알아서일까? 그는 포토그래퍼가 원하는 포즈와 각도를 자기가 알아서(본능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취해줬고, 별다른 고통의 순간 없이 우리가 원하는 사진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하기야 그는 웬만한 배우도 꿈 꾸지 못하는 영화의 주연까지 꿰찼던 인물이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는 다시 열정적이지만 머리만은 냉철한, 그러면서도 상당히 유머러스한 감독 ‘류승완’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

당신의 시력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엔 재본 적이 없지만 상당히 시력이 좋다. 1.2 정도? 하지만 실제 시력을 물어봤을 리는 없고…. 내 감정적 측면에서의 시력을 물어보는 것인가?

맞다. 내가 말하는 시력은 당신의 영화를 보는 눈. 배우를 통찰하는 시선 등이 내포된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여전히 나의 시선은 불안하다. 어느 정도 나 자신을 믿곤 있지만,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신경이 쓰인다. 물론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시력이 나빠질 땐 안과에 가고 안경을 쓴다. 내 경우엔 스태프와 배우들이 안경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일하면서 나의 시력을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감성적인 눈은 현재로선 그리 좋은 편이 되지 못한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어쨌든 스스로 시선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치자. 그 시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가?
어차피 영화라는 것이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항상 내가 만든 영화를 어떤 사람들이 찾을까를 염두에 두곤 한다. 눈높이를 관객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인데, 생각보단 쉽지 않다. 그들이 자주 가는 곳들에 나 역시 들러 잠깐이나마 문화를 공유하려 노력한다. 솔직히 말해 나의 시선을 높이는 행위라는 의미에 대해 평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예전만 해도 어떤 영화에 누가 출연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영화의 덕목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누가 만들었냐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다. 감독으로서 무엇이 달라진 것 같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감독을 보고 영화를 찾는다는 것은 아직은 소수의 감독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당신을 포함해서인가?
아니다. 나는 생각만큼 유명하지 않다.(웃음) 내 브랜드 파워가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다. 수치가 말해주지 않는가? 내 영화에 엄청난 관객이 들어차진 않잖은가? 지금 길거리에 나가서 ‘류승완을 아는가?’라고 묻는다면 과연 몇 명이나 알고 있겠나? 물론 당시 흥행하던 영화를 만든 감독은 유명세를 타겠지만…. 예를 들면 <태극기 휘날리며>가 인기 있을 땐 모든 이가 강제규만 말하지 않았는가? 작품의 흥행 여부를 떠나 언제나 화젯거리가 되는 감독은 임권택, 박찬욱, 봉준호 정도 아닐까?

당신은 그래도 젊은 나이에 많은 장편을 찍은, 어떤 면에선 선택받은 감독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당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현장에서, 특히 영화 관련 종사자들이 나를 일종의 직업 감독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기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갑자기 감독의 힘이 커졌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예전에도 배창호 감독이나 임권택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였다. 그때도 그들이 만든 영화는 항상 이슈였으니 말이다. 단, 요즘은 화제가 되는 감독들의 숫자가 많아진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게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찰로 이어지진 않는다. 가끔 류승완의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류승완의 개인적 팬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당황스럽다. 아무래도 TV 연예프로에 몇 번 얼굴을 비친 덕분이겠지…. 영화감독을 좋아한다면서 그가 만든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건 일종의 나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당신 얘기를 해보자. 롤모델이 되는 감독이 있는가?
너무 많았다. 모두 과거의 얘기다. 사실 내겐 <주먹이 운다>가 일종의 분기점이 되었던 영화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까지는 따라잡고 싶었던 영화의 색채가 어느 정도 묻어 있었다. 하지만 <주먹이 운다>부턴 그런 맘에서 자유로워졌다. 뭐랄까? 그들을 따라잡으려고만 하면 결코 그들을 넘을 수 없다는 걸 그때부터 깨달은 것 같다.

그 영화들을 B급 영화라고 보면 되나? 당신의 영화 대부분이 - <주먹이 운다>를 제외하곤 - B급 영화 범주에 속하는 것 같다.
B급 정서가 녹아 있긴 하지만 그렇게 싸잡아서 얘기할 수는 없다. 마틴 스콜세지나 성룡의 영화가 B급 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도 너무나 좋아한다. 한 가지, 난 절대 로맨틱 코미디는 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너무 많은 감독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위에서 열거한 감독들과 타란티노, 가이 리치까지 말이다. 그런데 <주먹이 운다>부턴 맘이 달라졌다. 난 현실적인 사람이어서, 그들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결코 그들을 넘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예전에는 위대한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면 부럽고 따라가려 했는데, 이젠 어떻게 하면 다르게 만들까를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꽤 많은 영화에도 출연했다. <짝패>에선 당당히 주연이 되었고. 앞으로 배우 류승완이라고 부를 날이 올까?
<짝패>가 마지막 작품이다, 배우 류승완으로선…. 그 작품만 해도 내가 생각했을 때 그 역할에 가장 잘 맞는 이가 바로 나였기 때문에 출연했던 거다. 하지만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짝패> 홍보를 하며 역시 나의 업은 현장에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ditor 김현태

그를 알기 전 그에 대해 주위 사람에게 전해들은 풍문은 김지운은 스타일리시하다는 거였다. 누구보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좋아하고, 멋진 패션 감각을 지닌 남자라는 소문이었다. 물론 그를 인터뷰했던 많은 잡지를 봐왔기에 어느 정도 수긍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건 포토그래퍼의 힘이었고, 스타일리스트의 센스였으며, 헤어 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노력의 결과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와 첫 대면을 한 스튜디오에서 난 촬영을 위해 준비해둔 옷들이 쓸모 없음을 직시할 수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피창조물은 창조주의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 심지어 발가락이라도 닮지 않는가 - 그의 자식들이 그 어떤 동시대 작품들보다 세련되었다고 인정받는 건 당연하다. <장화, 홍련>이 그랬고, 수려한 누아르 <달콤한 인생>이 그랬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의 본거지는 남산 해방촌보단 타워팰리스가 더 잘 어울릴 것 같고, 거친 욕설조차 멋져 보일 것 같다. 주인공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소는 더러운 폐차장의 타이어 더미가 아니라 클래식이 들리는 최고급 레스토랑일 확률이 더 높다. 그는 약간은 어눌한 말투에 진심을 담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다. 사소한 물음 하나하나에도 결코 곧바로 나오는 법 없이, 잠시 생각한 뒤 말하곤 했다. 그만큼 사람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인 셈. 스스로 밝혔듯, 어차피 영화는 사람이 만드는 거였고, 김지운은 그런 영화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처럼 보인다. 김지운이 영화 일을 사랑하는 이유도 팔할은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서다. 실제로 주위에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이름만 보고 출연할, 출자할 동료들이 꽤 많다고 얘기하는 김지운. 하긴 짧은 인터뷰 시간만으로 또 한 명의 열혈팬을 만들어버리는 그의 매력을 직접 체험해보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보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스타일 있는 영화가 백만 배 기대되는 감독, 김지운과의 ‘달콤한’ 인터뷰.
마틴 마르지앨라의 재킷을 준비해온 감독은 난생 처음이다.

(웃음) 첫 질문은 시력에 관한 것이다. 물론 안과에서 말하는 시력은 아니고, 당신의 사물을 바라보는 눈, 영화를 바라보는 시력을 말한다.
내 실제 시력이 0.5다. 질문의 답도 마찬가지다. 한 0.5쯤 되는 것 같다.

0.5라면 그리 좋은 시력은 아닌데…. 실제라면 안경이 필요한 시력이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시력도 아니지 않은가? 0.5라는 건 딱 중간쯤 한다는 것이다. 내 노력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내 영화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시력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영화감독에게 요구되는 영화적 시력이 아주 높은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력을 얼마나 잘 깨닫고 있느냐인 것 같다.

<쓰리> <조용한 가족>에 비해 최근에 만든 영화들을 보면 영화를 보는 시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예전 작품들이 범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처음보단 어떤 측면에선 높아졌을 것이다. 예전에 만든 영화들의 결점들이 이젠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확실히 영화적 테크닉을 말하는 것이라면 요즘, 내 시력은 좋아졌다. 하지만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열정 같은 시력들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열정이 많이 퇴색했음을 스스로 느낀다. 요즘은 그런 열정을 되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가졌던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퇴색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 제법 많은 영화를 감독하면서 얻게 되는 명성과 기득권들이 있다. 그것들과 거리를 두려 한다. 시간을 쪼개 책을 보고, 많은 영화를 넓은 화면으로 보려 한다. 나도 어디선가 들은 얘기지만, 인간의 오감 중 가장 빨리 노화가 오는 것이 바로 시각이라고 한다. 어떤 새로운 현상을 봤을 때 거부감이 드는 것은 바로 시각이 늙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인 셈이다. 육체적으로 어쩔 수 없이 먹는 나이가 아니라면 난 감각만은 항상 젊은이로 살고 싶다.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하고 나를 발전시켜, 어떤 충격적인 것을 만나도 거부감이 들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만 볼 수 있는 시력을 갖고 싶다.

비약해서 말하면, 스타감독이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은 위치다. 현장에서도, 영화 밖에서도 달라진 점이 많을 텐데. 사람들이 감독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예를 들면 홍보 같은 일이나 사회활동이다.
영화를 만드는 일에 만족한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만약 내가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김지운이 정말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나부터 그 일에 미쳐야 남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권할 수 있지 않은가? 영화 홍보도 마찬가지다. TV에 나와 내가 만든 영화를 홍보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영화 전문지나 패션지 같은 잡지에 나와 인터뷰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순발력이 필요한 TV는 나에겐 아직 낯설기만 하다. 또 우리나라에서 감독의 이름을 보고 엄청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파워는 이 시점에선 박찬욱과 봉준호 두 명 정도일 것이다 엄밀히 말해 스타감독이라는 명칭은 아직은 부끄럽다.

그래도 당신의 삶은 스타일리시함 그 자체다. 예를 들어 아직은 대다수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낯설기만 한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던지…. 지금 당신이 걸치고 있는 유명 디자이너의 옷들 말이다.
난 스타일리시한 사람이 좋다. 반드시 비싼 옷을 걸치고 좋은 곳만 다니는 것이 세련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신의 삶을 멋지게 포장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작업은 반드시 결과물에 그들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스스로를 단련하는 한 수단으로 여러 문화를 접하려 노력한다.

당신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비슷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다. 과연 한 사람이 만들었나 싶을 때도 있다. 당신이 영화를 감독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은 무엇인가?
불변의 룰 같은 건 없다. 다만 처음 영화를 기획했을 때 의도를 지키려 한다. <달콤한 인생>을 예로 들어보자. 고독을 몰랐을 때의 자만심과 고독을 알고 나서 파멸의 과정들을 담아내고자 했던 처음 기획 의도가 여러 이유로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항상 ‘왜 내가 그 영화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한다. 물론 가끔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관객 수의 감소 같은 불이익이 생기기도 하지만, 종국엔 대 원칙을 지키는 편을 택한다.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김지운의 필모그래피에서 ‘DELETE’키를 눌러 지워버리고 싶은 작품은?
하나도 없다. 모든 영화는 당시 내가 만들고자 했던, 그리고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항상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드는 인생의 일부분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조금 맘에 들지 않은 컷은 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컷은?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총격신이다. 지금 와선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한 장면만을 떼놓고 본다면 괜찮지만, 영화 전체의 흐름상 아무래도 많이 튀는 신이다.

캐스팅에 관한 후회는 없나. <달콤한 인생>의 완벽한 캐스팅에서 신민아만은 유일한 미스 캐스팅이란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다.
신민아라는 배우 자체는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배역의 성격과 드라마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캐릭터였다. 너무 여배우의 매력이 돋보이게 연출할 수 없었다. 만약 나의 이런 의도까지 파악하고 신민아의 미스 캐스팅을 비난한다면 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드라마에서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된 배우 선정이라고 말한다면 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결코 만들 수 없는 장르의 영화가 있나?
로맨틱 코미디다. 정통 멜로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영화적 영감이 다해 로맨틱 코미디 말고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게 되지 않는 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드는 김지운은 볼 수 없을 것이다.

Editor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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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보리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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